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유현이 놀란 표정으로 예천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답을 찾으려 했다.결국 이신향이 입을 열었다.“천우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진짜 당신이 해 낸 거예요?”그녀는 내심 예천우가 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면 예천우가 한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뜻이고 1팀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예천우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하죠.”“진짜요?”이신향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했다고요?”“내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90억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이제 얼마 되지 않았는데 50억을 이미 달성했잖아요.”예천우가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전 천우 씨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어요.”이신향은 사과했다.“미안해요. 전에는 천우 씨가 무능하다고 생각했어요.”“저도요. 형, 죄송해요. 형을 너무 얕봤어요. 사과할게요.”사과는 물론 호칭까지 바뀌었다.“저도 오해했어요.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할게요. 이제 형이라고 부를 게요! 형앞에서는 이제 이 팀장도 뒷전이에요.”모두들 너도나도 예천우에 사과하기 바빴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문밖을 나서지 않고 3건을 모두 처리한다는 것은 능력이 뛰어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이 낙하산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어마어마한 존재인 것 같다.그저 일반 사원이라고 생각했는데 배경이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모두들 입이 떡 벌어졌다.오직 이신향만이 감탄하며 말했다.“천우 씨, 정말 멋져요. 이제 나의 롤모델은 당신이에요.”그는 너무 기뻤다. 별다는 뜻은 없었다.이신향은 너무 흥분되었다. 하문은 2팀을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강력한 조수를 보내준 것이다.바로 그때 하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이신향더러 왔다 가라고 했다.기쁜 마음으로 사무실에 도착한 이신향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총괄님, 고마워요. 총괄님이 보내주신 천우 씨를 얕잡아 봤었는데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하문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무슨 말이죠?”“아직 모르세요?”“몰라요.”
“됐고, 이 일은 전부 신향 씨 책임은 아니에요. 실력이 없는 것은 둘째 치고 타인의 공로를 낚아채려 해요?”“이대로 놔두면 큰 화를 입을지도 몰라요. 반드시 빠른 시일내에 짤라야 겠어요.”“먼저 돌아가세요. 이 일은 내가 처리할게요.”하문은 차갑게 말했다.이신향을 돌려보내고 그녀는 즉시 임완유에게 전화를 걸었고 예천우가 타인의 공을 낚아채려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듣고 있던 임완유는 씁쓸하게 웃었다. 허풍쟁이 예천우가 이런 일을 낚아채는 것은 너무 정상적인 일이었다.“대표님, 이런 사람은 회사에 남기면 더 큰 화를 입을지도 몰라요. 오늘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타인의 공로들 낚아채려고도 했어요.”“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직원들을 마주하기 힘들 거예요.”하문이 화를 냈다.임완유는 답답해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그저 허풍이 심한 것뿐이에요.”“이건 고작 허풍이라고 하기엔 도가 지나쳐요. 혹시 잊으셨나요? 모든 관계망을 처단하는 것은 대표님이 취임 후 실시한 가장 큰 행보였어요. 이 규칙을 실행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또 얼마나 많은 압력을 받으셨나요?”“이제 곧 이룰 수 있는데 한 사람 때문에 그동안의 노력을 망칠 건가요?”하문은 화가 났고 심지어 대놓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항상 임완유를 따랐고 함께 길을 개척하며 임완유를 지지했다.하지만 오늘은 단단히 화가 났다.임완유조차 살짝 당황했다.“총괄님의 뜻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안 될까요?”“그는 도대체 누구예요?”하문이 물었다.“이제 곧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오늘은 무조건 구제해 주셔야 해요.”“알겠어요. 대표님이 강요하시니 저는 따를 수밖에 없네요. 하지만 이건 마지막 기회에요. 만약 또다시 우리 영업팀을 망치려 하면 저는 이곳에 없을 겁니다.”하문은 허락했지만, 요구를 내밀었다.대표님이 이렇게 나오는데 그녀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대표님이 이렇게 큰 문제를 해결해 줬으니
“뻔뻔한 사람을 많이 봤는데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또 처음이네요. 우리 2팀에게 위기를 가져온 것도 모자라 이런 뻔뻔한 짓까지 하다니요.”“아니, 이런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우리 2팀에 이런 개자식은 필요 없어요.”“맞아요. 팀장님. 여기에 남아서 우리를 괴롭힐 수 없게 반드시 내쫓아야 해요.”모두들 입을 모아 예천우를 내쫓으려 했다.오직 유현만이 다급히 해명하려 했다.“저기, 먼저 화를 내지 말고 진정들 하세요. 제가 봤을 땐 평소 허세로 가득한 천우 씨가 농담한 것 같아요.”“농담이요?”“이런 농담을 한다고요?”“내가 말하는데요. 유현 씨. 만약 저 사람의 편을 들고 싶은 거면 함께 떠나세요.”“어차피 당신도 저 사람과 같은 무능력한 인간이니깐요.”이 말의 모두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유현은 영업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인간성은 훌륭했고 모든 일에 열심히였다. 시간이 필요하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다.유현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잡친 것 같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이신향이 버럭 화를 냈다.“왕유 씨! 말 좀 조심해요!”“흥!”“어쨌든 난 오늘 명확하게 밝힐게요. 천우 씨가 가지 않으면 1팀을 가더라도 여기에는 있지 않을 거예요.”왕유는 씩씩거렸다.왕유는 처음부터 예천우를 미워했던 사람이고 옆에서 저주도 했었다.하지만 뒤로 갈수록 예천우가 허세를 부리자 또 찰싹 붙으며 얼마나 아첨을 떨었는지 모른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고 예천우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자 너무 수치스러웠던 그는 예천우의 행동이 더욱 짜증 났다.막무가내인 왕유에 이신향도 별수 없었다.비록 그녀도 예천우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화가 났지만, 하문이 그를 자르려고 한다는 말에 조금 동정심을 느꼈다.“됐고, 모두들 조용히 하세요.”이신향이 다시 입을 열었다.“이 일은 총괄님이 해결할 거예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천우 씨는 해고될 거예요.”예천우는 멈칫했다. 설마, 엉덩이도 뜨거
대표님이 일개 사원의 공로를 낚아채려 한다고?농담이 지나치다.“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무튼 이 일엔 신경 끄세요.”예천우는 그녀를 무시한 채 곧장 자리를 떠났다.이신향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그때 하문이 다가왔다. 이신향이 재빨리 상황을 알렸고 멈칫하던 하문은 고개를 저었다.“신경 쓰지 말아요.”“그럼 대표님에겐?”“걱정하지 말아요. 괜찮아요.”하문은 곧바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녀는 임완유와 예천우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임완유와 상의한 결과때문이기도 했다.어차피 임완유가 해결한 문제이고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니 예천우가 해낸 것으로 합의 보았다.그러면 예천우도 질책을 받지 않고 그를 소개한 대표도 질책을 피할 수 있으니 일거량득이다.그저 상황이 이 자식에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만 놀리고 공을 낚아챘다. 이제 심지어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도 나타날 것이다.하문이 괜찮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 이신향도 돌아갔다.팀원들은 다급히 묻자 이신향은 난감해하며 예천우가 대표님 사무실로 갔다고 했다.모두들 어이가 없었고 이건 죽으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왕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이렇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은 또 처음이네요. 어떻게 회사에서 잘리는지 한 번 지켜봐야겠어요.”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예천우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이미 대표 사무실 앞에 도착한 예천우는 문을 두드렸다.임완유가 들어오라고 하자 안으로 들어선 예천우가 문을 잠궜다.예천우를 본 임완유는 멈칫하다가 분노를 뿜었다.“진짜 진흙탕이 벽을 부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어제 뭐라고 했는데?”그녀는 완전히 화가 났다. 회사에 들어온 지 하루가 조금 넘었는데도 사고를 쳐서 그녀가 하문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게 했다.예천우도 너무 억울했다. 그는 분명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하지만 지금에 와 보니 임완유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것 같다.“내가 그 세 회
너무 티 나게 말을 바꾸는 그녀의 모습에 예천우는 한심해하며 고개를 저었다.“소정이지? 아직도 그녀를 믿는 거야?”임완유는 답답해하는 예천우의 반응에 즉시 설명했다.“그녀에게 마음이 안 좋다는 걸 알아. 하지만 소정은 나쁜 애는 아니야.”“이번에도 2팀이 1팀과 대결한다는 소식을 듣고 적극나서서 사람을 찾은 거야. 그렇게 해서 2팀이 1팀을 이길 수 있게 너를 도와주고 있는 거잖아.”“나를 도와주고 있다고?”“됐다고 그래.”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궁금한데, 1팀과 2팀이 대결하는 것은 막 결정된 일인데 어떻게 알았을까?”“소정이도 회사에 출근하고 있고 지금은 행정부에 있으니까.”“전에 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중에 나를 찾아와서 사과했어. 나를 위해서 한 것이지만 함부로 판단한 것은 옳지 않았다고 이제는 그러지 않을 거라며 먼저 내 의견을 묻겠다고 했어.”임완유는 또다시 소정을 감쌌다.“아주 진지한 태도였고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어. 그것이 너무 안쓰러워서 용서할 수밖에 없었어.”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임완유가 말했다.문이 열리고 소정이 들어왔다.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태도가 훨씬 더 겸손해 보인자든 점을 제외하면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대표님!”“천우 씨!”소정은 아주 깍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비록 임완유가 예전처럼 이름을 부르라고 했지만, 그녀는 회사에서 이미 대표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왔어?”“마침 전에 일로 천우에게도 사과하는 게 좋겠어. 모두 지나간 일이니, 과거에 묻어 두자고.”임완유가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소정이 몸을 돌렸다.“예전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용서해 줘서 고마워.”하지만 예천우는 냉담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솔직히 완유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과 한마디도 섞지 않았을 거야.”“하지만 완유를 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쳐줄게. 하지만 다음번이 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테니 조심해야
소정은 기회를 놓칠 세라 급하게 제안했다.“그래. 시간 될 때 약속을 잡도록 해.”“그럼 난 먼저 나가 볼게.”임완유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정은 몸을 돌렸고 몰래 입꼬리를 사악하게 올렸다.첫 번째 단계는 이미 끝났고 이제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할 때이다.‘예천우, 당신이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임완유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내가 있는 한, 넌 성공할 수 없어.임완유, 네가 감히 내 남자를 넘 봐? 그러니 날 원망하지 마.어떻게 해서든 너희들을 갈라놓고 말 거야.기다려, 너의 운명인 공손 도련님이 올 거야.’예의를 지키며 정중하게 사과하면서 다짐까시 한 소정에 예천우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봤지? 소정이 진짜 뉘우치고 있어.”“그러니 이제 소정에 대한 편견은 버려. 입이 조금 독한 것 외에는 좋은 사람이야.”“그래!”예천우는 줄곧 소정의 눈을 주시하며 참회하고 있는지 지켜보았다. 적어도 그는 상대가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저 시간이 증명해 주길 바라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소정의 문제도 해결됐으니 이제 다시 리베이트 문제로 돌아 와 볼까? 어때? 이제는 네가 한 게 아니란 것을 인정할 수 있지?”이 문제는 오늘 반드시 명확하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천우는 계속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한번은 도와줄 수 있어도 번마다는 힘들다.아니,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응!”예천우는 순순히 인정했다.“맞아, 네가 하지 않는 것은 함부로 인정하지 마, 그럴 필요도 없어. 내가 꼭 잘하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잖아.”“지금 제일 중요한 건 허심하게 배우는 거야. 그렇게 해서 강해지는 거야. 그래야지 이제 내 곁을 떠나도 잘 살 수 있어.”“아...”예천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임완유는 그를 단련시키고 있는 것이었고 그가 임씨 가문을 떠나서도 잘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네게 한 게 아닌데도 너에게 이 공로를 돌렸는지 알아?”“날 사랑해서?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돌아가서 열심히 해. 큰 문제가 없는 한 내가 지켜줄게.”임완유는 결국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예천우는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보잘것 없는 존재, 소정이라서 너무 큰 파도를 일구지 못했다. 사무실을 나선 그는 곧장 팀으로 향했다.이 팀은 조용할 새가 없었다. 모두가 예천우가 직면할 상황을 예측하기 바빴다.임완유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모두의 시선 속 임완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엄 있고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고 있어 몇 마디 건네는 것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임완유는 2년이란 시간 동안 보여준 카리스마는 모두를 놀라게 했고 적지 않는 관계망을 처단했다.“천우 씨가 돌아왔어요.”“그러네요.”“기운이 없어 보이지 않고 기분도 나빠 보이지는 않아요.”“그러게요? 노래도 흥얼거리는 것 같아요.”모두 말문이 막혔고 이신향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천우는 대표 사무실에도 침입해서 당연히 해고 돼야 맞다.아니, 대표실에 침입한 것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걸어오던 예천우는 모두의 시선을 느끼며 환하게 웃었다.“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혹시 내가 돌아온 걸 환영하는 거예요?”“환영?”“하하, 천우 씨도 참 뻔뻔하네요. 대표님께 꾸중 들으니까, 기분이 안 좋죠?”“내가 당신이었다면 서둘러 짐을 싸서 바로 나갔을 거예요. 절대 여기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는 하지 않죠.”“말 잘했어요. 나야말로 당신이 어떻게 하는지 볼 거예요.”예천우는 차갑게 대꾸했다. 그는 왕유를 이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특히 조금 전에 유현을 공격하는 것을 보니 너무 오만 방자했다.이신향이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죠. 이렇게 일하려고 돌아왔잖아요.”예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대표님이 해고하지 않았어요?”“해고요?”“왜 날 해고하죠? 난 우수 사원이고 큰 공을 세웠는데요?”예천우는 우쭐거렸다.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왕
“하지만 이건 사실이에요.”“방금 대표실에 들러 확인했고 이 세 회사의 채무는 천우 씨가 해결한 게 맞아요.”하문이 차갑게 대답했다.허!어떻게 이럴 수가!왕유의 얼굴은 돌을 씹은 것마냥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따. 특히 예천우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왕유에 비할것은 못 되었다. 그들은 그저 홧김에 공경한 것에 불과했다.그 순간, 왕유는 방금 자신이 그가 있으면 예천우가 없어야 하고 예천우가 있으면 그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지금 예천우는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니 회사를 떠날 리 없었다.왕유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기다리며 확실하게 알아보는 거였다.예천우가 그더러 너무 잘난체하지 말라던 말이 떠올랐고 너무 급하게 나대지 말았어야 했다.이신향은 멎쩍어하며 말했다.“천우 씨, 미안해요. 아까는 오해했네요. 그렇게 당신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됐는데 말이죠.”“괜찮아요. 당신의 입장도 이해해요. 그리고 왕유 씨가 저를 그렇게 몰아붙일 때 당신은 나의 편을 들어줬잖아요. 이것만 봐도 당신은 팀장으로서 매우 유능한 사람이에요.”예천우는 대인배여서 이런 작은 일에 목매지 않았다. 그러니 이신향에게도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이신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그렇게 이해해 주니 고마워요. 천우 씨는 우리보다 아량이 더 넓네요.”다른 이들도 재빨리 예천우에게 사과를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부쟁이에 급 겸손을 떨었다.총괄님이 직접 와서 해명하고 큰 공을 세워 대표님까지 만났다.이 자식은 꽤 유능해서 앞날이 훤한것 같다.다만 예천우가 그들에게는 이신향을 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신향은 아주 표현이 좋았고 게다가 몸매가 훌륭하고 미모가 출중한 미녀이지 않는가.다른 이의 사과에는 조금의 미소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있었고 잘못을 더 추궁하지 않는 정도였다.모두가 아무 일도 없는 모습을 본 왕유도 다
예천우는 이번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폐관 수련에 몰두했다. 그러는 사이 절정종에서 초대한 성종 대회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임완유는 성도로 출발할 준비를 마쳤지만 예천우가 폐관 중이어서 어제 떠나지 못했다. 예천우는 이를 알고는 바로 내일 함께 출발하자고 그녀와 약속했다. 마침 성종 본부가 동성시 근처에 있어 임완유의 성도 출근을 겸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예천우는 남궁은서에게 부탁해 임완유가 회사에 도착했을 때 괜히 아래 직원들이 그녀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당부했다.남궁은서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이며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회사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직접 경고하며 임완유가 불편을 느끼게 할 경우 무조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히 알렸다.다음 날 떠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자신이 없는 동안 필요한 일들을 정리해 둔 뒤 양박군을 찾아갔다.양박군은 예천우를 다시 만나자 그가 예전보다 더 평범해 보였다고 느꼈지만 직감적으로 예천우가 한층 더 비범해졌음을 깨달았다.반면 당만수는 예천우의 변화를 정확히 감지하지 못했지만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도련님, 매번 도련님의 실력을 보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네요.”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 과찬입니다.”‘아마도 지금 나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되면 더 놀라실지도 모르겠네요.’당만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과 양박군 같은 강자들과 함께 있으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당 장로님도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셨잖아요. 그건 엄청난 성취입니다.”당만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사실 공자님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노력했더라면 몇 년이 걸릴지 몰랐을 겁니다.”그때 예천우는 옆에서 조용히 있던 독고살을 눈여겨보며 물었다.“독고살, 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조금 어두운 것 같은데.”경지를 돌파해서 그런지 예천우는 자신의 정신력이 크게 제고된 걸 느꼈다. 엄청나게 예민해진 감각 때
비록 예천우가 방금 육지 신선의 경지에 진입했을 뿐이지만 그의 기반과 잠재력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초입 단계라고 해도 그의 힘과 내공은 이미 왕자 같은 존재감을 자아내고 있었다.육지 신선의 경지는 하, 중, 후급으로 나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내공과 저축된 경험만으로 강약이 판가름 난다. 그런데도 성사리는 여전히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예천우는 성사리 안에 여전히 많은 힘이 남아 있음을 감지했고 이전 성종의 여러 대 종주 중 상당수가 육지 신선의 경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는 성사리의 에너지를 다시 흡수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도 에너지가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강력한 에너지가 끝없이 체내로 밀려들었고 마침내 그는 흡수를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큰 효과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그러자 성사리의 빛은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천우는 문득 떠올랐다. ‘성마결의 심법을 사용해 성사리의 에너지를 어머니의 체내로 전환해 주면 엄마도 육지 신선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잠시 후, 예천우는 수련실에서 나와 어머니를 찾았다.“천우야, 어때?”남궁은서는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조금 전 수련실에서 느껴진 강력한 기운은 그녀에게 아들이 해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다.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성공했어요.”“정말이니? 너무 잘했어!”남궁은서는 감격스러워하며 아들을 끌어안았다.“여보, 봤어? 우리 아들이 해냈어. 천우가 해냈다고!”예천우는 어머니를 안으며 차분히 말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빛이 깃들어 있었다.남궁은서는 아들의 결심에 고개를 끄덕였다.예천우는 곧이어 성사리의 힘을 어머니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남궁은서는 그의 아이디어에 잠시 놀랐지만 아들을 믿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촉박했던 예천우는 임완유에게 자신이 곧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 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련에 돌입했다.예천우는 먼저 성마결을 정밀히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미 수라심경을 수련했고 타고난 천재성과 기억력을 갖춘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성마결의 핵심 원리를 빠르게 파악했다. 이후 그는 수련에 들어갔다.우선 수라심경의 미완성된 부분을 성마결로 보완하면서 자신의 기존 실력을 강화했다. 이어서 영혼과 정신력에 집중해 수련했고 예천우의 수련 속도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모든 준비를 마친 예천우는 성사리를 꺼내 성마결 심법을 사용해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사리를 작동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폭발하듯 그의 몸으로 밀려들었다.그 에너지는 마치 그의 몸을 금세라도 폭발시킬 듯 강력했다. 예천우는 깜짝 놀라 서둘러 성마결 심법을 전개하며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환하기 시작했다. 진기가 끊임없이 그의 몸으로 흘러들어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에워쌌다.시간은 몇 시간 동안이나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체내에 진기가 한계점까지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다.문득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황제심경 심법을 활용해 흡수한 진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고 융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이 방식을 사용해 몇 시간 동안 수련에 더 집중했다.결국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았다. 체내 모든 진기가 혼돈과도 같은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었다.그리고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쾅!”예천우는 자신의 정신이 일순간 돌파되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의 뇌리에 펼쳐져 전부 투영된 것 같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몸 밖으로 점점 확장되며 그 범위는 계속 넓어졌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밖에서 기다리던 남궁은서는 이 모든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시선을 감지하자 그녀는 문득 멈춰 섰
임완유를 방에 안정시키고 난 뒤 남궁은서는 예천우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고풍스러운 책 한 권을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이게 뭔가요?”예천우가 책을 받아 살펴보니 표지에 고풍스러운 글씨로 「성마결」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이건 성종의 최상급 심법인 성마결이야. 지난번 네가 싸우는 걸 보니까 수라심경을 수련한 것 같더구나. 사실 수라심경은 성마결의 일부일 뿐이고 성마결만큼 완벽하고 고급스럽지 않아. 그래서 내가 특별히 이걸 가져왔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예천우는 책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안에 담긴 내용은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수련했던 수라심경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완벽했으며 특히 영혼에 관한 수련법이 두드러졌다.그러다 문득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혹시 내가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가 영혼적인 측면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 순간 남궁은서는 다시 또 다른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은은한 고풍스러운 빛을 뿜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비범한 보물임을 알 수 있었다.“이번에는 뭔가요?”예천우가 물었다.“성사리라는 물건이야.”“뭐라고요? 성종 역대 종주들의 정신과 수련의 힘이 모인 성사리요? 하지만 그건 이미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요?”예천우는 믿기 힘들다는 듯 되물었다.성사리에 대한 전설은 그도 알고 있었다. 비록 모든 힘을 담지는 못했지만 역대 종주가 자기 힘의 십 분의 일을 남겨놓은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그런데 이제 보니 성종 종주가 자신의 외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성사리가 흡수되면 사라진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성사리는 완전히 소진되지 않는 한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다만 성마결을 극한까지 수련하고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사용할 수 있어.”남궁은서가 설명했다.“그럼 엄마는 내가 성마결을 수련하고 성사리를 흡수하길 바라는 거군요?”예천우가 물었다.“맞아.”남궁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천우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감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천상 그룹이요?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인 그 천상 그룹 말인가요?”임완유는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천상 그룹이라는 이름이 그녀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비록 천상 그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적은 없지만 천상 그룹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특히 천상 그룹 산하의 천상 투자 회사가 얼마나 막강한지는 소문으로도 알 정도였다.국내외 주요 대기업의 배경에도 이들의 투자가 있을 만큼 천상 그룹은 거물급 존재였다.더구나 사람들은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신비로운 여성이라고만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설마 그분이 바로 나의 미래 시어머니였어...?’임완유는 이런 생각에 멍하니 굳어버렸다.“맞아. 너도 그 이름을 들어봤구나?”남궁은서가 물었다.“네. 하지만 정말 대단한 회사라고 소문으로만 들었어요.”임완유는 감탄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혹시 그 천상 그룹의 최대 주주가 어머니셨던 건가요?”무영음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맞아. 하지만 이 모든 건 천우를 위해 준비한 거야. 그 애는 성격상 직접 나서서 관리하려고 하지 않거든. 네가 곁에서 도와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아니요. 안 돼요!”임완유는 당황하며 거절했다. 천상 그룹 최대 주주의 자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위상이었다.그녀가 이런 자산을 책임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천상 그룹의 규모는 그녀의 상상 범위를 넘어섰다.예천우는 그녀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네 능력이라면 조금만 적응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한테 맡긴다는 건 네가 손해를 보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설령 다 날려버린다 해도 괜찮아. 내가 가진 자산도 어차피 네가 관리해 줘야 하거든.”“...” 임완유는 할 말을 잃었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다니... 설마 하녀야?’임완유와 유이안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한 미인이 하녀라니. 선우서림도 임완유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임완유가 이곳에 온 거 보니 아마 같이 살려는 거겠지?’ 그녀는 한동안 예천우와 더 가까워질 기회를 기다려 왔다. 예천우가 임국종의 후일을 다 마무리했으니 앞으로 자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임완유가 이곳에 들어오면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예천우는 둘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바로 소개를 시작했다.“완유야, 이분은 선우서림 씨, 우리 엄마의 제자야.”임완유는 깜짝 놀라며 정중히 말했다.“서림 씨, 안녕하세요.”“굳이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그냥 서림이라고 불러. 서림아, 이쪽은 완유야. 앞으로 새언니라고 부르면 돼.”예천우의 한 마디에 임완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는 곧 그녀의 신분을 확실히 한 셈이었다.선우서림은 마음속으로 아주 억울했지만 남궁은서가 이미 임완유를 인정했기에 마지못해 말했다.“네. 형수님, 안녕하세요.”“그리고 여기는 완유의 사촌 동생 유이안이야.”예천우는 유이안도 가볍게 소개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유이안을 이끌고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방을 하나 배정했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임완유는 계속 선우서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가 자신에게 약간의 적대감을 가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임완유는 직감적으로 알았다.‘어쩌면 선우서림도 예천우를 좋아하고 있을 거야. 그렇기 때문에 나한테 적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그래서 그녀는 예천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천우야, 서림 씨는 여기서 계속 살고 있는 거야?”“아니. 서림이도 최근에 함께 왔어.”“함께?”“응, 아직 너한테 말 안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여기 계셔.”“뭐라고? 네 어머니? 그런데 그동안...” “내가 엄마를 찾았어.”예천우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전에 임완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인 남궁은서를 찾
유은수는 점점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우리 임씨 그룹의 현재 가치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 최소 수천억은 되고 현재 추세로 봐서 몇 년 안에 2조를 넘는 것도 문제없어.”“이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왜 예천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어? 예천우가 설령 수조 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에게 수백억을 줄 가능성은 없잖아. 게다가 예천우는 절대 수조 원의 자산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예천우가 우리를 귀찮게 하는 일 없이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게 최선이지.”임강은 유은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하지만 선호는... 그 녀석은 참...”“괜찮아.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우리가 다 선호를 위해서 하는 거라는 걸 말이야.”유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렇지. 이제 선호도 점차 알게 되겠지.”차에 올라타고 난 뒤 임완유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천우야, 우리 엄마가...”“말 안 해도 다 알아. 걱정하지 마. 네 엄마한테 손을 쓰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대신 내 도움도 기대하지 말라고 전해.”예천우가 말을 끊으며 차분히 말했다.임완유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지었다.“물론 그렇겠지. 제발 할아버지의 유산이라도 잘 지켜주면 좋겠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히 말했다.“그건 아마도 어려울 거야.”임완유의 표정이 우울해지자 예천우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좀 푹 쉬어. 몸을 좀 추스르고 나면 내 회사 몇 개를 너한테 줄게.”“회사?”임완유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응. 몇 군데 있어.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상태를 잘 모르지만 네가 좀 정리해 주면 좋겠어.”“그 회사들은... 자산이 얼마나 되는 건데? 설마 몇조가 넘는 거 아니야?”임완유는 반신반의하며 물었다.“몇조?”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거보다 훨씬 더 많아. 대충 계산해 봐도 200조는 넘을 거야.”수라전 자
“겨우 수천억짜리 자산은 내 손에선 용돈만도 못 돼. 돈은 나한테 그냥 숫자일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 바로 임완유라는 사람이야. 넌 어떤 걸로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지.”예천우의 말을 들으며 임완유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만약 지금 장소만 적당했다면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했을지도 몰랐다.“언니, 형부! 두 분은 정말 너무하네요. 솔로인 제 생각은 하지 않나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뒤에서 지켜보던 유이안이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있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임완유만 바라보는 모습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형부가 나한테 저런 말을 해준다면... 당장 죽어도 아깝지 않을 텐데.’임완유는 얼굴이 붉어지며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가지 못했다.짐을 다 챙긴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거실을 지나면서 멀리서 유은수가 보였지만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문 쪽으로 향했다.그 모습을 본 유은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다가와 말했다.“완유야, 어찌 됐든 여기는 언제든 네 집이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와도 돼.”임완유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조용히 말했다.“엄마, 만약 엄마가 변하기만 한다면 우린 여전히 한 가족일 수 있어요. 난 엄마를 존경하고 효도하고 싶어요.”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누구를 원망한다고 해서 의미가 없었다. 그녀는 유은수가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유은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임완유가 다시 주식을 되찾으려는 속셈으로 착각하고 급히 말했다.“완유야, 엄마가 이렇게 한 건 네가 힘들까 봐 대신 회사를 관리해 주려는 거야.”“...”임완유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그러자 유은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완유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겠지?’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그래. 완유야, 네가 나한테 약속한 건 잊지 말아라.”“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엄마를 건드리지 않을 거예요.”임완
지난번 병원에서 예천우에게 뺨을 맞은 유은수는 이번에 그의 살벌한 분위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는 예천우가 자신이 주식을 빼앗은 사실을 이미 알았다고 확신했다.‘빌어먹을 년! 완유가 분명 날 대신 예천우에게 잘 말해 놓겠다고 약속했잖아. 예천우가 문제 삼지 않게 하겠다더니 약속을 어긴 거야? 내가 이런 년을 딸이라고 키웠어!’하지만 지금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급히 변명하며 말했다.“천우야, 이건 오해야! 정말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이건 다 완유가 스스로...” “스스로요? 당신들은 이런 걸 스스로라고 하는 거예요? 완유를 생각해서 모르는 척하는 거였죠. 그렇지 않았으면 임씨 가문은 이미 없어졌다고요.”예천우는 냉랭하게 말을 내뱉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예천우가 사라지자 유은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말투를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았다.‘그 죽일 년이 그래도 나를 조금은 생각해 줬나 보네. 이래서 내가 키운 게 헛수고는 아니지.’임완유는 짐을 다 챙기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천우를 보고 멍해졌다.“천우야, 무슨 일이야?”“네가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 내가 안 오면 되겠냐?” 예천우는 다가가 그녀를 꽉 안아주며 속삭였다.그의 따뜻한 품에 안기자 임완유의 차가운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지의 죽음, 부모의 냉담함과 배신... 모든 것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과 차가움 속에 밀어 넣었었다.그러나 예천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아끼고 지켜줬다. 자신이 오해하고 몰라줘도 그는 늘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이런 남자가 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꼈다.“천우야, 고마워.”임완유는 고개를 들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나도 그래.”예천우도 부드럽게 대답했다.“짐 다 챙겼어?”“응.”“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그의 말에 임완유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