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지훈의 표정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이 고성은 엄연히 그가 큰돈을 들여 산 개인 재산이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제 집 드나들듯이 한 무리씩 그의 집에 뛰어들었다. 다시 한번 유럽인들이 골치 아픈 존재라는 걸 확인하게 된 순간이다. 피를 좀 보지 않는 이상, 그들은 영원히 다른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모를 것 같았다. 숀과 눈을 마주한 한지훈은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차가운 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난 너희 집 사람들만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너까지 죽이고 말 거야. 그런데 네가 뭘 할 수가 있는데?”“과연 네가 해낼 수 있을까?”한지훈의 미소에는 삼엄한 살기가 띠여 있었다. 바로 그때, 한지훈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이내 한 줄기 유령처럼 되어 순식간에 숀 앞에 나타났다. 그 충격에 숀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지훈은 냅다 따귀를 세게 때렸다. 이내 숀은 포탄처럼 순식간에 몸이 날아가 버렸다. 성벽에 세게 부딪힌 후에야 다시 튕겨 나와 한지훈의 발밑에 떨어졌다. “쾅!”숀의 몸이 땅에 세게 떨어지게 되면서, 엄청난 연기와 먼지까지 일었다. 한지훈이 방금 날린 이 따귀는 그야말로 속도도 빠르고 힘도 엄청 셌다. 게다가 바람 가르는 소리도 전혀 없이, 전체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쓰러진 숀의 두 눈앞은 뿌옇게 되었고, 심지어 순간 눈이 멀게 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숀의 시력은 30분이 흐르고 나서야 다시 회복되었다. 방금 맞게 된 따귀는, 숀으로 하여금 마치 얼굴이 웬 별똥별에 부딪히기라도 한 것 마냥 아픔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얼굴 전체가 아예 마비된 듯했다. 눈앞의 이 장면을 목격한 이리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게다가 로저스 역시 말문이 막혔다. 상대는 무려 암살자 숀이잖아! 그동안 얼마나 많은 10대 가문 고수들이 그의 손에 죽게 됐는데. 로저스마저 매우 두려워하는 고수가 한지훈의 따귀를 맞고 중상을 입게 됐다니? 한편 그제야 정신을 차린 숀은 노호
한지훈의 말 한마디는 고성 전체에 오랫동안 메아리쳤지만,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 로저스와 이리나 역시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않았다. 방금 한지훈이 참살된 사람은, 무려 유럽 전역에서 오랫동안 이름을 날린 숀이다. 로저스와 이리나는 이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한때 로저스는 그가 도시를 도살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그 후 해당 나라는 대량의 군대를 파견하여 추격하고 심지어 대량 살상 무기까지 동원하지만, 숀의 털 끝 하나 다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숀이 바로 1분 전에 죽음을 당하게 됐다. 심지어 전체 과정은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로저스는 방금 자신이 한지훈에게 한 그 말을 되새기게 되면,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들이 한지훈을 보호하고 있었다고? 한지훈이 과연 그들로부터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긴 할까? 숀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한지훈 앞에서는 땅강아지 같은 존재였다. 결국 이리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의 자신이 너무나도 수치스러웠다. 어쩐지 그동안 자신과 로저스에 대한 한지훈의 태도가, 줄곧 그렇게 그렇게 싱겁더라니. 알고 보니 한지훈은 그들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던 것이다. 거인이 개미들을 신경 쓴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한다. 하지만 정작 이리나는, 그동안 한지훈이 줄곧 자신의 팔자가 좋은 것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줄곧 참고 양보해 주고 있었다고 생각하였다. 예상치 못한 이 반전은, 이리나로 하여금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어들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지훈에 비해, 온종일 그의 곁을 에워싸고 있는 귀족 학우들은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다. 비록 하나같이 키가 크고 기품이 있어 보이고, 하늘을 찌를 듯한 재능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그들은 한지훈에 비하면 그야말로 매우 평범했다. 전혀 같은 차원에 있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줄곧 그렇게나 무시하고 경멸해 온 용국인들이 뜻밖에도 이렇게나 뛰어난 실력을
심지어 드류 가문 사람들조차도 최강 진법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다. 이리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한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예 180도 바뀌게 되었다. 그녀는 드류 가문과 비슷한 유럽 대족 중 한 가문에서 자라게 됐는데, 그녀는 태어난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 아무리 대단한 귀족 도련님들, 왕실 성원들이 눈앞에 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는 여태 한 번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을 마주한 이 순간, 그녀의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이리나가 고개를 들어 한지훈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려 할 무렵, 필칸트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그녀와 로저스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 속에는 은은한 적대감이 있었다. 한편 한지훈은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손을 흔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그러자 필칸트는 비로소 매서운 눈빛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 “네, 선생님!”한지훈에게 연락한 사람은 바로 진개국이었다. “무슨 일이야?”한지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진개국은 다소 격동되어 말했다. “한 선생님, 저희가 정보를 얻어냈는데 마영리는 지금 현재 유럽에 있고 듣던 얘기와는 달리 한부의 정보도 팔지 못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전에 매우 중요한 정보 하나를 칼이라는 사람한테 팔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사람의 행방을 알아내긴 했는데 문제는...”“문제가 뭔데!”한지훈은 덤덤하게 물었다. “한 선생님, 그 사람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유럽에서 랭킹 1, 2위를 다투는 카일 가문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그를 잡고 용국으로 돌아가거나 그 정보를 되찾으려는 건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래서 진 총사님께서는 저더러 한 선생님께 연락을 드려 해결할 방법을 물어봐달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사람 사진이라도 있어?”“네! 바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칼이었다. 듣던 얘기와는 달리 그다지 늙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매우 교활하고 야비한 성격 때문에 영감이란 별명이 생기게 된 것이다. 비록 그가 플랜지 제국을 완전히 장악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카일 가문 세력에서도 최상위 몇 명의 거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칸트 가문의 샛별을 상대하게 되더라도 그는 전혀 밀리지 않는다. 필칸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칼, 내 뒤에 있는 이 분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하셨어. 아주 중요하게 해결할 일이 있거든!”뭐라고? 칼은 한지훈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하찮은 웃음을 보였다. 그의 눈에 있어 한지훈은 용국에서 온 젊은이에 지나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감히 자신의 앞에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려는 용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긴 엄연히 용국이 아닌 유럽이니까. 설령 용국의 국왕이 온다 하더라도 칼은 개의치 않는다. “너 신중히 생각하고 나서 입을 놀려. 네가 지금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칼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히 너지!”이내 필칸트는 몸을 살짝 기울여 한지훈을 도와 의자를 옮겨주었다. 한지훈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필칸트는 자연스럽게 그의 옆에 서서 곁눈질하지도 않고 정면만을 주시했다. 뭐야? 그 모습에 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필칸트의 지위는 그다지 높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칸트 가문의 희망이다. 그런데 대체 왜 한지훈에게 이렇게 공손 한 걸까?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는 건데?”칼은 한지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알아온 소식에 따르면, 얼마 전에 마영리라는 용인한테서 정보 하나 샀다며?”“그런 일이 있었나?”칼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한지훈을 훑어보고는 의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대체 뭔 말을 하고 싶은 건데!”“딱히 특별한 뜻은 없어. 당장 그 정보를 용국에 돌려주고, 나중에 직접 용국에 와서 잘못을 인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그러나 필칸트는 그의 말을 듣는 체도 하지 않고, 여전히 똑바로 선 채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필칸트는 칼의 이런 위협적인 말들을 완전히 우스갯소리로 여겼다. 안드레마저 고개를 숙이게 만든 사람인데, 유럽에서 감히 어느 누가 건드릴 수가 있겠는가? 그에게 있어 한지훈이 바로 부적이었다. 한지훈이 있는 한, 필칸트는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는 칼과 굳이 따질 생각도 없었다. 뭐가 됐든 칼이 비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건 뻔하니까. 한편 한지훈은 커피 잔을 든 채 한 모금 마시며, 여유롭게 앞으로 나아가 전혀 말릴 의사도 없어 보였다. 칼이 전화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한지훈은 미동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훈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진우로부터 걸려온 전화인 것을 확인한 한지훈은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한지훈, 그 정보를 쫓는 일은 이젠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방금 플랜지 제국과 서국의 대사가 직접 국왕을 만나러 왔었어. 지금 우리가 저지른 일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더라고!”“안 그래도 지금은 용국 국교가 걸린 중요한 순간이기에 국왕 말씀으로는…” “나한테 맡겨!”한지훈은 바로 말을 끊었다. 진우는 잠깐 망설이다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절대 외교상의 분쟁을 일으키지는 마. 그렇지 않으면 우리 용국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돼!”이내 진우는 전화를 끊었다. 칼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한 채 한지훈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래? 흑병대 총사한테 연락이 온 것 같은데? 이 상황에도 여전히 나한테서 정보를 뺏어내길 바라는 거야? 하하하...”“흑병대는 정보가 내 손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찾아오지 못하잖아. 진우한테 물어봐, 감히 직접 와서 빼앗아갈 용기가 있는지!”그는 이젠 용국을 상대로 도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의 건방진 발언에도,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고 더우기는 비웃지 못했다. 카일 가문의 자원이 곧 그의 자원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재주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한지훈의 말에, 칼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그는 암만 봐도, 눈앞의 이 어린 친구가 정말 세상이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감히 그 앞에서 이런 큰소리를 치는 사람이라면,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이내 칼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난 단지 네가 헛되이 목숨을 잃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을 뿐이야! 그럼 차라리 이렇게 해, 나는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넌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기만 하면, 난 너를 놓아줄 생각도 있어!”“만약 이 제안을 거절하여 내가 부른 사람이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면, 너 혼자만 재수 없는 꼴을 당하는 게 아니라 너의 상사인 진우도 제대로 당하게 될 거야!”그는 결코 단지 한지훈을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다. 카일 가문의 영향력으로, 심지어 유럽의 기타 수십 개 작은 나라들에게 호소하여 동시에 용국과 단교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용국의 국제적 지위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용국은 유럽과 이국 양대 세력 집단에 의해 소외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사실 용국 국왕도 이런 국면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일이 잘못 틀어졌다가는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진우는, 필연적으로 국왕에게 미움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은 군인인 점을 봐서라도, 너한테 진심이 담긴 조언 한마디 해줄게. 만약 칼 선생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정말 이곳에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이번 일은 절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카일 가문은, 너 같은 낮은 직급의 사람이 쉽게 미움을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한편에 있던 마리오는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플랜지 제국의 육군 원수인 마리오는 그 가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육군 원수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가문의 덕분이었다. “내가 말했지, 너의 신분을 최대한 이용해서 네 배후에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을 데려오라고. 난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테니!”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방금까지 노발대발하던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도 본 것 마냥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칼은 마스터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는, 여전히 차갑게 웃으며 몸을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젠 너도 잘 알겠지?”“내 뒤에는 바로 카일 가문이 있어. 플랜지 제국이 카일 가문의 핵심 영지인 건 말할 것도 없고, 카일 가문은 유럽 다른 그 어느 곳도 쉽게 깔아뭉갤 수 있어!”“그러니 네가 아닌 설령 진우가 직접 찾아온다 하더라도, 그는 감히 오만하게 굴지 못할 거야. 그런데 넌 이 상황도 눈치채지 못하고 나더러 그 정보를 내놓으라고 하는 거야? 심지어 나더러 용국에 가서 죄를 인정하라고?”칼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카일 가문의 집사가 2성 천왕계 고수 4명을 데리고 찾아온 이상, 이 일은 절대 가볍게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지훈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 필칸트는, 가만히 있을 뿐 감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가 일단 손을 대게 되면, 칸트 가문이 카일 가문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팍!”마스터는 갑자기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우렁찬 소리로 큰 따귀를 때려 그의 앞니를 세 개나 날려버렸다. 한지훈을 마주한 순간, 마스터는 칼이 분명히 큰 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공해상에서는, 안드레마저 한지훈에 의해 패배하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안드레는, 한지훈 앞에서 비참하게 결말을 마주하게 되었고 심지어 당시에는 반격할 힘도 없었다. 게다가 한지훈의 핍박을 이기지 못하여 용경으로 달려가 용국 국왕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까지 하였다. 그 후로, 카일 가문은 유럽으로 돌아오자마자 즉시 모든 가족 성원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여 한지훈의 모습을 머릿속에 명기하게끔 하여 앞으로는 절대 미움을 사지 않기로 했다. 일단 누구든지 이 약속을 어기면 즉시 추방하고 관용을 베풀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카일 가문이 생각지 못한 점이 있었다. 줄곧 그들을 도와
칼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마스터는 또다시 한번 매서운 따귀를 갈겼다. “팍!”칼의 마지막 앞니까지 떨어뜨릴 정도의 거센 따귀. 순간 칼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스터님, 전 평생 카일 가문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충성심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칼은 불복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마스터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넌 그동안 확실히 우리 가문을 위해 많은 공헌을 했고, 그 공적을 전혀 무시할 수도 없지만, 지금 넌 우리 카일 가문의 재앙을 초래하고 있어!”“네가 저지른 잘못에 비하면, 그동안 네가 이룬 모든 성과는 더 이상 언급할 가치도 없어! 그래도 난 단지 너의 카일 가문 구성원 신분만 박탈했을 뿐 널 죽이지는 않았잖아. 그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마스터의 얘기를 들은 칼은 완전히 멍해졌다. 재앙이라니? 카일 가문이 멸망이라도 한다는 거야? “넌 지금 네 앞에 앉아 있는 이 선생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 어디 감히 이 분 앞에서 망언을 해?”“거울 한번 봐봐, 네가 여기에 끼어드는 게 어울리기나 하는지! 너는 말할 것도 없고 안드레가 직접 오더라도 이 분 앞에서는 공손히 인사해야 해!”“칼, 이젠 네가 저지른 잘못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겠지!”마스터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한지훈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던 마리오조차도 식은땀을 흘렸다. 안드레마저 공손하게 모셔야 하는 사람을, 내가 비웃었다니? 그중에서도 특히나 칼은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마리오와 마스터를 소환하여, 그들의 신분을 들먹이며 한지훈이 고개를 못 들게끔 만들 계획이었다. 심지어 직접 한지훈을 죽이게 되더라도 용국이 감히 자신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다. 머릿속으로는 한지훈을 어떻게 부려먹을지도 다 생각해놓고 있었다. 우선 무릎 꿇어 자신에게 사과하게 하고, 그의 두 손과 두 발을 잘라 용국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