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도련님,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분부하세요.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장력은 속으로 탄복했다. “됐어. 정말 위기에 부딪히면 어디로 숨을지도 모르면서.”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네 부하들을 데리고 내 밑에서 일해.” “진짜요? 좋아요.” 장혁은 즉시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예 도련님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해서 그를 따라가면 앞날이 창창할 걸 알았다.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내 밑에서 일하면 법을 어기는 일을 해서는 안 돼.” “걱정 마세요. 예 도련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네 말 기억해. 그렇지 않으면 내 수단 알지?” 예천우는 경고하고 말했다. “그 킬러 왜 널 죽이려고 한 거야?” 그 일을 말하자 장혁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 “유걸이 보낸 게 틀림없어요. 지난번에 도련님이 유씨 가문이 곧 파산할 것이라고 해서 믿기지 않았지만 몰래 친구 보고 조사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유걸에게 환불하지 않으면 그를 폭로할 거라고 협박했어요. 그런데 환불은커녕 킬러를 파견해 날 죽이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또 유걸이야? 죽을 때까지 날뛰려는 건가? 그 킬러 보러 가자.” 장혁은 그의 말을 듣자 당장 그를 데리고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예천우는 장혁 등인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리라고 했다. 그는 킬러의 마스크도 벗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킬러 앞에 와서 예천우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킬러가 깨어나더니 펄쩍 뛰며 눈앞의 예천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널 어떻게 할 생각이었으면 넌 깨어나지도 못할 거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왜?” 킬러가 물었다. 예천우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독고살, 별명은 칠살이고 혼자 다니는 것 좋아하고 그 어떤 킬러조직에도 속하지 않아. 그리고 킬러 순위는 26위.” “네가 어떻게
“당연하죠. 아마 세계 5위권에 드는 킬러들만이 당신과 비교할 수 있을 거예요.” “틀렸어.” 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네?” ‘설마 유성의 실력이 5위 안에도 들 수 없단 말인가? 그가 한 일이 명성은 자자하지만 모두 암살이지 정면대결과는 다르니까.’ “응. 세계 1위의 킬러만 시간이 좀 길어질 뿐 제외하고 나머지 킬러는 모두 합쳐도 내 상대가 아니야.”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 “이번까지 하면 우리 세 번째 만나는 거지?” “네. 전에 두 번은 모두 내 목숨을 살려줬는데, 이번엔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이거 너 줄게.” 예천우는 책 한 권을 꺼내 던져주었다. 용문 용왕인 그도 기연을 얻은 적이 있어 자원이 많았다. “뭐예요?” 칠살은 이해할 수 없어 책을 가져와 이름을 보자 마음이 진동했다. “킬러계의 보물, 궤살술법?” “잠깐, 귀영미종?” ‘이건 외국의 인술보다 더 강한 신법인데. 전설에만 존재하는 거 아니었어?’ “이…… 이걸 나한테 주시는 겁니까?” “너 주는 게 아니라 외우고 잘 배우라고. 책은 나중에 돌려줘야 해. 그럼 여기서 있다가 다 외운 후에 떠나.” 예천우는 말을 마치고 어리둥절해진 칠살을 남겨두고 일어섰다. 그는 예천우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올라간 후 예천우가 말했다. “앞으로 이 지하실은 쟤 사용하라고 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잘 공급하고.” “네.” 장혁은 황급히 대답했다. 하지만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그를 여기에 가두려고 합니까? 도망가지 않을까요?” “가두는 게 아니야. 양성하는 거지.” “양성이요?” “그래!” “미래 세계 최고의 킬러가 당신의 술집 지하실에서 탄생할 거야.”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 장혁은 잠시 멍하더니 예천우가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부근에 맛이 좋고 고급스러운 식당에 갔다. 장혁이 여기의 단골이라 사
“도련님, 왜 그러세요?” 장혁은 예천우의 변화를 느끼고 물었다. “아니야. 너 여기 사장이랑 친해?” “네, 친해요.” “사람 찾아서 이 룸 지키고 있어. 이따가 여자가 오면 바로 나한테 알려주고.” “네!” 장혁은 그의 말을 듣고 바로 경리를 찾아와서 당부했다. 들어가서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장혁이 소식을 받았다. 그러자 예천우는 바로 일어나 나갔다. 유걸의 인도하에 임완유는 따라 들어가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보아하니 초씨 도련님인 것 같았다. 이때 유걸이 공손하게 말했다. “초 도련님!” 초 도련님은 도도하게 임완유를 한 눈 보더니 말했다. “이 사람이 네가 말한 임완유야?” “네!” “앉아.” 초씨 도련님이 말했다. “완유야, 얼른 초 도련님께 한 잔 올려.” 식탁에는 적지 않은 안주가 놓여 있었는데 유걸은 자신에게 한 잔 따르고 이어서 임완유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 “초 도련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방법도 없었을 텐데요. 당신 같은 대단하신 분이 아니라면 아무도 사패수 같은 종사고수를 진정시키지 못할 거예요.” 유걸은 진정성 있는 얼굴로 원샷했다. 임완유는 주량이 좋지 않지만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술잔을 들고 말했다. “초 도련님, 제가 한 잔 올릴게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이때,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룸의 문을 열었다. 임완유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보고 불만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너 산으로 돌아가라고 했잖아. 왜 아직 여기 있어?” “갈 필요 없어.” 예천우가 말했다. “필요 없다고?” “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임완유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난 볼 일이 있어서 널 상관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빨리 나가.” “나가는 건 되지만 이 술을 마시면 안 돼.” “무슨 뜻이야?”임완유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안에 약을 타서 네가 마시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예천우가 말했다. “약을 타
“그건 술 주전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야. 안에 두 가지 술이 있는데 입구를 통제해서 원하는 술을 따를 수 있거든.” 예천우가 설명했다. “말도 안 돼. 예천우, 너 무슨 소설 쓰냐?” 유걸은 제 발 저려서 말했다. “닥쳐. 너 내 앞에서 사람을 모함하면 후과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기나 해?” 초 도련님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짝퉁주제에 심각하면 얼마나 심각하겠어?” 예천우가 조롱했다. 그의 말을 들은 초 도련님은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더 당황한 건 임완유였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초씨 도련님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지푸라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예천우를 향해 화를 냈다. “예천우 너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죽고 싶어? 넌 임씨 가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난…….” “너 뭐? 여긴 널 환영하지 않으니까 당장 꺼져.” 임완유는 초씨 도련님의 미움을 사면 모든 희망이 사라질까 봐 예천우에게 소리쳤다. 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임완유가 그렇게까지 말해도 정말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상관하지 않는다면 임완유는 정말 끝장날 것이니까. “예천우, 완유가 화내는 거 이해해 줘. 우리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 누군가에게 망쳐지면 안 돼 거든.” 유걸이 말했다. “그래, 가도 돼. 그러나 네가 완유 손에 있는 술을 마셔.” 예천우가 말했다. “그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마실 게.”예천우는 유걸이 정말 임완유 손에 있는 술을 마실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유걸이 자기가 마시는 것을 대비해서 미리 해독제를 마셨던 것이었다. 다 마신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유걸은 비꼬며 말했다. “내가 두 잔 더 마실까? 술 주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네가 와서 따라보든지.” “그래.” 예천우는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예천우, 너 그만해.” 임완유는 유걸이 자신의 술을 마신 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예천우가 물고 늘어지자
초씨 도련님이 결연히 떠나는 것을 보고 임완유는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유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완유야, 너를 혼내려는 건 아닌데 왜 아직도 예천우 같은 사람과 얽혀 있어? 그가 있으면 언젠가는 네가 화를 입게 할 거야. 아니, 이미 화를 입게 했어.""나도 그가 오늘 나타날 줄은 몰랐어."임완유가 답답한 듯 물었다."유걸아,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없을까?""시도해 볼게."유걸은 사실 오늘 예천우가 이곳에 있으니 절대 성공할 수 없기에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것을 알고 있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쫓아가 볼게.""그래!"임완유는 혹시나 초씨 도련님이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을까 봐 그곳에 앉아 있었다.유걸이 막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예천우를 보았다. 그의 생각이 옳았다. 예천우는 줄곧 그를 주시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이것은 그로 하여금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차오르게 만들었다.임완유가 옆에 없으니 유걸은 더 이상 평소의 온화함을 유지하지 않았고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씨, 정말 계속 엉겨 붙네요.""계속 엉겨 붙는 건 당신 아닌가요? 내 아내가 당신이 들러붙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들러붙으면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 방금 약을 썼어요. 하지만 문제는 당신이 안다고 해도 누가 믿을 가요? 왜요, 답답하고 화나죠? 그리고 난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어요. 그녀한테 약을 먹이고 잠자리까지 가질 겁니다.""이렇게 한다고 해도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유걸은 그를 비웃으며 차갑게 웃었다.‘찰싹!’유걸은 말을 마치자마자 볼이 화끈거리고 아팠다. 그가 너무 꼴불견이라 예천우가 결국 손을 쓴 것이다."나를 때려?"유걸은 놀랍고 화가 났다."때리는 게 왜요? 나는 유걸 씨 때리는 거 좋아해요.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예천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예천우!"임완유가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을 듣고 마침 이 장면을 보았다. 유
"휴, 예천우가 너무 심하게 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예천우도 사실 나쁜 마음은 없고 그냥 우리를 오해한 것 같아."임완유는 왠지 모르지만 참지 못하고 예천우를 위해 설명했다."아직도 그를 위해 핑계를 찾는 거야? 솔직히 말할게. 저런 나쁜 사람은 쫓아내지 않으면 조만간 화를 입을 거야. 아니지, 이미 화를 입었어."유걸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임완유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침 할아버지에게서 일의 진도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방금 전의 일을 솔직하게 전달했다.할아버지는 몹시 분노하셨지만 이내 탄식하였다. 어쩌면 이것이 운명일지도 모른다.그 후 그녀에게 밥 먹으러 돌아오라 전했고 마침 가족끼리 상의하려 했다. 유걸마저도 초대했고, 유걸은 당연히 아주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따라갔다.돌아간 후 그들은 예천우의 욕을 한바탕했고 유걸에게 각종 아첨을 했다.유걸은 한 끼 식사를 아주 기분 좋게 끝냈다.예천우는 임완유와 헤어진 후 룸에 돌아와 밥을 먹었고, 임완유가 줄곧 이렇게 걱정하고 괴로워하지 않도록 바로 사태수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했다.그러나 사태수가 많은 영사 보안회사의 사람들을 데리고 임가 별장으로 곧장 달려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의 안색은 조금 변했고 제일 빠른 시간 내로 달려갔다.유걸은 사람들의 아첨과 간절한 부탁을 즐기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속으로는 당연히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한 무리의 바보들, 나한테 팔렸는데도 나를 도와 돈을 세어주다니.’그러나 바로 이때, 한무리의 불청객들이 임가 별장 밖에 나타났다.특히 앞장선 사람은 평범한 늙은이처럼 보였지만 다른 이들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공포감을 주었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누구세요? 뭐 하는 겁니까?"경비원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꺼져!"늙은이 곁에 있는 남자가 오른손을 휘둘렀고 이내 보이지 않는 힘이 상대를 날아가게 만들었다. 경비는 바닥에 떨어져 바로 기절했고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었다.뒤이어 그
“인마, 그래도 눈치는 있네.” 사태수가 차가운 말투로 말하자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놀라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눈앞에 늙은이가 바로 한때 천해시에서 이름을 떨쳤던 사태수라니.’ 임선호는 방금 나와서 사태수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맞은 후에도 화가 나서 욕하려고 했는데 임씨 어르신이 막았다. 임씨 어르신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사태수가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의 손녀를 지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어떡하지?’ 사태수는 차갑게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잘 들어, 난 사태수야. 오늘 여기에 온 하나뿐인 목적은 바로 우리 사씨 가문을 망친 놈을 찾아내는 거야. 그러니까 내 질문에만 잘 대답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년 오늘이 너희들의 기일인 줄 알아.” “그래, 마음껏 물어봐. 무엇이든지 대답할 테니까.” 유은수는 황급히 말했다. 이어서 임강도 말했다. “맞아, 우리가 최대한 협조할게.” “좋아!” “그럼 임완유 먼저 나와.” 사태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완유는 열심히 자신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사실 그녀도 피해자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씨 가문의 사람을 잡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바로 임완유야? 확실히 예쁘네, 그러니 우리 사씨 가문에게 화를 가져오지.” “사진호 씨가 먼저 나에게 시비를 걸었어요. 나는 모순을 풀고자 사만식 부부를 찾아간 거고요. 그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들에게 모욕당할 뻔했다고요.” 임완유가 말했다. “헛소리 치지 마. 우리 진호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비겁한 일을 하겠어? 내가 보기엔 네가 우리 손자를 유혹해서 우리 사씨 가문을 망친 거야.” “덤벼!” 사태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임완유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녀는 종사고수가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다. “잠깐!” 임씨 어르신은 급해서 말했다. “사종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완유는 사씨 가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그럴 능력도 안 되고. 사씨 가문이
유걸이 놀라서 해명하려고 하는데 임선호가 갑자기 소리쳤다. “맞아요, 유걸이 그런 거예요. 유걸이 누구인지 알기나 해요? 그는 유씨 가문의 도련님이고 신학그룹의 주인이에요. 그를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거예요.” 임선호의 말이 끝나자 유걸은 하마터면 땅에 주저앉을 뻔했다. 그는 황급히 해명했다. “아니, 아니에요…….” “유걸아 왜 그래? 저런 사람을 왜 무서워해? 우리에게도 백이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임선호는 꿋꿋이 말했다. “닥쳐, 닥치라고.” 유걸은 급해서 소리쳤다. 임씨 어르신도 황급히 말했다. “선호야, 그만해. 이분은 사대종사야.” “대종사면 뭐? 지금이 무슨 세상인데, 무술 좀 한다고 대단한 줄 아나본데 유걸이 전화만 한통 하면 저 사람 따윈 당장 죽일 수 있어.” 그리고 유걸을 보며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젠장, 가서 죽어.” 유걸은 화가 나서 발로 임선호를 걷어찼다. ‘이 자식 병신 아니야? 이렇게 뻔한 상황도 파악을 못해?’ 그에게 차인 임선호는 어리둥절해졌다. ‘난 분명히 유걸의 편을 들어 말한 건데 왜 날 때리는 거지? 내가 말한 게 부족해서 그런가?’ 유걸은 돌아서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사종사님, 저 자식 말을 듣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감히 당신의 신분과 비교를 하겠어요?” 임선호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는데 지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항상 유걸을 대단한 미래의 매형하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유걸까지 쩔쩔매다니, 그렇게 대단해? 아니지, 유걸은 주식이 아까워서 그런 걸 거야. 대단한 인물에게 부탁하면 주식을 지출해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왜 저렇게까지 하겠어?’ “사종사님, 정말 내가 한 게 아니에요.” 유걸이 해명했지만 사태수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음험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식, 네가 사람을 찾아서 우리 사씨 가문을 망친 거였어?” 사태수는 임완유가 원인이긴 하지만 그녀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
허씨 가문의 위세는 꽤 강력했지만 4대 가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났다.많은 허씨 가족 특히 허가연 아버지의 동생인 허종우와 그의 아들 허광호는 손씨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가문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손씨 가문과 손을 잡으면 분명히 집안의 실력도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그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허가연의 엄마인 조은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도 자신이 몰래 허가연을 보내서 임선호를 만나러 천해시로 가게 했었다.허가연의 아버지인 허성태도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허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임선호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임선호는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대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임선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허가연의 마음은 무거워졌다.임선호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적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줄 알았기에 실망스러웠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말했던 대단한 예천우라는 존재도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허가연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틀 후면 좋은 날이니 그날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이견 없으시죠?”손동욱의 어머니인 강지혜가 제안했다. 이미 허씨 가문는 손씨 가문으로 시집오는 게 결정되었고 허성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은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딸이 마음 접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바로 그 순간 예천우와 임선호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그 시각, 용도의 예씨 가문.이른 아침에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어젯밤 백호 전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그는 외부에
유은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정말 예천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어색하게 말했다.“천우야, 왔구나. 아까는 내가 그냥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예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그는 이번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유은수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따지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완유야, 선호야, 차에 타.”임선호와 임완유는 즉시 차로 다가가 올랐다.“선호야, 네가 운전해.”예천우는 바로 차 열쇠를 선호에게 던졌다.그러자 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운전을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흥분된 얼굴이었다.유은수도 차에 오르려 했지만 예천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줌마, 어디 가시려고요?”“나도 같이 가야지. 선호 일인데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유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계시니 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네요.”예천우는 내리려는 척하며 차 키를 건네려 했다. 유은수는 이를 보고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 천우야, 선호를 좀 부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차에 앉았다. 뒤이어 임완유가 자리를 마련해 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가 있으니 선호는 무사할 거예요.”“그래, 그래. 안전하게 다녀와.”유은수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했다.‘왜 저렇게 잘난척하는 거야? 용왕일 뿐이잖아. 용국의 다른 대단한 사람들은 너랑 달리 그렇게 예절 바르던데.’차가 출발하자 임선호는 예천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했다.“매부,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매부한테 폐를 끼치게 되네요. 아까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좀 입이 거칠어요.”“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편하게 운전이나 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김형준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남다른 편이라서 굳이 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라면 하는 거야. 안 갈 거야?”예천우가 물었다.“가겠습니다!”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 김형준은 바로 대답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곧바로 알려주고 직접 양박군에게 전화해 이 일을 설명했다.아직 당장 예천우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예천우의 작은 동생이 된 셈이니 앞으로 기회가 무궁무진할 거라며 김형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이안은 예천우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자 바로 다가와 물었다.“형부, 언니 일은 좀...”“이미 말했잖아, 더 얘기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난 자야겠어. 더 할 얘기 없으면 얼른 돌아가.”유이안은 무척 답답했다.‘뭐가 더 할 얘기가 없다는 건지. 분명 중요한 일인데... 형부가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잖아.’이번엔 정말 예천우가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어쩌나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어쩔 수 없이 유이안은 김형준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가는 길에 유은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예천우가 이미 단호히 결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얽힐 의사가 없다고 했다.사실 유이안이 예천우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도 유은수의 도움이 컸다. 유은수는 유이안이 예천우를 설득해 임완유를 용서하게 만들길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유은수는 자신이 한 일들이 크게 후회되기 시작했다.‘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두 사람을 돌려보낸 후 예천우는 푹 자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득 임완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임선호와 함께 동성시로 가기로 한 일이었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깜빡 잊었다.예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과속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한편 임선호는 아침 7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