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불이 아니라, 단지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진법일 뿐입니다. 사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환각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이고, 그의 잠재의식 속에서 자신이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고 믿게 된 겁니다!”한지훈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티차는 고개를 숙여 두펑을 보았고, 손을 뻗어 코에 갖다 대었다. 역시나 한지훈의 말대로 두펑의 호흡은 정상이었고, 몸에는 상처도 없었다. 그러나 두펑의 눈에는 생기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마치 죽은 나무처럼 텅 비어 있었다.이처럼 완벽한 환각 진법은 금룡의 심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애당초 음양존도 금룡의 심장을 그렇게 탐냈던 것이다!“동방의 고대 나라는 역시 우리 같은 이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군요.”티차는 진심 어린 감탄을 내뱉으며 지팡이를 짚고 먼저 작은 마당으로 돌아갔다. 한지훈도 손짓하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갑시다.”‘그’는 두펑을 가리켰고, 하지만 진강과 양령아는 참지 못하고 한 번 더 두펑을 쳐다보고는 이내 한지훈을 따라 마당으로 돌아갔다. 티차의 눈에는 한지훈에 대한 존경의 빛이 한층 더해져 있었다. “어르신, 이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죠. 피라미드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명신전 안에는 정말 인왕 수준의 고수가 존재하는 겁니까?”한지훈이 진지하게 묻자, 티차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가 인왕인지 아닌지는 잘 모릅니다. 나는 단지 제사장에 불과하니 말이죠. 하지만, 그분은 300년 이상을 살아온 대제사장입니다!”“그의 실력은 짐작할 수 없지만, 혹시 나폴레옹을 기억합니까?”나폴레옹?!한지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500년 전, 그가 이곳을 정복하지 않았습니까!”“맞습니다. 당시 나폴레옹은 네 명의 사성 천신계 강자를 하데스 신전에 보냈지만, 결과는 나폴레옹에게 큰 후회를 안겨줬죠.”티차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세 명의 사성 천신계 강자는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고,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인물이 한지훈과 티차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 검은 옷의 인물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한지훈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압박감에 사로잡혔다.슉!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는 순식간에 한지훈과 티차의 앞에 나타났다.티차는 검은 옷의 인물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안틸라 대인!”그러나 안틸라는 티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흐릿한 눈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그의 눈은 마치 사람의 영혼을 꿰뚫어 볼 듯한 위압감을 주었다.한지훈은 안틸라의 강력함을 완벽히 느낄 수 있었고, 그 앞에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절실히 깨달았다.“두 개의 심장이 있군…”안틸라가 드디어 입을 열어 말했다. 두 개의 심장?!한지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적룡의 심장과, 금룡의 심장!“그렇긴 합니다만, 동시에 저는 심장이 없는 자이기도 합니다.”한지훈이 태연하게 대답했다.“들어가려는 것인가?”안틸라는 고개를 들어 넓은 모자를 벗으며 얼굴을 드러낸 뒤 말했다. 한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왜지?”안틸라가 짧게 물었다. “사람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용국의 상인이지요!”한지훈이 대답하자, 안틸라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손에 불꽃을 피워낸 뒤 그 불꽃을 한지훈의 가슴에 댔다.극도로 뜨거운 열기가 한지훈을 휩쓸었지만, 곧 사라졌다.불꽃이 꺼지자, 오히려 몸에 한 줄기 시원함이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방금 안틸라에게 눌린 부위에는 뜻밖에도 파라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 이건?”한지훈은 이해하지 못한 채 안틸라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집트의 강자는 모두 불을 잘 다루지, 왜 그런지 아는가?”안틸라가 담담하게 말했다. 한지훈은 알지 못했고, 이전의 두펑이 좋은 예시였다. 그가 발사했던 세 뭉치의 불덩이는 사실 강하지 않았으며, 단지 밤에 더 화려해 보일 뿐이었다. 한 나라의 호국 장로로서, 이렇게 화려하기만 하고 실속이 없어서는 안
천왕계 강자는 이미 자연의 이치를 깨우쳐 자연과 융화될 수 있는 존재였다.자연 속의 땅, 물, 불, 바람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며, 특히 용국의 천왕계 강자들은 이를 전투력으로 전환해왔다.따라서, 천왕계 아래의 모든 존재는 미물에 불과하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안틸라는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이 문양은 24시간 뒤에 사라지네. 그때까지 자네 나오지 못한다면, 우리처럼 명신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야.”이 말을 들은 티차와 한지훈은 동시에 넋을 잃었다. 안틸라의 말투로 보아, 그는 한지훈이 피라미드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 것처럼 보였다.한지훈이 의아해하며 안틸라를 쳐다본 순간, 안틸라의 모습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안틸라가 사라지자, 티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섰다.“안틸라 대인께서 우리를 들어가도록 허락하다니, 이건 정말 기적입니다! 우리 같은 제사장들도 일정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이 피라미드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으니까요.”한지훈은 이 말을 듣고 더욱 혼란스러워졌다.자신은 이집트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외부인인데, 어떻게 이 나라의 비밀과 민족적 신화를 간직한 금단의 장소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될 수 있었단 말인가?이 세상에 공짜는 없고, 안틸라는 결코 동정심이나 선의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저… 문득 이 피라미드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면, 그가 왜 저를 들여보내려는 겁니까?”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속삭였고, 티차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오직 안틸라 대인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어쨌든, 들어가 봅시다.”티차는 한지훈에 비해 오히려 더욱 적극적이었다. 그는 평생 제사장으로 살며 고통을 견뎌왔고, 그의 마지막 소망은 죽기 전에 명신전을 직접 보는 것이었다. 한지훈과 티차는 나란히 피라미드의 입구로 들어섰고, 한지훈이 티차에게 물었다. “안틸라가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그 사람입니까?”티차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는 대제사장이 아닙니다. 그는 이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
“한 선생,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벽화의 내용은 나도 전혀 해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인물은 투탕카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그는 벽화 하단에 그려진 인간 머리와 전갈 몸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투탕카멘은 악마와 약속을 맺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악마로부터 불사의 군단을 받았고, 그 힘으로 이집트를 통일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점부터 이집트는 저주를 받은 것 같았죠!”이 이야기는 티차가 그의 스승에게 들은 오래된 역사로,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지금은 투탕카멘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왜냐하면 그는 살아있을 때는 인간 머리에 사자 몸을 가졌고, 죽은 뒤에는 인간 머리에 전갈 몸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석실의 벽화는 투탕카멘이 이집트를 통일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그는 늑대 머리와 인간 몸을 가진 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한지훈은 벽화를 보고 난 후, 천생서문의 일부 고대 문자 추론법을 통해 이는 투탕카멘의 범죄를 기록한 석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방금 전 안틸라가 말한 저주도 바로 투탕카멘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명신전이 아닙니까? 어째서 투탕카멘의 기록이 있는 거죠?”한지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한 선생의 덕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티차가 솔직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첫 번째 석실을 지나 더 긴 통로를 걸어 두 번째 석실에 도달했고, 이곳은 첫 번째 석실보다 기온이 훨씬 낮았다. 벽에는 네 개의 벽화가 있었는데, 한지훈이 그중 하나를 보자 넋을 잃고 말았다. 벽화에는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자가 거대한 지하궁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이건…이건 한지훈이 아닌가?! 그 순간, 한지훈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두 개의 심장!”비록 티차는 위의 내용을 이해
앞선 벽화에는 거대한 뱀 모양의 괴물이 사자 몸에 인간 머리를 한 거인을 짓누르고 있었다.그 뒤의 벽화에는 거대한 네모난 관이 그려져 있었고, 관의 입구에는 두 손이 뚜렷이 관 뚜껑을 붙잡고 있으며 그 위에는 거대한 심장이 눌려 있었다!벽화의 의미는 명백했다.그 거인은 투탕카멘이며, 그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용국의 전설에 나오는 용족일 것이다!그리고 이집트인들은 그를 뱀처럼 생긴 괴물로 묘사했다. 또한 관 위에 놓인 심장은 바로 흑룡의 심장이었고, 흑룡의 심장이 제거된다면 투탕카멘은 자유를 되찾게 될 것이다.한지훈은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그렇다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늑대 머리 인간은 바로 투탕카멘이며, 그는 명신 하데스의 대리인으로서 지상에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는 죽은 것이 아니라, 흑룡의 심장에 의해 관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미래에 두 개의 용심을 가진 자가 나타나 흑룡의 심장을 가져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투탕카멘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첫 번째와 두 번째 석실의 벽화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고, 투탕카멘이 살아난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이 생각에 한지훈은 서둘러 다음 석실로 발걸음을 옮겼다.티차도 급히 그를 따라가며 말을 꺼냈다. “한 선생, 방금 왜 갑자기 넋을 잃고 있었던 겁니까? 무슨 생각이 난 겁니까?!”그러자 한지훈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다음 석실에 가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겁니다!”한지훈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고, 다음 석실에 도착한 한지훈과 티차는 새로운 벽화를 마주했다.이것은 피라미드 전체 서사시 벽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곳에는 스핑크스가 다시 태양을 마주하며, 수많은 늑대 머리 인간들이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그리고 그 두 심장을 가진 사람은, 이때 다섯 개의 심장이 되었다! 역시, 한지훈의 예상대로 이 그림은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역시 맞았군!”한지훈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때, 한지훈은 속으로 무수한 의문을
그자 안틸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는 이미 명신의 시험을 통과했네!”안틸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지막 석실 안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들어오며 벽화 두 개가 새롭게 나타났다! 그 위에는 네 개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두 손으로 죽음의 심장을 가져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한지훈은 등에서 식은땀을 흘렸고, 만약 자신의 이성이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면 이곳은 그의 무덤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자네가 찾는 사람은 더 이상 피라미드에 없네. 그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찾고 있었어, 북쪽이 아닌 서쪽으로 향해야 해!”안틸라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 말은, 그 사람이 전에는 피라미드에 갇혀 있었다는 겁니까?”한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렇다네. 하지만, 피라미드는 망령들의 안식처인데 이곳에서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테지. 지금 그 사람은 이미 서쪽으로 보내졌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스스로 알아봐야 할 거야!”“하지만 장담하건대, 그자는 더 이상 피라미드에는 없어!”“서쪽, 나일 강변, 고대 계곡이 그자의 행선지일세!”고대 계곡이라고?! 한지훈은 티차를 바라보았다.“그곳은 카로시 서쪽에 위치한, 수천 년 전 진정한 이집트의 수도였던 멤피스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매우 위험하며, 100여 년 전부터 이미 서구 세력이 장악하여, 더는 우리 같은 제사장들이 다스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티차의 말을 들은 한지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안틸라는 가볍게 웃으며 손짓으로 왔던 길을 가리켰다.“돌아가시게! 자네의 낙인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그렇게 말한 뒤, 안틸라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가시죠, 한지훈 선생!”티차는 한지훈에게 손짓하며 앞서 나갔고, 돌아가는 길에는 더 이상 횃불이 켜지지 않았다.앞서가는 길의 횃불은 하나씩 꺼졌고, 반대로 뒤쪽 횃불은 여전히 마지막 석실까지 이어져 있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한지훈을 마지막 석실로 다시 붙잡으려는 듯한
한지훈과 티차는 차량에 올라 작은 마당으로 다시 돌아왔다.비록 한순간처럼 느껴졌지만, 실은 하루하고도 밤이 지나 있었다.한지훈과 티차가 무사히 돌아오자, 진강을 비롯한 사람들이 서둘러 달려 나왔다.“사령관님, 어떠셨습니까? 소식이 있습니까?”진강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멤피스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하지만 진강은 멤피스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 사령관님, 어디서 들은 소식입니까? 확실한 정보인 건가요?”진강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고, 어쩌면 그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한지훈이라는 외부인을 속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 선생님, 멤피스는 이미 700년 전에 사막으로 변해 사라졌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곳입니다!”양령아는 분명히 진강보다 훨씬 강했다, 결국 흑병대의 엘리트였으며 일부 국가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이미 사라진 옛 성에 유회원의 행방이 있다고?!“지금 그곳에 사람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 용병이나 외국 군대가 점령하고 있어 금지 구역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곳에 발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돌아오지 못합니다!”모티가 황급히 그들에게 설명했다. 이집트는 비육의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완전한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오래전에 산산조각이 났다. 많은 오륙의 용병과 외국 군단은 그들의 영토에 하나둘씩 작은 도시 국가를 건설했고, 전혀 현지 법률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있었다! “용의 굴이든, 호랑이 굴이든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한다!”유회원을 구하는 것은 그가 용국과 국왕, 백성들에게 맹세한 약속이었다.“사령관님,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용병들을 자주 상대해 봤으니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진강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저도 데려가십시오! 저도 그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모티도 자진해서 나섰고, 티차는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했지만 끝내 내뱉지 않았다. 한지훈은 잠시 고민한 끝에 말했다.“나를 따라가면 위험할 수 있다. 여기 남아서 소
멤피스.멤피스는 이제 사라진 옛 도시의 흔적만 남은 황량한 지역으로, 수십 개의 황토 집과 거리 곳곳에는 총기를 닦고 있는 덥수룩한 수염의 용병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끔 그들 사이에서 흰 피부를 가진 백인 청년들이 한지훈과 일행의 차량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이곳은 야성, 잔혹함, 그리고 살육만이 존재하는 땅이었다.날마다 죽음과 맞닿아 살아가는 이 용병들은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한지훈의 차량이 마을 중심에 있는 작은 술집 앞을 지날 때, 여섯 명가량의 군복 차림 용병들이 차량을 가로막았다.그들 중 한 명인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용병은 운전석에 앉아 있던 진강을 향해 총을 겨누며 말했다.“어라, 이게 누구야? 진 씨 아닌가! 카로에서 귀족 노릇은 하지 않고 이런 촌구석까지 무슨 일로 온 거야?”수염남은 진강을 알아본 듯했고, 진강은 태연히 차량에서 내려 그와 인사를 나누며 말했다.“친구들과 물건 좀 거래하러 왔어. 근처에 숙소가 있을까?”“숙소?”수염남은 비웃듯 말했다.“여기선 숙소 같은 건 사치품이지. 한 10년 전에야 고급 호텔이 있었겠지만.”그는 길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던 용병들을 가리키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몇몇 다른 용병들도 덩달아 차량을 둘러싸고 창문 너머로 차량 안을 힐끔거리며 말했다.“진강, 네 차 안에 아주 위험한 물건이 있는 것 같은데!”젊은 용병이 뒷좌석에 앉아 있던 양령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그분은 양령아 씨이고, 내 손님이니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진강이 순식간에 얼굴으 굳히며 말했고, 이곳에서는 용병들을 절대 보통 사람처럼 대해서는 안 됐다! 사소한 양보나 주저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곳이었다.“진 씨, 네가 차에 이런 미인을 태우고 마을로 들어가는 건 위험해. 안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너도 잘 알 데 말이야. 야생 늑대와 빨간 모자 녀석들은 나처럼 예의를 차리지 않을 거거든!”수염남은 차창 너머로 양령아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는 선의를
누군가 대답하기도 전에, 산기슭 오솔길에서 마침내 한 줄기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손에는 적색 장총 한 자루가 들려있었고, 총끝은 반짝이는 금빛을 뿜어내면서 위엄을 돋보였다.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비할 데 없는 영무의 기운을 띠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자연과 하나로 융합된 것 같았다. 그의 등장은 모두의 주목을 이끌었다. 수만 개의 눈빛이 일제히 산 아래의 사람에게로 향했다. 심지어 축대 위에 있던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들도,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동시에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이내 천위에 버금가는 강한 위압이, 산길을 따라 걷고 있는 그 젊은 남자에게로 갑자기 덮쳤다. 그러나 이 위압은 젊은 남자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말은 즉 이 남자 역시 최소 5성 용급 천왕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5대 명산 제자 외에 이 세상에서 이러한 실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한지훈 외에 또 누가 있을까? “설마 한지훈?”차가운 눈빛을 한 구만리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느릿느릿 걸어오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맞아! 바로 저 놈이야!”창안백은 이를 갈며 단번에 한지훈을 알아보았다. 드디어 한지훈을 다시 만나게 된 창안백은 결국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나서서 돌진하여 한지훈의 따귀를 호되게 몇 대 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이성을 되찾고는 그의 충동을 억눌렀다. “훗, 이 자식 확실히 심상치는 않네. 이렇게나 큰 전투를 마주하고도 끝까지 침착할 수 있다니. 역시 내가 오길 잘했어!”임비양은 뒷짐을 진 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 놈 또한 천재라고 할 수 있어. 용국에 있는 5성 천왕 중 20대의 나이는 손에 꼽힐 정도였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장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됐어. 더욱이는 5대 명산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됐지. 오늘 용국은 결국 이렇게 인재 한 명을 잃게 되는 거야!”단해룡은 여유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얼핏 보면 한지훈을 안
구만리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말했다. 그러자 임비양은 고개를 돌려 구만리를 힐끗 보고는 차갑게 웃기만 했고, 다시 고개를 돌려 단해룡을 향해 손을 내밀고는 직접 그의 옆자리에 다가가 앉았다. 이것이 바로 임비양이 보여준 첫인상이었다. 비록 매우 건방져 보이긴 하지만, 광기 가득한 그는 사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의 배후에 천산이 있는 것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임비양 자신의 실력만 보아도 이곳에 있는 90%의 무종 강자들은 얼마든지 깔아뭉갤 수 있었다. “헉!”원상용 역시 심기불편한 눈빛으로 임비양을 흘깃 보고는 작은 소리로 동방소에게 말했다. “동방 선배님, 저 놈은 정말 미치광이인 것 같습니다. 구만리가 인사를 해도 감히 거들떠보지도 않네요?”“훗, 미치광이라?”동방소는 그저 조용히 수염을 매만지며 원상용을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저 놈의 정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네? 그저 천산 제자 아닙니까?”어리둥절 해난 원상용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내 동방소는 거듭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적천 알지? 그 사람도 천산 진종의 첫 번째 제자야. 항렬로 따지면 임비양은 그의 후배지!”“구만리는 패기가 넘치긴 하지만 필경 배후에는 든든한 지원자가 없어. 반면 저놈의 배후에는 무종이 있고 명산이 있고, 게다가 자체 실력 또한 구만리보다 약하지 않은 놈이야. 그렇기에 구만리는 그저 이 상황에 참을 수밖에 없어.” 동방소의 얘기를 들은 원상용은 저도 모르게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젊은 임비양이 이렇게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넌 아무 사람이나 천산 진종의 문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최근 백 년 동안 거둔 제자들은 10명밖에 되지도 않고, 임비양은 장 씨 집안의 보증을 받고 나서야 겨우 입문하게 된 거야!”“그 말은 즉 장 씨 집안의 체면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된 거지.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봐도 실력도 손색이 없고 자본 또한 충족하지!”“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모든 천산
사실 구만리와 장도령은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도 같은 사이였다. 두 사람은 20대에 서로에 대해 알게 된 이후로 감정이 줄곧 좋았을 뿐만 아니라 무도의 길을 걸으면서도 교류가 많았었다. 장도령에 대한 구만리의 인식은, 한지훈은 단지 20대의 어린 후배일 뿐이고 설령 그들과 비슷한 또래의 강자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결코 장도령의 상대가 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아마도 한지훈이 부정한 수단이라도 써서 장도령을 잔혹하게 죽였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심지어 초대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장도령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의 사연을 들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구만리를 바라보았고,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이 또한 무종에서의 구만리의 명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한편 축대 아래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군수군 속삭이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한지훈을 죽이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 설령 한지훈의 목숨이 열 개라 하더라도 순순히 바쳐야 할 것 같았다. 단해룡만이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심지어 많은 불세출 구세대들도 모두 직접 모습을 드러낸 반면 한지훈의 뒤에는 대체 누가 있는가? 국왕? 무종? 실력으로만 말하는 이곳에서는 그 어떤 외력도 소용없었다. 심지어 오늘 단해룡은 무종 제기까지 준비한 상황이다. 반쪽의 치우 검과 반쪽의 옛 방패까지... 이것은 무엇을 상징하는 건가? 그 말은 즉, 누구든지 무신의 면전에서 감히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신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격이 될 테니. 즉 천하의 무종들과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무종 대장로의 입을 막기 위함과 동시에 또한 다른 사람들의 입 또한 막으려는 의도였다. 지금 이 순간, 대장로의 마음은 이미 깊게 가라앉았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는 무종 대장로의 신분으로서 한지훈을 위해 공정을 논할 수 있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에 비해 그의 서열은 너무 낮았고 심지어 입을 열 자격조차 없
비록 무도의 길은 치우가 개척한 것은 아니지만, 무종 사람들은 줄곧 치우의 용무를 가장 숭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릇 무종에 중대한 일이 있거나 축제 행사가 열리게 되면 모두 이곳에서 진행했다.천년 동안 이곳은 그야말로 무종의 집회 장소였다. 뿐만 아니라 제단 주위에는 나무로 만든 누각이 둘러싸여 있었다. 이 나무로 만든 작은 누각들은 모두 3층으로 나뉘는데, 서열과 신분이 가장 높은 사람만이 꼭대기 층에 오를 수 있다. 작은 종문이나 서열이 낮은 사람들은 1층에만 있거나 문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수천 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제단의 상황을 보아도, 무맹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많은 종문들은 잇달아 나서서 체면을 세워주었고, 심지어 화산에서도 몇 명의 대표를 파견하여 참가하게 했다. 그렇게 작은 종문 사람들은 더욱더 무맹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화산을 대표하여 온 사람들을 본 무종 대장로는 저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은 필연코 오늘 동방 오우의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다. 대장로는 그 무리 속에서 대장로는 한눈에 창안백을 알아보았다. 창안백의 모습은 매우 위풍당당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사방을 훑으며 한지훈의 종적을 찾기 시작했다. “한지훈은 오늘 아마 목숨을 부지하기는 어려울 거야!”이때, 축대 위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흥!”그러나 창안백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난 오히려 그놈의 목숨만은 남겼으면 좋겠는데! 놈이 감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뺨을 때린 그날을 아직도 기억해. 난 기어코 저놈을 잡아다가 화산으로 끌고 가서 내가 당한 것의 천 배, 만 배는 돌려주고 말 거야!”창안백은 며칠 전 동방 오우의 죽음을 화산에 알렸고, 진종 장교는 그 소식을 접하고는 크게 노여워했다. 그러나 화산이 한지훈을 찾아내기도 전에, 장월동과 장도령의 사망 소식이 곧바로 전해졌다. 화산이 장 씨 집안과 마침 손을 잡으려는 순간, 뜻밖에도 단해룡이 산에서 내
한편 그 시각, 무신종 내전에서는 무적천이 모든 정력을 집중하여 흑룡심을 융합시키고 있었다. 흑룡심을 얻은 후로부터 무적천은 줄곧 융합의 방법을 찾고 있었고, 백번도 넘게 시도해 보았지만 매번 실패로 끝나게 됐다. “흑룡심이여!”무적천은 이번 또한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약간의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그건 바로 흑룡심을 융합시키려면 반드시 진법을 빌어 흑룡심을 자신의 본심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아직 반쪽짜리 흑룡심만 있었기에, 무적천은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괜히 자신의 본심과 바꾸었다가는 생명까지 걸어야 하는 큰일이었다. 약간의 착오라도 생기게 되면 천신계에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생명조차 지킬 수 없게 된다. “흥!”무적천은 원망 가득한 마음으로 공중에 떠 있는 흑룡심을 응시하고는, 옷소매를 뿌리치고 자리를 떠났다. “문주 님, 나오셨습니까?”이때 하인 한 명이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수건과 따뜻한 물을 건네주었다. “그래!”무적천은 어두운 얼굴로 수건을 받아 이마의 땀을 닦았다. 무의식중에 하인의 손에 든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 손에 든 건 뭔데?”“문주 님, 그... 이건 무맹이 보낸 초대장입니다!”하인은 공손하게 두 손으로 초대장을 무적천에게 건넸다. 무적천은 싸늘한 눈빛으로 하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초대장을 확인하였다. “흥, 정말 겁 대가리가 없네!”이내 무적천이 손에 힘을 주자, 그 초대장은 잿더미로 날아가게 됐다. “문주 님, 이것은 단해룡 선생이 직접 보내온 것입니다...”신임 장교 오양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이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을 못 죽인단 건 아니야. 그나저나 단해룡은 본인이 총명한 줄 알겠지. 이런 방식으로 한지훈을 진퇴양난의 지경으로 몰아넣다니!”“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지. 그건 바로 한지훈의 배후에는 예충기도 있다는 것을! 사실 나조차도 그 사람의 깊은 속내를 알아볼 수가 없어! 결코 한용과 비교해도 절대 약하지
설령 약왕파가 중립을 원한다고 해도 과연 무맹이 허락할까? 더욱이는 한지훈이 받아들이긴 할까? 이 일은 흑백 둘 중 무조건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그래, 중립!”황약사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비록 그동안 한지훈이 운 좋게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이번만큼은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야. 만약 변수가 없다면, 한지훈은 반드시 죽게 될 거라고!”“이렇게나 위험한 국면에 우리의 미래를 걸 수는 없어. 중립이 비록 쉽지 않긴 하지만, 무조건 불가능한 건 아니야. 하지만 난 절대 한지훈을 비방하려는 것도 아니야. 누가 이기든지 막론하고 우린 결코 나서지 않겠다는 거지. 이게 바로 중립의 뜻이야!”“우린 무맹의 미움도 사서는 안 되지만, 한지훈의 미움도 사서는 안 돼. 알겠어?”황약사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난감한 듯 눈빛을 주고받았다. 황약사는 뜻밖에도 단언했다. 만약 의외의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지훈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니! “문주 님, 그 말씀은 한지훈이 필연코 단해룡한테 당하게 될 거라는 말씀인 겁니까? 하지만 이 영상 좀 보세요...”대장로는 방금 그 동영상을 황약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딴 건 중요하지 않아!”그러나 황약사는 차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맹 대회야말로 단해룡의 홈구장이야. 그가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은 매우 많은 반면, 한지훈은 오로지 홀몸으로 싸워야 돼!”“천하의 모든 무종들이 모이게 될 텐데, 한지훈의 몸이 철이라 해도 혼자서 그 장정들을 어떻게 대처하냐고!”“이젠 어쩔 수 없어. 지금으로서는 용각도 국왕도 심지어 무종들도 포함해서 그 누구도 한지훈을 구해낼 수 없어. 다만 무적천이 참석할지는 아직 미지수야!”“만약 무적천 또한 초청을 받고 참석하게 된다면, 한지훈은 구사일생할 가능성이 있지!”황약사는 서성거리며 말했다. 사실 한지훈의 사활은 그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약왕파의 이익을 고려하면 한지훈과 대립면에 서야만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지만
“대장로님, 그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럽 무도 학원의 일은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만약 그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제가 어떻게 감히 마음 놓고 만리 밖에 있는 유럽까지 갈 수가 있겠습니까?”“만약 유럽 무도 학원이 점점 강대해진다면 저희 용국에 반드시 큰 환난이 찾아올 것입니다.” 한지훈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장로는 내심 저도 모르게 감동했다. 설사 생사의 고비에 이르게 되더라도 한지훈은 여전히 진심으로 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다. “한지훈, 용국이 그동안 너에게 빚진 것이 너무 많아. 우리 무종이 나서서 돕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종과 무맹은 항상 상부상조하는 사이야. 예로부터 무종은 사당을 휩쓸고, 무맹은 강호를 제패하고 있지!”“하지만 안심해, 내가 내 목숨을 거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너를 지킬 거야!”장로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감격에 겨운 채 입을 열었다. “대장로님, 그런 마음을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사당에는 대장로님이 절대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됩니다. 그에 비해 전 그저 한가한 사람이니 있으니 마나 한 존재죠!”이내 한지훈은 차 한 잔을 따르고 대장로의 앞에 건네주었다. “아이고!”대장로는 사실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한지훈을 마주한 장로들은, 심지어 자신의 추태를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먼저 창령산에 가서 상황을 보고 있을게. 때가 되면 우리는 창령산에서 합류하자고!”말을 마치자마자 대장로는 찻잔을 들고는 단숨에 원샷했다. 곧이어 대장로가 떠난 후, 한지훈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마음을 안정시켰다. 이 상황에 만약 한지훈이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이다. 무맹을 상대로 한지훈은 그저 혼자일 뿐이었다. 이것은 용담 호혈에 깊이 들어가는 것 못지않은 위험한 일이었다. 이날 오후, 무맹이 곧 천하 무종 성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여러 매체에
한편 그 시각, 한지훈은 강우연에게 간단한 진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미 며칠 간의 연습을 거쳐 강우연은 이미 일부 간단한 진법을 자신의 무도와 함께 섞을 수 있게 되었다. 전력으로 따지면 일성준 사령관에 버금가는 정도였다. “진법의 위력이 이렇게나 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가볍게 한 번 주먹을 휘두른 강우연은 감개무량한 듯 말했다. “진법은 사실 무도의 증폭기라고 할 수 있어. 공기 중 저항력을 낮출 수 있기에 진법의 주먹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보다도 더욱 큰 힘을 발휘하여 파괴력도 더 강해!”한지훈은 강우연에게 설명을 해주었다.바로 이때, 뒷 화원의 문어귀에 도착한 도청 전인이 한지훈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었다. 한지훈은 평소와는 다른 도청 전인의 표정에 잠시 망설이다가 강우연에게 한마디 하였다. “우연아, 일단 계속 여기서 연습하고 있어. 나 잠시 나갔다가 바로 돌아올게!”이내 한지훈은 성큼성큼 문어귀에 다가와 낮은 소리로 도청 전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주상, 보십시오. 무맹이 보낸 초청장입니다. 내용만 보면 그저 단해룡이 단순히 관문을 나선 것 같은데, 실상은 주상님을 모해하려는 것 같습니다!”도청 전인은 초대장을 한지훈의 손에 건네며 한숨을 쉬었다. 초대장을 힐끗 훑은 한지훈은 내심 감탄하게 됐다. 단해룡은 그야말로 교활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맹을 오늘의 최정상까지 발전시킬 수는 없으니. “그래, 알겠어. 3일 후에 난 창령산으로 갈 거야. 때가 되면 넌 무조건 집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해. 혹여 무맹이 강중으로 사람을 보낼 수도 있으니!”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 “주상, 제가 보기에는 저희에게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국왕에게 도움을 청하여 잠시 천자각이나 용화전에서 지내도 되고요. 단해룡이 아무리 능력이 강하고 지위가 높다 해도 감히 천자각까지 가서 소란을 피울 리가 있을까요?”도청 전인은 한껏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창령산으로 간다는 건? 그건 곧 스스로
“네! 알겠습니다!”노 씨 어르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드러났다. 한지훈은 이번만큼은 피해 가기 어려울 거라 확신했다. 설령 참석하든 안 하든 필연코 사신의 큰 화를 불러올 거라 생각했다. 흔쾌히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그는 결국 무맹 종문의 수많은 강자들에게 의해 포위당하게 된다. 천신과도 같은 강자를 마주하게 되면, 한지훈은 감히 쉽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천신계 강자들은 침 한번 뱉는 것만으로도 한지훈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반대로 만약 한지훈이 참석하지 않는다면, 무맹에게는 맹주를 불경하게 대했다는 구실이 하나 생겨 단해룡이 종문 문주들을 거느리고 직접 한 씨 집안으로 향하여 죄를 물을 수도 있었다. 때가 되면 국왕도 한지훈의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게 된다. 이 생각에 노 씨 어르신은 밖으로 나가면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기에, 무맹은 손가락 하나로 세계 각지에 바로 초청장을 보낼 수가 있다. 그날 오후, 무종 대장로는 단해룡의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열어보지 않고도, 단해룡의 의도를 알아맞힐 수 있었다. “큰일 났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관문을 벗어난 거지? 은거하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어떡하지!”대장로는 초대장을 손에 쥔 채 왔다 갔다 하며 주위를 서성거렸다. “대장로님, 무종의 권위를 동원해서라도 이번 성회는 취소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이때 옆에 있던 삼장로가 일어나 말했다. “취소?”그 말에 대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단해룡이 어떤 성질머리를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잖아. 만약 우리가 감히 막무가내로 권력을 행사한다면, 그는 결국 국왕과 사당의 대립면에 서게 될 거라고!”“상대는 결코 무적천이나 장도령과는 달라. 무맹은 매우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게다가 그 자신 또한 장도령보다도 약하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어. 그는 자신이 강한 걸 잘 알기에 이렇게 제멋대로 일을 벌이는 거야!”“만약 정말 우리가 나선다면 나한테 일이 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