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풍과 동방설령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소파를 가리켰다.“편하게 앉아라.”여청양은 두 사람을 전혀 외부인처럼 대하지 않았다.장령풍은 천산 장씨 가문의 후손이고, 동방설령의 오빠인 동방오우는 화산의 제자였다.이런 인연 덕에, 여청양은 처음부터 그들을 진심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했다.무도 학원의 첫 번째 기수는 학원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했기에, 그들에게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이들 중에서 뛰어난 고수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무도 학원의 명예는 한순간에 추락할 터였다.다만, 한군림만큼은 예외였다.여청양은 처음부터 그를 철저히 배제했고, 그 이유는 간단했다.그가 ‘한’ 씨였기 때문이다.화산파와 한씨 가문의 원한은 뿌리가 깊었으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원한은 이제 서로 멸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지경이었다.다만, 용국 내부에서는 국왕과 조정의 압박 탓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을 뿐이다.만약 조정을 격노하게 만든다면, 화산파조차 나라의 군사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며칠 후면 학원 측에서 첫 번째 학생들을 진법루에 들여보낼 예정이다. 너희는 진법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여청양은 차 한 모금을 음미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씨 가문과 동방 가문은 이미 많은 정보를 수집했지만, 진법루는 워낙 철저히 봉인된 구역이었기에 외부에서는 도무지 내부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장령풍과 동방설령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살짝 고개를 저었다.그나마 장령풍이 먼저 입을 뗐다.“선생님, 들은 바로는 진법루에 수백 년간 유실된 모든 진법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들어가면, 자신에게 맞는 진법을 골라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하지만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음대로 진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아무도 칭기즈 칸이 남긴 비진을 열지 못했나요?”이는 확실히 수수께끼였다. 만약 정말 비진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제1비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백 년 전에 누군
여청양의 말을 들은 장령풍은 놀란 듯 물었다.“선생님, 설마 진법루와 무도 학원이 역외 강자들과 관련이 있다는 말씀입니까?”여청양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령풍아, 네 통찰력이 뛰어나구나. 진법루는 이미 수백 년 전에 존재했지만,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지. 이유가 뭔지 아느냐?”장령풍과 동방설령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진법루를 지키는 자들이 역외 강자들의 세속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역외 강자의 허락 없이는 아무리 진법루에 들어간다 해도 살아서 나올 수 없지!”“진법루의 비밀은 세계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중대하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진법루는 단 두 번만 열렸고, 첫 번째는 찰리 대제가 귀환한 이후, 두 번째는 백여 년 전이다.”“그때 찰리 대제가 진법루에 들어간 후, 오륙은 세계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떠올랐고 이슬람 세계를 멸망시켰지. 두 번째 개방은 역외 강자들이 합의한 결과였다. 그리고 곧 오륙에선 천신계, 심지어 인왕계 강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로 인해 백 년 전 용국은 처참하게 패배한 거다.”“이 모든 것이 역외 강자들이 일종의 동맹을 결성한 결과다. 이제야 진법루의 신비로움을 이해하겠지? 이번 진법루 개방 역시 용국을 겨냥한 것이다.”“하지만 너희에겐 기회가 있다. 이곳에서 기연을 얻는다면, 용국을 구할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 화산파가 비록 오륙 십대 가문과 일부 역외 강자들과 연이 있더라도, 용국이 또다시 도탄에 빠지는 건 원치 않는다.”“그러니 너희가 이곳에 온 사명은 가문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용국의 미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이 말을 듣자 장령풍과 동방설령은 충격에 휩싸였다.“설마 가문의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게 다 사실이었다니…”장령풍은 경악하며 말했다.당시 용국은 저항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용국의 무종들도 대거 전사했으며 인왕계 강자들마저 전멸하고 나서야 저항이 멈췄던 것이다. “그래. 당시 용국을 침략한 건 오륙 강자들만이 아니었어. 역외 열여덟 나라가 연합해 용국을 압박한
그래서 열심히 노력한 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과가 없다!“선생님, 저희 집의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항우는 아직 살아계시고, 그분은 역외에 계신다고 합니다! 그런 강자도 과거의 참극을 바꿀 수 없었던 겁니까? 아니면, 몇백 년 전의 강자 한 명만 출동해도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지 않나요?”장령풍의 말에 동방설령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항우가 아직 살아있다니?!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너희들은 그들이 역외에서 마음대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불가능해. 역외에도 역외의 규칙이 있으며, 역외에는 세계 무도 연합이라는 조직이 있지. 천신계 이상의 강자들은 그들의 관리하에 있네!”“이는 아주 무서운 조직이고, 그 최고층이 어떤 존재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인왕이거나 그보다 높은 경지의 강자라도, 그들의 뜻을 어기면 아주 끔찍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터!”“항우가 지금 살아있는지 여부는 매우 알기 어려워!”여청양은 말을 마치며, 하이얼 로드가 한지훈에게 건넨 갑옷과 똑같은 갑옷 조각을 꺼내었다.그 위에는 “항” 자가 새겨져 있었다!“세계 무도 연합!”장령풍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래. 천신계 강자들도 세속적인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금지령도 그들에 의해 내려진 것이야. 그래서 이 세상에서는 천신계 강자를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안드레가 바로 그 예시이지. 그는 이 세계 연합이 허락한 유일한 천신계 강자로, 그는 세계 연합의 대변인이네!”여청양은 다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이와 진법루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동방설령은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이 안의 관계는 정말로 크다. 진법루의 진법들이 하나씩 열리면, 진법루 자체의 진법도 열리게 되지. 그건 바로 역외 세계와 세속 세계를 연결하는 출입구다!”“즉, 진법루 안의 모든 진법을 비우게 되면 역외의 강자들이 돌아오게 된다!”이 말을 듣자, 장령풍과 동방설령은 모두 깜짝 놀랐다.진법을 모두
여청양의 말은 정보량이 엄청났다.다시 말해, 칭기즈 칸의 비진을 연 사람은 이번에 역외 강자들이 돌아오는 진형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그래서 그렇게 많은 오륙의 가문들이 한지훈에게 접근하려고 했던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이번 역외 강자들의 귀환은 분명 일부 약한 가문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만약 한지훈 같은 강자가 있다면, 자신의 가문을 보호하고 멸망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너희들이 알아야 할 건 다 알았으니, 이번에 진법루에 들어갈 기회를 반드시 잘 활용해라. 최대한 많은 진법을 가져와서 우리 용국 무종의 것으로 돌려줘야 한다!”여청양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칭기즈 칸의 비진을 연 사람은 절대 용국인이 아닐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법루를 다시 용국 무종으로 옮기는 것은 용국에게 전례 없는 도움이 될 터였다! 장령풍과 동방설령은 여청양을 향해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진법루에 들어가면, 한 사람이 하나의 진법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인가?!“선생님, 한 사람이 최소한 하나의 진법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개, 몇십 개의 진법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장령풍과 동방설령은 동시에 물었고, 여청양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금칠합이 열리면, 그 안의 진법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그 말이 끝난 뒤, 여청양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는 이미 모든 희망을 서 도령에게 맡긴 상태였다.결국 그가 역외 강자들의 자손이었기 때문에, 실력과 깨달음 모두 장령풍과 동방설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선생님, 그럼 저희는 이제 준비를 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런데, 그 한군림이라는 자는…”장령풍은 여청양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한군림을 언급하자 여청양의 얼굴에 있는 살점이 미세하게 떨렸다.그의 눈에 한군림은 장령풍과 동방설령을 돕기 위해 온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 불과했다. 그런 자가 어찌 자신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겠다는 것인가?!“흥! 그자가
설마 며칠 전 제1비진을 연 사람이 그였어? 하지만 에밀리는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암만 생각해도 절대 그럴 리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법루의 문지기가 용인을 쉽게 들여보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날 밤에는, 어떠한 싸움의 흔적도 없었고 다치거나 전사한 사람도 없었다. 에밀리는 급히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 “한 선생님, 이런 금칠함은 사실 역외 세계를 압박하여 세속 세계로 통하는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전부 열리게 된다면 이 통로는 막힘없이 뚫리게 되어, 즉 역외 강자들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더 이상 경계의 제한도 받지 않는 거죠!”“보통 상황이었다면, 경계가 매우 높은 사람이 통로에 들어서게 되면 통로는 높은 경계를 감당하지 못하여 붕괴됩니다!”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든 책을 다시 덮은 채 침울하게 말했다. “즉, 무도 학원을 설립하고 유럽이 남긴 모든 진법을 개방하여 사람들에게 주는 건 단지 하나의 허울일 뿐입니다!”“그럼 그들의 진정한 목적은 역외 강자들에게 길을 닦아주기 위한 건가?”“네, 그것이 바로 무도 학원 설립의 목적입니다. 그러나 각국의 입장에 있어서는, 더욱 많은 진법을 얻어야 자국의 강자들을 더욱 강대하게 할 수 있고 훗날 국제적으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겁니다!”“그리하여 결국 양날의 검같은 존재인 겁니다!”에밀리의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필칸트는 무의식적으로 한지훈을 흘깃 보았다. 수백 년 동안 줄곧 아무도 열지 못했던 제1비진이, 한지훈으로부터 직접 열리게 됐다. 예상 밖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진법루의 진법은 이번에 전부 열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필칸트는 순간 두피가 저릿해났다. “한 선생님, 제가 부득불 설명드릴 일이 있습니다. 사실 여청양과 학원 원장 사이에는 숨겨진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선생님께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의 얼굴을 때려
사실 무도 학원은 설립 이래 개교기념일 활동을 개최한 적이 없었다. 개교기념일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 목적은 단지 모든 학생들이 알아서 라인을 타게끔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이 기회를 빌어 자신이 원하는 강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모든 나라를 용국과 대립면으로 놓이게끔 하는 것이다. 특히 그들 중에는 광명파 성원들도 있어, 이 기회를 빌어 무도 학원에 대한 광명파의 태도도 테스트해 볼 수 있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이튿날 저녁, 한지훈은 개교기념일 이벤트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원래 한지훈은 참가할 의향이 없었지만 거듭된 에밀리의 초청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로드 가문은 한지훈에게 있어서 유럽의 큰 조력자이기도 하다. 필경 하이얼 로드는, 역외 및 무도 학원 사이의 비밀에 대해 조금도 남김없이 한지훈에게 알려주었다. 한지훈은 그의 언행에서, 로드 가문이 바로 10대 가문 연합을 와해시킬 수 있는 관건적인 바둑돌로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날 저녁, 무도 학원의 대강당은 이미 깔끔히 잘 배치되어 있었고 무수한 별빛처럼 찬란한 예홍등이 장식되어 있어 전반 강당에 일종의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리고 수십 개의 긴 탁자 위에는 각종 좋은 술과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많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때 에밀리가 강당에 나타나자마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필경 그녀는 로드 가문의 장녀이자 유럽 3대 미녀 중 한 명이었기에 그녀를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편 한지훈은 무리를 비집고는 나와 구석의 원탁을 향해 걸어갔다. 장령풍과 동방 설령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비웃고 있었다. 오늘 저녁 여청양이 반드시 그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것이니까. “내가 보기에 한군림 이 놈, 아직까지 본인한테 닥칠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아!”장령풍은 차
“여 선생님, 손에 들려있는 이게 바로 혈령단이라고요?”유럽 출신의 한 교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여청양의 손에 있는 상자를 바라보았다. “맞아요. 이것은 저희 화산에서도 특별한 보물입니다. 비록 효과가 두 시간밖에 지속되지 않지만, 어떤 용도로 쓰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여청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여청양과 동급인 적지 않은 교사들의 눈에서는 탐욕스러운 눈빛이 드러났다. 이런 귀한 물건은 꺼내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쟁탈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여청양이 이 상황에 이 보물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가 이 보물을 손에 넣게 된다면, 전력을 잠시나마 천신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생이 마음속의 의문을 큰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여청양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죠. 만약 학생이 지금 일성 준천신이라면 짧은 시간 내에 지급 천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더욱 높은 경지를 돌파할 수는 없어요. 필경 이것은 단지 생명을 지키는 용도일 뿐이니, 경지를 돌파하려면 자신의 깨달음과 노력에 의지해야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령단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이 이것을 매우 갖고 싶어 할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혈령단은 단 한 알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주든 다른 사람들은 제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겁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하늘에게 선택을 맡기도록 하죠!”이내 여청양은 보검 한 자루를 꺼내 검봉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검이 가리키는 자가 혈령단의 주인이 되는 겁니다.” 곧이어 손을 들자, 장검은 빠르게 회전하여 공중으로 날아갔다. 공중에서 1분 가까이 빠르게 회전한 후에야 다시 땅에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검봉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고, 모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검이 가리키는 방향은 바로 한지훈의 책상이었
여청양의 얘기에 교사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한지훈을 무도 학원 전체의 공적으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여청양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흥, 이렇게까지 한 학생을 겨냥하려 하다니. 게다가 용국 출신의 학생인데… 여청양 이 사람, 정말 속도 좁네!”“혈령단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유혹하고 한군림과 적이 되게 만들다니, 정말 칼 하나 안 쓰고 살인을 하려 하네!”비록 무도 학원은 교사에 대한 요구가 매우 엄격하여 교사가 학생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학생들 사이의 무력은 허용했다. 여청양은 바로 이 점을 빌어 보복할 기회를 노린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은 무도학원의 첫 번째 수강생들로서, 이 중에는 적지 않은 능력자가 있기도 했다. 어떤 학생들은 든든한 후원자와 배경을 갖고 있어, 안드레조차 쉽게 미움을 사지 못한다. 그리하여 한지훈에 대한 그들의 증오가 극에 달하면, 여청양은 한지훈이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 믿었다. 심지어 무도 학원에는 수강생들끼리 서로 싸우기 위해 준비된 무도장이 따로 있었다.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 하더라도, 진법에 둘러싸인 그 무도장에서 크게 싸우면 다른 지역에 영향을 끼치지도 않는다. “내가 듣기로는 한군림 이 친구, 개학 첫날부터 여청양으로부터 미움을 샀다던데. 게다가 여청양은 원래 제명하려고 했는데 결국 학원 고위층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 “그 일로 인해 여청양이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되어, 이렇게까지 죽일 기세로 경계하고 있는 것 같아!”이때 옆에 있던,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한 교사가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네, 그럴 가능성 아주 높죠! 그런데 만약 한군림이 그 음모를 간파하고 혈령단을 받지 않으려 한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죠!” 만약 혈령단을 넘기지 못한다면, 여청양은 앞으로 무도 학원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한지훈에게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
소창지개는 처음부터, 단도류와 동극인술을 결합한 살수를 보였다. 게다가 이 수법에는 천조진법마저 담겨 있어, 태양 전체를 아예 가려버렸다. 그때 링 아래에서는 갑자기 한바탕 비명이 들려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장세풍을 위해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TV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국 관중들도 모두 장세풍의 대결에 저도 모르게 땀이 났다. 한편 링 아래에 앉아 있던 허천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 “한 선생님, 선생님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장 선배와 소창 중 누가 더 강한 것 같나요?”용국의 일원으로서 허천도 당연히 용국 고수가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장세풍과 소창지개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장세풍이 반드시 패할 거야!”뭐라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용인들이 잇달아 한지훈을 향해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용국 사람 맞긴 해?”“그러니까 말이야, 부상인들한테서 뭘 받기라도 한 거야?”“너 같은 놈이 바로 부상인의 앞잡이인 거야!”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비난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 “교만하게 구는 강자는 반드시 패하는 법이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실력도 전혀 모르는데, 냅다 한 손만으로 싸우겠다고 양보한 것 자체가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니냐고?” “게다가 장세풍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장 씨 집안의 삼절진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우리 용국의 각도로 보았을 때 상대의 천조대진 역시 장 씨 집안의 삼절진 못지않아!” “대체 저놈은 뭘 믿고 상대를 얕보고 양보하겠다고 하는 거지? 심지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결과는 똑같을 거야!”“자고로 애국이란 건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한지훈의 주장에도,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결에 눈을 돌렸다. 장세풍은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고작 주
이 상황에 장세풍은 꽤나 득의양양했다. 마침내 그의 목적이 달성한 셈이었다. 나라의 원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 용국 백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이 부상인 세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용국에서의 자신의 지위도 높게 오를 것과 같았다.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민심을 얻어내는 자만이 비로소 천하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인 세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장세풍은 차갑게 웃으며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왜,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용국 조상들을 죽이더니, 이젠 감히 못 나서겠어?” 그 말에 부상인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들은 사실 단지 미육과 유럽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장세풍을 두려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 그럼 첫판은 용국한테 넘길게. 우린 가자!” 이내 유럽과 미육 강자들은 몸을 돌려 링 위로 돌아왔다. 설득에 성공하게 된 장세풍은 더욱 오만한 태도를 보였고, 이내 손으로 부상인들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쥐새끼 같은 부상인들! 너희들 전부 내 손에 죽는 줄 알아!”“장세풍, 일단 좀 진정해.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데, 용국이 정말 첫 번째로 대결을 펼칠 거야?”바로 그때 비육 쪽의 한 고수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이건 우리 용국과 부상의 백 년의 원한이 걸린 일이야.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돼!”장세풍은 다시 한번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용국은 압도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필경 그와 조승은 모두 2성 천신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기에, 삼성 천신계 전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서천술이라는 삼성 천신계의 존재는, 함부로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히 이런 절호의 기회에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너희들 절대로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비육의 고수는 차가운 비웃음을 보였다. 반면 부상인 세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않는 한편, 직전신개는 고개를 돌려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창지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고는 천천히 일어
그 후,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은 바로 용국의 서천술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서천술의 시선은 바로 부상의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지난번에 바로 저 세 놈이 우리 용국 강자를 죽이고, 나중에 사람까지 데려와 우리 용국을 괴롭힌 거야?”서천술은 차가운 목소리로 옆에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세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저 세 사람이에요. 백여 년 전 바로 저 소창지개라는 놈이 저희 용국 두 강자를 참살한 겁니다!”“게다가 당시의 국왕을 핍박하여 부상에 항복하게끔 하고, 용국이 부상의 꼭두각시가 되게 만들었어요.” 그 말에 서천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갑게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그 100년 전에 묵은 빚은 오늘 제대로 청산해야겠네!”“나는 오히려 지금의 부상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보고 싶네!”“형님, 굳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도 세 사람을 얼마든지 끝낼 수 있습니다!”장세풍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국 세 사람이 입장한 후, 역외에서 돌아온 모든 강자들 역시 입장을 완료했다. 주최 측인 용국은, 링 아래에서 관전 중인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미 기세만으로도 다른 세력들을 확실히 깔아뭉갰다. 한편 소창지개는 용국의 세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부하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이내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이젠 모두 다 모이게 된 이상, 바로 시작할까?” 곧이어 소창지개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압이 있었다. 그가 입을 떼자, 링 아래에서 수군대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잇달아 링 위를 바라보았다. 이때 미육의 한 강자가 느릿느릿 링 위에서 내려왔고, 가장 먼저 대결에 나설 뜻을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 강자 몇 명들도 잇달아 일어났다.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 미육과 유럽이 벌써부터 불구덩이에 들어가려고 하자 링 아랫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사실 여태 미육과 유럽은 관계가
모두들 그제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천신계에 다다른 후 많은 사람들은 모두 술업에 관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진법에 능하고, 어떤 이들은 초식에 능하며 또 어떤 이들은 타격 능력을 수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육은 진법과 초식이 모두 부족했기에, 타격 능력을 연습하는 길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상대의 거듭되는 공격을 감당해내다 보면 상대의 실력은 약화될 것이고, 바로 그때 반격을 하는 그런 수법이었다.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세 명의 백인 남자들이 축대에 올랐다. 두 명의 비육 고수에 비해, 세 사람의 얼굴에는 안하무인의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유럽의 전설 같은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찰리만 대제의 검시였다. 유럽 내에서 찰리만 대제의 지위는, 용국에서의 황제 지위에 버금갈 정도였다. 찰리만 대제가 세운 제국이 분열이 일어나게 된 후에야, 비로소 현재 유럽에 수십 개의 작은 나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 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지? 방금 그 두 사람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쳇, 네가 알긴 뭐 알아. 중간에 있는 저 사람 봤어? 바로 찰리만 대제 검시잖아!” “검시? 검을 든 하인이라고?”“미친, 너 정말 멍청한 거야? 찰리만 대제 검시는 아서 왕까지 격파한 적 있어!”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실 아서왕은 한 달 전에 한지훈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했다. 현시대에 아서왕을 이길 수 있는 자라면 거의 넘사벽의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내 다른 세력의 역외 강자들도 링 위로 올라와 분분히 의론 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줄곧 부상에서 돌아온 그 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 검복을 입은 동양 남자 세 명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링 위로 올라왔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보고는,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주상님, 부상이 이번에 파견한 세 사람 모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