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회의 끝!” 엄진우는 담담하게 회사의 첫 번째 내부 위기를 해결했다. 소지안은 그런 엄진우가 더없이 대단해 보였다. “근데 다 어디서 배웠어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죠?” 엄진우는 소지안의 얼굴을 꼬집으며 가볍게 웃었다. “독서나 많이 해요. 지안 씨가 4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걸, 난 도서관에서 여덟 시간이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뒤돌아 나갔다. 소지안은 열받은 듯 두 볼이 볼록해져서 씩씩거렸다. “뭐야? 그러면 난 독서 안 한다는 거야? 나쁜 자식!” 고졸 주제에 재경 대학의 수재를 경멸하다니. 젠장! ... 다음 날 밤. 비즈니스 디너쇼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잠옷을 입은 엄혜우가 나타나 엄진우를 꼭 끌어안고 낄낄 웃어댔다. “오빠, 어디가? 나도 같이 갈래. 나 맨날 집에만 있어서 심심해 죽겠단 말야.”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엄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부동산업계 디너쇼에 갈 거야. 너도 가고 싶어? 근데 거긴 재미없어.” 그러자 엄혜우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나도 갈 거야!” 엄진우는 그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옷 갈아입고 같이 가자. 백팩은 안 돼. 어린애라고 놀려.” 엄혜우는 엄진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린애는 개뿔!” 말을 끝낸 그녀는 이내 대학생 룩으로 갈아입었는데 화이트 크롭탑에 블랙진, 질끈 묶은 머리에 긴 다리. 정말 청순 그 자체였다. 엄진우는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여자들은 변화가 참 빠르다. 엄혜우도 어느새 아리따운 여자가 되었다. 이내 엄진우는 엄혜우를 데리고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초대장을 내밀자 상대는 공손히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역시 비즈니스 포럼이라 그런지 정장 차림의 기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샴페인과 와인, 그리고 보스턴 랍스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등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었다. “여기 대박이
엄혜우는 절망한 듯 입을 틀어막고 되물었다. “팔아요? 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강남 미인상 여자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 당장 네 몸을 살 사장님들을 불러올 테니 때가 되면 곧 확실하게 알게 될 거야. 꼼짝 말고 서 있어!” 그런데 몸을 돌리는 순간, 강남 미인상의 여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강한 손바닥에 뺨을 맞고 몇 바퀴를 빙글빙글 돌더니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이내 케이크며 아이스크림이며 전부 그녀의 얼굴로 던져져 화려했던 그녀는 순간 거지꼴이 되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대체 어떤 새끼야!” 엄혜우는 잔뜩 격동해서 엄진우를 불렀다. 강남 미인상 여자를 때린 건 다름 아닌 엄진우다. 그녀는 엄진우에게 안겨 눈물로 하소연했다. “오빠, 미안해. 내가 실수로...” “다 알아.” 엄진우는 가볍게 웃더니 손으로 엄혜우 얼굴의 크림과 눈물을 닦아주었다. “눈물 흘리니까 정말 못났네.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내 말 안 들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무시당한 강남 미인상 여자는 화를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엄진우를 향해 삿대질을 해댔다.“우리 남편 방진 건설 대표 방덕화야! 그리고 우리 오빠는 도시 건설청 부 과장 송광이야!” 그러자 엄진우는 다시 손을 휘둘러 그녀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겼다. “그래서 어쩌라고! 난 당신이 내 동생에게 손댄 것만 알아.” 그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여자 송가혜 아니야?” “저 여자 창해시 3대 건설 기업인 방진 건설 방덕화의 세컨드야. 게다가 오빠는 창해시 도시 건설청의 부 과장이라고 하던데.” “어쩐지 성격이 더럽다 했어. 그래서 다들 슬슬 피해 다니잖아.” “마침 잘됐네. 저 여자 혼내 줄 사람이 나타났어.”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그 장면을 바라보았지만 엄진우를 걱정하기도 했다. 감히 송가혜를 때리다니, 보통 배짱이 아니다. 이건 창해시 부동산 업
빨간 드레스를 입은 소지안이 크리스탈 힐을 신고 당당하게 홀에 들어왔다. 방덕화는 순간 안색이 변하며 물었다. “설마 소씨 가문의 새 후계자... 소지안 씨?” “다행히 눈은 멀지 않았군요.” 소지안은 싸늘하게 웃었다. “난 소씨 가문의 후계자이자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죠.”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구미호가 감히 내 자기 앞에서 잘난 척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송가혜가 빈정대자 방덕화는 이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입 닥쳐! 소지안 씨, 이 여자가 예의를 몰라 그러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송가혜는 버럭 화를 내며 따지기 시작했다. “자기!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저 여자한테 반했어? 팔꿈치를 왜 밖으로 굽혀?” “애기야, 저분은 성안 소씨 가문 사람이야.” 방덕화는 다급히 그녀를 달랬다. “성안 명문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성안 명문가면 뭐 어때서? 예로부터 백성은 관리와 싸우지 않는다고 했어. 우리 오빠가 누군 줄 알고!” 송가혜는 여전히 무례하게 굴었다. “우리 오빠 송광이야! 창해시 도시 건설청 부과장이라고! 당신들 창해시에서 프로젝트 진행하려면 반드시 우리 오빠 승낙부터 받아야 해! 성안 명문가가 와도 소용없어!” 엄진우는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방덕화, 내가 그랬지? 당신 여자 보는 안목이 젬병이라고.” 그러자 방덕화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 세컨드한테 세컨드가 있다는 걸 몰랐어? 이제 보니 눈치도 젬병이네.”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방덕화를 비웃었다. “너 말 가려서 해! 아니면 그 주둥아리 찢어줄 거야!” 엄진우의 말에 송가혜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이내 욕설을 내뱉었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담담하게 대처했다. “시간 되면 당신 여자 데리고 병원이나 가봐. 그쪽이 아주 더럽다 못해 비린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불장난 많이 했나 보네?” 방덕화는 순간 안색이 차가워졌다. “입 닥쳐. 아니면 소지안 씨 체면도 안
“으아아아악!” 찰나의 순간, 거인 같고 맹수 같던 골드카가 그대로 쓰러져 허벅지를 끌어안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면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저게 말로만 듣던 미치광이 야수 전사야?” “난 오히려 저 엄진우라는 남자가 골드카보다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엄진우는 곁눈으로 사색이 되어버린 송가혜를 흘겨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난 여자는 때리지 않아. 하지만 오늘 당신은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해. 당신을 위해 내가 룰을 한 번 깨기로 했거든.” 말을 끝낸 엄진우는 송가혜를 향해 손바닥을 휘둘러 송가혜를 십여 미터나 날려버렸다. 그녀는 식탁에 곤두박질치더니 깨진 유리조각과 나이프, 그리고 포크까지 전부 몸에 꽂혀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그전에 날렸던 따귀는 그저 애피타이저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엄진우는 정말 진지했다. 송가혜는 그 자리에서 하얀 얼굴 뼈가 다 드러날 만큼 얼굴이 망가지고 이가 전부 빠져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세계 최고의 성형 전문가가 강림해도 절대 회복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정말 독한 놈이 등장했다. “애기야...” 방덕화도 제대로 놀라더니 버럭 화를 냈다. “오늘 일 끝나지 않았어! 엄진우, 반드시 제대로 보상해야 할 거야.” 방덕화는 소지안을 향해 시선을 돌리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소지안 씨, 다 보셨죠? 소지안 씨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개자식이 너무한 겁니다.” 송가혜는 비록 성질은 더러우나 그래도 예쁘고 어리고 요염한 아내였다. 그런데 한 순간에 얼굴을 망가뜨리다니. 방덕화의 체면은 완전히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소지안이 싸늘하게 말했다. “저 여자가 얼굴이 망가진 건 자 자업자득이죠. 방덕화 씨, 만약 내 상사를 건드린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소지안이 그래도 엄진우를 나무랄 줄 알았는데 이건 이유를 불문
송광은 등장하자마자 방덕화를 호되게 꾸짖었다. “내 동생이 이렇게 다친 것도 남편인 네가 평소 너무 오냐오냐하게 대해서 그런 거야. 그런데 오히려 다른 사람을 물고 늘어져? 내가 정말 네 말을 믿는다면 공권력을 사적인 용도로 남용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방덕화는 얼굴을 감싼 채 울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형님, 저는...” 구세주가 강림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구세주’에게 뺨을 맞다니. “직무를 부르라고 했지? 송 부과장님!” 송광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당장 소지안 씨와 엄 대표님에게 사과해!” 방덕화는 억지로 화를 참은 채 쩔뚝거리며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미안합니다.” 방덕화는 순간 10년은 늙은 듯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고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멋있다!” “난 또 송 부과장님이 오셔서 집사람을 도와줄 줄 알았더니 오히려 집사람을 혼냈네?” “역시 국민의 좋은 길잡이야!” 기업가들은 연달아 좋은 말로 아첨하기 시작했다. “송 부과장님이 계시니 우리 창해시 부동산도 앞날이 창창합니다.” 이때 송광은 젠틀하게 소지안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소지안 씨, 불쾌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이미 혼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반응에 소지안은 원래 준비했던 계획을 전부 접고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부과장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우리도 잘못한 부분이 있어요. 동생분의 상처가 심하니 병원비는 저희가 배상할게요.” 그러자 송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 자업자득이니 신경 쓸 것 없습니다.” 그 말에 소지안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전 늘 송 부과장님이 갑질하는 탐관오리라고 생각했어요. 이제 보니 제 생각이 틀렸네요.” 송광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이분이 바로 엄진우 대표님이신가요? 젊은 분이 아주 능력까지 출중하시네요.” 송광은 시선을 엄진우에게 돌렸다. 그러자 엄진우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맞아요. 동생 관리 제대로
호텔 밖. 엄혜우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우물쭈물했다. “오빠, 미안해.” “왜?” 엄진우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나만 아니었다면 오빠가 방진 건설과 건설청 부과장에게 밉보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러다 오빠 사업에 영향 주는 거 아니야?” 어쨌든 오늘 일은 모두 그녀로 인해 일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혜우는 입을 삐죽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엄진우는 소리 없이 웃으며 엄혜우의 볼을 꼬집었다. “누구든 상관없어. 감히 내 동생을 건드린다면 상대가 하느님이라도 난 가만두지 않아.” “오빠-” 엄혜우는 감격에 겨워 당장이라도 눈물을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엄진우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나한테 너무 잘해주지 마. 오빠 생각도 해야지.” 엄진우는 엄혜우를 꼭 끌어안고 달콤하게 말했다. “나한테 가족이라곤 너와 엄마밖에 없어. 그런데 내가 엄마와 널 지키지 못한다면 뭘 지킬 수 있겠어?” 물론, 예우림 그 빙산녀도 반쪽 가족에 속하긴 한다만... “맞아, 오빠. 근데 오빠 오늘 한가지 실수했어.” 엄혜우가 말했다. “송광이라는 사람이 먼저 사과했는데 왜 그렇게 쌀쌀맞게 대했어? 그러니까 아까 그 언니 화났잖아. 그 언니는 처음부터 오빠 편을 들어주더구먼.” 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보이는 것만 믿으면 안 돼. 송광이란 그놈, 그거 다 연기야. 난 첫눈에 그놈이 좋은 물건이 아니란 걸 알아봤어. 그놈은 작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아주는 지독한 놈이지. 지안 씨는 비록 그놈의 속임수에 넘어갔지만 난 바보가 아니라 절대 속이지 않아.” 호텔 방. “부과장님. 제가 멍청했어요. 집사람 체면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얻어맞은 방덕화는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며 송광에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송광은 여전히 그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내 동생만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야!” “이젠 어떡하죠? 그것들을 대놓고 죽일 수는 없을까요?” 방덕화가 설설 기며 묻자 송광은 눈을 희
그 소식에 엄진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도 고작 며칠 되지 않았는데 임금은 개뿔. 설마 노동자들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게 아닐까? "아니, 우릴 찾는 게 확실해요?” 엄진우는 재차 확인했다. “그렇다니까요! 우리 둘 이름과 직책까지 똑똑히 알고 있었어요! 분명 우릴 겨냥하는 거예요.” 소지안은 다급히 말했다. “아무튼 빨리 와요. 나 혼자 도무지 안 되겠어요.”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다급히 문을 나서서 회사로 갔다. 회사 앞으로 가니 확실히 노동자들이 현수막을 걸고 입구에서 임금을 내놓으라고 시위하고 있었는데 각종 구호가 난무했다. “노동자의 피땀 어린 돈을 당장 갚아라!” “악덕 대표는 돈을 갚아라!” “노동자의 목숨값으로 차와 요트를 사는 악덕 대표는 물러나라!” 그리고 주변에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러분, 잘못 찾아오셨어요. 여긴 비담 컴퍼니예요! 우리가 언제 여러분의 임금을 체무 했죠?” 소지안은 인파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이치를 따지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더 억지를 부렸다. “지성그룹과 예씨 가문과 관련됐다는 건 우리도 알아!” 그리고 옆에 있던 기자들은 더 재밌는 기삿거리를 위해 옆에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회사를 이렇게 럭셔리하게 꾸몄으면서 우리 노동자들의 임금을 탐내다니. 정말 보기보다 추한 사람들이군!” 그들은 이미 내일 헤드라인 기사에 어떻게 이 회사의 인성을 폭로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고민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용기를 북돋아 주자 노동자들은 점점 더 기고만장해졌다. “돈 내놓지 않으면 우린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거야! 당신들도 도망갈 생각하지 마!” 그 말에 비담 컴퍼니의 직원들은 화가 솟구쳤다. “아니, 지성그룹에서 진 빚을 왜 비담에서 받으려고 하는 거죠? 우리에게 그 구멍을 막을 이유는 없어요!” “우리가 동네북인 줄 알아요? 지성그룹의 빚은 지성그룹에 달라고 하세요!” 양측은 서로 양보하
소지안은 다급히 엄진우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진우 씨,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에요. 누군가 뒤에서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런데 무턱대고 이 일을 끌어안는다면 우리에게 똥물이 튀는 건 시간문제예요. 유리한 점이 하나도 없다고요.” 보안 팀장도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엄 대표님, 저런 가난뱅이들을 두려워할 것 없어요. 우리 보안팀에는 직원이 스무 명도 넘으니 몽둥이 하나로도 저놈들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말은 필요 없어요. 저 사람들의 임금은 내가 반드시 받아줄 거예요. 왜냐면... 우리 아버지도 예전에 노동직에 종사하셨어요.” 여기까지 말한 엄진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당시 엄비왕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일했으며 때로는 일주일에 단 한 번 집에 돌아왔다. 노동자들은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가족들을 부양하지만 여전히 일부 악덕 사장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다. 그들에겐 하소연할 길이 없었다. 아무리 관련 부서에 신고해도 그저 ‘악의적인 임금 요구’로 판정될 뿐이다. 그들은 그저 자기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만 원할 뿐 누구를 해치자는 생각이 없었다. 이 일이 음모일지 몰라도 이 노동자들에게는 죄가 없다. 부지런히 일한 그들은 응당 이에 따른 보수를 받아야 한다. 엄진우의 단호한 약속에 노동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때, 리더가 또 입을 열었다. “전에 당신 본사 대표도 그렇게 말했지만 얼마 안 가 꽁무니를 내빼더군! 그런데 우리가 당신 말을 어떻게 믿어!” 엄진우는 정색해서 말했다. “여러 기자님들, 그리고 비담 컴퍼니의 직원들! 만약 제가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영원히 창해시 상업계에 다시 발을 들여놓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이런 독한 맹세를 한다고? 그러다 실패하면 영영 실직하게 될 텐데? 소지안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