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유사라가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오해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곧 밤이 되었고, 예천우가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안 소문하가 소씨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도록 사람을 배치했다.그러나 그를 경악하게 한 것은, 낮부터 밤까지 소씨 가문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었다.예천우의 행방에 대해서 소문하는 감히 조사하지 못했다.‘그런 말까지 다 한 마당에, 왜 아직도 회사에 머무시면서 어디에도 출발하지 않는 거야? 설마 이 일을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겠지. 하지만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수 있는 거지?’“혹시 예천우 도련님께서 도련님께 농담을 하신 건 아니겠죠?”심준혁은 소문하의 최측근, 심복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소문하를 돌봐오며 그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그래서 예천우에 대해서는 심준혁도 알고 있었고 소문하는 많은 일을 그와 상의했었다.“그런건 아닐 거야.”소문하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왜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까요?”“일이 조금 번거로워서 처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시겠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자.”“하긴, 소씨 가문은 그냥 일반 가문이 아닌 천해 시 4대가문중 하나니까요. 게다가 소문휘는 소씨 가문의 보배잖아요.”그 말을 들은 소문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소문휘 모자가 어릴 때부터 소문하를 억압하지 않았다면, 그의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을 듣게 하지 않았더라면, 소문하는 몇 년 동안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심준혁도 마음이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우리 도련님 여태껏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많이 힘드셨는데... 예천우 도련님께서 우리를 속인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하지만 밤까지 지속된 기다림 끝에도 소씨 가문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들리지 않았고 더욱이 소문휘의 상황도 들려오지 않았다.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몰라도 소문휘의 일거수일투족은 소문하의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는데 말이다.소문휘를 제거하겠다던 예천우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소창규가 잠시 멍해 있었다. 소문하는 그가 줄곧 미워하고 심지어 만나기조차 싫어하는 폐기물과 다름없는 손자가 아닌가?여기까지 이르자 그는 자연히 눈치채게 되었다.오늘 예천우가 온 것은 바로 소문하를 위해서라는 걸,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자신의 손자 소문휘를 무너뜨리고 소문하를 돕기 위해서라는 걸 말이다.‘하지만 대체 그 자식이 무슨 능력으로 자기를 위해 전하께서 이곳까지 오게 만든 거지? 대체 문휘 걔는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전하께서 이리도 불만을 품고 계시는 거야.’“왜, 하고 싶지 않은가?”예천우가 차갑게 물었다.“아닙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아마 잘 모르시나 본데 소문하 그 아이는 비록 총명하지만 어려서부터 막무가내였어요. 지금은 먹고 마시고 도박을 일삼는답니다.”“내가 모른다고? 당신이야말로 나이 먹고 정신이 흐릿해졌는지 두 손자에게 도대체 어떤 덕행과 능력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소문하를 다시 한번 잘 조사해봐. 정말 안되는 놈인지 아니면 소문휘 모자에게 살해당할까 봐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능을 숨겼는지.”“네? 이런 일도 있었나요?”소창규가 놀랐다. 이런 일에 대해 그는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하지만 어찌 됐든 예천우가 직접 말했기 때문에 소문하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감사드립니다, 전하. 소인 반드시 말씀하신 대로 처리하겠나이다.”“그래. 내일 해가 지기 전까지 소씨 가문의 공고를 들었으면 좋겠네. 그렇지 않으면... 수라전은 자네를 살릴 수도, 또 언제든 자네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 명심하게.”예천우는 이 말을 끝으로 발끝을 살짝 들더니 순식간에 소창규의 앞에서 사라져버렸다.이 장면만으로도 소창규는 마음이 흔들렸다. 게다가 그는 수라전의 실력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당시 소씨 가문이 원수 가문의 보복에 당해 궁지에 몰렸을 때, 그는 다행히 수라전을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그 이후로 소씨 가문은 수라전에 충성하였고 매년
누구도 이렇게 많은 조회 수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헐, 진짜야?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불치병일 수도 있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빨리 나아지다니.”“그러게. 진짜 믿을 수 없어.”“진짜입니다,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제 동생이 피해자인데 지금 이미 나았어요. 더 신기한 건 검은 반점 주위의 피부가 더 섬세하고 하얗다는 겁니다.”“이건 진짜예요. 우리 큰 이모도 마찬가지예요.”“맞아요, 저희 언니도요. 지금 다 낫고 언니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라요. 오늘 오전에 바로 배상금에 관해 얘기하러 갔는데 무려 2000만 원이나 되는 거 있죠.”“얼굴에 검은 반점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니, 게다가 돈까지 받고. 빌어먹을, 왜 내가 산 루루 화장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지? 왜 얼굴에 검은 반점이 안 생기는 거냐고.”“짜증 나. 나도 루루 화장품으로 바꿀래. 나도 검은 반점 날거야.”“루루 화장품 진짜 책임감 있네. 얼굴 문제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고액의 배상금까지 내다니.”“게다가 임연그룹에서 이번에 검은 반점 흉터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맞습니다. 저도 그때 들었어요. 정말 그렇게 멋진 제품을 갖고 있을까요?”“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막론하고 난 일단 관심을 가져볼 거예요. 출시하면 꼭 하나 사서 써봐야지.”“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쓰면 꼭 후기 알려주세요. 님께서 효과 보는 거 기다리겠습니다.”“당연하죠. 저 팔로우 하세요. 여러분들에게 가장 정확한 평가를 선보이겠습니다.”“...”단번에 온라인 댓글이 전부 반전되었고, 지지하는 여론이 댓글 창을 도배했다.그리고 하나같이 임연그룹의 새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검은 반점 흉터를 지울 수 있다는 신기한 화장품에 대해 매우 흥미가 있는 듯 보였다.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루루 화장품을 살 수 있기를 희망했다.일단 문제가 있는 것을 사게
임완유는 생각난 즉시 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유 은행장님, 안녕하세요!”지난번 일이 있은 후로 유명은 특별히 임완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두고 있었다. 그는 전화번호와 목소리를 듣고 바로 얼굴에 웃음기를 띠며 말했다.“임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무슨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실까요?”임연그룹에서 꽤 큰 사건이 일어난 데에 더해 그가 이끄는 신안은행에서 임연그룹에 고액의 대출을 주었기 때문에, 유명은 자연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처음에는 정말 걱정했지만, 나중에 임연그룹이 한 걸음 한 걸음 위기를 모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특히 그는 자신을 때린 그 젊은이에게 주의를 돌렸다. 바로 그가 이 모든 것을 주도했기 때문이다.그동안 유명이 줄곧 두려워했던 것은 양씨 가문의 세력이었다. 왜냐하면 양씨 가문이 예천우를 도와주고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어제 이후로, 그는 갑자기 예천우가 절대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느꼈다.오늘은 또 인터넷 관련 여론을 보니 임연그룹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의 배후에 양씨 가문의 지지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임완유는 유명이 이렇게 공손하게 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지라 서둘러 말했다.“너무 예의 차리지 마세요, 은행장님. 전 그저 대출 일에 관해 물어보러 왔을 뿐입니다.”“대출 말입니까?”유명은 잠시 멈칫했다.“왜요? 좀 어려운가요?”“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얼마가 필요한지 말만 하세요. 제 쪽에서 통과할 방법만 있다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유명은 여전히 매우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처음 그녀를 만나 무시하던 모습과는 정말 천지 차이였다.임완유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당시 유명이 유걸의 경고 때문에 자신에게 예의를 차리며 사과도 하고 대출도 해줬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유걸이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을 텐데. 잠깐만, 유걸이가 많은 일들은 자기가 도와준 게 아니라 내가 오해한 거라고 했지? 그럼 설마 그때 그 일도... 그럼
‘이게 천우한테는 얼마나 큰 상처일까...’그녀는 당시 가족들과 예천우에 대해 말할 때, 그가 공로를 마구 얻어간다고 말한 것이 기억났다. 게다가 당시 소정도 유걸이 임완유를 구했다고 증언을 하고 있었다.그리고 유걸은 좋은 사람인 척 예천우에게 공로를 양보하라느니 하는 역겨운 발언을 했었다.이제 와 생각해보니 예천우가 얼마나 억울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시종일관 어떠한 원한도 가지지 않았다. 그 일을 기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평불만 없이 일심전력으로 묵묵히 임완유를 도와주었다.‘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남자인데 내가 전에는 왜 그렇게 미워했지. 내가 그때 눈이 멀었었나보다, 아니면 마음이 고장 났었거나...’“임 사장님?”걸핏하면 말을 하지 않는 임완유와 얘기를 나누기가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명은 감히 그녀의 전화를 끊지 못했다.“네. 이번 에는 제 개인 명의로 대출받고 싶어요. 괜찮을까요?”“얼마나 드릴까요?”“200억이요! 임씨 가문의 재산으로 담보를 걸 수 있지만, 가치는 아마 이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괜찮습니다. 저에게 맡기세요.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혹시 예천우 때문에 은행장님께서 저를 이렇게 도와주시는 건가요?”임완유가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 혹시 아시나요? 예천우 씨 뒤를 양씨 가문이 봐주고 있어요.”“아, 그런 거였나요!”임완유는 그제야 깨달았다. 당시 예천우 본인은 어떠한 권세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그가 양체은을 구했기 때문에 양씨 가문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말이다.임완유도 양체은 떄문에 이 대출금을 받지 않겠다는둥 하며 따지지 않았다.“그럼 제가 자료를 준비해서 오후에 가져다드려도 될까요?”“네, 언제 방문하시든 저한테 전화만 주세요. 제가 반드시 은행에서 기다리고 직접 모시겠습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임완유는 다시 이 일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당장 예천우를 불러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아니지, 아직도 득의양양해 있을 텐데
상황이 뒤바꿔버린 것을 알아차린 소문휘는 직접 자신이 손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입을 열었다.“여기 좀 와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루 화장품을 완전히 망가뜨려서 임완유를 내 노예로 만들겠어. 예천우 그 개자식, 감히 사람들 앞에서 내 체면을 깎다니. 내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할 뿐만 아니라 내가 그 자식의 여자를 놀리는 걸 지켜보게 할 거야.”“개자식아, 그게 사람이 할 말이야? 네가 감히 누구라고 이렇게 건방지게 굴어? 네가 뭘 그리 대단한 사람이야?”바로 그때 분노에 가득 찬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칫 놀란 소문휘는 얼굴색이 크게 변하며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정원에서 쉬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갑자기 여기로 오셨어요?”“그걸 말이라고 해? 네가 여기서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면 내가 왜 이곳으로 오겠어? 예전부터 넌 능력이 뛰어나지만 질투심이 많고 소심하고 음험하고 악랄한 짓을 많이 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이토록 낭패를 볼 줄은 몰랐어.”소창규는 소문휘의 무기력한 모습에 동정을 하면서도 몹시 화가 났다.그가 제일 먼저 소문휘를 찾아가지 않았던 건 그가 소문하 그리고 자신의 보배 손자인 소문휘도 함께 조사했기 때문이었다.첫 번째는 그가 정말 낭패를 보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둘째는 그가 최근에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기에 수라전 전하가 이렇게 화가 나서 그를 지옥에 떨어뜨리려고 하는지 조사했다.하지만 조사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조사해 보니 깜짝 놀랐다. 소문휘가 그렇게 많은 끔찍한 일을 했을 줄은 몰랐다.만약 이걸 다른 사람이 발견했다면 그는 평생 감옥살이를 해도 부족할 상황이었다.최근에 그는 임연그룹 특히는 임완유라하는 여자만 건드린 것 같았다.소창규는 임연그룹에서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특히 어제 모든 상황을 컨트롤한 예천우의 몸짓에 관심이 더 많이 갔다.보면 볼수록 어젯밤 만난 수라전 전하와 비슷했다.게다가 수라전 전하가 소문휘에 대한 태도가 남달랐고
후계자의 신분을 잃게 된다면 그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순간 소문휘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그가 뭐라고 변명하려고 할 때 소창규는 이비 밖으로 나갔다.사실 그도 마음이 아팠지만 조사한 결과 큰 손자가 했던 일들은 그를 너무 실망하게 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수라전 전하의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신의 큰 손자를 살리기 위해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약 2시간 후, 소씨 가문의 내부 사람들은 모두 소씨 저택에 소집되었다. 그중에 소문하도 있었다.한 시간 전, 소문하가 아직 기회를 더 기다려야 하겠다고 한탄하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하룻밤이 지나도록 소씨 집안에서 아무런 변화도 없자 소문하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오늘 아침까지 소씨 집안은 잠잠했다.그는 예천우도 이번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잠시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이 정말 어려웠기에 그는 예천우를 원망하지 않았다.그런 생각을 할 때 그는 어르신으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았다.몇 년 동안 할아버지인 소창규는 그에게 전화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가족 모임에서도 그를 제대로 본적이 거의 없었다.소창규는 소문하를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소문하는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고서는 조심스레 말했다.“할아버지!”“음! 한 시간 뒤에 소씨 가문에서 가족 내부 총회가 열리니까 한번 와봐.”소창규의 목소리는 차가운 대신 몹시 부드럽고 상냥했다.소문하는 잠시 멍해졌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꼭 제시간에 갈게요.”그는 전화를 끊고 약간 떨리는 표정을 지었다.‘설마. 천우 형님이 움직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왜 할아버지가 나한테 갑자기 전화한 거지?’“도련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때마침 옆에 있던 심준혁이 궁금해서 물었다.“할아버지가 나보고 가족 총회에 참석하라고 전화가 왔어.”“뭐라고요!”그 말을 들은 심준혁도 몸을 떨었다. 예전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그는 흥분한 말투로
오랫동안 소씨 집안에서 살아왔기에 서평은 소씨 집안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소문휘는 능력이 뛰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그의 어머니 왕나희는 명문 출신인 데다가 가문의 실력이 막강했기에 소씨 집안도 그녀에게 체면을 세워줘야 했으니 당연히 왕나희도 소씨 집안에서 지위가 높았다.그 두 사람이 소씨 집안에 있는 한, 서평과 소문하는 서프라이즈는 커녕 좋은 날도 없을 것이다.소창규는 온 사람들을 모두 둘러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내가 자네들을 부른 건 중요한 발표를 하기 위해서야.”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기에 직접 모든 것을 말했다.“소문휘는 품행이 바르지 않으므로 오늘부터 더 이상 소씨 집안의 후계자가 아니야. 그리고 소씨 집안의 어떤 사업도 접촉할 수 없을 거야.”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소문휘의 후계자 자리를 직접 박탈했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소씨 집안의 어떤 사업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아주 가혹한 처벌이었다.사람들은 소문휘가 도대체 무슨 놀라운 일을 했길래 어르신께서 이렇게 험한 처벌을 내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들뿐만 아니라 소문하도 몹시 놀랐다.이건 의심할 여지 없이 예천우가 움직인 것 같았다.다만 어르신이 이렇게 모질게 마음을 먹고 소문휘가 소씨 가문의 사업에 손을 못 대게 할 줄은 몰랐다. 이건 어릴 때부터 소씨 집안에서 온갖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소준휘에게는 목숨을 빼앗아 가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예천우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르신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소중한 손자를 희생시켜야 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서평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줄곧 잘나가던 소문휘가 왜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걸까?’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아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흥분과 감격이 가득 차 있었다.‘설마, 이 모든 게 문하가 한 일일까? 그렇게 오랫동안 했던 고생이 드디어 끝을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
강지혜는 허겁지겁 피하려고 했지만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걸 다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머리가 헝클어져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얼굴도 맞아서 약간 고통이 안겨 왔다.강지혜는 도저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소리쳤다.“이 자식아, 두고 보자. 내가 반드시 너를 지옥에 떨어뜨려 줄 거야.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어!”그러자 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대꾸했다.“또 그 소리네요. 역시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하더니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네요.”예천우는 강지혜의 협박에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주변의 허씨 집안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지어 허광호마저도 예천우가 어떻게 비참한 결말을 맞을지 기대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예천우를 혼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말았다.그때 누군가 들어와서 소식을 전했다. 손씨 가문의 가주가 직접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허성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서둘러 문 쪽으로 향했다.마침내 문이 열리더니 허씨 집안 하인 둘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리고 그 뒤로 험상궂은 얼굴에 강렬한 위엄을 풍기는 한 50대 중반의 남성이 들어왔다.그의 옆에는 날렵한 걸음걸이로 따라오는 노인이 있었는데 걸음 모양새만 봐도 상당한 실력의 고수임이 느껴졌다.그리고 그들 뒤로는 경호원들이 줄지어 들어왔는데 동일한 복장에 강한 기운을 뿜어내며 위압감을 자아냈다.허성태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손 가주님께서 오셨군요.”“비켜!”손승우는 손동욱과 전화했을 때 이미 허씨 가문이 돕기는커녕 예천우 편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몹시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그는 즉시 사람을 데리고 허씨 저택으로 쳐들어왔다.예전 같았으면 허성태에게 몇 마디 예의를 차렸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런 모습 없이 그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러자 허성태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지만 곁에서 임선호가 빠르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허성태는 임선호를 잠시 쏘아보며 손을 뿌리쳤다. 순간적으
“겁먹은 얼굴로 그렇게 초조해하는 것 좀 봐. 그래서 감히 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나설 생각을 한 거야?”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네 아버지는 언제쯤 오는데?”“그게... 아마 30분 정도 걸릴 거야.”손동욱의 아버지가 있는 곳은 너무 멀진 않지만 당장 가까운 거리도 아니어서 시간이 좀 필요했다.손동욱의 아버지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즉시 오겠다고 했고 그는 다른 고수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와서 예천우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아직도 그렇게 오래 걸려? 너무 느린 거 아냐.”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지금까지 이렇게 대담하게 나서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곧 손씨 가문의 가주인 손승우가 오면 예천우는 분명히 참담하게 당할 게 뻔해 보였다.하지만 예천우는 그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테이블 위의 과일을 보고는 말했다.“시간이 좀 남는 것 같은데... 여기 과일이 꽤 잘 익었네.”“자, 다 같이 앉아서 천천히 먹으면서 기다려요!”예천우는 자리에 앉아 차를 따르고 견과류를 하나씩 천천히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는 여유롭게 임선호와 임완유에게도 자리를 권하며 함께 먹자고 했다. 임선호는 허가연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고 그들은 진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이를 지켜보던 허성태는 깜짝 놀랐다. 왠지 임선호의 매부 예천우라는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연기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손씨 가문에 감히 대적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예천우가 정말로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허가연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임선호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다.임완유는 부러운 눈빛으로 허가연을 바라보았다.허가연은 자기 부모와는 달리 진정으로 딸을 위해 생각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하지만 임완유의 부모는 오히려 그녀를 끝없는 위험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에도 예천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아마 비참한 결말을
허성태는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쳐다봤다. 결국 여기는 허씨 가문의 집이었으니 말이다.허씨네 저택에서 손동욱과 강지혜가 뺨을 맞았으니 어쩌면 허씨 가문도 역시 연루될 가능성이 컸다.허종우와 허광호도 마찬가지로 큰 충격을 받아서 말문이 막혔다.분노에 찬 강지혜와 손동욱은 벌써 불같이 화가 났다. 특히 손동욱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으르렁댔다.“너희들은 이제 다 죽었어. 그 누구도 너희를 구하지 못할 거야. 나 손동욱이 분명히 말했어!”말을 마친 손동욱은 서둘러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상황을 본 허종우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너희들은 정말 간탱이가 부었구나. 감히 사모님과 동욱 도련님을 때리다니! 광호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놈들을 잡아!”허종우는 자기가 이 시점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손씨 가문의 고수들이 도착했을 때 불똥이 자신한테 튕길까 봐 두려웠다.허광호도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는 예천우에게 으르렁댔다.“이건 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일이야. 그러니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사납게 예천우에게 달려들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주 진은수에게서 오랫동안 배워 온 무술로 인해 비록 재능은 부족했으나 상당히 강한 내공을 가진 고수였고 지금은 명경 절정의 경지였다. 그는 평범한 상대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실력자였기에 예천우 같은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안 돼요!”그때 허가연이 재빨리 나서서 허광호를 막으려 했다.그러자 허광호는 더욱 분노에 휩싸였다.바로 그때 허성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광호야, 그만해.”“하지만...”“이 일은 손씨 가문과 임선호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야. 우리 허씨 가문 사람은 끼어들지 마.”허성태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강지혜와 손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약속을 한 상태라 부득이하게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러자 강지혜는 매섭게 허성태를 노려보며 비웃었다.“허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