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호도 화가 나서 씩씩거리면서 떠났다. 이런저런 많은 일을 겪어서인지 지금의 임선호는 많이 성숙해졌고 예전과 아예 달랐다.이 모든 변화가 생긴 이유는 예천우 덕분이었기에 임선호는 마음속으로 예천우를 몹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천우의 신분이 무엇이든 임선호에게 있어서 진정한 형부는 예천우뿐이었다.유은수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천천히 임선호를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했다.‘예천우의 가면은 언젠가 벗겨질 거야. 선호가 예천우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 완유가 예천우를 포기하고 예훈 도련님과 함께 있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야. 그렇게 되면 우리 임씨 가문도 진정으로 명문이 될 수 있지.’임씨네 별장을 떠난 예천우는 차에 올랐고 양박군을 보자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먼저 돌아가라고 했잖아. 여태까지 기다린 거야?”“도련님의 신체 상황이 좋지 않아 보여 이곳에서 기다렸어요. 수련은 장소를 가리지 않죠.”양박군은 정말 수련에 게을리하지 않았다.“역시 부지런하네.”예천우는 자신의 몸 상태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도련님, 안색이 나빠 보여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예천우는 머릿속에 방금 장면들이 떠올랐다. 정말 뜻밖에도 이런 저급한 함정에 빠질 줄은 몰랐다. 게다가 임완유마저 그들의 말만 믿었다.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함정이 맞든 아니든 자신이 발가벗고 유이안과 침대에 누워있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런 장면을 보니 임완유도 몹시 화가 날 만했다.‘됐어. 이 일은 그만 생각하고 일단 몸을 회복할 방법부터 찾아야 해.’사실 지금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양체은 몸 안의 구음지기를 흡수하는 것이었다.다만 흡수하는 과정이 정말 불편해서 어쩔 수 없었다.바로 그때 예천우의 휴대 전화가 울렸고 보니 뜻밖에도 양체은이었다.“여보세요!”“천우 오빠, 어떻게 됐어? 몸은 좀 나았어?”양체은은 지난번에 예천우가 중상을 입었어도 참고 있는 걸 보았다.“응. 별거 아니야... 콜록...
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담담하게 말했다.“운전해. 별장으로 돌아가자.”“네!”양박군은 즉시 차에 시동을 걸었지만 내심 걱정이 가득했다. 예천우를 알게 된 이후로 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별장에 들어서자 예천우는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했다.하지만 두 시간이 넘게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피만 더 토했을 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휴. 사부님께 전화해서 무슨 방법이 있을지 물어봐야겠어.’지금 예천우의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았기에 빨리 실력을 회복해야 했다.바로 그때 예천우에게 이름 모를 번호로 전화가 왔다.받아보니 유이안이 였고 전화가 통하자마자 그녀는 사과했다.“미안해요. 형부, 오늘은 제가...”“오늘 일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네요.”예천우가 바로 유이안의 말을 끊었다.“어찌 됐든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저도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괜찮아요. 유이안 씨는 여자고 저는 남자인데 피해는 이안 씨가 더 클 거예요. 됐어요. 일단 이렇게 하고 앞으로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저도 유이안 씨를 보고 싶지 않아요.”예천우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유이안에 대해 약간의 호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완전히 사라졌다.오늘 밤에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정말 구역질이 났다.유이안은 풀이 죽은 채로 전화를 내려놓았고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알아차렸다. 유이안은 예천우와 잠자리를 가진 후 핑계를 대면서 천천히 기회를 잡아 예천우를 가지려고 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잠자리를 가지기는커녕 예천우의 미움까지 사게 되었다. 심지어 예천우는 그녀한테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원망했다.유이안은 원래 임완유에 대한 좋은 말을 몇 마디라도 하고 싶었으나 예천우는 아예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바로 그때 유이안의 방문이 열렸고 고개를 들어보니 임완유였다. 유이안은 임완유를 보고 깜짝 놀랐다.“언... 언니!”유이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누구랑 전화하
정상적인 남자라고 해도 이런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겠는데 유은수는 심지어 그렇게 많은 미약을 예천우에게 먹였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안다고 해도 임완유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용도 예씨 가문이라는 큰 산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으니 임완유에게는 온통 절망뿐이었다.“언니, 미안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반드시 형부를 찾아가 이건 오해라고 설명해 드릴게요.”유이안이 말했다.“아니야! 이안아,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천우랑 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거야.”“혹시 용도의 예씨 가문 때문이에요?”“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면 혹시 형부가 예씨 가문과 맞서 싸워서 언니를 지켜드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시지 않아요?”유이안이 되물었다.“말도 안 돼! 넌 용도의 예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 천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예씨 가문과는 안 돼.”임완유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유이안의 방을 떠났고 눈빛에는 절망으로 가득했다.임완유는 예천우가 앞으로 잘 지내길 바랄 뿐이었다. 자기 때문에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좋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같은 시각, 6명의 사람이 천궐 1호 별장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선두의 노인은 심지어 몸놀림이 기이하고 가벼워 보였고 딱 봐도 실력이 막강한 고수였다.함께 이동하지 않았다면 노인의 속도는 아마도 엄청나게 빨랐을 것이다.“귀왕님, 바로 여기입니다!”그중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바로 이곳이야? 도대체 어떤 대단한 자식이길래 우리 귀문의 고수를 흔적도 없이 죽일 수 있는지 지켜봐야겠어.”이번에는 귀왕이 직접 나섰을 뿐만 아니라 곁에는 귀문 최강의 고수들까지 데리고 왔다.이 고수들은 모두 화경의 실력이었고 특히 그들 중에는 귀문의 4대 고수가 있었다. 그중 대귀와 삼귀 두 사람은 모두 화경 절정의 실력이었다.이귀는 지난번에 예천우의 손에 죽었다.귀왕은 몇 년 전에 이미 종사 후급의 경지에 들어섰고 용국에서도 최고 실력의 고수 중 한 명이었다.그런 실력인 사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제 아내가 위험에 처했는데 내가 모른 척할 수 있겠어요?”예천우가 스승에게 질문을 던졌다.“알았어, 네 말이 맞다 쳐. 근데 네 상황에 맞는 딱 좋은 방법이 하나 있거든. 이 방법을 사용하면 네 문제를 해결하는 건 물론이고 너를 단번에 종사 경지의 절정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옛 용왕이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스승님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했다. 스승님의 성격상 양체은과 관련된 얘기가 아니면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스승님은 자기가 아직 종사 후급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스승님은 자기가 순간의 기회를 잡아 이미 종사 절정에 이른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왜 갑자기 말이 없어? 너도 이미 눈치챘겠지? 내가 보기엔 그 계집은 실력도 뛰어나고 예쁘기까지 하잖아. 게다가 너 이번 일도 그 계집 때문에 당문 어르신을 건드리게 된 게 맞지? 뭐가 그렇게 꺼려지는데?” 옛 용왕이 물었다.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렇게 할 순 없어요. 난 완유를 배신할 수 없으니까요.”“그럼 죽기만을 기다리면 되겠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사소한 것에 얽매이다니 너도 참 답답하구나. 너더러 결혼하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옛 용왕은 퉁명스럽게 말했다.예천우는 그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막상 완유의 이름을 내뱉고 나서야 오늘이 자기가 임완유와 이혼한 날이라는 걸 떠올렸다. 심지어 방금 이혼 증명서까지 받았는데 말이다.“스승님, 다른 방법은 정말 없나요?” 예천우가 어쩔 수 없이 스승님에게 물었다.“있긴 있어. 너 용문에 일단 돌아와. 내가 직접 너를 조리해 줄 테니까.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이면 완전히 회복될 거야.”“그 시간은 너무 길어요.”예천우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럼 치료의 성약 만년 설련을 찾아봐. 하나만 있으면 네가 순조롭게 실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년 설련은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거라 지금까지 본 사람은 없어.”옛 용왕은 역시 옛 용왕답게 여
“거 참 공교롭군. 그 녀석 이미 죽었어. 어떻게 죽었냐고? 내 주먹 한 방에 저세상에 갔지.” 양박군이 냉소를 지으며 약을 올렸다. 일부러 상대를 자극해 자기에게 적의를 품게 하려는 속셈이었다. “죽고 싶어 아주 환장했구나!” 양박군의 예상대로 귀왕은 분노를 터뜨리며 모든 관심이 양박군 한 사람에게 쏠렸다.“네가 그럴 실력이 있는지 어디 한번 보자. 네 그 쓰레기 부하처럼 형편없이 내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 않길 바랄게.” 양박군은 귀왕의 약을 계속 올리면서도 이내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소곤댔다. “도련님, 잠시 후 기회가 생기면 바로 도망치세요. 제가 놈들을 막겠습니다.” 어찌 됐든 목숨을 걸어서라도 예 도련님을 반드시 보호해야 했다.“도망치겠다고?” 귀왕은 냉소를 지으며 비웃었다. “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녀석 좀 봐. 저런 몸으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귀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손짓으로 부하들에게 약간 흩어지라고 명령했다. 예천우가 이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막으려는 계획이었다.이 예천우가 자기가 그토록 찾던 예호영일 가능성이 꽤 컸다. 귀왕은 예천우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수중에 사진이 있기에 사진을 통해 바로 알아챘다.귀왕의 지시를 지켜본 양박군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미리 당만수를 불러왔어야 했다. 이제 자기 혼자만으로는 도련님을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았다.“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넌 저 무리와 대적하는 데만 집중해.” 예천우는 귀왕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차분한 자태였고 속마음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런 하찮은 놈들로는 날 어찌하지 못할 거야.” 양박군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예천우를 신뢰했고 그의 말을 따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진기를 온몸에 응집하며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어디서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려!” 귀왕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바람에 스쳐도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진기 하나
귀왕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빨랐다.양박군 역시 신속하게 대응했다. 순식간에 한 발 앞으로 나가 귀왕이 예천우에게 가는 유일한 길을 완전히 차단했다.동시에 체내 청룡법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귀왕에게 맞섰다.양박군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고수를 만난 건 난생처음이었다. 귀왕이 양박군에게 주는 느낌은 심지어 지금까지 수련 상대가 되어주었던 당만수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인 것 같았다.귀왕의 눈에서 섬뜩한 기운이 스치더니 오른손을 들어서 휘두르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두 사람의 강력한 기운은 주변 사람들까지 완벽하게 압도해 모두 자연스럽게 뒷걸음질 쳤다.쾅!두 사람의 무시무시한 힘이 지구를 강타하는 유성처럼 강력하게 충돌했다.그 거센 기운이 거대한 파도처럼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귀왕을 따라온 고수들이 황급히 내공을 운용해 버텨야만 했다. 이렇게 대처하지 않으면 심각하게 다칠 게 뻔했다.지금의 예천우는 몸이 예전에 비해 심각하게 허약한 상태인지라 두 사람의 기운에 큰 충격을 받았고 자기 몸을 통제하지 못해 연이어 뒤로 밀려났고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예천우의 몸은 또다시 피해를 본 게 분명했다. 예천우의 상처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복적으로 새로운 상처를 입었다.한편, 양박군의 힘은 놀라울 정도로 엄청났다. 귀왕은 엄청난 반격의 힘이 몰려오자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귀왕의 얼굴은 살짝 어두워졌다. 눈앞의 젊은이가 보여준 실력이 그의 상상을 완전히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사실 양박군도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불안했다. 이 한 방은 양박군의 가장 강력한 필살기였고 지금 방출하고 있는 기운 역시 가장 자신 있는 힘이었다.이 무시무시한 기습 공격으로도 상대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접전은 정말 골치 아파질 것이었다.역시나 귀왕은 양박군의 속마음을 꿰뚫은 듯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같은 종사 초급에 불과한 놈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줄은
알고 보니 귀왕의 목표는 양박군이 아니라 양박군 뒤 멀리 떨어져 있던 예천우였다.“안 돼!”양박군은 굳어진 표정으로 외치며 다급한 마음에 조금 전의 공격을 억지로 멈추고 몸을 돌려 예천우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귀왕보다 한발 늦었다.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양박군의 몸 내부에서 역공이 일어나 속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하지만 양박군이 필사적으로 예천우의 곁에 달려가 그를 지키려는 순간, 귀왕의 공격 수법은 다시 한번 변화해 양박군을 향했다.바로 그 순간, 양박군은 처음부터 귀왕의 목표는 자기였고 예 도련님은 단지 미끼였을 뿐이라는 걸 마침내 깨달았다.비록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지만 오히려 양박군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투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양박군은 전력을 다해 끌어올린 무시무시한 힘으로 귀왕의 날카로운 단검을 막아냈다.그러나 양박군은 귀왕의 나머지 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귀왕의 손바닥이 양박군의 가슴에 깊이 박혔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엄청난 힘이 손바닥을 통해 양박군의 몸에 그대로 강타했다.공격을 받은 양박군은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은 실이 끊어진 연처럼 뒤로 날아가 예천우 앞에 떨어졌다.사실 양박군은 일부러 예천우 앞에 떨어진 것이었다.양박군은 죽더라도 귀왕이 자기를 넘어서서 예천우에게 해를 입히도록 두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예천우는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귀왕의 강력한 실력을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종사 후급의 고수인 귀왕이 이런 비열한 수법까지 써가며 자기보다 두 단계나 차이 나는 상대를 공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비록 처음부터 귀왕의 계획을 간파했지만 양박군에게 미처 경고할 시간조차 없었다.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일어났기 때문이었다.양박군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화를 참지 못하고 비난을 쏟아냈다.“당당한 종사 후급의 귀문 귀왕이 이렇게 비열한 수를 써? 부끄럽지도 않아?”“부끄럽다고? 네놈들이 다 죽고 나면 누가 날 부끄럽다고 할 수 있겠어? 잘 들어가, 우리 귀문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을 가리
양박군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모두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상태였다.‘이게 대체 뭐야? 광폭화인가?’예천우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귀왕의 주요한 목표는 자기였기 때문에 방금 막 앞으로 나가 양박군을 막으려 했는데 뜻밖에도 양박군이 갑자기 광폭화를 사용해 버린 것이다.광폭화는 일단 발동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저 광폭화한 사람이 그 무시무시한 한 방을 전부 쏟아내게 놔둘 수밖에 없었다.보통 상황이라면 광폭화는 사용 후에 몸에 큰 손상을 입히고 짧게는 열흘, 길게는 반 달 정도는 손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광폭화는 수련자의 기반을 손상해 앞으로 이르게 될 더 높은 경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었다.하지만 이번엔 흔히 보는 상황이 아니었다. 양박군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보면 그가 아직은 완벽하게 광폭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이렇게 억지로 사용하면 수련자의 기반은 물론, 심지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양박군도 이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박군은 예천우를 위해 목숨까지 걸고 있었다.이 모든 걸 알면서도 예천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양박군이 전성기였다면 양박군의 광폭화를 제지하고 그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무력한 자신을 원망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예천우는 스승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기가 혼자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았다면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무리해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게다가 상처를 입은 후에 최상의 회복 방법을 알면서도 주저하며 이용하지 않아 양박군을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뜨리게 했다.만약 양박군이 정말 자기 때문에 죽는다면 예천우는 평생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이다.귀왕은 양박군의 이상한 상태를 눈치채고 얼굴이 확 굳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 망설이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