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이라 하면 그건 당문 본부가 있는 곳이잖아. 이 새끼가 왜 그곳으로 가는 거지? 설마 당문 본부를 직접 쳐들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돼.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야. 하지만 일단 이 새끼의 위치와 차 번호가 있으니 내 부하들은 빨리 이 새끼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이 자식이 날 속이는 건 아니겠지?’그때 그와 함께 있던 동료가 예천우의 위치를 확인하고 당만수에게 예천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당만수는 재빨리 예천우가 보내준 위치로 향했다.예천우는 일부러 당만수를 난처하게 만든 건 아니었다. 먼 거리에서 이곳까지 왔으니 엄청나게 고생했을 거고, 게다가 당만수는 심지어 종사의 고수였다.‘나에겐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어. 빨리 해결할 일을 해결해야 해. 오늘 당문을 처리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 완유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차는 달리기 시작했고 지금 이대로라면 예천우의 예상대로 제시간에 당문에 도착할 것 같았다. 당만수는 예천우를 쫓기 위해 부하에게 최대한 빨리 가라고 했다.예천우가 고속도로로 올라가려고 할 때 당만수가 예천우의 차를 따라잡았다.당만수는 바로 자기 차를 예천우의 차 앞에 가로막아 버렸다.예천우는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서 차 창문 옆에 느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당만수는 원래 화가 많이 난 상태였고 예천우의 느슨한 표정을 보자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이 자식이 도망치는 건 빠르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어.”그 말을 들은 예천우는 웃음이 나왔다.“넌 왜 그렇게 뻔뻔한 거야. 분명히 내가 너에게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넌 날 찾을 수도 없었을 거야. 네 실력으로는 날 잡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그 말을 들은 당만수는 말문이 막혔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종사 후급의 고수였던 당만수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예천우는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건방진 태도였다.‘이런 건방진 자식은
“허튼소리를 하고 있네!”예천우가 그렇게 말하니 당만수는 매우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는 아까 주변에 매복한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매복도 없는 데 왜 저렇게 침착한 표정인 걸까? 됐어.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야. 이 자식이 지금 허세를 부리는 게 분명해.’이렇게 생각한 당만수는 직접 말했다.“그딴 소리하지 마. 감히 우리 당문을 모욕한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 오늘 내가 이곳에서 널 죽여줄게.”말이 끝나자마자 당만수는 순식간에 예천우의 앞에 나타났고 손바닥으로 예천우를 향해 공격했다.이번 공격에 당만수는 30%의 힘을 썼다.당만수도 먼저 예천우의 실력을 떠보고 싶었다. 그는 도무지 이렇게 젊은 사람이 종사의 고수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예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즉시 오른손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맞받았다. 예천우는 피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그가 피하면 그의 차가 훼손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예천우는 그 차를 몰고 당분 본부까지 가야 했다.당만수를 죽였다해도 양체은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다.팍!두 손바닥이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주변에도 강한 기류가 흘렀고 심지어 예천우의 차도 반 미터쯤 움직였다.예천우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하지만 당만수는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에 떨어졌고 잔뜩 놀란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정말 뜻밖이야. 네가 진짜로 종사라니.”“물론이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홀로 여기서 널 기다릴 수 없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건방진 자식. 네가 아무리 종사라고 해도 날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당만수는 코웃음을 치더니 두 손을 들자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더니 다시 예천우를 향해 돌진했다.이번 공격은 방금보다 훨씬 더 강력했고 수법도 아주 많이 신비해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당만수의 공격에 침착하게 대응했다.보아하니 당만수의 손끝마다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두 사람의 싸움은 심지어
당만수는 갑자기 화를 냈다.‘이 새끼가 정말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당만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 자식아,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당만수는 허공에 몸을 날렸고 순식간에 그의 몸 앞에 여섯 자루의 새까만 비수가 나타났고 자루마다 무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어서 그가 양손을 벌리자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강력한 기운이 폭발해 나왔다.여섯 자루의 비수는 무서운 속도로 예천우를 향해 날아갔다.이번에는 전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강해진 공격인 것 같았다.예천우는 깜짝 놀랐다.‘이 당만수는 정말 실력이 대단하군. 내가 만약 종사 절정의 경지가 아니었다면 나도 쉽지 않을 거야.’그가 오른손을 한번 휘두르자 무서운 힘이 손에 모였고 그 힘은 바로 손에서 뿜어져 나가 비수들을 상대했다.팍!거세찬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주위의 공기마저 부서질 것 같았고 무서운 기류가 맴돌았다.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보통 사람들은 무슨 상황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비록 여섯 자루의 비수의 공격이 예천우 때문에 무력화했지만 당만수는 오히려 차갑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네 이놈은 아직 너무 어려.”하지만 그다음 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비수가 부딪히는 그 순간 예천우의 힘 때문에 순식간에 비수는 수십 개의 작은 조각으로 부서졌다.조각마다 무서운 힘이 들어있었고 바로 모두 예천우에게 덮쳐갔다.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게다가 속도도 엄청 빨랐고 힘도 너무 강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번에 전혀 손을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단 하나의 조각이라도 맞으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조각에는 당문이 자체 개발한 맹독이 있었고 이 독은 당문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해독할 방법이 없었다.이토록 무서운 공격에 예천우는 살짝 멍해졌다. 그도 분명히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다시 손을 휘두르자, 모든 조각은 바로
‘난 심지어 종사 후급의 실력인데. 내가 약하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종사 후급의 고수가 실력이 약하다는 소리는 누가 들어도 당만수처럼 어리둥절할 것이다.“그래. 다 네가 너무 약하기 때문이지.”예천우는 말을 이어 나갔다.“방금 그 공격은 당문의 어르신이 했던 거라면 나에게 조금의 위협이 될 수 있을 거야.”“건방진 자식, 운 좋게 아까 공격을 막았다고 해서 천하무적이 될 것 같아? 우리 당문 어르신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나라고 해도 기껏해야 어르신의 20번 공격을 겨우 막을 수 있어. 넌 나를 상대하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그러니 너도 절대 어르신을 상대할 수 없을 거야.”당만수는 화를 내며 반박했다.“휴...”예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봐. 내가 너랑 이렇게 오래 싸운 건 네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해?”“내가 줄곧 시간을 끈 이유는 당문의 실력을 여러모로 알아보기 위해서였지. 그렇지 않았다면 너 같은 실력으로 내 공격을 한 번조차 받아낼 수 없을 거야.”그 말을 들은 당만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좋아. 그렇다면 어디 한번 네 실력을 보자.”말이 끝나기 바쁘게 당만수의 눈에 날카로운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고 그의 늙은 체구에서 갑자기 무섭고 놀라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자. 어디 보자. 허풍만 떨었지 네가 무슨 실력이 있겠어.”그러자 무섭고 놀라운 기운은 갑자기 천지를 휩쓸었고 거대한 폭풍이 나타나자 주위의 많은 초목이 산산조각이 났다.그 기운은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예천우를 향해 날아갔다.당만수는 예천우에게 당문의 무서움을 톡톡히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이런 공격 앞에서도 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하고 느슨한 표정을 지으면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당만수의 공격을 아예 무시했다.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내 진짜 실력을 보여주지. 겁먹지 마.”예천우는 말하는 순간 오른손을 들어 폭풍을 격파한 다음 바로 당만수의 가슴 위치를 가리키며 날아갔다.당만수는 그런 모습을 보
당만수는 깜짝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넌... 넌 도대체 몇 살이야?”예천우는 당만수가 자기 실력을 물어보는 줄 알았으나 몇 살인지 물어보자 살짝 당황했다.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스물여섯이지. 왜?”“말도 안 돼.”당만수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고 예천우의 이 정도 실력이면 자기를 절대 속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왜 날 안 죽이는 거야?”“내가 왜 널 죽여야 하는데?”“왜냐하면 난 널 죽이러 왔으니까. 네가 날 죽인다고 해도 난 뭐라고 할 말이 없어.”당만수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넌 날 죽일 실력이 아니야. 내가 널 죽이지 않은 것도 두 가지 이유가 있어. 첫째는 솔직히 말해서 난 당문과 모순이 있지만 그렇게 생사의 원한도 아니니 굳이 사람을 죽일 필요는 없어. 둘째, 너 같은 실력이면 우리나라에도 얼마 되지 않지. 나도 너처럼 강력한 고수가 이대로 죽는 걸 원치 않아.”“고수라고?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해 왔어.”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난 오늘 내 실력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다.“종사 후급의 실력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절대적으로 으뜸가는 강자야. 굳이 그런 생각을 가질 필요 없어.”“정말 날 죽이지 않을 거야?”“그래. 하지만 넌 날 위해 도와줘야 할 게 있어.”예천우가 말했다.“뭘 원하는데? 나보고 당문을 해치는 일을 해라면 난 절대 하지 않을 거야.”당만수가 즉시 대답했다.사실 그도 예천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보고 당문을 배신하라면 그는 절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당문에서 생활하면서 정이 들었다.“그런 건 아니야. 내 부하의 연습 파트너가 되어 줘. 석 달이면 돼!”“연습 파트너?”당만수는 어이가 없었다. 종사 후급의 자신을 다른 사람의 연습 파트너가 되어 달라는 말은 상대방을 죽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정말이야? 상대방이 내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다
당만수는 안색이 살짝 변했고 예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당문에 전화해도 돼?”“물론이지. 하지만 넌 방금 내가 말한 것을 꼭 약속을 지켜야 해. 이제부터 넌 당문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내 부하의 연습 파트너가 되는 일에만 전념해 줘. 그리고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돼.”“알았어. 약속할게.”당만수는 즉시 대답했다.“좋아. 이따가 이 번호로 내 부하를 연락해. 010... 그의 이름은 양박군이라고 해. 그러면 먼저 갈게. 내가 당문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이 반갑게 날 맞이 해줬으면 좋겠어.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지 말고.”예천우는 차를 몰고 양평시로 갔다.당만수는 그 말을 듣자 당장 당문 문주인 당지훈에게 전화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당지훈이 전화를 받았다.“만수 어르신, 제가 부탁한 일은 어떻게 잘 되어 가냐요? 참, 그 자식을 죽여버리지는 않으셨죠?”“아니에요.”“그러면 됐어요. 그 자식은 목숨을 잠시 살려뒀다가 찬성한테 맡겨요. 찬성이가 직접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어 해요. 제가 지금 어르신한테 있으니 먼저 이만 끊을게요.”“잠시만요!”당만수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제가 그 예천우를 찾았어요. 하지만 그는 저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실력이 강해요. 심지어 그의 공격 한 번조차 받아낼 수 없었어요.”“뭐라고요? 한 번의 공격도 못 받아냈다고요? 만수 어르신, 그게 정말이에요?”“정말이에요.”당만수가 그렇다고 했지만 당지훈은 전혀 믿지 않았다. 단 한 방에 당만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있다고 해도 그저 청룡 같은 고수만이 그럴 수 있을 것이다.당지훈은 전화를 어르신께 건넸다.하지만 당문 어르신의 청력으로 그들의 대화를 이미 전부 엿들었기에 바로 말했다.“당만수, 똑바로 말해봐. 네가 그 자식이랑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당문 어르신의 말을 듣자 당만수는 잔뜩 긴장한 어조로 다급히 말했다.“그게... 확실히 그와 합의를 본 건 있어요. 하지만...”“알겠
“어르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찬성이도 더 이상 걱정이 없겠네요.”“명심해. 찬성에게 빨리 양체은의 구음지기를 흡수해서 돌파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일이 시끄러워질 수 있어.”“네. 알겠어요.”“그러면 일단 가봐. 난 아직 하루 더 폐관해야 해.”“네!”당문 어르신이 이렇게 말하자 당지훈은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당찬성이 종사의 경지가 되고 나중에 당문 어르신까지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들은 당만수의 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단지 몇 시간 만에 예천우는 당문 근처에 왔다. 그는 멀리서 매우 웅장한 당문의 대문을 바라보았다.정교한 조각상들이 즐비해 있었기에 매우 웅장해 보였고 대문 안의 면적은 엄청나게 컸다.당문에는 갖가지 풍부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당문의 스케일은 역시 용문과 비슷했다. 심지어 당문의 최고 고수들은 그 실력이 용문에도 뒤지지 않았다.당문에는 종사 절정의 어르신이 있었지만 용문에는 오직 늙은 용왕만이 그런 실력이 있었다.당문에는 그리고 또 종사 후급의 당만수와 종사 초급의 당범수가 있었다.당문에 종사만 3명이 있으니 당찬성도 나름 우쭐때는 이유가 있었다.‘바로 이곳이군. 당만수가 어떻게 잘 말해 놓았는지 몰라. 나도 당문과 크게 싸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그렇게 된다면 예천우의 실력은 완전히 드러날 것이다.‘에라이. 모르겠어. 될 대로 되겠지. 난 체은이를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예천우는 차에서 내려와 직접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때 공교롭게도 고급 차 한 대가 나왔고 차창이 열리자 양체은이 얼굴을 밖으로 내밀었다.당찬성는 양체은이 순순히 그와 결혼하고 함께 수련하겠다고 말하자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양체은에 대한 통제가 좀 느슨해졌고 심지어 그녀가 밖으로 나가서 바람을 쐬게 하는 것도 허락했다.하지만 양체은은 나오자마자 예천우와 마주칠 줄은 몰랐다.양체은은 깜짝 놀랐다.‘난 천우 오빠한테 그렇게 심하게 말했는데. 천우 오빠도 날 상관
양체은은 감동한 것도 잠시였고 더 끔찍한 일이 생각났다.‘당문은 정말 위험해. 천우 오빠의 실력으로 당문의 고수와 싸우면 반드시 죽을 거야.’“천우 오빠...”양체은은 재빨리 말했다.“빨리 떠나. 이곳은 오빠가 올 데가 아니야.”하지만 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널 위해서 먼 이곳까지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혼자 갈 수 있겠어? 가려면 함께 가.”그 말을 들은 양체은은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이대로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예천우에게 위험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양체은은 일부러 예천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듯 말하려고 했다.바로 그때 양체은의 곁을 지키던 두 명의 당문 제자가 버럭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이 자식아, 감히 우리 사모님께 무례한 짓을 해? 죽고 싶어?”양체은은 그 말을 듣자 재빨리 입을 열었다.“그런 게 아니에요. 이 사람은 그냥...”하지만 그때 예천우는 앞으로 나서며 바로 말했다.“그래. 난 너희 사모님을 좋아해. 그리고 오늘 체은이를 데리고 이곳에서 벗어날 거야.”“이 자식이 죽고 싶어 안달이 났네.”두 제자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거의 동시에 달려들었다. 두 제자 모두 속도가 엄청 빨랐고 힘도 매우 강하고 사나워 보였다.그들은 예천우 따위는 전혀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에 홧김에 아예 예천우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리기로 다짐했다.그러나 예천우는 가만히 서서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갑자기 강한 기운이 달려오는 두 사람에게 덮쳤다.두 사람은 공포의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으로 예천우의 이 공격을 절대 막아낼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두 제자는 예천우의 강한 기운에 맞아서 날아가다가 심하게 바닥에 떨어졌고 창백한 얼굴로 바닥을 뒹굴면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넌... 넌 도대체 누구야?”두 제자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너희들로는 내가 누군지 알 자격이 없어.”예천우는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아하며 양체은에게 말했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