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싸우시죠.”사태수의 무시무시한 실력을 확인한 양대복이 어느새 예천우 곁으로 다가왔다.‘용왕님도 종사급 고수라지만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야. 우리가 함께 싸운다면 그나마 이길 확률이 늘어날지도 몰라.’“같이 덤비시겠다? 오합지졸 몇 명 더 늘어난다고 결과가 바뀔 줄 알아?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사태수는 예천우 일행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죽고 싶다면야 내가 직접 죽여주지.”“하, 너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건방진 거야?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 뭐 그런 건가?”사태수의 눈동자가 어느새 분노로 벌겋게 달아올랐다.“무식한 건 너야. 지금까지 네가 가장 강한 줄 알고 살아왔겠지. 우물 안 개구리 주제에.”“이게 정말 죽으려고!”예천우의 도발에 참다 못한 사태수는 순식간에 예천우 앞으로 다가와 그를 향해 따귀를 날리려 했다.‘내가 곱게 죽여줄 줄 알아? 네 사지를 부러트리고 경맥을 전부 터트리고 근육 하나하나 전부 뒤틀리게 만들어주마.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해주겠어.’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다가온 사태수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양대복은 자신이 이 싸움에 끼어봤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천우 씨 조심하세요!”양박군의 목소리를 들은 사태수가 피식 웃었다.‘지금 피해 봤자 어차피 늦었어.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왠지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사태수는 묘한 공포감에 휩싸였다.그리고 다음 순간, 본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비수를 꺼내고 그리고 그 비수가 정확히그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을 발견한 사태수의 얼굴은 공포감으로 일그러졌다. ‘안돼!’하지만 이 짧은 단어를 미처 입 밖으로 내기도 전, 목 쪽에서부터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너... 너도 종사급이었나?”겨우 입을 벌리고 중얼거리던 사태수가 털썩 쓰러졌다.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사태수의 눈동자에는 억울함, 후회로 가득했지만 어쩌겠는가? 인생에 재방송이란 없는 것을.그리고 이
담양에겐 모시던 주인이 죽었다는 분노보다 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다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왔다.가장 먼저 이성을 되찾은 양대복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더 큰 공경이 듬뿍 담겨있었다.‘용왕님... 내가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강하시잖아. 내가 평생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태수가 이렇게나 쉽게 죽어버리다니.’양박군 역시 눈을 반짝이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씨와 함께라면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예천우의 시선은 사태수의 시신에 단 1초도 머무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담양을 향해 물었다.“네가 담양이지?”“네.”잔뜩 긴장한 담양이 침을 꿀꺽 삼켰다.“절 아십니까?”“사씨 가문 사람들을 제외하고 영사파에서 가장 요주의 인물인데 내가 모를 리가.”“과찬이십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사태수의 부하로 있긴 했지만 그건 제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누구보다 사태수를 죽이고 싶었습니다.:“알고 있어.”예천우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사태수를 죽이려고 작정한 이상, 상대에 대해 알아보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그중에서 강자로 손꼽히는 담양이 뭔가 다른 속셈을 가지고 사태수 곁에 붙어있다는 것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렇다면... 앞으로 천우 님을 위해 일할 수 있을까요?”“글쎄...”발칙한 질문에 예천우가 피식 웃었다.“아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네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내가 어떻게 믿지?”“천우 님의 실력을 이미 확인한 이상... 제가 어찌 천우 님을 배신하겠습니까?”“그럼 만약 나보다 더 강한 사람이 나타난다면?”“그래도 배신은 하지 않습니다. 비록... 잔인한 성정이라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 적어도 은혜는 잊지 않습니다.”담양이 예천우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그래. 네 말 명심해라. 행여나 허튼 짓 했다간 죽음보다 더한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다 죽게 만들어주마.”“천우 님의 말씀 마음속에 깊게 새기겠습니다.”고개를 숙인
한편, 양대복은 옆에서 찍소리도 내지 못한 채 눈치만 살피다 담양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연락처만 남겼을 뿐이었다.사태수도 죽었겠다 머리 없는 뱀 한 마리 잡는 건 일도 아니니 예천우는 미련없이 별장을 나섰다.‘어차피 나머지는 담양, 양대복, 양박군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먼저 차에 탄 예천우가 휴대폰을 꺼냈다.“교수님!”수화기 저편에서 황호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교수님, 뭐든 말씀하십시오. 아... 사태수 그 사람과 싸우는 건 안 됩니다. 그건 제 능력 밖이에요.”황호건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확실한 증거를 잡아 용국 4대 전신을 움직일 수 있으면 모를까...’용국은 과학기술은 물론 무예 고수들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중에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청룡, 주작, 현무, 백호 4대 전신이며 그 4명 중에서도 제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세계 1위 강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청룡이었다.“아, 그걸로 연락드린 게 아닙니다. 그리고 사태수는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십시오.”예천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렇다면 다행... 잠깐,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당황한 황호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지금 사태수가 죽었다고 하셨습니까?”“네. 방금 전 제가 직접 처리했습니다.”“아니...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처음엔 귀를 의심하던 것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아마 곧 소문이 퍼지겠죠. 황 사장님한테는 다른 용건 때문에 연락드린 겁니다...”이어 예천우는 사씨 일가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은 재판에 따라 상납하겠지만 남은 재산은 담양이 관리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어나갔다.이에 황호건은 당연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예천우의 부탁이라면 웬만해선 거절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고 영사그룹 같은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면 천해시의 경제는 물론이요 당장 청년 취업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일
이 말은 매우 달콤했지만 임완유는 기뻐하지 않고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네가 그 사람을 죽였다고? 뭘로 죽인 거야?""물론 내 이 두 손으로 죽였지." 예천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허튼소리 하지 마!"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해?"임완유는 화를 내며 말했다. 비록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한 말이겠지만 이렇게 터무니없는 말을 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그 사람은 전설의 종사 고수였고, 예천우가 태어났을 때부터 무술을 익혔다고 해도 상대가 될 리가 없는데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번에는 사태수의 수련이 주화입마에 들어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예천우는 죽었을 뿐만 아니라 임 씨 가문도 결코 쉽게 살 수 없었을 것이다. 예천우는 잠시 멍을 때리더니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어떻게 죽였냐고?" 이에 대해 그는 담양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지 못했고, 떠나기 전 그는 딱 ‘조용히 처리했다’라는 말만 남겼다. “주화입마!" "만약 그 사람이 주화입마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 세상에 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사태수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임완유는 사태수의 과거 업적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를 알면 알수록 그 무서운 힘이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예천우가 천해시를 떠나지 않는 것을 보고 이토록 불안해했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예천우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담양이 소식을 전했을 때는 주화입마였다고 했지만, 이렇게 함으로서 자신에게 관심이 덜 가게 한 것이다. "왜, 이제 할 말이 없는 거야? 다음번에 허풍을 떨 때는 조금 더 말이 되게 하라고." 임완유는 화가 났고, 심지어는 유걸이 앞전에 그가 도움을 준 사람이 예천우라고 한 말도 모두 거짓이고, 고의적으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알겠어, 조심할게."예천우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정말 조심해 줘, 허풍을 떨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임완유는 예천우가 허풍을
임완유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엄마, 예천우에게 유걸 일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상관없어, 모든 게 다 그 사람 탓이야." "어쨌든 만약 그가 감히 우리 임 씨 집안에 다시 들어오려고 한다면, 난 걔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유은수는 예천우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부었다."말도 안 돼!" 임완유는 화를 내며 돌아서 떠났다.지금 임 씨 가문은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할아버지, 사촌 동생 일가의 밑천이 모두 손해를 봤기에 어르신도 참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너!"유은수는 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났고, 즉시 아들을 부른 뒤 예천우를 상대할 사람을 찾아 그를 가만두지 말라고 지시했다. 비록 예천우도 무술을 할 줄 알지만, 두 주먹이 네 손을 대적하기 힘들고 호걸도 많은 사람은 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상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예천우는 임완유와 통화를 끝내자 곧바로 소정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소정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걸었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예천우, 방금 사태수가 주화입마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하지만 그 사람은 틀림없이 주화입마가 아니라 너가 손을 쓴 걸 거야, 내 말이 맞지?" 소정이 흥분해서 말했다.사태수도 죽일 수 있다니, 예천우의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 건가?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예천우의 강인함을 알 수 있었다. 만일 그녀가 예천우의 여자가 될 수 있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매우 우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임완유는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겠지. 예천우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건데?"소정은 예천우의 냉담함을 느끼고 서둘러 말했다. "예천우, 아직도 예전에 내가 너를 표적으로 삼은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거지? 당시에는 정말 진심이 아니었어.""완유가 계속 너를 차버리고 싶어 해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고, 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너에게 대
"이래도 소용없어. 됐어, 앞으로 별일 없으면 나한테 전화하지 마.” 예천우는 단호하게 그녀를 쳐냈고, 귀찮아하며 곧장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에서 울리는 연결음을 들은 소정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그녀에게 있어서 예천우는 그녀가 출세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게다가 이 사람은 너무나 훌륭한 남자였고, 그를 위해서라면 소정은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이건 모두 다 임완유 그년 때문이야, 걔만 없었다면 천우는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지도 않았을 거고 아마 벌써 날 품에 안았을 거라고! 임완유 이 여우 같은 계집애, 감히 나한테서 남자를 빼앗아가다니, 내가 앞으로 모질게 굴어도 날 비난하지 말라고!"그 순간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정신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예천우는 이 모든 것을 알지 못했고, 예천우의 눈에는 소정과 임완유의 관계가 매우 좋아 보였다. 전화를 끊자마자 그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그는 다시 전화를 건 사람이 소정일 거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끊고 차단하려 했지만, 고개를 숙이자 발신인의 이름에는 진가인이 쓰여 있었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고, 진가인을 몇 번 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특별하고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천우 오빠, 쉬시는 데 죄송해요. 저는 정말 능력 있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오빠에게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어서…”진가인은 무안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나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든 내가 해결해줄게.” 예천우가 즉시 대답했다. "철거에 관한 일이에요.” 진가인은 재빨리 대답했고, 그들이 살고 있던 오래된 집이 최근 철거되고 있었지만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아 진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들에게 빈털터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고분히 말을 따르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진가인은 예천우에게 적어도 그렇게 낮은 가격이 아닌, 그들과 가격을 잘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얼마인데?” 예천우는 그 위치를 알고 있었고 상대적
특히 얼굴에 흉터가 있고 팔에 문신이 있는 선두에 있는 남자는 보기에도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무, 무슨 일이죠?"진가인이 초조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니?"선두에 있던 남자는 주저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와 앞에 서 있던 진가인을 밀쳐내며 흉악하게 말했다."당신네들은 배짱이 아주 대단한 것 같아, 이렇게 좋은 가격에도 계약을 안 하다니."진민 역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화를 내며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죠? 우리 집에 함부로 이렇게 들어와서 뭘 하려는 거예요?!""뭘 하냐니, 당신이 진민이겠네. 당신이 잘 협력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린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내 소개를 하지, 난 칼자국이다! 내 몸에 칼자국 보이지? 내 손에 죽어난 사람은 일곱 여덟 명 정도인데 다음 사람이 당신이 되지 않기를 바라라고."칼자국은 사나워 보일 뿐만 아니라, 말투도 매우 흉악했기에 진민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진작에 이 부동산 회사는 탄탄한 배경을 갖고 있고 손을 쓰는 것도 매우 흉악하다고 들었었다.게다가 그들의 배후는 매우 놀라웠고 경찰에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대부분 그렇게 일찍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때, 생각은 충분히 하셨나? 지금 서명에 동의하면 우리가 추가로 서명 비용 20만 원을 줄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당신이 책임져야 할 거야."칼자국은 그렇게 말하며 이미 준비한 합의서를 직접 내밀었다. 그의 강력하고 막강한 작전으로 거의 모든 일이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고, 이 집만 남은 것이었다.물론, 중간에 잔인하고 위압적인 짓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진가인은 겁이 났지만 대꾸하는 것은 참지 못했다."이건 강탈이에요, 감옥에 가는 게 두렵지 않은 거예요?""물론 두렵지, 하지만 기껏해야 들어가서 며칠 있다가 다시 나올 수 있는걸." "하지만 그때쯤이면 너희 두 모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거라고 장담하지. 특히나 이렇게
예천우는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큰 인물은 아니었기에 진민은 여전히 걱정이 많았고, 예천우를 연루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말을 꺼냈다."예천우 씨……""아주머니, 그냥 저를 천우라고 부르셔도 됩니다."예천우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천우야. 아줌마는 네 마음만 받을게. 그 사람들은 아주 잔인해, 그러니 우리는 이쯤 해서 그만두도록 하자. 그때 가서 천우 너까지 힘들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그놈들을 가만 두자는 말씀이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 만약 그놈들이 함부로 굴면 제가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예천우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어쨌든 두 분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예천우가 매우 자신감이 넘치게 말을 하자 진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예천우는 그들과 저녁까지 먹었지만 10시가 넘도록 그 무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천우야, 피곤하지? 그 사람들이 오늘은 안 올 수도 있으니 이만 돌아가는 게 어떻겠니?""괜찮습니다, 피곤하지 않아요. 그놈들이 밤에 올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여기 계속 앉아만 있는 건 심심하니까 내려가서 뭐라도 사 오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진가인은 서둘러 말을 꺼냈다."천우 오빠, 뭘 사려고요? 제가 사 올게요." "나도 모르겠어, 가서 보려고."예천우는 근처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가인아, 천우랑 같이 가도록 해." "응!"진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필요 없어요, 아주머니. 집에 혼자 계시는 건 제가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까 가인이랑 같이 계세요. 금방 내려갔다가 돌아올게요."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그래." 예천우는 내려온 뒤 즉시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왕복하는데 10분 이상 걸렸고, 물건을 사는 것까지 합치면 시간이 다소 걸렸다.그는 진가인의 집에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이는 평소에 집안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 주었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