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녀는 매우 고귀하게 입었다. 금은실로 박쥐 많은 자손들을 수놓은 비단 의복에 목에는 둥글고 윤택이 있는 남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 남주는 궁중 태후의 것보다도 더 둥글고 컸는지라 태노부인은 자신의 위치가 태후 소씨 보다 낮지 않다고 여겼었다.단정하고도 위엄 있는 자태로 희뿌연 문 밖을 바라 보고 있는 태노부인의 눈빛은 막연했다.또한 저수부는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있었는데 마치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일반 영감 같았다. 등이 조금 굽었고 어깨도 조금 휘었는데 눈썹 끝이 축 처져있었다. 그러나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한 눈빛아래 밖에 어떠한 잡귀신이 있다 하여도 종적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왜 이 어미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이냐? 난 너를 양육하였고 지금의 너로 만들어주었는데 왜 이렇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냐?"결국 태노부인이 먼저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불효라고요?"저수부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여태껏 이 아들이 효성스럽지 않았습니까? 모친께서 말하시는 것 모두 그대로 했습니다. 모친께서 여태껏 만사가 순조롭게 보내셨고 매일 열명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왔었습니다. 당신은 존귀함과 부귀영화 어느 한 가지가 부족했던 적이 있었습니까?"태노부인이 싸늘하게 웃었다."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모두 네가 준 것이 아니다.""제가 준 것이 아니고 누가 준 겁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과 부중의 가족들이 모친의 항렬이 높다고 하여 존중하는 것 같습니까?"저수부가 담담히 말했다."넌 이 어미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너처럼 이렇게 하는 아들이 없어."태노부인이 화를 냈다. 저수부는 고개를 저었다."복수를 하려면 여태껏 기다리지 않았을 겁니다.""그렇다면 왜 이렇게 하는 것이냐?"태노부인은 그를 바라 보며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네가 이렇게 하여 우리 저씨 가문의 존귀한 위치를 완전하게 잃게 된다는 걸 알고 있느냐? 그렇다면 다른 가문들과 무슨 다른 점이 있단 말이냐? 심지어 다른 가문보
제왕부, 제왕은 이미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저명취는 매일 울고 있었다. 어머님을 위해, 제왕의 무정함을 위해,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위함이었다.각종 불만이 모두 이 순간에 터져버렸다.그리하여 드디어 제왕이 돌아왔을 때 저명취는 달려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의 눈은 팅팅 부어 틈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그녀에게 있어 요 며칠 동안은 천지가 뒤흔드는 듯 하였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할 때 그가 부재했다. 이러한 원한으로 인해 제왕이 무표정으로 그녀의 앞에 서있었을 때 저명취는 가슴속의 비분을 다 뱉어낼 수 없었다. 온몸의 기력을 다해 그의 뺨을 갈기고는 분노 섞인 말을 했다."왜 나에게 이러는 거예요?"제왕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그녀의 모든 추악함이 낱낱이 밝혀진 듯싶었다. 그 순간 제왕은 심지어 그녀의 뺨을 도로 갈기려는 충동을 참지 못할 뻔 하였다.다만 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었다.그리하여 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저명취는 모든 울분을 뱉어냈다."제가 당신에게 충분히 잘하지 않았나요? 저는 전심전력으로 당신을 위했어요. 당신에게 시집오기 위해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아나요? 제가 배후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아나요? 은혜도 모르네요, 당신은. 당신은 정말 은혜도 모르네요. 우문경, 전 당신을 잘못 보았어요."제왕의 등뒤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천천히 내밀었다. 동그란 얼굴에는 겸연쩍고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최근에 늘 이런 일이 있는 거야? 난 둘이 싸우는 걸 듣고 싶지 않는데 매번 만나게 되네.'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었다. 그녀가 초왕부에서 묵는 것을 보고 희씨 어멈이 몸조리 하는 것을 방해한다며 당장 돌아오라고 하였다. 원영의는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저 물건을 정리하고 돌아왔다.원래 함께 들어왔는데 아마 자신의 몸집이 작고 제왕의 체구가 거대한지라 마침 자신을 막게
그녀는 점점 슬프게 울었다. 울 수록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결국 시녀에게 치장하는 것을 시중들게 했다. 두꺼운 분으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고는 나가겠으니 하인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또한 우문호는 퇴근한 뒤 바로 말을 타고 왕부로 돌아가려 했다.길 어구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가 가로 막았다.우문호가 말을 세우니 술박사(酒博士: 술을 파는 사람의 직업을 존칭하여 이름) 의복을 입은 사람이 보였는데 조금 낯이 익었다. 열덕주관(悦德酒馆)의 술박사인 것 같아 물었다."무슨 일이냐?"그 술박사가 공수하며 다가갔다."소인 초왕 전하를 뵈옵니다. 고사라고 부르는 소야가 소인에게 이곳에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고사 소야께서 요긴한 일이 있어 전하를 뵙자고 하십니다.""고사 소야?"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고사 이놈이 오늘 낮에 당직이지 않았어? 아직 날도 저물지 않았는데 출궁했다고? 출궁하자 바로 술을 마시다니?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군.'"네, 고사 소야께서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술박사가 계속 공수하였다."긴요한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본왕에게 할 일이 있으니 안 간다고 전해라."우문호가 답하였다. 술박사가 재빨리 답했다."전하, 고사 소야께서 전하께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드리려 하니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우문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최근 철든 낭군 노릇을 하기 위해 일찍이 집에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불러 술을 마시다니, 이러한 나쁜 벗은 꼭 엄하게 꾸짖어야 했다. 그러는 김에 그의 술을 몰수해야 했다.도가 지나쳤다.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얻고도 일찍이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니. 출궁하자 바로 마시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러한 좋은 술을 얻는다면 당직할 때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내심이 매우 뛰어났다.우문호는 두 다리로 말의 배를 조르면서 호기롭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술박사가 그를 데리고 열덕주관에 이르렀다. 하인이 문 어구에서 그를 위해 말을 이끌어
우문호는 나갈 때 그 술박사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밖으로 던졌다. 또 손이 가는 대로 의자 하나를 집어 들더니 곧장 계산대에 내리쳤다. 그에 놀란 회계선생은 바닥에 웅크려 앉았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문호는 말을 타고 나는 듯이 왕부로 돌아갔다. 왕부에 돌아온 뒤 원경능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 곧바로 귀지로 달려가 목욕을 하며 구석구석 씻었다.오늘 입은 관복은 버릴 수 없어 하인에게 뜨거운 물로 반복적으로 소독하게 했다.우문호는 자연히 이 일을 원씨에게 숨기지 않았다.그리하여 목욕한 뒤 소월각에 돌아가 원씨의 손을 잡고 나한침대에 앉아 말했다."오늘 저명취가 날 찾아왔어."원경능은 그가 돌아오자 바로 목욕을 하니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 말을 듣고는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답했다."그런데요?""제왕과 합의 이혼하겠다고 말했다고 그러더라고...."우문호는 혹시나 하여 그녀의 손을 잡고는 저명취가 했던 말을 모두 말해주었다. 말을 마치고는 손을 듣고 자신의 진심을 표했다."난 정말 그렇게 저명취를 꾸짖었어. 절대 짐짓 좋은 척 하지 않았어, 가식적인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원경능이 미소를 지었다."전 당신을 믿어요."우문호는 잠시 멍해졌다."오늘 정말 좋은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꾸짖기만 했을 뿐이야. 또한 이후로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했어, 아니면 저수부에게 압송하겠다고 말이야.""당신을 믿는다고 말했잖아요."원경능은 곁에 있던 자수를 들었다. 아이에게 옷을 해주려고 새로 배운 것이었다. 어차피 무료한 나날들이 많으니 재능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좋았다.특별히 그녀는 바느질에.... 뛰어났다!우문호는 원경능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조금 당황했다."아니, 원씨, 내 말 좀 들어. 그녀가 날 안았을 때 나는 당장에 밀쳐냈어. 당신 불쾌하게 생각하지마. 정말이야,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 믿지 못하겠으면 저명취를 찾아 대질하자고."원경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 보았다."당신 학대 받는 것을 즐겨요
원경능은 건곤전에 가 태상황에게 문안인사를 드렸다.태상황이 희씨 어멈을 묻자 원경능이 답했다."몸조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수부께서 문안을 오신 뒤로부터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젠 밖에서도 감히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없습니다.""그러나 네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냐?"태상황이 물었다. 원경능은 그제야 팔황자의 일이 생각나 말했다."전 괜찮습니다. 황조부, 만일 황후께서 팔황자에게 왜 안경 한 틀이 생겼냐고 물으시면 황조부께서 주신 거라고 말씀해 주십시오."태상황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 황후는 감히 물으러 오지 못할 것이야."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상공공이 해석하였다."황후도 저씨 가문의 사람이지 않습니까?"원경능은 자리에 앉아 태상황을 바라 보았다."황조부, 저수부 그 사람을 정말 믿으십니까?""무슨 할 말이 있느냐?"태상황이 그녀를 흘깃 보고는 물었다. 원경능은 조금 막연자실 했다."그저 예전에는 저수부가 야심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의 부친 경후가 아첨을 하러 갔지만 대문을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저의 부친더러 다섯째가 저를 내쫓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다섯째가 저명양과 결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죠. 제가 처음 저수부를 봤을 때도 참 흉악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태상황이 손을 흔들며 문을 닫으라고 명했다.상공공은 곧 문 밖을 지키러 나갔다. 태상황은 그제서야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처음에 무조건 너와 너의 아버지를 싫어했을 것이다. 너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네가 초왕비 자리를 어떻게 얻은 것인지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가 늘 다섯째를 높이 평가했었는데 어찌 다섯째가 경후부의 딸과 결혼하는 것을 원했었겠느냐? 특별히 그때의 너는 참으로 악질적이었다. 도덕이 없고 품행이 없다고 할 수 있어."원경능은 속으로 예전의 원경능을 말하는 것이지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자아위로 했다."다섯째를 높이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번이나
원경능은 의아했다."왕부의 시녀로 들어갔는데 임신했다고요? 누구의 아인데요?""셋째 것이지요."손왕비가 탄식했다."당신 그걸 알아요? 사실 위왕비가 이 여인을 구했어요. 완전 은혜를 원수로 갚네요."원경능은 재빨리 정색하였다."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둘째 형수, 빨리 말해봐요."원경능은 위왕비 최씨에게 호감을 꽤 가지고 있었으며 온순하고 우아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최씨 대가문의 사람이지만 저씨 가문 사람들처럼 기세가 등등하여 위풍을 떨치지 않았었다.또한 작년에 임신을 했었는데 육 개월 때 태아가 뱃속에서 죽어버렸다. 오랫동안 몸조리를 하다가 최근에야 나왔던 것이다.손왕비가 말했다."이 일은 위왕비도 나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요. 매우 슬퍼서 말을 꺼낼 때마다 우니 참으로 가련해요. 셋째도 참, 무슨 귀신에 홀렸는지 그 여인에게 홀딱 반해버렸지 뭐예요. 그 여인을 위해 몇 번이나 위왕비와 싸웠어요. 그 여인을 측비로 들일 것이라고 말이에요. 만일 위왕비가 입궁하여 문제를 일으킨다면 위왕비를 내쫓을 것이라 큰소리를 쳤어요."원경능이 혀를 끌끌 찼다."세상에, 그렇게 엄중해요? 그 여인이 절세미인인가 보네요?""미인이요? 그 여인 서른도 되었어요."손왕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리고 위왕비와 같이 서면 비할 바도 되지 못해요. 출신도 비천하고 용모도 추해요."원경능이 기이한 듯 물었다."그렇다면 위왕은 무엇이 마음에 들었을까요?""기교가 좋겠죠."기왕비는 화가 나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원경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손왕비가 빈정대면서 말했다."아니면 뭐가 마음에 들었겠어요. 위왕비 시녀에게서 들었는데 이 여인이 셋째를 매우 숭배하며 늘 칭찬한다고 해요. 아마도 꿀 발린 소리를 들어 멍청해진 거겠죠. 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저도 몰라요. 예전에 그 둘도 서로 죽고 못살 정도로 깊이 사랑했었어요. 원래 위왕비는 일찍부터 약혼을 하였는데 셋째가 기어코 위왕비와 결혼하려 했어요. 두 사람의 항쟁 끝내는 같이 있게 되었지만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이 문제에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왜냐하면 자신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당연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씨가 임신한 뒤로부터 그의 눈과 마음에는 다른 것들을 담지 못했었다.현재 제왕이 물으니 우문호는 잠시 멍을 때렸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어디 그렇게 많은 왜가 있어, 놓으면 놓는 거지.'"다섯째 형님."제왕은 우문호가 머뭇거리자 조금 몸을 일으키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혹 아직도 명취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우문호는 그를 흘겨보았다."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네 다섯째 형수는 속이 매우 좁아.""형님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겁니까?"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좋아하지 않아.""어떻게 했습니까? 이렇게 빨리 명취를 잊다니."우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내가 뭘 했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한참 뒤에 우문호가 고개를 들었는데 빛이 반짝였다."너의 다섯째 형수가 있었기 때문이지.""그 말인즉, 다른 사람이 생기면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이건 아마 대체하는 방법인 듯 하군요. 다른 여인을 찾아야 되지요, 맞나요?"제왕이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우문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연구해본 적도 없는 걸.'허나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으로 말했다."맞아, 넌 동그란 얼굴의 계집애와 자주 있도록 시도해봐. 아마 곧 잊을 수 있을 거야."원영의를 말하니 제왕이 탄식하며 말했다."이번에 영의가 조태의를 데리고 돌아왔기 다행이지 아니면 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네 다섯째 형수가 보낸 거다."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공을 쟁취했다. 일곱째는 늘 원씨에게 편견이 있어 이 문제에 대해 우문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을 쟁취하여야만 했다.그러나 제왕은 그 말을 흘려 보내고 홀로 중얼거렸다."사실, 동그란 얼굴도 괜찮아요. 자상하게 왕비를 소개해줄 것이라 했거든요."우문호가 불현듯 물었다."참, 오늘밤 돌아갈 거야?"제왕은 생각에 잠겼다."돌아갈 거예요. 동그란 얼굴이 있으니 절 괴롭히
우문호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부황...."부황께서 합의 이혼을 동의하시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 말투에 불쾌한 느낌이 상당했다."그대로 하면 되느니라."명원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저명취가 시집온 뒤로부터 사단이 끊인 적이 없었다. 작은 일은 저수부의 체면을 보아 눈 감아줄 수 있었다. 이렇게 방임했더니 결국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실의 체면을 깎는 건 괜찮으나 사적으로 친황들의 사이를 이간질 하니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었다.애당초 그녀의 명성은 그렇지 않았다. 밖에서는 다들 그녀가 현명하고 정숙하며 대가의 풍격이 있다고 했다.그러나 오늘 저씨 노태부인의 그 말을 해 이미 화가 치밀었었다. 저씨 가문의 체면이 참으로 대단했다."부황."우문호가 정색하더니 재빨리 물었다."부황의 뜻은 일곱째의 요구를 동의한다는 겁니까?""동의하지 않을 수 있느냐? 무기를 휘두르기까지 하는데."명원제가 아비로써의 인내를 보여주었다."합의 이혼한 뒤 각자 재혼한다면 두 가문에게 모두 좋은 일이다."우문호는 매우 우러러보았다. 부황의 이 말은 참으로 가식적이었다. 너무 가식적이어서 전혀 가식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각별히 마음을 쓰는 것 같았다."이 일을 일주일 내에 해결하거라. 해결하지 못하면 곤장을 맞으러 와야 한다. 꺼지거라."명원제가 싸늘하게 말했다.우문호는 명을 받고 제왕을 찾으러 들어갔다. 두 형제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출궁했다.그러나 명원제는 계속 상소문을 읽어야 했다. 군주로써 다른 이들보다 더 큰 의자가 있는 이외에 뭐가 나은 것이 있던가?황제란 수명이 짧은 직업이었다.옆에서 묵을 갈던 목여공공이 기쁘게 말했다."제왕과 초왕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음을 보셨으니 폐하께서도 시름을 놓으실 수 있습니다."명원제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섯째는 떳떳하고 일곱째는 단순하다. 그렇기에 다행인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일찍부터 크게 다투었을 것이다. 다투지 않더라도 이후에는 암투를 벌일 것이지.
우문호가 위로했다."그만 소리 질러, 부황 앞에서도 네가 계속 신음소리를 낸다면 네가 겁쟁이라고 꾸짖으실 거야."제왕은 아픔에 말도 하지 못했다. 끙끙 신음소리와 함께 발을 질질 끌며 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실로 참을 수 없어 말했다."형님, 절 업어줘요.""상처가 앞에 있는데 내가 널 없으면 더 아프지 않을까?"우문호는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근심스러워졌다. '왜 이렇게 아픔을 참지 못한단 말인가? 예전에 원씨는 온몸에 부상을 입고 입궁하여서도 억지로 버텼었는데, 일곱째는 여인보다 못하는군.""다쳐서 아픈 것이 낫지 이렇게 상처가 찢기는 고통은 원하지 않습니다." 제왕은 걸음을 멈추고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는데 입술에도 혈색이 보이지 않았다.우문호는 그를 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업고 나니 제왕이 또 "아아아"하고 소리를 질렀다.우문호가 물었다."되겠어?"제왕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목여공공을 바라 보더니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아니면 나를 들고 가게."목여공공은 이미 성지를 전하러 출궁한 궁인에게 물어보았었다. 부상 정도가 그렇게 엄중하지 않다고 조태의가 말했다고 전했다. 가슴팍의 상처는 괜찮고 복부의 상처가 조금 깊다고 했다.그리하여 제왕의 이러한 모습을 본 목여공공은 근심을 금할 수 없어 물었다."태의가 확실하게 진찰한 게 맞습니까? 내장이 상한 건 아닙니까?"제왕은 숨을 들이쉬었다."내장이 상한 건 아니네."목여공공은 제왕의 이런 모습으로 실로 궁전까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말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들고 갑시다."어깨 가마와 들것이 없으니 한 사람은 어깨를, 한 사람은 두 다리를 들고 갔다. 제왕의 머리는 떨어져 있었는데 입에 초롱 손잡이를 물로 있었다. 허나 자신이 걷는 것보다는 나았다.제왕은 칠흙같은 하늘을 바라 보았다. 등불의 빛은 궁중의 밤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그는 그저 딴 세상에 온 듯 하였다.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
황후는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일곱째가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 죄명을 받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죄명이 실증되고 정말 백관 앞에서 죄를 심의 받는다면 절로 미래를 망친 것이었다.그리하여 이 일의 진위를 막론하고 재빨리 답했다."합방을 하지 않았는데 어찌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말이야 말로 전해진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태노부인도 바보가 아니었다. 저명취의 낯빛을 보고 태후가 말한 것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다.다만 바보가 아닌 태노부인은 멍해졌다. '측비 때문이 아니라면 제왕은 왜 합의 이혼하려고 하려는 걸까? 설마, 그 원측비의 말이 진실이란 말인가? 명취와 초왕 사이가 애매하단 말인가?'태노부인의 얼굴은 당장에 어두워졌다. 다만 태후가 자리에 있는지라 무엇이라 말할 수 없어 일단 이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나 태후는 태노부인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노부인, 한마디 묻겠네. 한 여인이 처로써 작은 일로 자결하고 또 낭군을 중상한 뒤 회개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군다면, 노부인의 부중에서는 어떻게 처단하는가?"태노부인은 실로 체면이 깎였으나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제왕부부는 예전에 화목했었고 측비가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또한 합방도 하지 않았으니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린다고 억지를 부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태노부인은 그저 기가 죽어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아둔했습니다. 명확하게 묻지 않고 입궁하여 태후마마와 황후를 귀찮게 했습니다. 다만 젊은 부부가 다투는 건 자주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쉽게 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 ""합의 이혼이네."태후가 차가운 낯빛으로 곧 시정했다."황실의 체면이 중요하나 황실의 혈육도 잃을 수 없네. 제왕은 황제의 적자네. 부부가 작은 일로 모순이 생겨 무기를 휘두른다면 철로 만든 몸이라 하여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네."태후는 고개를 돌려 황후를 바라 보았다."너의 며느리고 또 너의 조카니 네가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
황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 안절부절하여 명원제를 흘깃 보았는데 명원제의 낯빛이 매우 어두웠다. 이에 황후는 원만하게 수습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하라고 태노부인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나 태노부인이 싸늘하고도 딱딱하게 말했다."폐하, 황후마마, 제왕은 황실자손으로써 첩을 총애하고 처를 저버렸습니다. 비록 명취가 충동한 것은 잘못이나 모든 잘못이 명취에게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제왕이 측비로 인해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소문이 퍼진다면 실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이에 황실과 저씨 가문의 체면이 깎일 겁니다. 폐하께서 성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제왕의 상처가 호전되면 백관들 앞에서 죄를 심의 받고 합의 이혼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태노부인의 이 말은 절대 사정의 의미가 아니라 몰아붙이는 느낌이었다.심지어 태노부인이 황실의 체면과 저씨 가문의 체면을 함께 논할 때 황후의 낯빛이 돌연 변했다. 크게 경악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 명원제를 바라 보았다.아까만 해도 낯빛이 어둡던 명원제는 태노부인의 이 말을 듣고 도리어 화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잔잔한 미소까지 머금으며 말했다."노부인, 조급해하지 말게. 이 일은 짐이 자세하게 물어볼 것이네. 노부인의 신체가 편찮다고 수부에게 들었으니 돌아가 푹 쉬게. 자손들은 자연히 자손들만의 복이 있을 것이니 노부인이 염려해서 되는 것이 아니네."말을 마친 명원제는 몸을 일으켜 떠났다. 나가기 전에 담담하게 저명취를 흘깃 보았다.태노부인은 기가 차 멍해졌다. 명원제가 위로의 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자신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었다.명원제는 나간 뒤 목여공공에게 분부했다."초왕과 제왕을 부르거라."목여공공은 잠시 머뭇거렸다."폐하, 제왕은 아직 부상 당한 몸입니다.""죽지 않을 거다."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만일 중상이라면 일찍이 부중에서 보고를 했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일을 태후께 아뢰거라. 태후께 한 번 들리라고 전하고."목여공공은 명을 받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