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한 약속을 절대 잊지는 마. 곤윤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으마!”말을 마친 예 씨 어르신은 국왕과 악수를 나누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진왕을 노려보았다. “멍하니 서서 뭐 해? 넌 나랑 가야지!” 진왕은 내심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예 씨 어르신을 따라 함께 용각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강만용과 신한국도 국왕에게 작별을 고하고는,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였다. 그리고는 각자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예 씨 어르신과 함께 곤윤으로 돌아가게 됐다. 두 각로 또한 예 씨 어르신이 결코 심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예 씨 어르신의 문하에, 자신들의 손자를 들여보낼 수만 있다면 앞으로 그들의 앞날은 매우 창창할 것 같았다. “폐하, 이왕 파룡군이 다시 재편된 이상 사령관의 자리는 여전히 유청이 맡았으면 합니다!”한지훈이 자신의 뜻을 밝히자, 국왕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 말은 더 이상 북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거야?”사실 국왕은 한지훈의 뜻을 오해하고 있었다. 그가 국왕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북양을 떠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한지훈이 다시 북양의 사령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이다. “폐하께서도 보셨다시피 저는 요즘 집안에 자질구레한 일도 너무 많고, 게다가 4대 가문도 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만약 제가 다시 북양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반드시 큰 파란이 일어날 것입니다!”한지훈은 생각에 잠긴 듯 조심스레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국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암만 생각해도 한지훈은 용국의 안정을 지키기에 매우 중요한 존재였다. 일단 한지훈이 다시 북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이 퍼지게 되면, 수많은 열국이 군대를 철수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한지훈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완곡하게 거절하는 한지훈의 뜻에, 국왕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했다. 현재 용국에서의 4대 가문의 영향력
하지만 그 검은 그림자의 속도는 매우 빨라서 설령 한지훈이라 할지라도 쉽게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용칠은 이미 저 멀리까지 떨어져 있었다. ‘삼성 천왕계인가?’ 쫓아가는 내내 한지훈은 머리를 굴렸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국왕을 위협하려 하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이 사람의 몸놀림은 매우 빨라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자괴감까지 들었다. 곧이어 검은 그림자는 어느새 천자각 담 밖에 도착하였고, 바로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담을 뛰어넘었다. 한지훈 또한 바로 그 뒤를 쫓아갔다. 이내 검은 그림자가 천자각에 침입하려는 순간, 여섯 명의 국로가 갑자기 나타나 천자각 앞을 가로막았다. “누가 감히 이곳에 발을 내디뎌! 천자각에 함부로 무단침입하면 벌을 받게 될 텐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사람은 검은 그림자를 겹겹이 에워쌌고, 그 무렵 한지훈도 도착하였다. “어르신들, 전 흑병대 진우라고 합니다!”이내 검은 그림자는 허리춤에서 검은 옥패 하나를 꺼내 들고는 여섯 명의 국로에게 보여주었다. ‘흑병대? 바로 천자각 소속의 용국 최고 정보기관이잖아.’ “당장 마스크 벗어!” 하지만 국로들은 여전히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국로 님, 저 정말 진우 맞습니다! 방금 유럽에서 금방 돌아왔고요. 지금으로선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폐하를 만나고 싶습니다!”진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려!”곧이어 한 국로가 몸을 돌려 천자각 안으로 먼저 걸어갔다. 남은 다섯 명의 국로들은 여전히 진우를 에워싼 채 조금도 놓아줄 마음이 없었다. 그렇게 족히 5분이 흐르고 나서야, 방금 자리를 떠난 국로가 다시 돌아와 진우에게 말했다. “천자께서 무기를 내놓으시라 한다!”그러자 진우는 두 손을 번쩍 들고는 국로들을 향해 말했다. “저 원래 아무 무기도 안 가지고 왔어요. 안 믿기시면 직접 몸수색해 보셔도 됩니다!”곧이어 진우는 드디어 천자각으로 들어섰다. 저벅저벅 걸어가던 그는 갑자기 머리를 돌려 자신의 뒤를 따르는 한지훈
열국의 수많은 고수들이 점차 복귀하게 되면서, 각 국군은 천왕급 고수들로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만약 용국 무종의 고수들을 처단하게 되면, 다음 기회에 열국이 다시 용국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게 되면 더 이상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이 없게 된다. “무종을 도살하려 한다고요?” 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듣고 보면 일리가 있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만약 놈들의 계획이 들키게 된다면 무종은 절대 수수방관할 리도 없을 것이다. 설령 무종이 몰살당한다 하더라도, 유럽의 그 작은 나라들의 실력으로는 용국 전체를 뒤흔들기란 거의 불가능이었다. 생각에 잠긴 한지훈은 이내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제가 보기엔 놈들은 매우 명확한 목적성이 있는 것 같아요. 혹은 무종을 겨냥하는 것이 어찌 보면 그들의 속임수일 수도 있어요!”“한지훈, 이 정보는 아주 확실한 거요. 우리 쪽 고급 정보원이 직접 내부로 침입하여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특별히 알아낸 정보야! 틀릴 일은 없어!”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찌 됐든 이는 국본과 관련된 거사였기에, 진우도 허튼소리를 할 리는 없었다. “정보는 정확하겠죠. 하지만 제 말은, 대체 유럽의 어느 실력 좋은 나라가 감히 용국 무종을 상대로 도발을 하겠냐는 말입니다.”“용국은 예로부터 상무의 기풍이 있어 지금까지도 약 1200개가 넘는 문파들이 즐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한 세력을 상대로, 유럽의 그 작은 나라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이국이라 할지라도 감히 이렇게 나설 생각은 하지도 못할 겁니다!”“그리고 진작에 무신종이 유럽의 고수들을 얼마나 죽였는지, 그들 또한 잘 알고 있을 거잖아요?”한지훈은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진우는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네 말도 맞긴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어. 게다가, 이 놈들은 이미 여러 가지 신분으로 위장하여 용국에 잠입한 상황이란 말이야!" "형님, 제가 보기엔
“강 대표님, 그 돈은 어떻게 조달하고 계신가요?”전화를 받자마자 이국호의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우연 그룹은 완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 상황인 데다가, 모든 은행들도 우연 그룹과의 합작을 끊어버렸다. 이 비상사태에, 우연 그룹의 현재 장부에는 수백억은 더욱 말할 것도 없고, 수백만의 금액조차도 꺼낼 수가 없었다. “이 대표님, 제가 대표님을 믿은 게 멍청했네요. 게다가 애초에 대표님께서 기어코 주식을 매수하려고 하셨는데, 지금 우연 그룹이 이렇게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 굳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례하게 구는 것은 좀 너무한 것 같습니다!”강우연은 씩씩거리며 겨우 마음속 노기를 억누르고는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이번 일은 저를 탓할게 아니에요! 저 또한 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우연 그룹에 투자를 한 건데, 지금 다들 저한테 돈을 돌려달라고 하니 저야 당연히 현금으로 바꿔서라도 돌려줘야죠!”“사실 우연 그룹에게 있어서, 100억은 단지 적은 금액일 뿐이잖아요!”“강 대표님이 오늘 이 난국에 빠진 것은 전부 라해붕 그 사람의 200억 때문이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오히려 강 대표님을 도와 방법을 생각해 볼 의향도 있어요. 저의 작은 부탁만 하나만 들어준다면!”이국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말씀해 보세요!”어두운 표정의 강우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라해붕에게 줄 그 돈을 조금만 미뤄서 줄 수 있다면, 먼저 제 이 100억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어떠신가요? 저 지금 정말 급하거든요!”하지만 이국호의 말투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게 전혀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차갑게 웃었다. “물론 가능하죠. 라 대표가 저희 우연 그룹에 시간을 좀만 줄 수 있다면 200억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죠! 이 대표님의 그 50억 도 얼마든지 드릴 수 있고요!”“우연 그룹이 그동안 받은 주문량과 그에 딸린 이윤이 얼마나 많은지, 제가 굳이 얘기하지 않
동방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강우연은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라이언 회사와의 계약 그리고 라해붕과의 갈등, 이 모든 게 동양염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크게 한 바퀴 돌고 돌아 결국 동방염의 올가미에 걸려들게 된 것이다. “어르신, 나 대표님! 저희 이젠 그만 가죠!”강우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간다고요? 강 대표님, 제가 미리 경고하는데 그 400억, 3일 안에 반드시 입금해야 합니다. 아니면 계약 사항을 위반하는 것이기에 자칫했다가는 두 배로 배상해야 돼요!”“우연 그룹을 아예 팔아넘겨도 두 배인 800억 원이나 받을 수 있긴 할까요?” 그 말을 들은 강우연은 순간 몸이 굳어 발걸음을 멈추고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동방염에게 말했다. “설령 우연 그룹이 나중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더 이상 이런 식으로 저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 마시죠!”동방염이 어떤 사람인지 강우연은 이젠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골치 아프게 얽히고 싶지가 않았다. “역시!”그러자 동방염은 크게 웃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역시 한지훈의 여자다워. 아주 패기 넘치네! 내가 그동안 판을 짠 게 헛수고는 아니었어!”“그나저나 내 사부님을 데려오면 네가 날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고, 역시 여자들은 멍청하고 순진하다니까!”이내 나계홍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강우연의 몸 앞을 가로막고는 말했다. “동방 도련님, 그만 자중하세요!”“네가 뭔데! 당장 꺼져! 죽여버리기 전에!”동방염은 눈을 부릅뜬 채 나계홍을 향해 노호하며 말했다. “나 대표님, 더 이상 상대하지 말고 이만 갑시다! 놈이 어떤 식으로 도발하든 말리지 마세요!”잔뜩 화가 난 강우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곧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웬 두 명의 그림자가 강우연 일행의 길을 막았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동방 도련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이 룸에서
라해붕의 등장으로 인해, 정세는 순식간에 더욱 악화되었다. 도청 전인은 홀로 1대 3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강우연의 안위를 보장할 수가 없었다. 설사 도청 전인이 캐럴과 로드 두 사람을 붙잡고 있는다 하더라도, 라해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얘들아, 뭐 해? 당장 들어와!”일찍이 손을 써둔 나계홍은 이내 문밖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뒤이어 10여 명의 검은 옷의 경호원들이 손에 권총을 든 채 재빨리 룸으로 뛰여 들었다. 만약 일반인만을 상대하는 상황이라면, 이 정도 수의 경호원들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동방염과 라해붕 등은 이 광경을 보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저 하하 웃었다. 곧이어 라해붕은 앞으로 한걸음 내딛고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런 땅강아지들 같으니라고... 총이 아니라 대포를 하나씩 쥐어줘도 너희들이 과연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 자, 배짱 있으면 당장 총 쏴봐. 나랑 한번 붙어보자고!”라해붕은 직접 손으로 총구를 자신의 이마에 겨누고는 악랄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진작에 이런 아마추어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를 않았다. 제 아무리 저격 소총을 들고 있더라도, 그를 다치게 하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할 뿐이었다. “내가 정말 총 쏘라고 명령을 내릴 용기가 없다고 생각해?”잔뜩 화가 난 나계홍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그는 무자가 아니고, 더우기는 무도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라해붕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가늠을 하지 못했다. 지금으로서 그는 단지 강우연을 지키려는 일념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한지훈이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테니까. “여봐라, 당장 사격해! 죽게 되면 내가 책임 질게!”그렇게 나계홍은 손으로 라해붕을 가리키고는 이를 갈며 소리쳤다. 이내 경호원 몇 명이 잠시 망설이더니 라해붕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탕탕탕!”곧이어 콩 튀기는 듯한 총소리가 룸에서 울렸다. “하하!”뒤이어 총소리가 멈췄고, 라해붕은 오만방자하게 웃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총알들은 그의 가슴
“저렇게 수준 낮은 놈은, 우리 동방 집안이랑 같이 얘기를 나눌 가치도 없어. 게다가 저 놈을 보내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한지훈에게 소식을 전해주겠어?”“한지훈이 오지 않으면, 이 판은 더 이상 재미도 없는걸!”동방염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내 그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곧바로 캐럴은 재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단번에 도청 전인을 급습했다. 그 뒤를 따라 로드도 바로 도청 전인의 뒤를 노렸다. 다행히도 눈치가 빨랐던 도청 전인은 칼을 꺼내든 채 황급히 뒤로 물러서고는 강우연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 “동방염 네 이놈, 감히 스승에 대한 은혜도 모르는 놈아!”잔뜩 화가 난 도청 전인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지만, 4성 천급 천왕계의 고수 두 명을 상대로 그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만약 부상이라도 전부 회복되었다면 아마도 승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전히 상처가 아물고 있는 시기였기에, 이 상황에 두 명을 상대하는 건 그야말로 죽음의 길이었다. “스승에 대한 은혜? 내가 당신한테 충고하는데 되도록이면 선을 넘지 마. 혹시 모르잖아, 내가 기분이 좋아서 당신을 좀 봐줄 수도 있을지. 괜히 나한테 미움 보였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수가 있어!”이내 동방염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다들 저 영감 잡아!”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라해붕도 함께 전단에 합류했다. 그렇게 도청 전인은 홀로 세 사람을 상대하게 됐다. 비록 도청 전인은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두 주먹으로는 결코 여섯 주먹을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방심한 틈에, 로드에게 습격을 당하게 됐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도청 전인의 몸은 어느새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내 그가 힘없이 땅에 쓰러지자마자, 캐럴은 다리를 들어 힘껏 그의 가슴을 밟았다. “영감, 적당히 나댈 줄 알아야지! 동방 도련님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진작에 죽었을 거야!”캐럴은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지은 채, 밧줄을 풀어 도청 전인을 단단히 묶었다. “강
그렇게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투기는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한지훈은 빠른 걸음으로 전투기에 올라타 직접 선창 뚜껑을 잠그고는 재빨리 비행기를 활주로로 들어서게끔 하였다. 용칠이 도착했을 무렵, 전투기는 이미 하늘로 날아오른 상황이었다. 전투기가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용칠은 한지훈이 강중으로 급히 돌아가게 된 이 소식을 용월에게 전해주었다. 뒤이어 두 시간도 안 되어 한지훈은 강중 공항에 착륙하였다. 그는 쉴 틈 없이 바로 우연 그룹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 시각, 용월과 나계홍은 이미 사무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용월?”다소 놀란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용왕 님께서 막 출발하시자마자 용칠이 저한테 소식을 전했어요. 방금 나 대표께서는 이미 저한테 자초지종을 얘기해 주셨고, 신룡전이 이미 이 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좋은 소식이 찾아올 것입니다!” 강중 일대는 본래 국내에 있는 몇 곳의 신룡전 본거지 중의 하나였다. 이 때문에 감시망이 촘촘하게 깔려있어 동방염 일행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웠다.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계홍을 향해 말했다. “도청 전인도 돌아오지 않았다고?”“한 선생, 보아하니 놈들은 여러 명의 고수들을 데리고 있더라고요. 그중 라해붕이라는 사람이 제일 심상치 않더군요. 제 수하가 바로 그놈의 손에 죽게 된 겁니다. 총을 쏘더라도 전혀 상처를 입힐 수가 없었어요!”나계홍은 자리를 뜨기 전의 상황만 잘 알고 있었기에, 현재 도청 전인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한편 그 시각, 도청 전인과 강우연은 강중 부근의 한 장원에 위치한 두 칸짜리 암실에 갇혀있었다. 반면 동방염은 소파에 앉아 와인을 음미하며 캐럴을 향해 말했다. “한지훈 그놈, 소식 접하게 되면 무조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곳으로 달려올 거야. 너희들, 준비 됐지?”“도련님이 분부하신 대로 저희는 한지훈이 이곳으
“하! 이 탐욕스러운 늙은 개 같으니라고!”제이슨이 이를 갈며 일그러진 표정을 띤 채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일어나, 네가 아직 가치가 있을 때 네 목숨이 보장되는 거다. 알겠나?”한지훈이 고개를 들어 제이슨을 향해 담담히 말하자, 제이슨의 눈동자가 빠르게 회전했다.그는 결코 무능한 자가 아니었다. 아시란치 같은 대가문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누구나 세상사를 잘 알고 지혜롭기 마련이었다.한지훈이 지금 이 말을 꺼낸 것은 단순히 제이슨을 위협하려는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지금 이 순간, 칼날이 제이슨의 목에 닿아 있는 상황에서 한지훈이 그를 협박할 필요는 없었다. “한 선생님,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제이슨의 표정이 한결 차분해졌다.방금 전 전화 통화 이후로, 제이슨은 생각이 번뜩이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아시란치 가문은 결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오직 후계자로 내정된 자들만이 가문의 전폭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니 그는 단지 가문의 장난감일 뿐이었다. “아시란치 가문에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네가 마침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거나 그 문제와 연관이 있을 때, 넌 아시란치 가문의 중요한 사람이 되니 그때 네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거다!”한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제이슨의 푸른 눈동자가 한지훈의 얼굴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의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만요! 러셀로란 가문의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한 선생님께서는 제 경호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두 분은 우리 아시란치 가문과 이미 내정된 협약이 있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이는 정말 과감한 배반이었고, 제이슨의 마음속에는 이미 원대한 계획이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방관하는 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했다. 아시란치 가문이 더 이상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다면, 그 가문의 존폐 따위가 그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보아하니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 것 같군.”한지훈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한 선생, 나... 난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당장 너희 가문에게 연락해! 우선 네가 무사하다고 안부를 전하고, 어젯밤의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 에먼로가 도망간 후 산토스가 또 직접 나서서 처단했다고. 난 이미 월영과 창월의 손에 죽게 됐다고!”이내 한지훈은 핸드폰 한 대를 제이슨 앞에 던졌다. 그 말을 들은 제이슨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전의 그는 가문을 팔아먹기는 했었지만, 배신을 한 적은 없었다. 만약 이 거짓말을 한 게 나중에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는 바로 아시란치 가문의 반역자로 전락된다. “한... 한 선생, 내... 내가 직접 그런 얘기를 전하는 건 아마 신빙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어. 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병신이라 내가 살아남게 된다는 건... 말이 되지도 않는 일이야!”제이슨은 덜덜 떨며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뒤에 있는 거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걱정 마. 넌 다치게 될 일은 없어. 저 거울을 보면 알게 될걸!”그 말에 놀란 제이슨은 창백해진 얼굴로 급히 몸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그여진 긴 칼자국을 보고는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겨우 마음속의 분노를 참아내었고,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앞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입력했다. 그의 얼굴의 이 칼자국은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어떻게든 러셀로란 가문과 아시란치 가문의 의심을 털어내는 것이었다. 만약 이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그 칼은 다시 한번 그의 얼굴에 그리고 그의 목에 떨어질게 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상 통화가 연결되었고, 휴대폰 너머로는 백발이 가득한 노인이 제이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할아버지, 저... 제이슨입니다!”“제이슨, 너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왜 그동안 연락이 안 된 거야! 그리고, 에먼로가 너에 대한 험담을 하던
핸드폰을 건네받은 당국호는 메시지를 흘깃 보았다. 방금까지 전혀 개의치 않던 모습을 보이던 당국호는 모든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는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 “뭐라고요? 유럽의 이 놈들, 단단히 미친 거 아니에요? 일단 천신계의 강자가 세상에 들어서게 되면 그것은 세상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이미 백 세에 가까운 연세인 장로는, 그동안 천신계의 강자를 수도 없이 직접 만나봤기에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수십 년 전 당시에도, 두 개의 수류탄의 위력은 천신계의 강자가 뿜어낼 수 있는 파괴력에 훨씬 못 미쳤다. “대장로님, 사실 저희는 이번 일을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용국 그리고 용국 무종에 몇 명의 천신계의 강자가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국왕은 더없이 엄숙한 표정과 장엄한 말투로 물었다. “그... 자세히 얘기하자면, 이미 알려진 천신계의 강자는 대부분 무신종이긴 하지만 단 4명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잠잠하게 지내면서 무학에만 집착하여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남은 종문은 많아도 10명은 넘지 않을 겁니다!”“천신계는 천왕계와는 다릅니다. 일단 천신계를 돌파한 무자들이라면 그 누구든지 모두 하늘의 은총을 받은 행운아들이고, 천부적인 재능이든 오성이든 모두 갖춘 최상위 포식자들입니다!”대장로의 이 말 뜻은, 결국 용국의 천신계의 강자는 사실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한 나라 혹은 두 개 나라를 상대하는 것까지는 괜찮을진 몰라도, 전 세계를 상대하는 건 용국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판도라의 마법 상자와도 같았다. 일단 열리게 되면 그 누구도, 국면을 뒤바뀔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때 진우도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는 문에 들어서자마자, 굳어진 표정의 국왕과 대장로 두 사람을 발견하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그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다. “폐하, 무슨 큰일이 난 건가요?”이내 진우는 고개를 돌려 대장로를 바라보
한지훈은 월영을 지그시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용국이야!'” 이내 월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용국의 무종 그리고 무맹이야. 필경 용국은 매우 신비롭고 역사가 유구하잖아!”“수천 개의 종문 하나하나가 모두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 각 종문마다 얼마나 많은 천신급의 존재가 있는지 그 누구도 감히 가늠하지도 못해. 이 상황에 전 세계의 모든 무자들이 연합하여 함께 용국을 겨냥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용국을 상대할 용기가 있을까?”월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번 일은 용국, 부상, 기타 주변 여러 나라들 그리고 용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라들한테도 모두 중요한 하나의 대사였다. “역시나!”얘기를 들은 한지훈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초청한 사람들 중에 틀림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그들한테 매수되었을 거야!” 한지훈은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 자리에서 초대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훗날 배신을 할 사람들은 아니라 생각했다. 믿음직한 동반자들이 아니고서야 무도 학원은 평온할 날이 없을 테니까. “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렇게까지 티 내면서 매수를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이 무도학원에 대해서는 우리가 깊이 연구할 가치가 있긴 해. 나의 스승님은 동황도 전에 말씀하시길, 무도 학원은 결코 단지 용국을 상대하기 위한 용도는 아니라고 하셨어!”“아마도, 그들은 전 세계 무도가의 이름을 걸고 어떠한 중요한 계약 하나를 수정할 수가 있다는 추측을 하셨어!”월영이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흥! 계약 수정은 무슨! 단지 평화의 수단을 통해 천신계의 강자가 세속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뿐이야! 유럽 놈들은 천신계라는 이 높은 경지라면 얼마든지 전 세계 어떤 세력도 압도할 자신이 있다고 믿거든!”“물론 그 세력에는 용국도 포함되고!” 창월은 씩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그 말에 한지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재로서 열국이 다들
그러자 창월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러셀로란 가문을 상대하기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야. 사실 이미 도망간 에먼로 그놈이 가장 문제야. 아니면 차라리 우리가 그놈을 찾아내서 죽이자고!”“아니면, 이 놈을 이용해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어!”이내 창월은 다시 단도를 꺼내 제이슨의 얼굴을 겨누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놓고 에먼로를 추격하는 건 하책이야. 그놈은 조만간 알아서 스스로 찾아올 거야. 일단 내일 아침, 제이슨더러 가문에 전화 한 통 넣으라고 해!”월영은 혼수상태에 빠진 제이슨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래도 어찌 됐든 이 놈은 아시란치 가문의 외련 두목이야. 어떻게 이용하든지 너무 과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그 수사자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아시란치 가문 족장의 별명이 바로 수사자왕이었다. 그는 도통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인물로 이미 천신계의 실력에 다다르기도 했다. 다만 여태 아무도 그와 대결을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유럽의 몇 대 가문의 배후에는 모두 매우 강력한 세력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무도와 세속 사이에는 규칙 또한 존재했다. 천신계의 강자는 멋대로 세속에 개입할 수 없고, 더우기는 멋대로 일반인에게 손을 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그 규칙을 어기게 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두 번 벤다고 해서, 뭐 딱히 고통을 느끼기야 할까?”이내 창월은 손에 든 날카로운 단도로 제이슨의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렇게 제이슨의 얼굴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제이슨이었지만, 떨어진 살 가죽에 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뒤이어 월영이 땅 위의 피를 밟으며 천천히 다가가 분홍색 작은 도자기 병을 꺼내더니, 이내 그 안의 가루약을 꺼내 시체에 뿌렸다. 곧바로 온 땅에 널브러진 시체는 농혈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농혈은 맑고 투명한 액
“그 말은, 유회원이 너희들로부터 구속을 받은 적은 없다는 거야?”이내 한지훈이 물었다. 방금 제이슨의 말로부터, 한지훈은 유회원의 지위가 결코 낮지 않고 또한 아시란치 가문과의 협력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닐 거라 본능적으로 추측했다. “구속?”그러자 제이슨은 쓴웃음을 드러냈다. “한 선생, 당신이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유회원이 먼저 주동적으로 우리 아시란치 가문을 찾아와서 같이 협력할 것을 요구했어!”“게다가 나조차도 그의 행방을 모르는데, 어떻게 우리가 그놈을 구속할 수가 있어!”“그의 배후의 세력이 우리 아시란치 가문을 증오하여 우리가 그를 납치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 거야. 그것은 제대로 헛소리에 불과해. 한 선생, 나... 나는 이미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모두 털어놨어!”뭐라고? “유회원의 뒤에 또 세력이 있다는 거야?”한지훈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바, 유회원은 틀림없이 여러 가지 신분을 갖고 있을 것이고 흑병대 간첩은 그의 많은 신분 중의 하나일 것이라 예상했다. “맞아. 광명존이라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난 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게다가 우리 할아버지조차도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어. 그래서... 내... 내가 알고 있는 건 정말 이게 다야. 난 그저 평범한 아시란치 가문의 자제일 뿐이라고!”“이렇게 지위가 낮은 나를 잡아가서는, 당신한테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제이슨은 필사적으로 아시란치 가문을 내다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지훈은 여전히 마음을 열 의사가 없어 보였다. 광명존? 설마 광명 십존! 순간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났다. 제이슨의 말은 충분히 신빙성이 높았다. 광명파는 줄곧 용족 유적을 찾고 있었고, 용심이야말로 용족 유적의 비밀을 여는 유일한 열쇠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집트에 바로 남은 반쪽의 검은 용심이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번 작전이 광명존과 연관이 있다는 거야? 그럼 러셀로란 가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집트의 고수들은 저주를 받게 된 후로, 천왕계를 돌파한 후 화성의 장악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토스는 쉽게 5성 용급 천왕계를 돌파해 버렸다. 화성에 대한 그들의 장악과 운용은, 이미 두펑과는 아예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비교할 수 조차 없었다. 그 기세는 에먼로도 막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내 눈 깜짝할 사이에 에먼로의 두루마기에는 큰 불이 붙어버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하얀 두루마기는 아예 거지 꼴이 되었다. “죽여버릴 거야!”에먼로는 자신의 주교 두루마기가 불타는 모습에, 이성을 잃고는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에게로 달려들었다. 곧바로 그중 한 제사장을 칼로 찔렀고, 동시에 그의 뒤에서는 산토스가 단도를 든 채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었다. “으윽!”잇달아 두 번의 신음 소리가 들렸고, 에먼로와 그 제사장은 거의 동시에 온몸에 피를 묻히게 됐다. 에먼로의 칼은 제사장의 아랫배에 박혔고, 산토스의 칼은 에먼로의 어깨에 박히게 됐는데 그 칼은 당장이라도 뼈에 닿을 정도였다. 겨우 고통을 참아가고 있는 에먼로의 손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움직이게 되면 그에게는 죽음의 길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제이슨을 바라보았다. “산토스! 오늘 네가 벌인 짓에 위해,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에먼로는 모진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더 이상 잠시도 머물지 않고 고개를 돌려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다른 한 켠에서는, 아슬아슬하게 한지훈의 오릉군 가시를 스쳐 지나간 카푸아의 눈앞에는 또 다른 악풍이 몰아쳤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꼼짝도 할 수가 없어, 월영이 단칼에 자신을 찌르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푸!”이내 카푸아는 피를 내뿜고는 몸이 옆으로 쏠리더니, 술상 두 개를 와르르 쓰러뜨렸다. 그가 다시 일어나기도 전에, 오릉군 가시는 강력한 기세와 함께 또다시 순식간에 그의 눈앞으로 날아올랐다. “푸!”순간 약간의 한기가 카푸아의 눈앞에서 번쩍이더니 곧바로 그의 미간을 뚫어버
“한 선생, 당신도 방금 들었다시피 지금 유회원 그 사람은 여기에 없어. 만약 정말 그를 만나고 싶다면, 우리랑 함께 수십 킬로미터 밖에 떨어진 카만으로 가도 돼!”에먼로는 애써 가슴속의 노기를 억누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뭐? 유회원이 카만에 있다고? 그 말은 너희들, 나를 유럽까지 끌고 갈 생각이야?”그 말에 한지훈은 차갑게 웃었다. 사실 그는 두 제사장의 힘을 빌어 에먼로와 카푸아를 제거하고 제이슨까지 생포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손 안 대고 쉽게 코를 풀 생각이었다. 필경 아시란치 같은 강력한 가문을 상대하려면 수중에 당연히 회심의 카드가 있어야만 했다. 한편 어느새 한지훈의 의도를 알아차린 월영과 창월 두 사람은 잇달아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한지훈의 옆에 서며, 자신들은 아시란치 가문과 무관하다는 뜻을 밝혔다. “산토스, 너도 알잖아. 내가 가기 싫은 게 아니라...”“그건 네 핑계고! 너희 교황청은 여태 천 년이란 시간 동안 자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을 죽여왔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선량한 신도들이 너희 손에서 죽게 됐는데!”“그렇게 참담한 천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이 감히 천년 전 이 성도에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명신에 대한 모독이야!”산토스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다. 한지훈은 그의 말투에서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다. 그동안 십자군이 죽인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그 배후의 진정한 장본인은 바로 교황청이었다. 산토스는 이 피맺힌 원수 관계를 생각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게 된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한지훈이 반격하기 가장 좋은 시기였다. “내가 알기로는 교황청은 지금도 줄곧 비육을 노리고 있다고 하던데. 그러므로 교황청과 손을 잡고 있는 가문들은, 어떻게든 이 기회를 노려 비육의 신앙을 짓밟으려 할 거야! 난 동양인으로서 비육의 이 비참한 처지를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에먼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바로 반박해 버
3자 국면이 어느새 4자 국면으로 바뀌게 되자 에먼로의 눈에는 달갑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한지훈과 월영 두 사람만을 죽이는 일이었다면 딱히 어려울 건 없었지만, 이집트 대제사가 끼어들게 된 이상 일은 완전히 커질게 뻔했다. 만약 여기서 자칫했다가 선을 넘게 된다면, 이집트의 대제사가 충분히 끼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자고로 열 명의 대제사들은 최소 천신계의 경지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그들은 얼마든지 손가락 하나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다. “당신들 뭐야? 얼마나 한가한 사람들이기에 우리 아시란치 가문의 일에도 참견을...”제이슨이 화를 내며 말했다. “제이슨 도련님!”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에먼로가 급히 그를 제지했다. 상황이 너무 복잡했기에, 지금은 절대 그 어느 쪽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 설사 한지훈과 결전을 치르려 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당장의 번거로움을 일단 해결해야만 손을 댈 수 있었다. “애먼로! 너... 무슨 뜻이야?”제이슨은 여전히 현재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그들은 또 월영과 창월을 상대로 도발을 했기에,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우세란 전혀 우세가 없었고 2대 5의 결전이 펼쳐질 상황이었다. 사실 에먼로 또한 전세가 이렇게 순식간에 반전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제이슨, 만약 너희 아시란치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너 같은 병신들로 가득하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문이 멸망할 것 같은데?”이때 한지훈이 빙그레 웃으며 제이슨을 보고는 조롱했다. 그제야 카푸아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호되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감히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 조금만 방심하고 움직 했다 가는 도화선에 불을 지피는 격이 될 테니까. “젠장...”제이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먼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과 두 대제사를 마주하고는 말했다. “다들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 건데? 우리랑 죽을 각오로 한 판 붙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