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봉의각으로 보내졌다. 두 어멈과 녹아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그래도 차분한 희씨 어멈이 녹아더러 해장탕을 갖고 오게 하며 고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고사가 말했다.“태상황의 궁에서 마신 것이네. 이미 해장탕도 주었지만 모두 토했네.”“태상황의 궁에서 취하신 것이라고요? 세상에, 태상황께서 엄청 노하셨겠군요?”희씨 어멈이 경악했다.“태상황께서 노하셨는지는 모르겠고, 상공공의 낯빛은 아주 창백했네.”고사가 말했다.“아아!”희씨 어멈이 고개를 돌려 원경능을 바라봤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씨 어멈이 그녀를 눕히려고 하자 손으로 버티며 말했다.“손 대지마. 어지러워!”“고 대인, 이만 돌아가시지요. 수고가 많으셨습니다.”희씨 어멈이 말했다.고사는 원경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빨갛게 물들었으며 머리는 산발 이었고 옷에도 주름이 가득했는데 참으로 볼품없었다.“이만 가보겠네!”고사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초왕비가 술주정을 하기 시작하니 이렇게 무서울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그가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손에 의자를 쳐들고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태상황은 나한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으며 상공공은 그녀의 토사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발을 구르며 그의 새 옷을 애석해하고 있었다.그는 건곤전이 이렇게… 인간적이었던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또한 태상황이 위엄 넘치는 표정 외에도 다른 표정을 짓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예를 들면 놀란 토끼 같은 모습 말이다.어쩌면, 왕야에게 이 일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듯싶었다. ***원경능은 침대 앞에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물건들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으며 귓가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녀는 마치 아주 먼 곳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다.그녀는 뭐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식칼을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섬뜩해진 탕양이 입을 열려고 하는 때에 우문호가 천천히 일어나 책상을 짚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나가 있거라. 왕비는 본왕에게 볼 일이 있다.”고사가 그를 보며 물었다.“정말 그래도 됩니까?”“가봐.”우문호가 말했다.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탕양을 보며 말했다.“갑시다.”탕양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왕비가 술에 취해 왕부로 돌려보내졌다는 소식을 고사가 전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식칼을 휘두르며 찾아왔다. 그들은 이에 전혀 대비를 못했다.술주정을 부리는 여인은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비록 왕야의 상처는 아직 다 낫지 않았다 해도, 왕비의 손에서 칼자루를 빼앗는 건 문제되지 않을 터였다. 그는 고사와 함께 방을 나왔다.“문 닫게!”원경능이 식칼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 탕양은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왕비의 명에 따르지 않고 뭐하느냐? 손에 무기도 갖고 있으니 여기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니라.”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적막만이 맴돌았다. 원경능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가슴이 위아래로 들썩였다. 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지금 날 비꼬는 거예요?”원경능은 아까 그 말을 듣고 더 화를 냈다. 무기를 갖고 있으니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기관총을 갖고 있더라도 그의 앞에서는 여전히 약자였다.“비꼬는 게 아니야, 당신 취했어.”우문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 시도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오지마, 거기 꼼짝 마세요. 당신이 오면 난 위협을 느낀단 말이야.”원경능이 식칼을 들어올리며 화를 냈다.“본왕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아, 더구나 부상도 입었지. 오히려 본왕이 위협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우문호가 말했다.원경능은 눈을 가늘게 뜨고 험악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썼다. 그러나 술기운이 올라와서 눈동자가 촉촉하니 살상력이 전혀 없었다.그녀의 몸이 한번 흔들렸다. 한바탕 달리기를 하고 난 뒤 더욱 하
그를 한바탕 패고, 물기까지 하자 원경능의 화는 반 이상 가라앉았다. 확실히 많이 어지럽기도 했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굴리더니 그의 몸 위에 주저앉았다. 정말 어지러웠다.우문호는 그녀가 갑자기 잠잠해지자 그녀를 밀어보았다.“어이!”원경능은 짧게 투덜거리고는 고개를 그의 어깨에 파묻고 잠들어 버렸다. 그녀가 웅얼거렸다.“집에 가고 싶어. 자면 집에 갈 수 있어.”우문호는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치밀었다. 술주정을 부리고는 그대로 잠들어 버리다니. 집에 가고 싶다고? 그래, 내일 당장 보내버리면 그만이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그 꼴을 하고 있는 경후부를 왜 마음에 새겨두고 있는 것인가? 우문호는 힘겹게 그녀를 밀치고 일어나서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우문호는 비록 화가 났지만 한 켠으로는 측은한 마음도 들었다.그는 천천히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는데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부상은 아직 심각했지만 그녀를 안는 것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침대에 눕히고 잠시 생각 하는 듯싶더니 그녀에게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난 후 빨갛게 물든 얼굴을 보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미친 여자군.”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고사와 탕양, 서일이 급히 다가와 고개를 뻗어 안을 흘끔거렸다.“볼 필요 없다. 잔다!”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왕야는 괜찮으십니까?”서일이 귀를 만지며 물었다.“괜찮지 않을 건 또 뭐란 말이냐?”그가 귀를 힘껏 문지르는 것을 본 우문호가 물었다.“귀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이냐?”“왕비한테 밟혔습니다. 아파 죽겠습니다.”서일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고사와 탕양이 불쌍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서일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문호가 참지 못하고 탕양에게 물었다.“도대체 건곤전에서 얼마나 마신 것이냐?”고사가 대신 대답했다.“상공공의 말로는 계화주를 한 잔 마셨다고 합니다.”“한 잔이 대체 어느 정도기에 이렇게 취한 단 말입니까?”서일이 눈을
주머니 안에는 두 개의 물건이 있었다. 하나는 정교한 작은 상자였는데 그가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보았을 때는 이렇게 작지 않았었다.다른 하나는 학모양으로 접혀 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 접은 종이를 펼치자 보이는 건 부황이 그녀에게 준 황금 천냥의 차용증이었는데 밑에는 커다란 도장이 찍혀 있었다.그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모든 사람이 홀시하던 여인이, 밉고 증오스럽기까지 했던 이 여인이 왜 한 순간에 부황과 태상황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그는 상자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작은 속단추(暗扣)가 있어서 그 곳을 만지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상자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참으로 이상했다. 이 상자 안에는 물건이 있어야 했다. 그녀는 약이라고 했었는데 그녀의 마취침도 이 상자 안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 썼단 말인가?다 써버렸다면 다행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그걸로 자신을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그러나 그녀가 애지중지하는 상자라면, 숨겨두어야 했다. 누가 그녀더러 술주정 부리고 식칼로 사람을 위협하라고 했던가?그는 상자를 집어 들어 아무렇게나 침대 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상자가 땅에 닿자마자 커졌던 것이다.비록 처음에도 이 상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손가락 하나만큼의 크기에서부터 약상자 정도의 크기로 변하는 모습을 보니 그래도 놀라웠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지금 내 물건을 훔치는 거예요?”머리 위로 놀란 원경능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성난 눈빛과 마주했다. 그의 눈에 당황하는 기색이 언뜻 스쳤지만 그는 곧 약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그가 침대 옆에 내려놓은 약상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본왕에게 제대로 말해, 이건 뭐지?”“약상자죠!”그녀가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직도 매우 어지러웠는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이 약상자는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거지?”우문호가 엄숙하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당연히 원경능은 그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양심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볼 땐, 저명양과 혼인하는 건 그에게 이득만 있을 뿐 손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저명양의 일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 이런 큰 우세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답 없는 쓰레기는 아니었고, 가정폭력범 정도 되시겠다.“이만 화해해, 응?”우문호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는데 일말의 유세나 우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경능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오늘날 그녀는 이미 사면팔방에 적을 두고 있었으니 실로 우문호와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자신이 그를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화해는 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말해봐.”우문호가 시원스레 말했다.“첫째, 여전히 그거에요. 나한테 손찌검하면 안돼요.”“좋아.”“둘째, 이후 혼사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또 다시 날 측비를 들이지 않는 방패로 삼지 말아야 할거예요.”우문호가 잠시 고민하더니 승낙했다.“좋아.”“셋째, 내 자유에 간섭하지 마세요.”“물론이지.”그는 원래부터 그녀에게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예전엔 그녀를 상대하려 하지도 않았다.“넷째, 기회가 된다면 나랑 이혼해요. 우리 헤어져서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요.”원경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해, 본왕도 그리 생각하는 바야.”“다섯째….”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더 남았나? 그냥 화해를 안하고 말지.”“마지막이에요.”원경능이 급히 말했다.“내 약상자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요.”우문호가 그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본왕더러 비밀을 지키라는 것은 본왕이 그대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과 같아.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대는 반드시 본왕에게 알려줘야 해. 이 약상자의 근원, 작용, 그리고 왜 크기가
얼굴의 노기가 서서히 풀린 저수부는 태사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마지막 기회다. 그래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래, 제왕비의 자리도 꼭 네가 앉아있을 필요는 없지. 저씨 집안에 말 잘 듣는 아가씨들은 차고 넘치니까.”“조부, 손녀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손녀는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저명취가 흐느꼈다.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뺨을 적시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가여웠다. 누구라도 그녀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저수부는 예외였다. 그는 눈물을 절대 믿지 않았다.“눈물을 거둬들이고 썩 꺼지거라!”그가 차갑게 말했다.저명취의 얼굴에 드디어 두려움과 후회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조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이에요. 희씨 어멈과 조부 사이의 친분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확실히 손녀가 어멈더러 태상황의 약에 독을 넣으라 하였습니다. 손녀는 그저 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어 초왕이 다시 득세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손녀도 전반적인 정세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에요.”“넌 어찌 나와 희씨 어멈의 관계를 알게 되었느냐?”저수부의 목소리는 음산하고 차가웠는데 그 자신 또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 젖어있는 듯싶었다.저명취는 조부의 얼굴에 이렇게 무서운 기색이 보이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술을 파르르 떨며 모든 걸 털어놓았다.“조모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이 일도 조모께서 의견을 내주신 것입니다. 희씨 어멈이 조부를 저버린 적 있으니 조부의 뜻이라고 하면 희씨 어멈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꺼이 조부를 위해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희씨 어멈에게 이렇게 말하니 어멈이 동의했습니다.”이 말을 마친 저명취가 또 재빨리 보충했다.“조부, 희씨 어멈은 절대 태상황을 모해한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부의 이름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세요.”눈을 감고 있는 저수부는 얼굴에는 한 치의 표정
저명양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어머니께서 저더러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 게다가 시집가면 측비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첩이 되고 싶지 않아요.”저명취의 눈에는 이채가 스쳤다.“초왕 쪽은 그나마 나은 편이야. 태후는 초왕비를 크게 나무라지 않으시거든. 초왕의 모비인 현비마마는 태후의 친 조카잖아. 이런 연고로 태후는 초왕부의 사람에게 많이 관대하단다. 초왕비를 좀 보렴, 혼인 후 입궁하여 문안 인사를 올린 적도 별로 없는데 태후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잖아.”“초왕은….”저명양의 머릿속에 수려한 사내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건 성문(城门)에서였다. 그때 그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조정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커다란 준마(骏马)를 타고 황금색 갑옷을 두르고 있던 그는 매우 위풍당당하였다.사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초왕을 알고 지냈었다. 그때 그는 자주 저택에 왔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큰언니를 보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저명취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어째서?”그녀는 사실 동생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매번 초왕이 올 때마다 동생은 문 뒤에 숨어서 그를 몰래 훔쳐보곤 했었다. “원씨 집안의 여식과 혼인했잖아요. 원경능 같은 여자도 부인으로 맞이한다니, 제 눈에는 안차네요.”저명양이 대답했다.“그는 원씨 집안 사람에게 모함당한 거야. 어쩔 수 없었어. 게다가 조부께선 만약 네가 시집가길 원한다면 초왕과 원경능을 이혼하게 하실 거라고 했어.”저명양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말았다.“큰언니는 왜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저를 설득하세요?”저명취가 말했다.“이 큰언니는 다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초왕은 보기 드문 좋은 사내야. 네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넌 꼭 행복할거야.”저명양이 냉소했다.“그래요? 그렇게 좋은데 언니는 왜 시집 안 갔어요?”저명취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그가 이미 원경
초 태의는 이날도 우문호의 상처를 처치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이 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하여 탕양이 사람을 보내 원경능을 모셔오게 했다. 원경능이 초 태의에게 말했다.“이 실은 계란 흰자와 같은 물질로 만든 실(蛋白线)이라네. 인체가 흡수할 수 있으니 제거할 필요가 없네.”“계란 흰자로 실을 만든단 말입니까? 대단하군요, 정말 대단해요!”초 태의가 감탄했다.반면 우문호는 몹시 답답해졌다.“허면 본왕은 앞으로 이 실들과 생사를 함께 해야 한단 말이야?”“그렇죠, 실이 살면 당신도 살고, 실이 죽으면 당신도 죽어요.”원경능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틀 동안 두 사람은 그나마 유쾌하게 지냈기에 가끔 서로를 비꼬기도 했다.서일은 초 태의의 의술에 탄복하고 있었다. 하여 왕야의 상처를 처리한 틈을 타서 급히 그에게 질문했다.“태의, 제가 요즘 몸이 좀 불편합니다. 혹시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어디가 불편한가, 서 시위(徐侍卫)?”초 태의는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일이 일개 왕부의 시위라 하여 얕보지 않았다.“요즘 자꾸 졸립니다. 머리도 좀 멍하고요. 방귀도 잘 나오는데, 냄새는 어찌나 독한지. 참, 입 냄새도 심합니다. 머리도 기름지고 엉덩이에 종기(疙瘩)도 많이 났습니다. 태의, 안쪽으로 들오시면 제가 종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 끔직합니다….”이 말을 하며 서일이 태의를 병풍 뒤로 이끌었다.병풍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원경능은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어색해했다.우문호가 병풍 뒤에 대고 화를 냈다.“서일, 네 방으로 꺼진 후 옷을 벗어라.”병풍 안쪽에서는 서일의 긴 방귀소리가 전해졌다. 소리는 매우 규칙적이었는데 마지막에는 거의 폭발에 가까운 소리를 끝으로 뚝 멎었다.“바로 이 냄새입니다. 태의. 혹시 제가 무슨 병에 걸린 게 아닙니까?”서일은 대놓고 우문호의 분노를 외면하고 있었다. 태의가 코를 틀어막고 뛰쳐나오며 말했다.“됐네, 서 시위. 자네가 무슨 병인지 알겠어. 자넨 비장이 상해서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