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예천우는 병원에서 볼 일 끝나고 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어르신에게 당분간 임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별장 앞에 가자마자 핸드폰이 울리더니 양대복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용왕, 사만식의 아버지 사태수가 돌아왔어요.” 양대복은 아침에 소식을 받았다. “그래? 별 다른 행동은 없고?” 예천우가 물었다.“아직은 없어요. 그는 돌아오자마자 사씨 가문의 세력을 다시 정돈했어요. 특히 영사 집단 위주로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기둥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알기론 아들과 손자를 구해내려고 한다고 들었어요.” 종사고수의 집행능력은 대단했다. “상관없어. 마음대로 하게 둬. 특별사항이 있으면 나한테 보고하면 돼.” 양대복은 전화를 끊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용왕이 대체 어디에서 온 자신감인지 몰랐다. ‘상대방이 종사고수라, 어르신 혹은 좌우호위가 아니면 아무도 막을 수 없을 텐데.’ 어르신께선 워낙에 번개같이 나타났다가 구름같이 사라지셔서 일 년에 한 번도 볼까 말까였다. 그리고 좌우호위도 본부 밀실에서 수련하느라 내려오지도 않았다. 양대복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나까지 조사해서 나오면 큰일인데. 영사 집단을 맡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야.’ 손을 쓴 사람들은 모두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거실로 들어가자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임씨 가문의 사람들을 보았다. 임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분해서 말했다. “예천우, 이 재수 없는 자식이 감히 어디라고 와?” “다 너 때문이야. 네가 겁 없이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사씨 가문을 건드리는 일이 없었을 텐데.” “이제 어떡할 거야? 사태수가 왔으니 우린 끝장이야.” “…….” 이번엔 어르신까지 탄식했다. “천우야. 여태 널 참아왔는데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우리 임씨 가문에선 더 이상 널 받아들일 수 없구나. 얼른 떠나서 산으로 가거라.” 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르신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임씨 어르신도 임완유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 천우야, 가라. 너 확실히 임씨 가문에 남아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 예천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사태수를 무서워할 필요는 없는데.” “뭐라고?” 그의 말은 다시 한번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다니.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기나 해? 왕년에 그가 어떻게 천해시에서 위세를 떨쳤는지 알아? 양 회장도 그에게 함부로 못해.” 임강이 화가 나서 말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너 실력 좀 있다고 천하무적인 줄 알아?” “너 그런 어설픈 실력으로 사태수를 만나면 반격할 기회도 없을 거야.” “우리 임씨 가문에도 재수가 없지. 어떻게 너 같은 녀석이랑 엮여서는.” 이때 어르신께서 화를 냈다. “천우야.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으니까 너 당장 임씨 가문에서 떠나.” “맞아. 어서 가.” 임완유도 말했다. 그녀는 사태수가 종사고수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리고 전국에 종사가 몇 명 없다는 소문도 들었다. 예천우의 우슈가 아무리 대단해도 사태수와 비교하면 갓난아이의 수준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모두 그렇게 말하자 예천우는 그제야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난 나갈게. 하지만 고작 사태수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는 말을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계속 머물러 있다가는 또 싫은 소리를 들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다른 사람이 화를 참지 못할 때 임완유의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유걸에게서 온 전화였다. “유걸아!” “완유야. 사태수가 돌아온 거 알아?” 유걸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응, 방금 들었어.” “사태수는 보통인물이 아니야. 예천우가 한 일 틀림없이 임씨 가문에 영향을 끼칠 거야. 심지어 사태수가 임씨 가문에게 공격할 수 있어.” 유걸이 말했다. “우리도 지금 그 일 때문에 걱정이야. 이게 다 예천우 그 망할 놈의 자식 때문이라고.” 유은수는 유걸의 말을 듣고
“알았어.” 임완유는 황급히 승낙했다. “그래, 알았어. 참, 너 이번에 자금 좀 준비해야 돼.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응, 알았어.” 유걸이 그렇게 말할수록 임완유는 그 진실성을 더욱 굳건히 믿었다. 왜냐하면 그녀도 천하의 모든 일은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끊고 임완유가 말하기도 전에 유은수가 말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역시 우리 가문의 복덩이는 유걸이라니까.” “맞아, 잘 생각해 봐. 짧은 시간 내에 유걸이 우릴 몇 번이나 도와줬어? 사고만 치는 예천우 그 재수 없는 자식과 다르다고.” “완유야, 봤어? 앞으론 유걸 도련님 잘 고려해 봐.” 임강이 말했다. “응.” 임완유는 대충 대답하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해.” 말을 마친 그녀는 일어나 떠났다. 임완유는 임씨 가문과 사태수 사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예천우와 사씨 가문의 문제도 해결해서 더 이상 쫓기지 말기를 바랐다. 예천우는 임씨 가문에서 나와 천궐1호별장으로 가려다가 너무 멀어서 장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장혁의 행동력이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해결해 버렸다. 그는 예천우의 분부를 받자마자 주소를 알리고 자기도 옆에 있는 사람의 부축에 의해 퇴원하고 차 타고 돌아갔다. 예천우가 장혁이 제공한 주소에 도착하니 큰 술집이었는데 그건 장혁의 것이었다. “예 도련님, 오셨어요?” 예천우가 오자 장혁은 한쪽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황급히 일어나 마중 갔다.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어갔다. “예 도련님, 그 킬러는 지하실에 가두었습니다. 지금 보러 가시겠습니까?” “급하지 않아. 일단 네 다리부터 치료해 줄 게.” ‘다리를 치료해 준다고?’ 장혁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졌다. “왜? 절뚝이는 게 더 편하니?”“아닙니다. 예 도련님, 혹시 의술을 아세요?”장혁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예 도련님,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분부하세요.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어요.” 장력은 속으로 탄복했다. “됐어. 정말 위기에 부딪히면 어디로 숨을지도 모르면서.” 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네 부하들을 데리고 내 밑에서 일해.” “진짜요? 좋아요.” 장혁은 즉시 말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예 도련님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해서 그를 따라가면 앞날이 창창할 걸 알았다. “너무 일찍 좋아하지 마. 내 밑에서 일하면 법을 어기는 일을 해서는 안 돼.” “걱정 마세요. 예 도련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네 말 기억해. 그렇지 않으면 내 수단 알지?” 예천우는 경고하고 말했다. “그 킬러 왜 널 죽이려고 한 거야?” 그 일을 말하자 장혁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 “유걸이 보낸 게 틀림없어요. 지난번에 도련님이 유씨 가문이 곧 파산할 것이라고 해서 믿기지 않았지만 몰래 친구 보고 조사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정말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유걸에게 환불하지 않으면 그를 폭로할 거라고 협박했어요. 그런데 환불은커녕 킬러를 파견해 날 죽이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또 유걸이야? 죽을 때까지 날뛰려는 건가? 그 킬러 보러 가자.” 장혁은 그의 말을 듣자 당장 그를 데리고 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예천우는 장혁 등인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리라고 했다. 그는 킬러의 마스크도 벗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킬러 앞에 와서 예천우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킬러가 깨어나더니 펄쩍 뛰며 눈앞의 예천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널 어떻게 할 생각이었으면 넌 깨어나지도 못할 거야.”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왜?” 킬러가 물었다. 예천우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독고살, 별명은 칠살이고 혼자 다니는 것 좋아하고 그 어떤 킬러조직에도 속하지 않아. 그리고 킬러 순위는 26위.” “네가 어떻게
“당연하죠. 아마 세계 5위권에 드는 킬러들만이 당신과 비교할 수 있을 거예요.” “틀렸어.” 예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네?” ‘설마 유성의 실력이 5위 안에도 들 수 없단 말인가? 그가 한 일이 명성은 자자하지만 모두 암살이지 정면대결과는 다르니까.’ “응. 세계 1위의 킬러만 시간이 좀 길어질 뿐 제외하고 나머지 킬러는 모두 합쳐도 내 상대가 아니야.” 예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 “이번까지 하면 우리 세 번째 만나는 거지?” “네. 전에 두 번은 모두 내 목숨을 살려줬는데, 이번엔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이거 너 줄게.” 예천우는 책 한 권을 꺼내 던져주었다. 용문 용왕인 그도 기연을 얻은 적이 있어 자원이 많았다. “뭐예요?” 칠살은 이해할 수 없어 책을 가져와 이름을 보자 마음이 진동했다. “킬러계의 보물, 궤살술법?” “잠깐, 귀영미종?” ‘이건 외국의 인술보다 더 강한 신법인데. 전설에만 존재하는 거 아니었어?’ “이…… 이걸 나한테 주시는 겁니까?” “너 주는 게 아니라 외우고 잘 배우라고. 책은 나중에 돌려줘야 해. 그럼 여기서 있다가 다 외운 후에 떠나.” 예천우는 말을 마치고 어리둥절해진 칠살을 남겨두고 일어섰다. 그는 예천우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올라간 후 예천우가 말했다. “앞으로 이 지하실은 쟤 사용하라고 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잘 공급하고.” “네.” 장혁은 황급히 대답했다. 하지만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련님, 그를 여기에 가두려고 합니까? 도망가지 않을까요?” “가두는 게 아니야. 양성하는 거지.” “양성이요?” “그래!” “미래 세계 최고의 킬러가 당신의 술집 지하실에서 탄생할 거야.” 예천우는 웃으며 말했다. 장혁은 잠시 멍하더니 예천우가 농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부근에 맛이 좋고 고급스러운 식당에 갔다. 장혁이 여기의 단골이라 사
“도련님, 왜 그러세요?” 장혁은 예천우의 변화를 느끼고 물었다. “아니야. 너 여기 사장이랑 친해?” “네, 친해요.” “사람 찾아서 이 룸 지키고 있어. 이따가 여자가 오면 바로 나한테 알려주고.” “네!” 장혁은 그의 말을 듣고 바로 경리를 찾아와서 당부했다. 들어가서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장혁이 소식을 받았다. 그러자 예천우는 바로 일어나 나갔다. 유걸의 인도하에 임완유는 따라 들어가 안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보아하니 초씨 도련님인 것 같았다. 이때 유걸이 공손하게 말했다. “초 도련님!” 초 도련님은 도도하게 임완유를 한 눈 보더니 말했다. “이 사람이 네가 말한 임완유야?” “네!” “앉아.” 초씨 도련님이 말했다. “완유야, 얼른 초 도련님께 한 잔 올려.” 식탁에는 적지 않은 안주가 놓여 있었는데 유걸은 자신에게 한 잔 따르고 이어서 임완유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다. “초 도련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방법도 없었을 텐데요. 당신 같은 대단하신 분이 아니라면 아무도 사패수 같은 종사고수를 진정시키지 못할 거예요.” 유걸은 진정성 있는 얼굴로 원샷했다. 임완유는 주량이 좋지 않지만 한 잔 정도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술잔을 들고 말했다. “초 도련님, 제가 한 잔 올릴게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이때, 말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룸의 문을 열었다. 임완유는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보고 불만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너 산으로 돌아가라고 했잖아. 왜 아직 여기 있어?” “갈 필요 없어.” 예천우가 말했다. “필요 없다고?” “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임완유는 화가 나서 말했다. “난 볼 일이 있어서 널 상관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빨리 나가.” “나가는 건 되지만 이 술을 마시면 안 돼.” “무슨 뜻이야?”임완유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안에 약을 타서 네가 마시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예천우가 말했다. “약을 타
“그건 술 주전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야. 안에 두 가지 술이 있는데 입구를 통제해서 원하는 술을 따를 수 있거든.” 예천우가 설명했다. “말도 안 돼. 예천우, 너 무슨 소설 쓰냐?” 유걸은 제 발 저려서 말했다. “닥쳐. 너 내 앞에서 사람을 모함하면 후과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기나 해?” 초 도련님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짝퉁주제에 심각하면 얼마나 심각하겠어?” 예천우가 조롱했다. 그의 말을 들은 초 도련님은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더 당황한 건 임완유였다.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초씨 도련님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지푸라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예천우를 향해 화를 냈다. “예천우 너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죽고 싶어? 넌 임씨 가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난…….” “너 뭐? 여긴 널 환영하지 않으니까 당장 꺼져.” 임완유는 초씨 도련님의 미움을 사면 모든 희망이 사라질까 봐 예천우에게 소리쳤다. 예천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임완유가 그렇게까지 말해도 정말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상관하지 않는다면 임완유는 정말 끝장날 것이니까. “예천우, 완유가 화내는 거 이해해 줘. 우리가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 누군가에게 망쳐지면 안 돼 거든.” 유걸이 말했다. “그래, 가도 돼. 그러나 네가 완유 손에 있는 술을 마셔.” 예천우가 말했다. “그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마실 게.”예천우는 유걸이 정말 임완유 손에 있는 술을 마실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유걸이 자기가 마시는 것을 대비해서 미리 해독제를 마셨던 것이었다. 다 마신 후, 아무런 이상이 없자 유걸은 비꼬며 말했다. “내가 두 잔 더 마실까? 술 주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네가 와서 따라보든지.” “그래.” 예천우는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예천우, 너 그만해.” 임완유는 유걸이 자신의 술을 마신 후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도 예천우가 물고 늘어지자
초씨 도련님이 결연히 떠나는 것을 보고 임완유는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유걸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완유야, 너를 혼내려는 건 아닌데 왜 아직도 예천우 같은 사람과 얽혀 있어? 그가 있으면 언젠가는 네가 화를 입게 할 거야. 아니, 이미 화를 입게 했어.""나도 그가 오늘 나타날 줄은 몰랐어."임완유가 답답한 듯 물었다."유걸아,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없을까?""시도해 볼게."유걸은 사실 오늘 예천우가 이곳에 있으니 절대 성공할 수 없기에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것을 알고 있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쫓아가 볼게.""그래!"임완유는 혹시나 초씨 도련님이 그녀를 보고 싶지 않을까 봐 그곳에 앉아 있었다.유걸이 막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예천우를 보았다. 그의 생각이 옳았다. 예천우는 줄곧 그를 주시하고 있었고 이곳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이것은 그로 하여금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차오르게 만들었다.임완유가 옆에 없으니 유걸은 더 이상 평소의 온화함을 유지하지 않았고 차갑게 말했다."예천우 씨, 정말 계속 엉겨 붙네요.""계속 엉겨 붙는 건 당신 아닌가요? 내 아내가 당신이 들러붙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들러붙으면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 방금 약을 썼어요. 하지만 문제는 당신이 안다고 해도 누가 믿을 가요? 왜요, 답답하고 화나죠? 그리고 난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어요. 그녀한테 약을 먹이고 잠자리까지 가질 겁니다.""이렇게 한다고 해도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유걸은 그를 비웃으며 차갑게 웃었다.‘찰싹!’유걸은 말을 마치자마자 볼이 화끈거리고 아팠다. 그가 너무 꼴불견이라 예천우가 결국 손을 쓴 것이다."나를 때려?"유걸은 놀랍고 화가 났다."때리는 게 왜요? 나는 유걸 씨 때리는 거 좋아해요.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예천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예천우!"임완유가 멀지 않은 곳에서 인기척을 듣고 마침 이 장면을 보았다. 유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