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자신이 송우현을 혼내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끝장날 운명이었기에 손을 쓰기 귀찮았을 뿐이다.탁!술잔은 송우현의 머리에 그대로 부딪혀 깨지고 이내 이마에 피가 흘렀다.김희선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원래 예천우가 아주 친화력이 있는 줄 알고 이따가 예천우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캐물어 볼 계획이었다.하지만 지금 예천우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좀 놀랐다.게다가 김희선은 방금 그렇게 미운 짓을 많이 했는데 예천우가 나중에 자기한테 복수할까 봐 두려웠다.송우현은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무서워서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연신 사과했다.“네. 네. 죄송합니다. 바로 꺼질게요. 당장 꺼질게요.”송우현은 그 말을 하고 즉시 고개를 돌려 빠른 걸음으로 가 버렸다.송우현은 긴장한 건지, 두려운 건지 도망치다가 물건을 잘못 건드려 바로 넘어졌다. 그러나 즉시 일어나서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모두 놀란 눈빛으로 이 젊은이가 도대체 무슨 신분인지 궁금한 시선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송우현이 떠나자 김희선은 긴장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삼켰다.유민호가 팔꿈치로 김희선을 툭툭 쳤다.그러자 김희선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저기... 예, 예 도련님, 아까는 제가 머리가 좀 흐리멍덩해서 못된 말을 했어요.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유사라도 어머니의 말을 듣고 다급하게 말했다.“어머니, 아까는 확실히 좀 너무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말씀할 수가 있죠.”“그래. 내가 노망이 들었나 봐. 이제 잘못한 걸 깨달았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괜찮아요. 저는 전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아요. 앞으로 사람을 볼 때 돈과 권력만 챙겨보시지 말고 그 사람의 성품도 보시길 바랍니다.”“네. 꼭 그렇게 할게요.”김희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참. 그리고 사라는 이제 어린 소녀도 아닌데 자기 주견이 있기 마련이죠. 어머니께서도 사라를 존중해야 하죠.”“네. 알겠어요. 앞으로 꼭 딸 의견을 존
유사라는 당시 뉴스를 보고 소씨 가문의 새 족장의 얼굴을 기억했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은 얼굴이었다.유사라는 영업 부서의 직원이라 아는 게 많아야 했다.그녀가 아는 바에 따르면 소씨 가문은 천해시의 최고의 가문 중의 하나였고 전설 속의 명문 가문이었다. 유사라 같은 신분은 아마 영원히 만날 날이 없을 것이다.“네. 누구신지...”소문하는 예천우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형수님?”형수님이라는 말에 유사라는 얼굴이 빨개지고 쑥스러웠지만 은근히 기뻤다.예천우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네. 맞아요. 이분은 예 도련님의 여자 친구죠.”김희선은 예천우의 이름조차 감히 부르지 못하고 얼른 소개했다.딸의 표정을 보면 이 소씨 도련님도 분명히 대단한 분이신 것 같았다.‘예천우 주변에는 전부 대단한 사람들만 있을까?’소문하는 그 말을 듣고 부러운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역시 천우 형님이야. 자주 여자를 바꾸는 건 정상인데. 중요한 건 매번 천우 형님 옆에 있는 여자는 모두 최고의 미인이었어.’마치 절세의 미녀들이 하루 종일 예천우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다.“형수님이셨군요. 제 명함입니다.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소문하는 말하면서 명함을 꺼내서 유사라에게 주었다.예천우는 그런 소문하를 보고 말했다.“문하야, 도움이 필요하면 날 찾겠지... 널 찾아서 뭐 하겠어?”“아! 형님, 오해하지 마세요.”소문하는 깜짝 놀라더니 급히 해명했다.“전 그저...”“됐어. 넌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별일 없으면 그만 돌아가.”“네! 형님, 안녕히 계셔요.”소문하는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소문하가 떠나자 김희선은 유사라에게 물었다.“사라야, 저 소씨 도련님도 사람이 좋아 보이시던데, 누구야?”“말하면 깜짝 놀라실 수도 있어요.”유사라는 즉시 자기가 알고 있는 소문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려주었다. 특히 소씨 가문은 천해시 4대 가문 중 하나이고 최고
“게다가 천우는 딱 봐도 정의감이 넘치고 성품도 좋은데 우리 딸이 무슨 손해를 볼 게 있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손해를 보는 것도 천우가 보겠죠.”김희선은 말을 이어갔다.“사라야, 내 말 들었지? 앞으로 천우의 말을 잘 들어야 해. 천우가 무슨 말 하면 네가 따라주면 돼. 괜히 성질부리지 말고.”“...”유사라는 어이가 없었다. 방금 어머니는 예천우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했지만 예천우가 실력을 드러내자 바로 태도를 바꿨다.유민호도 어쩔 수가 없었다. 딸에게는 딸의 복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예천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예천우는 유민호의 물음에 피하지 않고 바로 약속했다.“아저씨가 뭘 걱정하시는지 알아요. 안심하세요. 결혼하기 전에는 절대 사라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을게요.”“그래. 네 말을 들으니 많이 안심돼.”유민호가 대답했다.“안심이 되기는 뭐가 돼요. 헛소리하지 마세요. 지금은 어느 시대인데.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속도위반하는지 아세요? 당신은 정말 아직도 옛날 사람이네요.”김희선은 유민호를 반박했고 예천우를 향해 말했다.“천우야, 아저씨 말을 신경 쓸 필요 없어. 너와 사라는 서로 좋아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오들도 괜찮은 것 같은데 아줌마가 너희들에게 호텔 방이라도 잡아줄까?”“...”예천우는 쓴웃음을 짓다가 마침 맞은편에 있는 유사라를 보았다.유사라는 붉어진 얼굴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하지만 김희선의 말에 대해 유사라는 사실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예천우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기 첫날 밤을 줄 수 있었다.유민호는 그런 상황을 보자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 그는 손에 든 담배를 보았다. 생각해 보니 아까 팬다 담배는 보면 볼수록 진짜 담배처럼 느껴졌다.“천우야, 전에는 너에게 오해가 있어서 네 실력을 믿지 못했어. 설마 그 팬다 담배가 정말 특제 담배인 거야?”“네. 특제 담배 맞아요. 다른 사람이 저한테 준 거예요. 저는 담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가져다
“뭐라고요? 이 담배가 한 보루에 2,000만 원이라고요? 금으로 만들었어요?”김희선의 얼굴에는 충격으로 가득 찼다.“담배는 그 정도 가치가 못 되겠지만 물건은 희귀할수록 비싼 법이지. 이런 담배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부자 아니면 권력자들이야. 이 담배는 신분의 상징이기에 나가서 사업할 때 갖고 가면 바로 우세에 처할 수 있다고.”유민호가 설명했다.“그렇군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천우야, 이 담배는 네가 그냥 다시 가져가.”김희선은 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담배를 손에 꼭 잡고 있었고 분명히 돌려주기 싫은 모양이었다.“아닙니다. 이미 아저씨께 드렸는데 어떻게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겠어요?”예천우는 거절했다.유민호는 다시 뭔가 말하려 했지만, 그때 예천우의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바로 방금 통화 했던 송강이었다.‘보아하니 송씨 가문에 과연 문제가 생긴 것 같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서두르지 않았을 거야.’“잠시만요. 전화 좀 받겠습니다.”예천우는 일어나서 한쪽으로 걸어갔다.예천우가 떠나자 김희선은 즉시 몸을 일으켜서 유사라 곁으로 가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라야, 엄마한테 말해줘. 천우는 도대체 무슨 사람이야? 정말 대단해 보여.”“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유사라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사실 저도 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어요. 소씨 집안의 족장도 천우 씨에게 그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정말 완전히 제 상상을 벗어났어요.”“아까 그 소씨 가문의 족장이라는 분은 정말 그렇게 대단해?”김희선도 소문하가 그렇게 젊은 나이에 명문 가족의 족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물론이죠. 천해시를 놓고 보면 그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그는 아직 그렇게 젊으니 더 대단한 거죠.”유사라가 대답했다.“그러게 말이야. 네 말을 들어보니 정말 대단해 보여. 하지만 그렇게 대단하다는 분이 천우를 두려워해? 설마 천우도 성도 명문 가족의 도련님인 거야?”“그건 제가 어떻게 알아요?”“모른
“그건 너의 송씨 가문의 일이지.”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그럼요. 저희가 사과드리는 의미로 홍정 단지의 별장 한 채를 드리겠어요.”“보상을 필요 없어. 정말 보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그 자식에게 속을 뻔한 여자한테 보상을 줘. 오늘 내가 없었다면 그 여자는 끝장났을 거야.”“네. 알겠어요.”송문복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 별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잠깐만요.”송문복은 그 말을 듣고 조급해 났다.“다른 일 있어?”“그게... 예 도련님, 내일 시간 있으시다면 제 체면을 봐서 함께 식사라도 하시겠어요?”송문복은 무척 긴장했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예천우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시간 없어.”예천우는 직접 거절했다.그 말을 들은 송문복은 멍해졌고 안색이 살짝 변했다.송문복의 곁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얼굴색이 굳어졌고 절망스러운 표정이었다.‘망했어. 역시 예 도련님께서 엄청 화가 나셨구나.’통화 중에 돌발상황이 생기면 같이 상의해서 대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송문복은 전화할 때 핸즈프리를 켰다.원래 송강의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문제였다. 어찌 됐든 예천우는 전에 송씨 가문을 도와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송우현 한 사람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송우현은 정말 백번 죽어도 모자랐다.하지만 그때 예천우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밥 먹는 건 너무 귀찮아.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로 말해.”그 말을 들은 송문복은 즉시 정신이 돌아왔다. 그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예 도련님, 그러면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송씨 가문에 큰 문제가 생겨서 예 도련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무슨 문제야?”예천우는 직접 물었다.예천우의 그런 태도를 보자 송문복은 다시 희망을 찾은 것 같아서 재빨리 말했다.“그게... 좀 큰 문제이니 예 도련님을 난처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도대체 무슨 문제이길래 그러는 거야? 좀 시원하게 말해. 무슨 문제인지 직접 말하라
‘그를 혼낸다고?’송문복은 그 말을 듣자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용도의 대가문의 도련님인데. 바로 혼내주겠다고? 예 도련님이 혹시 내가 말한 상대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걸까?’다른 송씨 가문 사람들도 하나같이 모두 멍하니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그게... 예 도련님, 려씨 가문은 용도에서도 명문이죠. 그러니 실력도 꽤 강한데 우리 같은 작은 가문은 어림도 없어요.”“그건 알고 있다고.”예천우가 말했다.“너희들은 당연히 상대가 될 수 없겠지. 하지만 내 말은 그가 오면 나한테 알려줘. 내가 가서 혼내줄게. 너희는 손을 쓸 필요도 없어.”송문복은 그제야 예천우의 말뜻을 알아차렸다.‘예 도련님은 이미 상대의 실력을 알고 있었던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예 도련님은 정말 려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 송씨 가문에서는 예 도련님께 그렇게 많은 혜택도 주지 않았는데... 고작 별장 한 채 때문에 예 도련님은 이렇게 우리를 위해 나설 수 있단 말이야?’송문복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송문복은 저도 모르게 송강을 쳐다봤고 그더러 예천우에게 이유를 물어보라고 눈짓했다.송강은 예천우와 더 친했고 그가 말을 잘못하더라도 어른인 송문복이 나와서 아들을 나무라면 되었다.송강은 어쩔 수 없이 나서서 예천우에게 물었다.“예 도련님, 그 려씨 가문은 정말 실력이 막강하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대처하실 거예요?”“대처한다고? 고작 려씨 가문인데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만나면 바로 혼내주면 되지.”예천우는 어이가 없었다. 송씨 가문은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예천우가 려씨 집안을 상대할 수 있는 강한 실력이 있다고 믿지 않는 모양이었다.“그게...”송씨 가문 사람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했다.그래서 송강은 직접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예 도련님, 도련님께서 우리 송씨 가문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만 도련님이 송씨 가문을 위해 이렇게 필사적으로 싸우려고 하니 우린 그저 도련님을
비록 그도 믿을 수 없었지만 양대복의 태도로부터 보면 예천우는 절대 보통 사람이 아닐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 아니면 허풍을 떨고 다니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예천우의 실력은 너무 무섭네요.”“성이 예씨이니 설마 용도 예씨 가문 사람인 거야?”그때 송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려정수의 일 때문에 그들도 용도의 명문을 조사했다.줄곧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용도의 예씨 가문?”“말도 안 돼. 절대 아닐 거야.”“용도 예씨 가문의 도련님이 어떻게 이런 작은 곳에 계실 수 있겠어?”송문복은 즉시 반박했다. 용도 예씨 가문이라면 용도에서도 명망이 가장 높은 가문 중의 하나였고 예씨 가문의 도련님은 그야말로 화하 젊은이 중에서도 왕일 것이다.“하긴... 그러면 예천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요?”송문복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찌 됐든 예 도련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했으니 우리 위기는 정말 해소되었을지도 몰라요.”“하지만 단지 입만 놀렸을까 봐 두려워요.”한 어르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바로 그때 송미령이 걸어들어오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물었다.“아빠, 오빠, 할아버지, 어떻게 되었어요?”“괜찮아. 우린 이미 방법을 찾아냈어.”송강이 대답했다.“방법을 찾으셨다고요?”송미령은 그 말을 듣고 몹시 흥분해서 물었다.“무슨 방법이죠?”송강은 즉시 그녀에게 방금 예천우가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상황을 알려줬다.하지만 송미령은 그 말을 듣고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한 젊은이가 어떻게 그렇게 대단할 수가 있죠? 합의금을 줄인다고 하면 그럭저럭 믿을 수 있는데 려씨 가문을 쉽게 상대한다니. 그 사람은 려씨 가문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은 분명히 허풍을 떨고 있는 거죠. 전 용도에서 이런 사람을 많이 봤어요.”“꼭 그렇지는 않을 거야. 예 도련님은 다르다고.”“다를 게 뭐가 있어요? 분명히 우리를 속이는 거예요.”송미령은 슬픈 얼굴로 말했다
김희선은 두 사람이 그렇게 다정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웃으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천우야, 넌 정말 좋은 남자야. 사라를 너에게 맡기면 나도 안심이 돼. 근처에 환경이 좋은 호텔이 있는데 너희들이 힘들면 가서 좀 쉬어. 아니면 지금 예약해 줄까? 좀 있으면 방이 없을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유사라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예천우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 자기 딸을 나에게 파는 거야?’“그래. 그래. 알았어. 둘이 오늘 즐거운 밤 보내. 나와 네 아버지는 그만 돌아갈게.”김희선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유민호를 데리고 돌아갔다.예천우는 할 말을 잃었다.‘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예천우는 뭔가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망했어.’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임완유였다.그리고 옆에는 소정이 있었다.임완유는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그녀는 가족들의 핍박 때문에 사람을 찾아서 겨우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그녀는 홀로 이 모든 것에 대해 맞서 싸우려 했다. 하지만 지금 뜻밖에도 이런 장면을 보게 되었다.예천우와 유사라는 너무 다정해 보였고 심지어 호텔까지 예약해서 밤도 함께 보낸다고 했다.그들의 관계가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었다.임완유가 더 화가 난 건 이 여자가 심지어 회사의 직원이었고 예천우는 분명히 그녀와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그 순간 임완유는 예천우가 영업 부서 이사가 된 후에 왜 바로 유사라를 팀장으로 발탁했는지 알게 되었다.‘그런 거였구나!’그녀는 오로지 예천우를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하지만 예천우는 회사 이사라는 직위를 이용하며 회사의 여직원이나 꼬시고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자 임완유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온갖 노력을 다해가며 집안 가족들과 맞서 싸워 왔고 예천우를 회사에서 열심히 키웠다.소정도 눈앞의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소정은 사실 단지 예천우가 다른 여자랑
손씨 가문 사람들이 떠나자 허성태가 나서려고 했으나 허종우가 먼저 무릎을 꿇으며 입을 열었다.“용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까 제가 눈이 멀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러자 허광호도 곧바로 뒤따라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그 모습을 본 허가연은 깜짝 놀라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임선호와 임완유 역시 허씨 가족의 이런 행동에 놀라며 일어섰다.임선호는 그들이 어찌 됐든 자신이 사랑하는 허가연의 가족이기에 더욱 당황스러웠고 임완유도 비슷한 생각이었다.예천우는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됐습니다. 모두 일어나세요. 허가연 씨의 체면을 봐서라도 전혀 따질 생각이 없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감사합니다. 용왕님!”허종우와 허광호는 한숨을 돌리며 안도의 표정으로 일어섰다.두 사람은 속으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가연이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네.’허성태와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예천우에게 더욱 경외심을 품으며 다가와 몸을 낮추고 공손히 인사했다.“용왕님을 직접 뵙게 되어 너무 큰 영광입니다.”“별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예천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오늘 제가 여기 온 주된 이유는 선호와 허가연 씨의 일 때문입니다. 허가연 씨는 참으로 괜찮은 사람이더군요. 물론 여러분도 매우 훌륭하시고요.”허씨 가족 사람들의 조금 전 행동을 통해 그들의 진심을 확인한 예천우는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다.“정말 감사합니다. 용왕님!”허성태는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고 자신의 선택이 이번만큼은 정말 탁월했다는 것을 실감하며 속으로 기뻐했다.예천우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서로 이토록 사랑하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의 결혼을 정식으로 약속하는 게 어떻겠어요? 날짜를 잡아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네요.”그 제안에 허성태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 저
‘정말로 예씨 가문은 이렇게 몰락하게 되는 걸까?’“조상님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로 하늘이 우리 예씨 가문을 멸하려는 것입니까?”예관희가 혼자서 비통하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방에 나타났다.“어르신,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수십 년간 예관희의 곁을 지킨 검은 옷의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일아, 무슨 일인데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예관희가 물었다.“어르신, 제... 제가 큰 도련님의 아들을 찾았습니다!”예남일은 흥분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뭐라고!”예관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랐고 기쁨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확실해? 잘못 알아본 건 아니고?”“확실합니다. 당시 고아원이 화재로 없어졌지만 그 아이는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이름은 뭐고 어디에 있는 거야?”고아원의 일은 예관희도 알고 있었지만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는 몰랐다.“그 아이의 이름은 예천우입니다. 지금은 천해시에 살고 있고 현재 임완유와 함께 동성에 있습니다. 성격도 아주 좋다고 합니다.”예남일은 예천우가 동성에 있는 사실은 알지 못했으나 그가 큰 도련님인 예정환의 아들임을 확신했다.“좋아. 정말 너무나 잘 됐어!”예관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예천우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설마 예훈의 단전을 망가뜨렸다는 용문의 용왕도 예천우라고 하지 않았어?”예관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얼굴에 놀라움과 희망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용왕님도 천해시에 있었다고 했었지... 그럼 혹시 둘이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이런 생각을 한 예관희의 얼굴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했다.“네. 맞아요! 바로 예천우 맞습니다!”예남일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정말이야? 너무 기쁜 일이네! 이제 예씨 가문에 희망이 생겼어!”예관희는 마침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용문 용왕이라... 이토록 전설적이고
이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문가에 숨어서 상황을 엿보던 주성한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그러나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본 순간 그는 손승우 일가가 모두 무릎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성한은 그 순간 온몸이 떨리며 식은땀이 흘렀다.더 이상 볼 필요도 없이 그는 곧바로 뒤로 물러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떻게든 빨리 도망치려고 그는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너무 두려워서 상황의 전말을 더 알고 싶지도 않았다.한편 임선호는 예천우가 자신에게 이 일의 처분을 자신에게 맡기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천우가 이렇게 한 것은 아마 허씨 가문 사람들에게 임선호의 위신을 높여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천우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임선호는 가슴속 깊이 감동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입을 열려 했다.손승우는 순간 당황했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다급히 말했다.“임선호 씨, 오늘 일은 내가 정말 잘못했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게나! 어떤 요구든 말만 하시면 내가 반드시 따르겠네.”“그래요. 선호 씨, 제가 눈이 멀어 몰라보고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선호 씨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손승우와 손동욱이 다급히 임선호에게 사과하며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허성태는 쓴웃음을 지었다.‘나와 집사람은 왜 이렇게 눈이 어두웠던 걸까.’허가연 역시 임선호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결단력에 감탄했고 마음은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 찼다.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반응에 손승우 가족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히 임선호는 그들 생각과 달리 말했다.“필요 없어요. 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는 손씨 가문의 실력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임선호는 이번 일이 오로지 예천우 덕분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상의 보상은 원치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