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완유의 말을 들은 소정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완유야, 예전에도 난 처음부터 네가 예천우랑 사귀는 걸 반대했었어. 네가 나에게 이렇게 물으면 난 분명히 지지하지 않을 거야. 사실 다른 건 몰라도 예천우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발견한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앞으로도 그 여자들과 함께 있을 게 분명한데, 네가 참을 수 있겠어?”소정이 그렇게 말하니 임완유의 머릿속에는 예천우가 다른 여자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임완유는 마음이 아팠다.“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너희들을 반대하는지 알아? 요즘 사회는 정말 집안을 중요하게 여긴단 말이야. 완유야, 너는 지금 사랑을 위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문제가 많아질 꺼야.”소정이 대답했다.“난 그런 문제가 두렵지 않아. 하지만 예천우가 다른 여자랑 함께 있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뿐이지.”“휴. 넌 이런 걸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네 부모와 할아버지는 어떨 것 같아? 설마 모든 사람과 사이가 틀어지려고 그래? 내가 알기로는 그들은 지금 네가 예천우와 함께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잖아?”소정이 되물었다.“그건 맞아.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 버티고 있었어. 어떻게든 예천우가 잘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하지만 그는 내 노력을 이렇게 무시했고 심지어 나랑 이혼까지 하고 싶다고 한다니 정말 말도 안 돼.”“뭐라고? 예천우 씨가 먼저 너랑 이혼한다고 말했다고?”소정은 그 말을 듣고 기뻐서 날뛸 것만 같았다.‘아니, 이런 좋은 일이 있어?’“그래. 아까 그렇게 말했어.”“세상에, 말도 안 돼. 뭐가 잘났다고 그런 말을 해? 네가 아니었다면 회사에서 재능을 발휘할 기회조차도 없었을 텐데. 이번 일 때문에 유명해질 수도 없을 거고 말이야.”소정은 일부러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소정은 마음속으로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예천우도 임완유의 바보스러운 행동에 싫증이 난 것 같으니 소정은 자신이 반드시 몇 번 더 싸움
“공손진 씨? 누구지?”소정은 모르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공손 가문의 도련님 말이야. 지난번에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는 것을 도와주셨지.”“예천우가 공을 가로챘던 그 공손 도련님?”“응.”“아. 그 분이었구나. 점잖고 젠틀해 보이던데. 집안도 좋고 나쁜 소문도 듣지 못했어. 더는 나도 잘 모르겠고, 아무튼 공손진 씨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소정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응.”“공손 가문 미래의 후계자이니 누가 공손진 씨에게 시집가면 평생 복 받을 거야. 어떤 여자에게 그런 행운이 따를지 모르겠어. 참, 왜 갑자기 공손진 씨에 관해 물어보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야!”임완유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공손진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차가 한참 달렸고 마침 한 술집을 지나던 중이었다. 소정은 옆에 있는 임완유를 향해 말했다.“완유야,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니 나랑 술 한잔할래? 너도 때로는 좀 릴렉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해.”“릴랙스? 어디에서?”“바로 가자! 걱정하지 마. 저쪽에 보이는 제로 술집은 내 친구가 차린 가게는 아주 안전해.”소정이 말했다.“좋아. 그러면 가자.”임완유도 마침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고 확실히 스트레스를 좀 풀고 싶었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린 후 술집으로 들어갔다. 소정은 홀로 술을 주문하러 간 김에 공손진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줬다.소정은 임완유가 공손진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해줬다.소정과 상의를 마친 공손진은 득의만면한 표정이었다.원래 소정을 한바탕 욕하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소정은 쓸모가 많았고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공손진은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십중팔구 자기 여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 바로 가서 기회를 잡아야 해.’예천우는 임완유를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차를 몰고 임완유의 차를 따라갔다. 그녀들이 술집 옆에 멈춰 선 후에 술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임완유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굴에 눈물자국이 가득했고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휴지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완유야, 너도 너무 슬퍼하지 마. 예천우와 헤어지더라도 우리는 앞을 봐야 하지 않겠니? 얼마나 많은 집안 좋은 도련님들이 널 좋아하고 기다리는지 알아? 예천우처럼 파렴치한 사람 때문에 슬퍼할 필요 없어.”소정이 임완유를 위로했다.임완유가 말하려고 할 때 잔뜩 멋을 낸 패션을 한 남자가 다가와서 말했다.“미녀 두 분이 이곳으로 술 마시러 나왔네. 둘만 온 것 같은데 함께 한잔할래? 그리고 이분은 울었던 것 같은데 누가 괴롭혔어? 오빠한테 말해봐 봐. 복수해 줄 게.”소정은 그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리 가세요. 우린 그쪽과 아는 사이도 아니잖아요.”“하하. 방금은 모르는 사이지만... 뭐 한두 잔 마시면서 친해지는 거야.”노랑머리 남자는 말하면서 심지어 임완유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했다.임완유는 화가 나서 몸을 피하면서 상대방을 욕하려 했다.소정은 직접 일어나 노랑머리 남자의 손을 비틀고 화를 내며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여기 대표가 제 친구예요. 행동을 조심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소정이 위풍당당해 보이는 건 잠시뿐이었다.“탁!”뺨 때리는 소리가 찰지게 들려왔다.호되게 뺨을 맞은 소정은 제 자리에 넘어졌다.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고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소정은 속으로 욕했다.‘개자식, 연기하는데 이렇게 세게 쳐서는 뭐 하는 거야.’임완유는 멍해졌고 얼굴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임완유가 말하기도 전에 노랑머리 남자가 의기양양하게 화를 냈다.“이런 X발 년이! 제 주제를 모르고 있네. 대표가 네 친구면 다야? 그 자식도 내 앞에서 대가리를 조아리면서 쩔쩔매는데. 네가 뭔데?”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에 몇몇 남자들이 험상궂은 표정을 지으며 몰려왔다.임완유는 무서웠지만 휴대 전화를 꺼내 침착하게 경고했다.“함부로 하지 말아요. 아니면 경찰에 신고하겠어
남자는 방심하고 있었기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소정은 심지어 다른 두 남자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미리 설정된 시나리오였다.잠시 후면 공손진이 임완유를 구하러 나타날 것이다.임완유가 화가 나고 절망적이었지만 소정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다.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상대방과 목숨 걸고 싸운다고 생각했다.임완유는 소정의 마음속에는 역시 모두 자신뿐이었고 오해를 받고도 항상 자기를 위해서 용감하게 나섰다고 생각했다.그때 임완유는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틈을 타서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소정아, 잠시만 기다려. 내가 널 꼭 구해줄게.’“이런 빌어먹을 X발 년아, 죽고 싶어!”남자는 소정의 돌발적인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정의 뺨을 두번 후려갈기고 힘껏 확 밀어내면서 말했다.“저 년을 당장 가서 잡아와.”임완유는 빨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자신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게다가 상대방도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이었기에 그들은 임완유를 도망치게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게다가 임완유는 몇 걸음도 도망치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그 모습을 지켜 본 공손진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웃음을 감추고 앞으로 다가가 임완유를 구하려고 했다.마침 그의 패기 넘치는 무술 솜씨도 뽐낼 수 있었다.그는 심지어 이따가 무슨 동작으로 저 남자들을 물리쳐야 임완유가 자신을 더 매력적이고 멋지게 생각할 지 고민까지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앞으로 다가가려고 할 때 한 사람이 나타났다.‘잠시만! 저게 예천우가 아니야? 빌어먹을 자식.’공손진은 갑자기 마음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공손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예천우가 이미 그 자리에 나타나서 임완유의 앞으로 왔다.방금 소정이 처음으로 공손진에게 전화를 했을 때부터 예천우는 소정에게 접근해 있었고 소정과 공손진의 대화를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똑똑히 들었다.
절망감에 빠진 임완유가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예천우였다.그녀는 심지어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다.분명 자신이 너무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환각이 생긴 줄 알았다.하지만 임완유는 곧 예천우의 목소리를 들었다.너무 부드러웠고 너무 자신에 차 있었기에 임완유도 마음이 설렜다.그때 예천우가 임완유를 일으켜 세웠다.“네가, 네가 왜 여기에 있어?”임완유는 깜짝 놀랐지만, 속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고 다른 감정도 있었기에 마음이 복잡했다.“네가 이곳에서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는데 내가 어떻게 네 곁에 없을 수 있겠어.”예천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임완유는 다시 마음이 뭉클해졌고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예천우의 품에 안길 뻔했다.하지만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공손진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예천우를 삼키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래 좋아. 예천우, 딱 기다려. 내일 밤이 되기 전에 널 내 손으로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 테야.’방금 공손진이 이곳으로 오려고 할 때 가문으로부터 왕 어르신이 내일 아침에 천해시로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이곳과 많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점심쯤이면 왕 어르신은 도착할 것이다.그때 가서 화경 중급의 실력을 갖춘 왕 어르신이 손을 쓰면 예천우는 바로 죽을 것이다.소정의 안색은 더욱 나빠졌다. 공손진을 도와서 임완유의 호감을 살 기회를 마련하려고 세심하게 계획했다.오늘 밤에 기분이 좋지 않은 임완유에게 술을 많이 먹이고 싶었다. 그리고 임완유가 공손진을 어린 시절 그 어린 소년이라고 생각한다면 술김에 어쩌면 공손진과 잠자리를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렇게만 된다면 임완유와 예천우는 더 이상 불가능했다.비록 소정은 예천우와 함께 있은 적은 없지만 예천우 같은 무서운 실력을 갖춘 남자라면 결코 자기 여자가 다른 사람과 잤다는 것을 순순히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그녀는 예천우가 이곳으로 온 것을 전혀 몰랐다. 공손진을 위해 세심하게 계획한 일이 오히려 지금 예천우를 돕고 있
“X발, 죽을래!”화가 난 노랑머리 남자는 즉시 부하들에게 다 함께 달려들라고 명령했다.예천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자기에게 사람이 많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하지만 곧 노랑머리 남자는 부하들이 전부 바닥에 뒹굴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았고 절망감에 빠졌다.예외 없이 몸에 큰 상처를 입었고 기본적으로 모두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노랑머리 남자는 두목이었기에 예천우가 그를 더 심하게 혼내 줬다.노랑머리 남자의 두 손은 전부 부러졌다.하지만 그때 예천우는 주변 사람들이 구경하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휴대 전화를 꺼내서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예천우는 바로 임완유를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그는 이런 일 때문에 임완유가 뉴스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떠나자 노랑머리 남자는 재빨리 사람을 시켜 구급차를 부르라 했고 화가 난 표정으로 소정을 바라보며 말했다.“소정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연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저...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소정도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 확실히 소정은 사전에 술집 대표를 찾아서 몇몇 사람을 불러 대신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성공하면 2,000만 원을 보수로 준다고 했다.소정은 공손 도련님이 만족할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면 공손진은 2,000만 원이 아니라 2억 원도 주저 없이 자기한테 줄 수 있다고 믿었다.특히 소정이 임완유에게 시켜준 술은 조금만 마셔도 쉽게 취할 수 있는 독한 술이었다.“몰랐다고요?”노랑머리 남자는 화가 나서 말했다.“모르든 알든 저와 상관이 없어요. 소정 씨 때문에 우리가 지금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2,000만 원은 턱도 없이 부족해요. 2억 원을 줘요! 그리고 2억 원 외에 모두 병원비도 전부 책임지셔야 해요!”소정은 그 말을 듣자 얼굴이 창백해져서 다급히 말했다.“너무 많아요. 제가 어디 그렇게 돈이 많아요?”“그건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잖아요!”노랑
소정은 어떻게 임완유를 공손진의 침대까지 속일까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임완유의 전화가 왔다.방금 예천우가 나타나자 임완유는 정신이 흐리멍덩해졌고 그곳을 나온 후에야 소정이 아직 안에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그래서 임완유는 다급하게 말했다.“천우야, 소정이 아직 안에 있어.”“걱정하지 마. 소정 씨는 괜찮을 거야.”“정말이야?”“그래. 소정 씨는 저 사람들과 원래 같은 편인데 무슨 일이 생기겠어.”“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소정은 날 위해서 호되게 맞았고 게다가 날 위해 목숨 걸고 그 사람들을 밀쳐냈어. 게다가 소정이 또 무엇을 바라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을 시키겠어?”예천우는 공손진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소정 덕분에 자기가 공손진이 해야 할 일을 이미 한 것 같았다.“천우야, 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소정은 절대 저 사람들과 한편일 수 없어. 네가 소정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예전에 소정도 단지 날 위해서 너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거야. 지금은 이미 자기 잘못을 알고 다 고쳤어.”임완유가 소정을 위해 해명했다.“알았어. 지난 일은 더 이상 말하지 말자.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들이 한편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미 그들을 호되게 혼내 줬으니 그들도 이제 너를 해칠 수 없을 거야. 게다가 우리가 나올 때 이미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었으니 소정도 아무 일 없을 거야.”임완유는 예천우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어서 소정에게 전화했다.“완유야!”소정은 임완유의 전화를 받고 구세주를 찾은 듯했다.“응. 지금 어때? 괜찮아?”임완유가 다급히 물었다.소정이 말하려 하자 옆에서 말하는 예천우의 목소리가 들렸다.“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정말 무슨 일이 있다면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게. 경찰은 반드시 그들을 붙잡아 사실을 물어볼 꺼야.”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은 소정은 깜짝 놀랐다.옆에 있던 노랑머리 남자도 안색이 급변했고 매서운 눈빛으로 소정을 노려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는 많은 자산이 있어요. 게다가 집 몇 채도 있으니 이 정도 돈 때문에 도망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안 돼요. 소정 씨를 믿을 수 없어요. 아까도 연기만 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지금 보세요. 제 부하들이 어디 한 명이라도 일어날 수 있어요?”“잘 생각해 보세요. 소정 씨를 기다릴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10초만 줄게요. 대답하지 않으면 앞으로 편하게 살 생각하지 마세요.”노랑머리 남자는 계속하여 소정을 위협했다.노랑머리 남자가 밖에서부터 구급차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그럼... 한 번만, 딱 한 번만 줄게요. 하지만 당신 혼자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한 번만 주고 1억 원의 병원비는 내일 주겠어요.”소정은 그래도 그 와중에 막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최종 목표는 예천우였다.그래서 절대 이런 남자랑 같이 오래 있으면 안 되었다. 그러면 나중에 절대 예천우에게 시집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노랑머리 남자는 이게 웬 횡재냐고 생각했다. 여자도 돈도 다 가지게 된 셈이었으니 그는 즉시 승낙했다.“좋아요. 그러면 딱 한 번으로 합의를 보죠. 이건 소정 씨가 한 말이니 나중에 딴짓하면 안 돼요. 지금 바로 저와 함께 병원으로 가요.”“왜 병원으로 가야 하죠?”“병원에 안 가면 만약에 소정 씨가 도망가면 어떡해요? 약속을 지키면 바로 보내드릴게요.”노랑머리 남자는 차갑게 말했다.“아니, 손도 다 부러졌는데. 어떻게...”“쳇. 그런 일을 하는데 굳이 제 손이 필요 있겠어요?”그 말을 들은 소정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원래 일단 그렇게 말하고 노랑머리 남자가 방심할 때 도망치려고 했지만 지금 그 방법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예천우는 차를 몰고 임완유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원래 집까지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임완유는 바로 서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예천우는 임완유를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안에 들어가 보니 거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임완유의 부모님은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