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대인은 당장에 다리가 나른해졌다.그와 부인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며 지냈지만 부인을 위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저 대부인은 마음에 분노가 일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태상황께서 이 며느리를 죽이련다는 걸 믿지 않습니다. 호국후 이미 죽은 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 제가 그러한 낭설을 퍼뜨려도 그의 자손들에게 사죄를 하면 될 입니다. 태상황께서는 저를 죽이려 하지 않을 겁니다. 시아버님께서 그 희씨 어멈을 보호하기 위해, 그 어멈을 위해 가족을 죽이는 걸 마다하지 않으시군요. 시어머님이 목소리를 잃은 것도 당신께서 하신 겁니다. 시아버님께서는 그 비천하고도 교활한 노파를 보호하려고 하시는군요. 이렇게 하시는 것이 시어머님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당신을 위해 가문의 일로 수고하시고 자식을 낳으셨습니다. 시아버님은 시어머님에게 떳떳하지 못합니다."뺨 하나가 그녀의 얼굴로 향했다.저 대부인은 경악하며 오른쪽을 바라 보았다. 그러나 자신을 때린 것이 글쎄 시어머님인 것을 발견했다. 얼굴에 노여움이 가득했는데 근육마저 모두 떨리고 있었다. 또한 눈에는 공포감이 가득 차있어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저 대부인은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눈물을 흘렸다."시어머님? 왜 그러십니까? 제가 당신을 위해 말하는데 왜 때리십니까? 왜 이렇게 시아버님을 두려워하십니까? 억울하지도 않습니까? 여태껏 다른 여인의 그림자 밑에서 사는 것이 억울하지도 않습니까? 시아버님께서 감히 당신을 죽이시기라도 하겠습니까?"저 노부인의 눈에는 비통함으로 가득 찼다. 억울하다고? 그녀는 달갑게 여겼다.전에는 달갑게 여겼었다.그의 부친은 죄를 얻기 전에 조정의 어사대부였다. 소인의 참언을 듣고 조회에서 황제에게 무례를 저질렀고 심지어 황제를 모욕했었다. 황제는 크게 진노하여 구족을 멸하라고 명을 내렸다.저수부가 저지하고 사정하지 않았다면 그녀 가문 백서른둘의 모두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었다.최종적으로 부친만 죽였고 모친과 형제자매 그리고 가족들은 모두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은혜를
저씨 가문의 태노부인은 저수부의 생모였다.태노부인은 군주의 신분으로 저수부의 부친에게 시집왔었다.신분이 고귀하여 매우 문벌을 따졌다. 옛날 저수부가 돌아와 그녀에게 궁녀를 정실로 맞이하련다고 말했을 때 단호하게 반대했었다. 그녀는 모든 세력을 출동했었고 심지어 친히 입궁하여 희씨 어멈을 경고했었다.군주의 신분이라 황궁의 비빈들, 그리고 봉호를 받은 부인들과 모두 교제가 빈번했었다. 이 일로 인하여 비빈들은 희씨 어멈을 한동안 억압한 적도 있었다.그녀의 문벌은 절대 궁녀 하나로 인해 더럽혀져서는 안되었다. 비록 최후에 아들이 죄를 입은 어사의 딸을 부인으로 들였지만 태노부인은 여전히 마음에 썩 들지 않았었다. 다만 투쟁을 거쳐 저수부가 승리를 거두었었다.어째든 그 궁녀만 아니면 괜찮았다.태노부인은 몇 년 전부터 암자에 들어가 삭발하지 않고 수행을 했었다. 자손들이 복을 받고 저씨 가문이 만세에 전해지기를 빌었다.그녀가 저택을 떠난 뒤로부터 저씨 가문에서 진정으로 권력을 거머쥔 사람은 저수부였다.저 대인은 황급한 중에 조모를 찾아오려는 생각을 했었다. 그의 조모여야만 부친을 누를 수 있었다.다행히 월미암은 바로 경성에 있었다. 오고 가는 것도 빨라 최대한 시간을 미뤘다. 한 통, 또 한 통을 쓰면서 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관사더러 저수부에게 전하라 했다.저수부는 마치 조급하지도 않는 듯 천천히 차를 마셨다. 또한 찐빵 두 개도 먹었다.밑에 사람들은 의연히 소리를 내지 못하고 바닥에 꿇어있었다. 도리어 저 대부인은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꿇어도 소용이 없으니 구차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자신도 지체 높은 가문에서 나온 아가씨였고 동네북이 아니었다.그녀도 원래 희씨 어멈을 찾아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시어머님이 전에 그녀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었다.다만 명양을 위해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고귀한 신분을 마다하고 한 어멈을 찾아가 목돈까지 쥐어준다면 희씨 어멈이 꼭 받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
저수부가 관사에게 온화하게 말했다."둘째 아가씨를 방으로 부축하고 잘 지켜보거라."저명양이 울며 말했다."아닙니다. 손녀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손녀 이렇게 빕니다, 모친을 살려주십시오."저수부는 그녀를 바라 보았다."네가 모친에게 내가 희씨 어멈의 말만 듣는다고 말했다 들었다. 네가 희씨 어멈을 불러 너희 모친을 위해 사정하라고 하거라. 희씨 어멈이 네 모친이 죽을 필요가 없다고 한 마디만 한다면 죽이지 않으마."저명양은 온몸을 떨었다."아니요, 아니요. 전 그 노파에게 사정하러 가지 않겠습니다. 가지 않겠습니다."그러나 저명취는 벌떡 일어났다."조부, 정말입니까?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희씨 어멈을 찾으러 가겠습니다. 희씨 어멈이 오기 전에 모친을 죽이시면 안됩니다.""너에게 두 시진을 죽겠다. 두 시진이면 너희 태조모도 도착했을 것이야."저수부는 뭇사람들을 둘러보며 분부했다."대청의 문을 굳게 닫고 누구도 내보내지 말거라. 나가는 사람은 당장에 저씨 가문에서 내쫓을 것이야. 또한 누구도 더 이상 사정하지 말거라. 난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효장발호라고 쓰여진 편액 아래 저수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너무 힘들었다. 마음과 몸이 다 극도로 피로했다.그의 나이에 이미 온 저녁을 자지 않으면 안되었다.그가 잔인한 것인가? 아니었다. 이 화는 언젠가 찾아올 일이었다.오늘 그가 잔인하게 하지 않는다면 미래 다른 사람이 저씨 가문을 잔인하게 대할 것이다.저명취는 하인에게 마차로 초왕부로 보내달라고 명하였다. 그녀는 신분도 마다하고 희씨 어멈에게 사정하려 하였다. 조부가 절대 겁주려고 한다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조부는 엄격하고 신속한 사람이었다. 조모가 바로 이렇게 목소리를 잃은 것이었다. 정실부인도 이렇게 대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또한 조모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가? 다만 희씨 어멈에 대해 몇 마디 날조하였는데 평생 말을 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밖에서 떠드는 소문은 매 한마디가 악랄하고 마
저명취는 원경능은 쉽게 허락하자 참지 못하고 눈길을 올리면서 의심스레 말했다."당신 설마 희씨 어멈에게 가지 못한다는 명을 내린 건 아니겠죠? 당신이 이렇게 좋은 마음일 리가 없어요."원경능은 눈에는 조소가 섞여있었다."당신의 모친이 곧 죽게 생겼는데 아직 이곳에서 제 인격을 의심할 여유가 있나 봐요?"저명취는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리고는 아사에게 싸늘히 말했다."네가 길을 안내하렴."아사가 콧방귀를 꼈다."절 하인으로 부리지 말아요. 전 누구의 하인도 아니거든요. 당신의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거두세요."저명취는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자연히 아사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날 제왕부에서 논쟁할 때 아사도 있었다.저명취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사 아가씨, 수고스러운 대로 길을 안내해주세요."아사도 화를 참으며 자신의 가만있지 못하는 주먹을 감추었다. 자신이 잠시라도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녀의 콧날로 휘두를까 봐 두려웠다.아사는 저명취를 데리고 희씨 어멈의 방에 왔다. 저명취는 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자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아사가 그녀를 데리고 침상에 이르렀을 때 기씨 어멈이 위독해 보이는 희씨 어멈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명취는 크게 놀랐다."어멈은.... 어멈은 어찌 된 일인가요?"저명취는 당황해 말도 바로 못했다. 아사가 싸늘하게 말했다."만일 밖의 낭설이 당신을 말한 것이라면 압력과 입방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요?"저명취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어쩐지 조부가 하룻밤에 백발이 되었다고 했어. 어쩐지 조부가 이렇듯 크게 화를 낸다고 했어. 어쩐지 조부가 모친을 죽이련다고 했어.'순간 저명취는 넋을 일었다.그녀는 원래 희씨 어멈을 찾아와 도리로써 그녀를 설득시키고 정으로 감동시킨다면 조부가 모친을 죽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황궁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세상 물정을 꽤 알 것이었다. 이는 낭설을 더 크게 부각시킬 것이었다.그녀는 희씨 어멈을 데리고 가기만 한다면 필히 조부를 저지할 수 있으리라
그녀는 무기력하게 저씨 저택의 대문에 돌아갔다. 그러나 태조모의 가마가 문 어구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마음 속에 울분은 태조모의 자상한 얼굴을 보았을 때 순간 터져 나왔다. 그녀는 태노부인의 앞에 꿇어앉아 울며 말했다."태조모,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시려고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만일 조금 더 늦었다면 큰 사단이 났을 겁니다."아직 저택의 문 어구였다. 비록 일반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했으나 노태부인은 저명취의 이러한 추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상한 얼굴에 순간 한기가 어리더니 위엄이 있게 말했다."일어나서 나와 함께 들어가자꾸나."말하고는 한 늙은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저명취는 자신이 추태를 부렸음을 알고 일어나 눈물을 훔쳤다. 그제야 내쫓긴 부친이 등 뒤에 흐트러진 몰골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저명취는 비통하여 흐느끼며 말했다."부친."저 대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말고 들어가거라. 너희 태조모가 우리의 편을 들어줄 거다."저수부는 노태부인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었다.노태부인의 가마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하인이 들어와 보고했었다.저수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의연히 꿇어있는 방안의 사람을 보면서 피로한 미간을 주물렀다. 그리고는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관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마시지 마십시오. 제가 따뜻한 차를 올려드리겠습니다.""차가운 찻물이 사람의 마음을 더 맑게 하는 법이다."저수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태노부인이 동씨 어멈(佟嬷嬷)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나가 태노부인을 부축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태노부인은 상석에 모시고는 곧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태노부인은 자리에 앉은 뒤 무거운 눈빛으로 뭇사람들을 훑어보았다."다들 꿇어앉아 무엇 하느냐? 일어나거라!"일찍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던 저 대부인은 노태부인이 돌아온 것을 보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울면서 다가갔다."노
이 말을 뱉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울먹이며 사정하던 소리도 순간 사라졌다.태노부인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네 모친인 나마저도 쫓아내려는 것이야? 오늘 네가 감히 대청 안의 누구라도 해한다면 네 앞에서 당장 죽어버릴 것이야. 네가 불효의 죄명을 안도록 말이다."저수부를 그녀를 바라 보며 차갑게 말했다."전 사실 당장 월미안으로 보내버리라고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 당신이 이곳에서 바라 보기를 바랍니다. 우리 저씨 가문의 사람들이 당신의 방임 하에 어떻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이 사람들 중 하나라도 쓸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이 죽고, 제가 죽으면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 도마 위의 고기가 될 겁니다. 다만 그때가 되면 당신도, 저도 못 볼 겁니다."태노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러나 내가 너에게 늘 권고하지 않았느냐? 네가 아직 여력이 있을 때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발탁하라고 말이다. 우리 저씨 가문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 땅에 뿌리를 길게 박으면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 현재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가족들에게 화살을 돌리다니, 나약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네가 정말 영웅이라면 저씨 가문의 천추 가업을 위해 힘써야지 소심하면 안 된다."저수부가 싸늘하게 울었다."당신 역모하려는 생각입니까? 나이를 잔뜩 처먹고 융통성이 없으니 언젠가는 우리 저씨 가문의 큰 화가 될 겁니다. 만일 부친께서 아직 계신다면 제가 죽더라도 당신을 내쫓으라고 충고할 겁니다. 당신이 우리 저씨 가문 자손들을 해코지하지 못하게 말입니다."이 말에 뭇사람들은 경악했다. 이 말은 불효막심하고 인륜에 어긋나는 말이었다. 태노부인은 눈을 뒤집더니 거의 당장에 혼절할 뻔 하였다.바로 이때 저수부는 이미 목아에게 손짓을 하고는 그 독주로 눈길을 돌렸다.목아는 성큼성큼 다가와 독주를 들고는 저 대부인의 곁으로 갔다. 저 대부인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힘껏 뒤로 숨었다. 그녀의 눈은 경악과 공포감으로 가
태노부인은 깨어난 뒤 교지를 듣고 오랫동안 입술이 떨렸다. 그녀의 뿌연 눈에 공포가 어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저씨 가문이 어찌 이렇게 몰락되었는가 말이다.""군주."그녀의 곁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던 동씨 어멈이 탄식하며 말했다."아마 노야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씨 가문에서 요 몇 년간 너무 선 넘게 행동한 듯 합니다.""이는 우리가 응당 받아야 할 것들이다."태노부인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비통하고도 막연하게 말했다."우리의 성은 저씨란 말이다. 나의 딸은 궁의 황후고 나의 손녀도 궁의 황후다. 우리 저씨 가문은 현재 북당에서 가장 큰 가문이란 말이다. 태후의 소씨 가문 따위는 우리와 비할 바도 못되지. 왜 이렇게 되었느냐? 태상황께서 이미 죽은 호국후와 비천한 하인 때문에 교지를 내려 우리 저씨 가문의 대부인을 죽이려 하다니? 이 몸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받아들일 수도 없어. 너.... 너 빨리 나를 부축하거라. 이 몸이 입궁하여 태상황을 뵈어야겠다.""군주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 일은 이젠 끝났습니다. 대부인도 죄를 받고 죽었고요, 저희들은 이만 월미암으로 돌아갑시다."동씨 어멈이 권고했다."쫓아버렸어야 했다. 응당 쫓아버렸어야 했어."태노부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발걸음이 비칠거렸다. "내쫓으면 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닐 것이었지. 그렇다면 저씨 가문이 백관이 보는 앞에서 폐하의 질책을 당하지 않을 것이었고, 체면이 모두 깎였구나."그녀는 순간 눈앞이 새카매져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기절했다.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저수부는 고집스럽게 청산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인에게 저씨 가문 자제들의 모든 재산들을 조사하게 하고는 전부 몰수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발급받는 월례은자로 생활해야 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저수부는 특별히 오랫동안 암위를 배양했었는데 몰래 저씨 가문 자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명했다. 밖에서의 거동을 모두 보고하도록 말이다. 그들에게는 자제력이
저씨 가문은 여전히 동란상태였다.저 노부인은 절로 월미암으로 가려 하였지만 태노부인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이 바로 잡히는 과정에 원망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이 저택에서 위엄이 있는 존재였다. 그녀가 이렇게 권력을 뺏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리하여 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의 높은 항렬들을 불러모아 저씨 저택에서 함께 저수부를 "공개 재판"하려 하였다.저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태노부인을 매우 존중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홀로 저씨 가문의 안채를 떠맡았었다. 어느 집에서 사단이 나던지 모두 태노부인이 출마하여 해결해 주었었다.경성에서는 대장공주(大长公主)도 태노부인만큼 위풍이 있지 못했었다. 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을 두둔했다.저씨 가문의 사람이기만 하면 자신의 집안 가족이 아니라도 모두 감쌌다. 저씨 가문에서 무슨 사단이 나도 모두 무마할 수 있었다.몇 년 전 그녀의 한 못난 손자가 밖에서 사람을 때려죽였었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관아로 가서 고소하려 하자 그녀가 출마하여 무마했었다. 일전 한푼 배상하지 않았고 도리어 피해자의 가족들이 저씨 가문의 체면을 더럽힌 죄로 사죄하러 찾아오도록 하였었다.이 사건은 관아로 가지 못했었다. 피해자 가족들도 그저 재수없다고 여기며 피해자가 절로 넘어져 죽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었다. 저씨 가문의 보복이 두려워 그날 밤 짐을 챙기고 경성을 떠났었다.이러한 일들을 빈틈 없이 해냈는지라 밖에도 자연히 소문이 돌지 않았었다.태노부인은 이러한 존귀함을 매우 즐기고 있었다. 가문의 자식, 조카들의 절을 받는 것을 즐겨 매년 생신이면 부중으로 돌아왔다. 태노부인의 밑으로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머리를 조아리면서 입으로는 모두 덕담을 말하곤 했는데 이에 매우 기분이 좋았었다.태노부인은 반평생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소란스러운 생활에 습관되었다. 월미암의 대문도 매일 북적북적하기 그지 없었다. 경중의 귀인들과 봉호를 받은 부인들, 그리고 저씨 가문 작은 항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