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동네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진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천우 오빠, 방금 말한 게 다 사실이에요?”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예천우는 당연히 숨길 게 없었다.“그래. 가인아, 미안해. 그전에 너한테 미처 말해주지 못했어.”“정말 천이 오빠 맞아요? 절 속인 게 아니에요?”“바보 같은 계집애야. 내가 어떻게 널 속일 수 있겠어. 아직 너한테 바비 인형도 선물하지 못했는데. 자, 이거 받아!”예천우는 마술이라도 부리듯 정말 바비인형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바비인형 이야기를 듣자 진가인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인형을 한 손에 받아 들고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정말 천이 오빠가 맞네요. 정말이네요! 저 정말 너무 기뻐요!”그 순간 진가인은 너무 흥분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꼭 껴안았다.아까 공장에서 안았을 때보다 더 꽉 껴안았다. 그녀는 예천우를 다시 잃을까 봐 걱정했다.예천우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팔을 벌려 진가인을 끌어안았다. 이 몇 년 동안 진가인도 천이 오빠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며 애를 썼다.‘어쩌면 진작 가인에게 알려줄 걸 그랬어. 결국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진가인을 찾아냈어.’그 순간 예천우도 옛날 생각이 났다. 그도 당시에 예쁜이를 찾고 있었는데 지금 드디어 찾았다.‘임완유의 마음속에는 그 당시의 어린 소년이 있을까?’“됐어. 날 찾았으면 기뻐해야 할 게 아니야? 왜 울고 있어.”“알았어요.”한참이 지나서야 진가인은 진정을 되찾았다.“천이 오빠, 원장님도 오빠를 줄곧 찾고 있었어요. 오빠가 살아 있다는 걸 알면 분명히 아주 기뻐하실 거예요.”“알았어. 돌아가서 바로 연락드릴게.”예천우가 대답했다.“좋아요.”진가인은 예천우가 다시 사실을 숨길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앞으로 날 천우 오빠로 불러. 아니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예천우가 말했다.“방금 그 나쁜 사람들은 왜 오빠를 죽이려고 하는 거죠?”진가인은 걱정이 가득한 말투였다.“아직
“일단 웃옷을 벗어.”진민이 입을 열었다.예천우는 살짝 놀랐지만 그래도 순순히 웃옷을 벗었다.진민은 앞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에 작은 빨간 반점이 있었다. 아주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세히 보면 분명히 있었다.‘그래. 바로 여기였어.’다른 흉터는 위조가 가능하지만 이건 불가능했다.그리고 진민은 또 몇 시간 동안 예천우에게 질문했고 예천우는 모두 사실대로 말했다.그제야 진민은 예천우의 신분을 확인했다.“천우야, 네 어머니가 널 보육원에 두었을 때 사실 옥패 하나를 남겨두었어. 네 어머니가 말하기를 그 옥패는 귀중한 것이기에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항상 목에 걸고 다녔어. 원래 네가 어른이 되면 너에게 맡기려고 했는데 그때 보육원에 화재가 난 바람에 우리가 흩어졌지 뭐야. 이제 이걸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겠어.”진민은 말하며 목에서 옥패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예천우에게 주었다.예천우는 옥패를 받아 들고 보았지만 재질이 매우 평범하고 색상도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보통 옥패보다도 퀄리티가 조금 떨어진 것 같았다.“천우야, 이 옥패가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갖고 있으면 정말 몸이 편해져.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이 들어. 그때 화재 이후 몸이 많이 안 좋았는데 회복하는 과정에 옥패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진민이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원장 아주머니.”어머니가 남겨주신 물건만 아니었다면 예천우는 진민에게 옥패를 선물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옥패에는 뭔가 비밀이 있을 것이다.예천우는 옥패를 손에 쥐고 한참을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자 예천우는 아예 옥패를 목에 걸고 나서 물었다.“제 어머니께서 다른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어요?”“네가 예씨 집안을 원망하지 말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라고 했어.”진민도 예씨 집안이 어느 예씨인지 몰랐지만 아마 대단한 집안이라고 생각했다.“예씨 집안을 원망하지 말라고요? 그들이 제 어머니를 내쫓지 않았다면 어머니께서 어찌 행
“이렇게 이른 아침에 굳이 회사로 오라고 한 건 예의가 있는 거야?”“이른 아침이라니? 매일 밤 뭐 하는 거야. 오전 9시에 전화했는데도 자고 있다니. 설마 매일 밤 밖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는 건 아니겠지?”임완유는 이 나쁜 자식이 밖에서 함부로 놀고 있을까 봐 걱정했다. 그녀는 정말 예천우를 집에 끌고 가서 함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건 아니야. 진짜.”예천우가 마지못해 말했다.“내가 진작에 말했지만 회사 업무에 정말 관심이 없어. 아무튼 내가 적합한 사람을 찾아서 일을 잘 하면 되잖아.”“되기는 뭐가 돼. 내가 왜 널 이사로 임명했는지 모르겠어?”임완유는 화가 났다.“음... 왜 그런 거야?”“너!”임완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말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넌 자신을 좀 더 훌륭하게 만들 생각도 없는 거야?”“난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예천우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네가 훌륭하다고? 그래. 네가 능력이 좀 있다고 치자. 하지만 넌 권력도 세력도 없어. 어떻게 다른 집안 도련님을 상대할래?”“내가 그들과 왜 상대해야 하는데?”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임완유는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가지 않았다.“됐어. 화내지 마. 내가 더 노력하면 되잖아.”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명심해. 돌아가서 일 열심히 하라고.”“네! 알겠습니다. 대표님!”예천우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다.임완유도 어이가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임완유도 자신이 왜 이런 힘도 없고 권력도 없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상상하던 남자 친구는 반드시 권력이 크고 잘 생겨야 하고 능력이 강해야 했다.그런데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매일 이 바람둥이 생각만 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잘되게 하려고 전심전력으로 노력했다.하지만 그녀도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오늘 아침에도 할아버지는 언제 예천우와 이혼하는가 물어보셨
예천우는 이 모든 것도 모르고 사무실에 돌아왔다. 좀 지루함을 느꼈지만 이곳에서 수련도 할 수 없었던 지라 예천우는 어쩔 수 없이 휴대 전화를 들고 게임을 했다.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고 곧이어 유사라가 들어왔다.“천우 씨!”“무슨 일이에요?”예천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자신의 휴대 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유사라는 약간 서운했지만 장연희의 말을 생각하니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게... 천우 씨,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있어요. 아니, 오늘 저녁엔 좀 바빠요.”“천우 씨는 저를 싫어해요?”유사라는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그녀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아니에요. 사라 씨는 누가 봐도 좋아할 정도로 그렇게 미인인데 제가 어찌 싫어할 수 있겠어요?”예천우의 말은 사실이었다.유사라는 아름다운 외모, 꽃사슴 같은 두 눈에 하얀 피부, 잘록한 허리에 날씬한 긴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천생의 여자였다.가슴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어도 전체적인 몸매는 정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했다. 그녀를 본 남자라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런데 왜 저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아요?”“그게... 제가 지금 게임 중이라 끊을 수 없어요.”“그럼 기다릴게요.”그 말을 듣자 예천우는 좀 쑥스러워 어쩔 수 없이 휴대 전화를 집어치우고 고개를 들었다. 유사라는 정말 매력적인 여자였다.“왜 그래요. 저녁에 무슨 일이 있어요?”“사실 부모님께서 자꾸 저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 줘요. 최근에는 심지어 저에게 권력도 있고 실력도 있는 집안의 도련님과 소개팅 자리를 마련해 줬어요.”“잘됐네요. 그럼 만나보면 되잖아요.”“하지만 저는 소개팅하는 게 진짜 싫어요. 그래서 말인데, 천우 씨,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유사라가 말했다.“그게... 사라 씨네 집안일이니 제가 참견하지 못할 것 같아요. 게다가 부모님께서도 제 말을 듣지 않을 거잖아요.”“제 말뜻은 천우 씨가 제 남자 친구인 척해달라는 거죠. 그러면 부모
임완유가 예천우와 헤어져야만 공손 가문에 시집갈 수 있었다.오늘 오전에 공손진이 직접 찾아와 예천우와 임완유가 이혼하기만 한다면 바로 임완유와 결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공손진은 예천우가 임완유랑 계속 엮이는 걸 원치 않으니 두 사람이 3일 안에 이혼하기를 요구했다.공손진마저 이렇게 나오니 임 어르신도 직접 출동해야 했다.예천우가 자리에 앉고 한참이 지나서야 임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천우야, 네가 우리 임씨 집안에 온 이후로 내가 너에게 꽤 잘 대해줬지?”“그럼요. 어르신 덕분에 항상 잘 지내고 있어요.”예천우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부터 어르신은 줄곧 예천우를 도와줬다. 심지어 사고 난 난 후에도 여전히 그를 지켜주었다.“알았으면 됐어. 이제 내가 너에게 부탁할 일이 있으니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이미 대략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았다. 하지만 그는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물었다.“무슨 일이세요?”“완유와 이혼해 줘.”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그의 예상과 같았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어르신, 혹시 다른 일이면 저는 다 들어드릴 수 있겠지만 임완유와 이혼하라는 건 정말 안 돼요.”그 말을 듣자 임완유의 부모는 안색이 급변했다. 그들은 예천우가 역시 임씨 가문에 빌붙었다고 생각했다.하긴 예천우 같은 가난한 남자가 임씨 가문에게 의지하기만 하면 좋은 생활을 살 수 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임 어르신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천우야, 너도 알다시피 난 처음에는 너와 완유가 함께 있는 것을 지지했어. 하지만 넌 전혀 완유에게 어울리지 않아.”“왜 어르신께서는 제가 완유에게 어울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저도 최근에 임씨 집안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회사에 큰 공헌도 했어요.”예천우가 대답했다.“그까짓 일들은 턱도 없이 부족해. 우리 임씨 집안은 더 큰 걸 원해.”그러자 임완유의 어머니가 즉시 반박했다.“넌 오히려 임씨 가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어. 그러니 기본적
“예천우, 어르신의 말을 잘 들었어? 너처럼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진작에 임씨 가문에서 물러났어야 했어. 어떻게 우리 완유 곁에서 파렴치하게 계속 달라붙을 생각을 할 수 있어?”임완유의 어머니가 빈정거리는 얼굴로 말했다.“그래.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 너랑 차근차근 말할 수 있었던 건 다 어르신의 덕이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방식으로 이 일을 처리하면 넌 우리 집에 발을 들여놓을 기회조차도 없을 거야. 널 비참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많고도 많지.”임완유의 아버지도 즉시 심한 말을 하며 예천우를 위협했다.“그래. 천우야. 자기 주제 파악 좀 해. 우리 임씨 가문의 실력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만약에 우리가 널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넌 오늘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야.”임완유의 부모는 서로 말을 이어가며 예천우를 위협했다.지금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기세였다.공손 도련님이 이미 임완유와 결혼하겠다고 했으니 절대 지체해서는 안 되었다. 임완유가 그들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예천우를 위협해야만 했다.이번에도 임 어르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들을 묵묵히 지지한다는 뜻이었다.어르신도 시간이 촉박하고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가 공손진을 만나보니 정말 괜찮은 청년인 것 같았다.그 모습을 본 예천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르신도 이런 생각이에요?”임 어르신은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때 신의님께서 날 구해줬고 나도 너에게 기회를 주었어. 난 내 양심에 떳떳해. 지금은 네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것이지. 천우야, 사람은 자기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해. 넌 완유와 어울리지 않기에 우리 임씨 가문의 사위가 될 자격이 없어. 그전에는 네가 혼자 왔고 예전에 신의님께서 우리를 구해줘서 단지 너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어서 은혜를 갚은 거야.”“알겠어요. 임씨 가문은 정말 대단해 보이네요.”예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보잘것없던 임씨 가문은 그의 눈에
“만약에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가 이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내 마음이 모질다고 탓하지 마.”임 어르신은 차가운 말투로 예천우를 위협했다. 그의 위엄한 기세는 다름 사람에게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당시 장진관 앞에서 비굴하게 굽실거리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임 어르신의 눈에는 예천우가 단지 무술에 능한 사람일 뿐이었다.예천우가 정말 강해서 종사의 경지가 되었다면 천해시 가문 전체가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건 도저히 불가능했다.당시 장진관은 양 회장님의 측근이었다.그래서 임 어르신은 당연히 큰소리치지 못하고 비굴하게 용서를 빌었다.임 어르신의 위협에 예천우는 껄껄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마음대로 하세요.”그 말을 하고 예천우는 자리를 떠났다.가벼운 발걸음에는 임씨 가문에 대한 멸시로 가득했다.그러자 임완유의 부모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욕을 퍼부었다.“빌어먹을 자식, 정말 죽고 싶은 거야?”“아버지, 뭘 망설이는 거예요. 이런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은 단단히 혼쭐을 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자신이 얼마나 대단할 줄 알아요.”임 어르신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이번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하지만 기억해 둬. 절대 예천우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돼. 천우의 스승님은 내 은인이야.”“네!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임완유의 아버지는 눈에는 매서운 한기가 감돌았다.‘이 자식이 제 주제를 모른다니. 그러면 단단히 혼을 내줘야겠어. 무릎 꿇고 완유에게 이혼을 구걸하게 할 거야.’예천우가 대문을 나서자 휴대 전화가 울렸다. 임완유였다.예천우는 마음을 추스르고 전화를 받았다.“예천우, 또 어디로 간 거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라고 말했잖아. 넌 10시가 넘어서 회사에 와서 11시에 바로 퇴근한 거야? 그렇게 회사에 있기 싫어?”임완유는 몹시 화가 났다. 그녀는 예천우에게 회사에 착실하게 출근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오늘 그녀는 직접 지켜보면서
“너! 미쳤어? 왜 갑자기 허풍을 떨어대는 거야? 됐어. 더 이상 말하기 귀찮으니까 지금 당장 회사로 돌아와.”임완유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예천우가 했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예천우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는 원래 임완유에게 자신의 실력을 일부분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임완유가 전혀 믿지 않자 그도 어쩔 수 없었다.임완유가 그렇게 화를 내자 예천우도 어쩔 수 없이 얌전히 회사에 빨리 돌아갔다.임완유가 전화를 끊자마자 휴대 전화가 울렸다. 할아버지였다.“할아버지!”임완유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는 그녀를 많이 아껴주고 지지했다. 다만 예천우와 함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두 번이나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지난번에는 할아버지가 임완유에게 반드시 예천우와 함께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또 할아버지는 임완유에게 빨리 이혼하라고 강요했다.“할아버지, 전 예천우와 이혼하는 것을 절대 동의할 수 없어요.”“전 지금 천우와 함께 살지도 않잖아요. 하지만 바로 이혼할 수는 없어요. 천우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싶어요.”임완유는 바로 마음속의 말을 꺼냈다.임 어르신은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먼저 일단 집으로 돌아와. 우리 다시 상의해 보자.”“상의할 필요도 없어요. 전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아니. 할아버지가 너에게 집에 돌아와서 함께 밥 먹자는 말조차도 하면 안 돼?”임 어르신이 차갑게 물었다.공손진이 3일의 시간을 주었는데 지금 거의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시급히 해결해야 했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마침 점심때라 임완유는 회사에서 나오자마자 차를 몰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방금 문 앞에 도착하자 청소부 아줌마가 보였다.임완유는 평소에 아줌마에게 예의 바르게 가족처럼 잘 대해 주었다. 그래서 아줌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돌아오셨군요. 천우 씨는 이미 떠난 지 오래되었어요.”“천우 씨? 천우가 방금 이곳에 왔어요?”임완유가 다급히 물었다.“네! 바로 한 시간 전쯤 오셨어요.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