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청양의 얘기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을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여청양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흥, 이렇게까지 한 학생을 겨냥하려 하다니. 게다가 용국 출신의 학생인데… 여청양 이 사람, 정말 속도 좁네!”“혈령단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한군림과 적이 되게 만들다니, 정말 칼 하나 안 쓰고 살인을 하려 하네!”비록 무도 학원은 교사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교사가 학생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무력은 허용했다. 여청양은 바로 이 점을 빌어 보복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무도학원의 첫 번째 수강생들로서, 이 중에는 적지 않은 능력자가 있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든든한 후원자와 배경을 갖고 있어, 안드레조차 쉽게 미움을 사지 못한다. 그리하여 한지훈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극에 달하면, 여청양은 한지훈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 믿었다. 심지어 무도 학원에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싸우기 위해 준비된 무도장이 따로 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 하더라도, 진법에 둘러싸인 그 무도장에서 크게 싸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내가 듣기로는 한군림 이 친구, 개학 첫날부터 여청양으로부터 미움을 샀다던데. 게다가 여청양은 원래 제명하려고 했는데 결국 학원 고위층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 “그 일로 인해 여청양이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되어, 이렇게까지 죽일 기세로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이때 옆에 있던,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한 교사가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네, 그럴 가능성 아주 높죠! 그런데 만약 한군림이 그 음모를 간파하고 혈령단을 받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죠!” 만약 혈령단을 넘기지 못한다면, 여청양은 앞으로 무도 학원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일단 이 혈령단을 받게 되면 곧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순순히 받아내다니! 혈령단을 품에 안은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이런 귀중한 보물을 받아들이려는 거야!“이번에는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누군가는 저놈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같네.”장령풍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이상, 차라리 죽게끔 놔두는 게 좋겠어. 어차피 이제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동방 설령 역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학생은 이제 며칠 후 진법루에서 반드시 자랑스러운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 모두들 뜨거운 박수를 보냅시다!”여청양은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 속에는 다소 음산한 빛이 드리워져있었다. 게다가 그의 그 말속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은 진법루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 유용한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일깨워 준 것이다. 크나큰 강당에서는 낮은 박수 소리만 울렸고,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두 무서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실력이 다소 약한 소수의 학생들만이 한지훈을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뚫어져라 한지훈을 볼 뿐이었다. 현장에는 무도 학원의 교사들과 고위층들이 있었기에, 학생들은 질투심만 품고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고위층들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 곧 쟁탈전이 시작될 기세였다. 개학 축제가 막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한지훈에게로 향했다. 사실 동방 설령은 필칸트 덕에 여태 주목을 받아온 것이다. 그런 그녀가 한지훈에게 다가가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바샤크, 동방 설령 저 여자 설마 한군림을 도와주려는 건 아니겠지?”찰스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동방 설령이 필칸트의 여자친구라고 해도, 찰스가 그녀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찰스의 가족은 일반
“한군림, 너 여기가 어딘 줄 알아? 유럽에 그렇게나 많은 강대한 가문과 젊은 세대 강자들이 있는데 네가 정말 혈령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때가 되면 너는 혈령단을 지키기는커녕, 아마 목숨도 지키지 못할 거야!”동방 설령은 결코 혈령단을 반드시 얻으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은 자신과는 다르다는걸, 심지어 용국의 다른 학생들과도 매우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자신은 그를 도우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그녀의 행동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없애고 그들이 거리낌 없이 한지훈에게 손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넘길지 말지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내가 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적 있어?”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동방 설령의 표정은 매우 보기 흉해졌다. 한지훈의 태도는, 마치 그녀가 비천하다고 비꼬는 것 같았다. 이때 몇몇 유럽 학생들은 심지어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동방 설령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비웃음에, 동방 설령은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한군림! 넌 정말 내 호의를 모르는구나. 난 현재 무도 학원의 제1고수야. 게다가 필칸트의 약혼녀 신분으로서 너한테 충고를 하는 거라고!”동방 설령의 언성은 다소 높아졌고, 그녀의 눈빛 속에서는 어느새 살기가 가득했다. 만약 방금 한지훈이 상자를 낚아챔으로써 자신의 실력이 적어도 천왕계 강자라는 것을 증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동방 설령은 진작에 한지훈에게 손을 댔을 것이다. 그녀가 여태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결코 한지훈의 경지를 꿰뚫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겉으로만 보면, 한지훈은 아직 5성 용급 사령관의 실력일 뿐이었다. “무도 학원 제1고수? 누구야, 대체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스스로 자칭한 건가?”한지훈은 더욱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 그의 태도에 모두들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왜, 너의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네가 혈령단만 내놓으면 네 목숨은 지킬 수 있어. 적어도 네가 살아서 유럽을 떠날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지훈의 모습에, 동방 설령은 계속하여 비꼬았다. 아무리 강경하게 굴어도, 뭇사람들로부터 겨냥이 되는 건 당연히 두렵지 않겠어? “꺼져!”그러나 한지훈은 차갑게 두 글자를 내던졌다. 순간 강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났다. 게다가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방 설령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방금 마치 끈질긴 개 한 마리를 쫓듯이 소리쳤다.단호한 태도에 동방 설령은 물론, 다른 교사들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어리둥절해 있었다. 상대는 무려 필칸트의 약혼녀잖아. 무도 학원 교사들 중에서도 무려 70% 가 필칸트를 모시면서 살고 있는데! 그런데 한지훈은 오히려 큰소리치면서 그의 약혼녀더러 꺼지라고 하다니? “어머! 얘는 정말 미친놈이네. 어쩐지 여청양이, 혈령단 한 알을 대가로 해서라도 그를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더라니!”“그러게나 말이야. 필 칸트로부터 미움을 사는 건 우리 교사들한테 미움을 사는 것보다 그 후과가 훨씬 심각한데!”교사 몇 명은 잇달아 고개를 돌리고는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강당을 떠나기만 하면, 학생들의 대전이 불가피할 거라는 것을 내심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지훈은 필연적으로 살아서 이 강당을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동방 설령은 처음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차갑게 한지훈을 훑어보며 말했다. “한군림, 네가 하는 꼬락서니 하나하나가 어쩜 한지훈이랑 매우 흡사하지?” “안타깝게도 실력은 미치지 못하지만, 생떼를 부리기 좋아하는 특징은 아주 똑같네.” “자고로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뽐내기를 좋아하는 거야. 용국에서는 너한테 굳이 따지는 사람이 없을지는 몰라도 여기는 엄연히 유럽이야. 네가 우리의 도움을 구걸하지 않으면 몰라도, 우리와 적이 되면 정말 죽
잠시 멍하니 있던 동방 설령은 이내 몸을 돌려 에밀리를 살펴보았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설령 네가 로드 가문을 등에 업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과 적이 되려 해서는 안 되지!” 그 말에 에밀리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 속에는, 놀라움 외에 차가운 한기도 가득했다. 평소 에밀리는 일반인들로부터도 우러러볼 정도로 지위가 높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어디 평범한 사람이 있겠는가. 로드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무도 학원 전체를 대적할 수는 없었다. 에밀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입을 떼려는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밀리, 로드 가문이 그렇게 대단해?”찰스 왕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물었다. 동시에 그의 탁자 위 술잔은 순식간에 깨져버렸다. 바로 삼성 지급 천신의 기세가 강당 전체에서 폭발한 것이다. “찰스 왕자님, 일단 진정하세요! 그렇지 않았다가 펼쳐질 결과는, 감당하시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에밀리는 분명히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지만, 한지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생일파티에 온 안드레마저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흥! 감당이 안 될 거라고?”찰스 왕자의 얼굴에는 음산한 웃음이 떠올랐다. 유럽에서 감히 찰스 왕자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심지어 그의 할머니는,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 누가 감히 찰스에게 불경하게 대했다가는 바로 유럽의 모든 국왕과 국주의 적이 되는 셈인 것이다. “한군림, 너 남자가 맞긴 해? 계속해서 그렇게 여자 등 뒤에 서 있을 거야?” 찰스는 삼성 지급 천왕계의 기세와 위압으로 한지훈을 제압시키려 했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은 한지훈에게로 떨어졌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상 더 이상 반전의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교사들조차도 벌써 모두 멀리 피했다. 이때 교사 중 한 명이 심상치
“흥, 계속해서 억지로 침착한 척만 하네. 그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넌 오늘 이 강당을 나갈 수 없어!”동방 설령은 한지훈을 가리키며 비꼬았다. 찰스도 덩달아 웃으며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모든 용인들이 다 너처럼 이렇게 찌질해?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어리처럼!”“이렇게 된 이상, 네가 굳이 기어코 그 혈령단을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는데!”찰스의 말이 떨어지자, 에밀리는 한숨만 길게 내쉬었다. 곧바로 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상, 한지훈이 절대 그들을 떠나게 놔둘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이상, 자신이 더 이상 굳이 쓸데없이 나설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동방 설령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동방 설령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 “한군림, 너한테 아주 안 좋은 소식을 들려줄게. 내 남편이 곧 온다고 하네. 우리 남편이 오기만 하면 넌 그냥 죽음이야!”동방 설령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검은색 양복을 걸친 키 큰 잘생긴 한 남자가 강당 입구에 나타났다. 그가 나타난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필칸트다!” “용인이 이젠 죽게 됐네!”적지 않은 사람들은 단번에 그 젊은 남자를 알아보았다. 바로 필칸트였다. 필칸트를 보자마자 동방 설령은 더욱 의기양양해났다. “필칸트, 마침 잘 왔어. 여기 상스러운 놈이 네 약혼녀한테 불경하게 굴고 있어!”찰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그 말을 들은 필칸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고, 이내 동방 설령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잠시 몇 초동안 시선이 머물 뿐, 곧바로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앞으로 나가 한지훈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동방 설령이 먼저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필, 방금 이놈이 나더러 꺼지라고 욕했어!”“
한껏 어두워진 필칸트의 안색에, 동방 설령은 내심 기뻐났다. 그는 필칸트의 분노가 이미 극에 달했을 거라 믿었다. 이제 약혼녀인 자신을 위해 복수를 해줄 거라 생각했다. 한 씨 집안사람들이 아무리 미쳐봤자 지금 뭘 할 수 있겠어? 약혼자인 필칸트 앞에서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한군림, 오늘 난 너한테 다른 사람에게 따귀를 맞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알게 해 줄게! 조금 있다가 나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호되게 너의 따귀를 때릴 거야! 너의 그 천한 입을 때려 부수겠어!”말이 끝나자마자 동방 설령은 필칸트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이 말을 뱉은 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필칸트의 표정은 더욱 보기 흉해졌다. “필, 굳이 용인 때문에 화를 낼 필요는 없어. 네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이내 찰스는 한지훈 쪽으로 걸어왔다. “어? 너희들이 나서겠다고?”필칸트는 찰스와 바샤크를 흘깃 쳐다보았다! 찰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매우 신사적인 미소를 보였다. “사실 단지 너를 위해서만은 아니야. 이 천한 용인이 감히 혈령단을 독차지하려 하니 화가 나서 그러지. 누구처럼 고귀한 혈통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이놈처럼 천한 혈통은 우리 같은 진정한 귀족들에게 신발 밑창을 핥아 줄 수밖에 없는 존재야!”“내가 이놈을 처단하려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똑같이 천한 사람들이 무도 학원에서의 자신들의 지위를 똑똑히 알게 하기 위해서야!”찰스의 차가운 눈빛은 나머지 몇 명의 용국 젊은이들에게 떨어졌다. 찰스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여청양은 무리를 비집고 나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한군림, 어때? 내가 너를 학교에서 자른다는 건 사실상 네 목숨은 지켜주는 거야!”“만약 애초에 네가 그렇게까지 고집이 세지 않았다면,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겠지!”한편 필칸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이를 꽉 악물었다. “좋아! 네가 이놈의 따귀를 때리겠다고 한 이상, 내가 저 입이 찢어질 때까
“팍!”전보다 힘이 더욱 많이 들어간 따귀에, 동방 설령은 순간 공중으로 날아오르다가 다시 땅에 떨어졌다. “한 선생이 너더러 그냥 꺼지라고 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 당장 썩 물러가!”필칸트는 한껏 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필칸트의 발밑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살기는, 강당 위의 샹들리에마저 아예 깨뜨려버렸다. 한... 선생? 이 세 글자에 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은 필칸트의 등장이, 한지훈의 상황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필칸트는 한지훈의 편을 들기 위해, 자신의 약혼녀에게 손을 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필, 너 미친 거야!”찰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필칸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순간, 필칸트는 몸을 돌려 번개처럼 찰스를 향해 돌진했다. 찰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줄기의 흰 빛이 그에게로 정면으로 다가왔다. “빵!”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찰스는 그 한 방을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물며 필칸트는 그보다 한 경지 더 높았기에, 설령 필칸트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안다 하더라도 쉽게 피할 수는 없었다. 이 강한 주먹 한 방은, 찰스를 순식간에 20여 미터 밖으로 날려버려 사람 크기만 한 한 기둥에 부딪혀버리게 됐다. 털썩. 찰스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땅에 쓰러졌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필 칸트를 바라보았다. 필칸트가 한군림을 위해, 자신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필... 너... 죽고 싶은 거야!”2성 천왕계의 젊은 남자 몇 명이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하는 눈빛으로 필칸트를 바라보았다. 지켜보고 있던 교사들조차도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지만, 아무도 감히 직접 앞으로 나가 막지는 못했다. 한편 한지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아웃사이더처럼 조용히 와인과 견과류를 음미하면서 담담한 눈빛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제야 에밀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녀와 그녀의 가문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
소창지개는 처음부터, 단도류와 동극인술을 결합한 살수를 보였다. 게다가 이 수법에는 천조진법마저 담겨 있어, 태양 전체를 아예 가려버렸다. 그때 링 아래에서는 갑자기 한바탕 비명이 들려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장세풍을 위해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TV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국 관중들도 모두 장세풍의 대결에 저도 모르게 땀이 났다. 한편 링 아래에 앉아 있던 허천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 “한 선생님, 선생님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장 선배와 소창 중 누가 더 강한 것 같나요?”용국의 일원으로서 허천도 당연히 용국 고수가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장세풍과 소창지개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장세풍이 반드시 패할 거야!”뭐라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용인들이 잇달아 한지훈을 향해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용국 사람 맞긴 해?”“그러니까 말이야, 부상인들한테서 뭘 받기라도 한 거야?”“너 같은 놈이 바로 부상인의 앞잡이인 거야!”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비난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 “교만하게 구는 강자는 반드시 패하는 법이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실력도 전혀 모르는데, 냅다 한 손만으로 싸우겠다고 양보한 것 자체가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니냐고?” “게다가 장세풍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장 씨 집안의 삼절진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우리 용국의 각도로 보았을 때 상대의 천조대진 역시 장 씨 집안의 삼절진 못지않아!” “대체 저놈은 뭘 믿고 상대를 얕보고 양보하겠다고 하는 거지? 심지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결과는 똑같을 거야!”“자고로 애국이란 건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한지훈의 주장에도,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결에 눈을 돌렸다. 장세풍은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고작 주
이 상황에 장세풍은 꽤나 득의양양했다. 마침내 그의 목적이 달성한 셈이었다. 나라의 원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 용국 백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이 부상인 세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용국에서의 자신의 지위도 높게 오를 것과 같았다.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민심을 얻어내는 자만이 비로소 천하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인 세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장세풍은 차갑게 웃으며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왜,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용국 조상들을 죽이더니, 이젠 감히 못 나서겠어?” 그 말에 부상인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들은 사실 단지 미육과 유럽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장세풍을 두려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 그럼 첫판은 용국한테 넘길게. 우린 가자!” 이내 유럽과 미육 강자들은 몸을 돌려 링 위로 돌아왔다. 설득에 성공하게 된 장세풍은 더욱 오만한 태도를 보였고, 이내 손으로 부상인들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쥐새끼 같은 부상인들! 너희들 전부 내 손에 죽는 줄 알아!”“장세풍, 일단 좀 진정해.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데, 용국이 정말 첫 번째로 대결을 펼칠 거야?”바로 그때 비육 쪽의 한 고수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이건 우리 용국과 부상의 백 년의 원한이 걸린 일이야.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돼!”장세풍은 다시 한번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용국은 압도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필경 그와 조승은 모두 2성 천신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기에, 삼성 천신계 전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서천술이라는 삼성 천신계의 존재는, 함부로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히 이런 절호의 기회에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너희들 절대로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비육의 고수는 차가운 비웃음을 보였다. 반면 부상인 세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않는 한편, 직전신개는 고개를 돌려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창지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고는 천천히 일어
그 후,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은 바로 용국의 서천술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서천술의 시선은 바로 부상의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지난번에 바로 저 세 놈이 우리 용국 강자를 죽이고, 나중에 사람까지 데려와 우리 용국을 괴롭힌 거야?”서천술은 차가운 목소리로 옆에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세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저 세 사람이에요. 백여 년 전 바로 저 소창지개라는 놈이 저희 용국 두 강자를 참살한 겁니다!”“게다가 당시의 국왕을 핍박하여 부상에 항복하게끔 하고, 용국이 부상의 꼭두각시가 되게 만들었어요.” 그 말에 서천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갑게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그 100년 전에 묵은 빚은 오늘 제대로 청산해야겠네!”“나는 오히려 지금의 부상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보고 싶네!”“형님, 굳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도 세 사람을 얼마든지 끝낼 수 있습니다!”장세풍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국 세 사람이 입장한 후, 역외에서 돌아온 모든 강자들 역시 입장을 완료했다. 주최 측인 용국은, 링 아래에서 관전 중인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미 기세만으로도 다른 세력들을 확실히 깔아뭉갰다. 한편 소창지개는 용국의 세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부하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이내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이젠 모두 다 모이게 된 이상, 바로 시작할까?” 곧이어 소창지개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압이 있었다. 그가 입을 떼자, 링 아래에서 수군대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잇달아 링 위를 바라보았다. 이때 미육의 한 강자가 느릿느릿 링 위에서 내려왔고, 가장 먼저 대결에 나설 뜻을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 강자 몇 명들도 잇달아 일어났다.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 미육과 유럽이 벌써부터 불구덩이에 들어가려고 하자 링 아랫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사실 여태 미육과 유럽은 관계가
모두들 그제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천신계에 다다른 후 많은 사람들은 모두 술업에 관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진법에 능하고, 어떤 이들은 초식에 능하며 또 어떤 이들은 타격 능력을 수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육은 진법과 초식이 모두 부족했기에, 타격 능력을 연습하는 길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상대의 거듭되는 공격을 감당해내다 보면 상대의 실력은 약화될 것이고, 바로 그때 반격을 하는 그런 수법이었다.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세 명의 백인 남자들이 축대에 올랐다. 두 명의 비육 고수에 비해, 세 사람의 얼굴에는 안하무인의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유럽의 전설 같은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찰리만 대제의 검시였다. 유럽 내에서 찰리만 대제의 지위는, 용국에서의 황제 지위에 버금갈 정도였다. 찰리만 대제가 세운 제국이 분열이 일어나게 된 후에야, 비로소 현재 유럽에 수십 개의 작은 나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 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지? 방금 그 두 사람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쳇, 네가 알긴 뭐 알아. 중간에 있는 저 사람 봤어? 바로 찰리만 대제 검시잖아!” “검시? 검을 든 하인이라고?”“미친, 너 정말 멍청한 거야? 찰리만 대제 검시는 아서 왕까지 격파한 적 있어!”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실 아서왕은 한 달 전에 한지훈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했다. 현시대에 아서왕을 이길 수 있는 자라면 거의 넘사벽의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내 다른 세력의 역외 강자들도 링 위로 올라와 분분히 의론 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줄곧 부상에서 돌아온 그 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 검복을 입은 동양 남자 세 명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링 위로 올라왔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보고는,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주상님, 부상이 이번에 파견한 세 사람 모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