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4대 슈퍼 가문의 자리를 차지하면 가문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고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자리를 잃는 일은 드물었다.예씨 가문은 계속되는 타격을 받아 힘이 약해졌다.과거의 예정환에서 지금의 예백천까지, 예씨 가문은 큰 위기를 겪어왔다.게다가 예씨 가문의 둘째, 예웅남은 이름만 좋을 뿐 실질적인 능력이 없었다.예씨 가문 내에서도 화합이 부족했고 단순히 무능한 것을 넘어 내부 갈등까지 겹치니 가문의 쇠퇴는 뻔한 일이었다.예씨 가문이 아직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오직 4대 전사 중 한 명인 예백천과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 예관희의 존재 덕분이었다.이들이 없었다면 예씨 가문은 이미 오래전에 4대 슈퍼 가문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상황은 남궁 가문에게 최고의 기회였고 게다가 남궁 가문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남궁 가문은 무도를 기반으로 세운 가문이었다. 외부 사람들은 남궁 가문의 조상인 남궁철 즉 현 남궁 가문 어르신의 아버지가 이미 사망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실제로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현재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수십 년을 더 살 수 있었다.이 모든 조건이 맞물리면서 남궁 가문은 가히 완벽한 상태에 이르렀다.그들은 반드시 이번 기회를 잡아 예 가문을 대신해 4대 슈퍼 가문의 자리에 올라가겠다고 결심했다.이 모든 상황에서 남궁연아는 이런 작은 문제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러나 장희준은 남궁연아가 전화를 끊고 다른 사람과 연락하는 모습을 보자 자신감에 차 웃음을 터뜨렸다.‘남궁 가문의 셋째가 직접 나섰으니 이번 일은 무조건 해결될 거야.’남궁 가문이 천상 그룹에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용국의 슈퍼 가문이라는 그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천상 그룹이 남궁연아의 요청을 무시할 리 없었다.그래서 장희준은 속으로 확신했다.‘이겼어. 이번에도 내가 이겼어.’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장희준의 자신
장희준은 자신의 아첨꾼들로부터 칭찬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더욱 우쭐해졌다.회의실 아래쪽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보며 그는 만족감을 느꼈다.하지만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동요와 함께 예천우와 임완유를 향한 연민이 서려 있었다.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번 일이 치열한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천상 그룹 본사에서 보낸 인물이라면 당연히 강력한 배경과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정작 다툼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것 같았다.“장 대표님, 이건 단순히 오해였던 것 같아요. 그냥 여기서 끝내고 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양서은은 망설이다가도 임완유와 예천우를 위해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그녀는 어떻게든 상황을 완화하고 싶었지만 장희준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소리쳤다.“닥쳐. 양서은! 네가 뭔데 내 앞에서 입을 나불거려? 네 따위가 감히 나한테 말대꾸를 해? 내가 너를 봐줬으니 지금껏 비서 자리나마 유지한 거야. 그런데 네가 이젠 정말 선을 넘는구나.”“좋아, 오늘부로 넌 해고야. 당장 꺼져!”사실 장희준은 한때 양서은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그녀가 단호히 거부하며 그를 외면하자 그때부터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서은은 죽을 각오를 하고 장희준과 맞서자 장희준도 지나친 행동을 하지 못했다.다행스러운 건 양서은은 장희준의 비서가 아니었기에 그나마 일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사직서를 냈을 것이다. 양서은은 자신이 좋아하는 이 직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텼다.오늘도 그녀는 그저 회의를 잘 마무리하려는 마음이었지만 결국 이렇게 해고당하고 말았다. 장희준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양서은을 욕하자 양서은은 눈물이 맺힌 채 조용히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며 자리를 떠나려 했다.누가 봐도 이번 싸움에서 장희준은 독보적인 승리를 거둔 것 같았다. 그렇게 된 이상 양서은도 더 이상 회의실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임완유는 그녀를 보고 다급하게 말했다.“서은 씨, 상
“내가 말했잖아. 지금 나 아니면 너를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장희준이 자신만만하게 외치자 예천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남궁 가문이 강력한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천상 그룹조차도 남궁 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담담히 말했다.“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렇게 자신 있어?”“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뭐일 것 같아? 진짜 멍청한 새끼네. 설마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장희준은 더욱 자신만만한 태도로 임완유를 바라보며 뻔뻔하게 말했다.“그런데 말이야. 만약 임 대표가 오늘 밤 나랑 저녁 식사를 하고 사과한다면 내가 한 번쯤 기회를 줄 수도 있어.”장희준은 주변 사람들이 있는 공적인 자리에서도 전혀 거리낌 없이 위협을 가하며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건방진 자식!”장희준의 이런 파렴치한 생각 때문에 예천우는 그 자리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앞으로 다가가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팍!”회의실에 맑고도 강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장희준의 위협적인 발언에 내심 고개를 저었고 쓴웃음을 지으며 예천우와 임완유를 안타깝게 여겼다.‘역시 아직 너무 젊구나.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결국 나쁜 결과를 낳을 거야.’그들은 두 사람의 패배를 예상하며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날지 우려했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모두의 눈앞에서 예천우가 벌컥 화를 내며 장희준의 뺨을 후려쳤다.뺨을 때리는 소리는 생각보다 더 크고 명쾌했다.장희준이 아직 거들먹거리고 있을 때 뜻밖으로 뺨을 맞았다.장희준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고 그 순간 얼굴에 막심한 고통이 안겨 왔고 바로 날아가다가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그는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이미 이빨 몇 개가 나가 있었고 얼굴은 심하게 부어올랐다.“너, 너 감히 나를 때려?”멍해진 장희준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그래. 내가 때렸어. 어쩔 건데?”
“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와봐. 내가 때릴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예천우의 차가운 말에 구매부 총괄은 움찔했지만 장희준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네가 가봐. 저 자식은 널 때리지 못할 거야. 정말 손을 쓰기만 한다면 고소해 버리겠어.” 장희준은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그리고 너희들, 다들 같이 가. 저 녀석이 진짜로 감히 때릴 수 있을지 보자고.”“좋아요. 그래 우리 함께 가보자고요.”구매부 총괄과 판매 부서 부장, 그리고 또 다른 장희준의 심복까지 함께 움직였다.그들이 예천우 앞에 섰으나 예천우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자 비웃음을 터뜨렸다.“뭐야.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이제 와서 꼼짝도 못 하는 거야?”“팍!”“팍!”...거침없는 뺨을 때리는 소리가 연달아 회의실에 울렸다. 예천우는 말없이 움직였다.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그의 손바닥이 공기를 가르며 그들의 뺨을 정확히 가격했고 이어지는 강한 충격에 세 사람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그들이 땅에 떨어질 때는 이빨과 피가 함께 바닥으로 흩어졌고 그들의 얼굴에는 고통과 충격이 뒤섞여 있었다.몇 사람들은 너도나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운 채 두렵고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예천우를 쏘아보았다.“이보다 더 어이없는 요청은 처음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때리라고 해서 원해서 내가 들어준 것뿐이야.”예천우는 냉정하게 말하며 자리를 정리했다.회의실은 한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사람들은 예천우의 이 대담한 행동에 숨을 죽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젊은이가 미친 거 아냐?’양서은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렸다. ‘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런 상황이면 나도 결국 회사에서 쫓겨날 텐데 이들은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끝내려는 걸까.’“이런 미친 새끼!”장희준은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얼굴에는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그는 예천우를 향해 소리쳤다.‘이건 미친 짓이야. 어쩐지 공공장소에서 그렇게 사람을 때리더니... 대체 네 머
임완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예천우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하고 마음이 따뜻해졌고 몹시 감동했다.다만 예천우가 회사에서 대놓고 아내라고 말하자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둘은 최근 여러 번 관계를 맺었고 사실상 부부와 다름없었다.하지만 아직 다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공식적인 부부는 아니었다.임완유는 다시 결혼을 원했지만 예천우가 워낙 바쁘다 보니 예천우가 잠시 이 일을 잊고 있다고 생각했고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렵기도 했다.한때 이혼을 요구했던 게 자신이었고 여자 관점에서 먼저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유독 양서은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무언가 예감이 드는 듯 그녀는 남모를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네가 고위직에 오르려고 일부러 내 아내의 임명 소식을 퍼뜨리고 이를 빌미로 완유를 협박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일이야. 그런 주제에 네가 대표로 남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야.”예천우의 냉정한 목소리는 섬뜩한 살기를 띠고 있었다.“너, 너...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증거 있어?”장희준은 깜짝 놀라며 급히 물었다.“당연히 증거는 있지. 하지만 네가 볼 필요는 없어.”예천우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고 장희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쳇. 내가 보기엔 넌 증거도 없으면서 헛소리하는 것 같네. 나 장희준은 절대로 천상 그룹에 해를 끼칠 짓을 하지 않아!”그의 태도에 회의실의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장희준, 네가 회사 이익에 손해를 끼친 일이 한두 번이야?’예천우도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계속 발뺌해 봐. 얼마나 더 자랑스럽게 버틸 수 있을지 보자고.”그러나 예천우의 눈에는 이내 살짝 짜증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본사는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 아닌데.’예천우는 결국 본사에 전화를 걸어 직접 상황을 재촉하려 했다.바로 그때, 임완유의 휴대전화가 울렸고 예천
장희준의 일당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당황한 기색으로 장희준을 바라봤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장희준은 본사 회의에 참석해 예선홍과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따라서 상대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한 번에 알아차릴 것이라 기대했다.하지만 이내 장희준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걸 보고 그들 역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이게 진짜란 말인가? 일순간 그들은 모두 안절부절못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장희준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너무도 익숙했다. 그건 분명 예선홍의 목소리였다. 가짜일 리가 없었지만 한 가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심지어 전화로 정말 반갑다고 존칭까지 쓰고 있었다.‘뭔가 이상해. 그래 아마도 그냥 예의상 그러는 거겠지. 임완유가 배경이 있는 사람이라 그럴 거야. 곧 나를 처벌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아니야. 분명히 날 지키려고 하는 걸 거야.’장희준은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임완유 역시 잠시 당황했지만 상대방의 공손한 태도에 금방 이유를 깨달았다. 이건 분명 앞으로의 시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곧바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예 대표님. 너무 과찬입니다.”예선홍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당연한 일입니다. 장희준에 대한 문제는 이미 조사했습니다. 즉시 장희준을 해고하고 과거 행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또한 장희준과 함께 회사 이익을 해친 구매 부서 부장 등 4명 역시 동일하게 처리할 겁니다. 전부 철저히 조사하고 단호하게 처벌할게요. 아울러 모든 사항은 임 대표님께 전권을 드립니다. 임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처리하시면 됩니다.”이 연속적인 발언이 끝나자 회의실 안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충격에 빠졌다.‘임완유는 정말 엄청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본사가 이렇게까지 전적으로 지지하다니!’무엇보다 마지막 말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모든 권한을 임완유에게 위
장희준은 다급히 말했다.“연아 누나, 임완유가 사람을 시켜 예 대표님을 사칭했어요! 그리고 제가 마음대로 처분당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어요. 제가 이 일을 예 대표님께 보고하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연결이 안 돼서요. 누나가 대신 전해주시고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처리하기는 개뿔! 네 걱정이나 해.”남궁연아는 갑자기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수년간 품격 있는 태도로 이름난 그녀가 이렇게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분노는 확실히 전화기의 스피커를 통해 회의실 안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모두 숨을 죽이며 이 전화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차라 그녀의 거친 말투에 한순간 모두 넋을 잃었다.“네가 감히 예 대표님께 이걸 보고하려 하다니! 정말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남궁연아는 한껏 격분하며 말했다.“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어떻게 감히 회장님이 직접 임명한 대표를 모함하려 드는 거야! 그리고 네가 저지른 그 더러운 짓들 때문에 이번에는 넌 끝장이야. 네가 예 대표님께 전화를 했단 사실만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이 말을 듣는 순간 사람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임완유가 회장님께서 직접 임명을 받은 대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임완유가 도대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 거야?’많은 사람들은 그제야 소문을 떠올렸다. 그녀가 본사의 차기 대표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그 소문이 진실임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그렇다면 이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어!’어떤 이들은 감정에 휘말리며 흥분했다. 내부의 갈등이 해결될 뿐 아니라 임완유가 대표로 자리 잡는다면 자신들 역시 함께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반대로 장희준을 따르던 사람들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특히 이미 이름이 언급된 구매부 부장과 영업부장은 눈에 보이는 절망에 빠졌다. 그들 중 일부는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평소에 회사를 팔아먹으면서 이익을 챙겼던 사람들도 모두 잔뜩 긴장
남궁연아는 남궁 가문의 셋째 아가씨로서 그동안 한 번도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남궁 가문 역시 이런 식으로 무시당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거의 당장이라도 책상을 엎고 천상 그룹과 끝까지 맞서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희준 때문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받은 이 치욕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결국 분노를 억누르기로 했다. 첫째, 천상 그룹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그룹은 회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최상위 인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었다. 남궁 가문이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다.둘째, 지금은 남궁 가문이 예씨 가문를 넘어설 중요한 시기였고 이런 시점에 작은 일로 큰 것을 잃을 수는 없었다. 장희준 같은 하찮은 사람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체면과 남궁 가문의 명예는 언젠가 반드시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며 남궁연아는 전화에서 쏟아낸 분노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장희준을 향한 그녀의 온갖 욕설은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을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사람들은 그런 남궁연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천상 그룹의 회장이 남궁 가문을 이렇게까지 무시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이해를 완전히 뒤엎었다.‘남궁 가문을 이렇게 대하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믿기 힘든 상황에 망연자실했다. 심지어 장희준조차 완전히 멍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남궁연아의 말은 그의 마음을 완전히 산산조각 냈다.‘남궁연아가 이렇게 화가 난 상태에서 거짓말을 할 리 없어. 이건 진짜야.’그는 힘겹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그러면서도 그는 임완유가 대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그녀가 회장의 딸이거나 손녀인 건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남궁연아는 마지막으로 말했다.“내가 기회를 주지 않은 건 아니야. 네가 살아남고 싶다면 네가 건드린 사람들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