하지만 체면을 구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 내가 사촌 누나한테 전화해서 한지아 씨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물어보라고 할게.”“고마워요, 영재 씨.”임효정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안영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고 임효정과 노은빈도 따라 나갔다.그때 한예원이 박진성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용건을 설명한 후 효정 제약의 자료를 박진성에게 건넸다.“이건 한씨 가문의 사업인데 외부인한테 결정을 맡기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박진성이 말했다.“이
박진성이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았었는데 대략 2조 규모의 협력 프로젝트였다. 그 정도면 그야말로 엄청난 계약이었다.그중 효정 제약의 주력 약품인 어린이 기침약 시럽의 협력이 대략 절반 이상인 60%를 차지했다. 즉 1조 2천억 규모였다.게다가 계약서에 어느 한쪽이 계약을 위반하면 10배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그가 결계를 복원하지 않으면 어린이 기침약 시럽의 원료인 자심초는 모두 말라 죽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효정 제약은 주력 약품을 생산할 수 없어서 계약을 위반하게 될 것이고 위약금이 10배면 12조 원에 달했다.
사실 아무리 작은 한 조각이라도 박진성은 한지아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그가 쩨쩨해서 그런 게 아니라 700년 된 약재는 이미 영약에 속했고 수련을 하지 않는 한지아에게는 낭비였기 때문이었다.박진성은 이 말을 하면 한지아가 알아서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에 박진성은 어이가 없었다.‘설마 진짜 내 앞에서 옷을 벗으려고?’“저기... 가장 중요한 속옷이라도 남기면... 안 될까요?”한지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갑자기 말했다.“...”박진성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의 몸을
은해시 황씨 가문 정원.황명훈이 거주하는 곳으로 면적이 3천 평이나 넘었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은해시에서 이 정원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그 정원에서 죽은 사람이 백 명이 넘는다고 전해졌고 밤이 되면 원혼들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원혼들은 생전에 황명훈에게 맞서 싸웠던 사람들이었다.황명훈은 명왕이라고 불렸다. 그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시체를 밟고 올라서서 지금의 부와 지위를 얻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한씨 가문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황명훈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특히
한예원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급히 부축하러 갔다.“아가씨, 괜찮으세요?”“괜찮아.”한지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이힐을 신고 있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딘 것이었다.그녀는 아예 하이힐을 벗어 버리고 맨발로 서 있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하이힐을 밑에 있는 황강민에게 힘껏 던졌다.“나쁜 자식.”황강민은 하이힐에 정통으로 맞았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코에 가져다 대고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도취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에 한지아는 소름이 돋았다. 한예원은 급히 그녀를 데리고 3층으로 뛰어갔다.세 명의 경호원이 아무
“지아야,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지금이라도 박진성을 내놔. 시원하게 죽여버리게.”음침하게 웃는 그의 웃음에 소름이 다 돋았다.‘박진성?’막다른 길에 몰린 한지아에게 박진성이라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다.할아버지는 그가 의술과 무술에 모두 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치료를 하는 중요한 시기라 그를 방해해선 안 되었다. 다만 박진성이 빨리 치료를 끝내고 와서 그녀를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아가씨, 제가 처리하겠습니다.”한예원은 늑대처럼 달려드는 남자들 앞에 서서 하이힐을 벗고 머리를 하나로 묶었다.휙.한예원은 탄
박진성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원래는 기 연마의 첫 번째 경지만 돌파하려 했다. 그런데 진짜로 성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몸의 곳곳에서 강력한 힘이 솟아나기 시작했다.그 힘은 무척이나 익숙했다.‘내가 예전에 느껴봤던 힘이잖아.’하지만 예전에 그가 지녔던 힘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비록 수련을 모두 잃었지만 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일부 힘이 마치 동면한 듯 그의 몸속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었다.그리고 그의 단전이 다시 깨어나자 잠재되어 있던 힘이 되살아나면서 단전으로 모여들었다.지금 박진성이 다시
황강민은 흥분한 나머지 거의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나한테 이렇게 좋은 일이?’한지아는 예전부터 그가 가장 탐냈던 여자였지만 아버지의 경고 때문에 건드리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드디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저렇게 아름다운 여인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황강민은 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을 크게 뜨고 한지아의 요염한 모습을 감상할 준비를 했다.한지아는 지금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마치 화산에 떨어진 듯 몸속에 수많은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수많이 개미들이 그녀의
“효정아, 도련님 말씀이 맞아. 돈방석에 앉으려면 우리가 먼저 앉아야 하지 않겠니?”“비공개로 주식 발행해. 우리가 바로 살 테니까!”...친척들은 어떻게든 효정 제약의 주식을 손에 넣고 싶어 했고 임효정은 확실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들 돈을 벌자는 생각이었고 친척과 친구들도 같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효정 씨, 지금 자금이 얼마나 더 필요한 거야?”안영재가 물었다.“대략 2400억이요.”“2400억?”금액을 들은 임씨 가문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그래, 좋아!”임씨 가문 사람들이 한둘씩 일어나며 안영재에게 건배를 했다.유독 박진성만이 가만히 앉아 있었기에 더욱 이방인 같았다.“박진성, 너는 왜 가만히 앉아 있는 거지? 얼른 일어나서 도련님께 건배해!”유미옥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박진성은 담담하게 안영재를 힐끗 볼 뿐이다.“저 사람을 위해 건배를 하라고요. 저 사람에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효정 제약이 한씨 가문과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박진성 덕분이었다. 그런데 안영재는 그의 공로를 가로채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너무도 가소로웠다.탁!유미옥은 테이블
“역시 좋은 술이군, 아주 귀한 술이야!”조금만 먹었을 뿐인데 애주가 임창호는 도취한 표정을 지었다.“서방님, 이미지... 이미지 관리 좀 하세요.”유미옥은 개처럼 바닥에 엎드려 술을 핥아먹고 있는 임창호를 보며 미간을 확 구겼다.그러나 이내 임씨 가문의 셋째도 달려가 바닥에 엎드려 핥기 시작했다.이렇게 귀한 술 앞에서 이미지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술 한 방울이 황금보다 10배 이상은 비쌌기에 지금이라도 핥지 않는 사람이 멍청한 것이다.게다가 살면서 이런 귀한 술을 맛볼 기회는 오늘뿐이다.곧이어 임효정의 사촌 오
술병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지고 오렌지빛을 내던 액체가 바닥에 쏟아지며 짙은 술 냄새를 풍겼다.안영재는 일부러 술병을 깨버린 것이다.이 두 숙성주는 꽤나 오랜 시간 숙성된 것이었던지라 가치가 무한했고 그도 구할 수 없는 술이었다.비록 박진성이 이 술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만약 정말로 이 술을 임세풍에게 선물로 준다면 아주 기뻐할 것이 분명했고 박진성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었다.심지어 임세풍이 다시 박진성과 임효정을 이어주려고 할 가능성도 아주 컸다.“이런. 손이 미끄러졌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박진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진성아, 요즘 계속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 거야?”임효정은 본론을 끝내고 갑자기 물었지만 사생활이라고 생각한 박진성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다음 날이 되자 그는 어제 받은 숙성주를 두 병 들고 임세풍의 거처로 찾아갔다. 임세풍은 술을 좋아했기에 마침 한태산이 준 선물을 임세풍에게 줄 수 있었다.이 숙성주는 최소 50년 이상 숙성되어 만든 것이었기에 애주가에겐 가치가 엄청난 보물이기도 했다.임세풍의 집으로 오자 박진성은 임효정을 발견하게 되었다.임효정은 파란색 전통 느낌이 물씬 나는
“진성 씨, 저 임신했어요. 박진성 씨 아기를 가졌다고요.”아침부터 한지아의 연락을 받은 박진성은 미칠 듯한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한지아 씨! 제가 몇 번이나 말했나요! 전 한지아 씨를 건들지 않았다니까요? 그 피도 제가 낸 게 아니에요. 전 그냥 한지아 씨를 살려줬을 뿐인데 한지아 씨를 건드렸으니 지금 저더러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건가요? 양심이 있어요? 사람 맞아요? 앞으로 나한테 이딴 말을 할 거면 연락하지...”“애 아빠가 될 준비 하세요!”한지아는 그의 말을 자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젠장!'박진성은 막무
다음날이 되자 임효정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박진성의 모습이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빠르게 들려오는 기쁜 소식에 기분이 바뀌어버렸다.그녀는 예전에 하성 제약 본사에 찾아가 금액이 2조에 달하는 협력 계약서를 받아낸 적 있었다.그 말인즉슨 그녀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제약 회사 효성 제약이 다시 한번 전성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고 더 큰 영광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였다.이 기쁜 소식을 집안에 알리자 많은 친척들이 찾아와 축하해주었지만 유독 깁스를 한 임동우만이 표정을 한껏 찌푸리
박진성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회의실에서 나왔지만 한지아의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분명 그 피는 한지아가 제 몸 관리 하나 못해서 나온 피였지만 그의 탓이라고 하면서 책임지라며 억지를 부리지 않는가.다만 조금 의외였던 것은 부유한 집안에서 곱게 자란 한지아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남자를 휩쓸고 다니게 생겼지만 사실은 순정녀였다.그러나 임효정은...겉모습은 도도하고 시크한 사람이었지만 침대에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역시 여자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모습
비록 이건 박진성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고 기 연마의 세 번째 경지까지 다다른 실력이라면 이 정도는 껌이었지만 그 과정이 복잡했다.게다가 그의 의지력을 테스트하는 일이기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박진성의 얼굴엔 땀으로 가득했다.그의 얼굴과 목, 팔에는 손톱에 할퀸 자국이 아주 많았다. 그것은 전부 한지아가 할퀸 것이었다.다만 독소가 조금씩 빠져나오면서 한지아는 저항도 점차 잦아들었고 그를 잡는 손톱에 힘도 풀려가고 있었다....황씨 가문 정원.같은 시각 황명훈은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안색이 좋지 못했다.이를 빠득 갈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