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연구소 문밖, 롤스로이스 팬덤이 서서히 멈추어 섰다. 육한정은 반짝이는 차창 너머로 약재 창고 쪽을 쳐다보았다. 그는 하서관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기만 한다면 그녀를 볼 수 있다.그의 손 옆에는 그녀에게 사주려고 산 연고가 놓여있었다. 그녀에게 가져다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에 와보고 싶었다. 그녀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다. 육한정은 드넓은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 있었다. 이게 바로 그와 그녀 사이의 안전거리였다. 그녀가 자신에게 다가오지만 않으면 그는 그녀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너무 아쉬웠다.무척이나 착하고 부드러운 여자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똑똑했다. 그는 그녀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지금 그녀가 그의 유일한 해독제였다.육한정은 핸드폰을 꺼냈다. 그는 그녀의 캐톡을 뒤져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녀가 하와이에 갔던 날에 멈춰있었다. 그녀가 비키니 사진을 그에게 잘못 보냈었는데.그는 이미 그 사진을 저장했다.어젯밤의 기억이 조금씩 밀려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는 그녀의 어젯밤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다. 그녀는 발을 들어 자신을 걷어차기까지 했다…육한정은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는 빨갛게 물든 눈시울을 가려버렸다.그때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그에게 전화를 쳤다. 개인비서 엄의였다.육한정은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의의 공손한 목소리가 핸드폰에서 흘러나왔다. “대표님, 스케줄에 따르면 오늘 유럽으로 출장을 가셔야 하는데… 전용기는 이미 준비됐습니다. 취소할까요?”“아니에요. 금방 도착 할 거예요.”…눈 깜짝할 사이, 사흘이 지나가 버렸다. 사흘 동안 하서관은 내내 바른 연구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일이 끝나면 장서각에서 의학서적을 뒤져보았다.오후, 하서관은 드디어 그녀가 원하던 약재를 찾아냈다. 독말풀이다.독말풀은 천국과 지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무척이나 귀한 악재였다. 심지어
핸드폰 너머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벨소리가 한번이 채 울리기도 전에 전화는 빠르게 받아졌다. 육한정이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서관이 오해할 정도였다. 육한정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서관은 자신의 긴 속눈썹을 드리웠다. “여보세요, 한정씨.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육한정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제야 전해졌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했다. “나는 당신이 전화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하서관은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는 자기를 꽤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밤의 일을 입 밖으로 꺼내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결국 그녀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흥!”그녀는 큰소리로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프런트 직원은 줄곧 하서관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하서관이 누구랑 전화를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뭐 어차피 우리 대표님은 아닐 테니까. 그때 하서관이 고개를 숙이며 애교 넘치는 말투로 ‘흥’하고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어왔다.프런트 직원은 하서관이 애교가 넘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남자친구도 있는 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아니라면 아마 썸타고 있는 남자인 친구겠지. 근데 왜 우리 대표님한테 다가오는 거지?프런트 직원은 여기저기 어장관리를 하는 사람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녀는 대표님이 돌아오면 하서관의 실체를 까발려버리겠다고 다짐했다.그때 육씨 그룹 빌딩 앞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서서히 멈추어 섰다. 비서장 엄의가 차에서 내리더니 공손하게 차문을 열었다. 훤칠한 몸이 빠르게 눈에 들어왔다.육한정이 돌아왔다.“어머나, 대표님이 돌아오셨어!” 프런트 직원의 눈이 반짝였다. 빠르게 그녀의 얼굴에 빠순이의 웃음이 지어졌다.하서관은 홀에 앉아 있었다. 당연히 그녀도 그들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었다. 문이 열리더니 목에 파란색 출입증을 멘 임원이 빠르게 뛰어갔다. 마치 큰 인물을 맞이하듯 말이다.여기에 있는 큰 인물이 또 누가 있겠는가. 하서관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
하서관이 육한정을 찾으러 육씨 그룹 빌딩으로 찾아왔다. 육한정은 그녀가 이곳으로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사흘 동안, 그는 그녀를 찾아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자신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 핸드폰을 뒤져보게 된다. 그녀가 먼저 자기에게 연락을 주길 은근슬쩍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먼저 한 걸음 다가와 준다면 그에게는 열 걸음도 더 다가갈 용기가 생긴다.하지만 사흘 동안 그의 전화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그녀에게서 조금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육씨 그룹으로 자신을 찾으러 왔다.육한정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용기로 찾아온 거지?이런 내 모습이 싫고 무섭지도 않은가?그녀는 왜 앞에 멈춰서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거지?육한정이 말한다. 뭐 하러 왔냐고, 어떻게 될지 후과는 생각해봤냐고.하서관은 발을 들어 있는 힘껏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침대에서는 서관이라고 부르더니, 지금은 하서관씨라고 부르는 거예요? 육한정씨, 당신 정말 현실적이네요.”프런트 직원과 임원들은 모두 놀라버렸다. 그들은 하서관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만 살고 싶은 건가? 감히 우리 대표님을 발로 찬다고?정말… 제멋대로다!이 봐요, 누가 좀 와봐요. 이 사람이 감히 우리 대표님을 괴롭혀요! 대표님도 체면이 있지! 빨리 이 미친년 좀 끌어내요!사람들은 얼이 빠져 있었다. 가슴에 분노가 차올랐다.육한정의 깔끔한 정장 바지에 발자국 하나가 남겨졌다. 그녀가 찬 것이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낚아챘다. “이제 충분해요?”“아니요, 아니요! 더 찰 거예요!” 하서관은 몇 번이고 그의 다리를 걷어찼다. “육한정씨, 나 욕도 할 거예요! 당신 정말 매정하고 제멋대로예요!”“…”방금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육한정의 정장 바지에 발자국이 여러 개 생겨났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귀엽고 익살스러웠다. 그는 손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하서관을 품
요 며칠 육한정은 하서관의 몸에 난 상처를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그녀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아니 감히 물어보지를 못했다. 지금 이렇게 그녀가 제 발로 찾아오자 그는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꼭 확인하고 싶었다. 꽃무늬 블라우스가 벗겨지자 그녀의 피부가 드러났다. 깨물어서 난 상처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조금의 흉터도 남지 않았다. 그녀의 피부는 우유처럼 뽀얗다. 무척이나 부드러웠다.“이제 그만 봐요.”그때 하서관이 명품 시계가 채워진 그의 손을 밀어버렸다. 그녀는 그가 더 이상 쳐다보지 못하게 자신의 몸을 가려버렸다.육한정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했다. “진짜 다 나았어요?”“당연하죠. 너무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었고, 약만 바르면 낫는 거였어요. 근데… 여긴 아직도 아파요.” 하서관은 육한정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그의 손을 자신의 가녀린 목에 올려놓았다.육한정은 그곳을 확인해보았다. 그때 그는 그녀의 혈관을 깨물어버렸다. 다른 곳에 있는 상처는 다 나았는데, 유독 이곳에만 흉터가 남아있었다. 희미하게 그의 이빨 자국이 눈에 보였다. 얼마나 세게 깨물었는지 대충 상상이 갔다.육한정은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그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소녀의 향기를 탐욕스럽게 맡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목에 남은 흉터에 내려앉았다. 그는 그곳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사과는 제일 창백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이번에는 용서해줄게요. 근데 앞으로 다시는 나 물면 안 돼요.” 하서관이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웃어 보였다.육한정의 입술이 위로 올라갔다. 그는 그녀의 새하얀 귓불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물지 않을게요. 물어봤자 이 정도일 거에요. 아주 살짝.”그는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하서관은 빠르게 그를 피해버렸다.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단단한 가슴을 밀어내
상희는 뚱뚱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상희는 조우영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우영이 이렇게까지 자기를 싫어할 줄은 몰랐다. 내 몸에 있는 살만 보면 구역질이 난다니…상희는 여자였다.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조우영! 당장 내 핸드폰 돌려줘요!” 상희는 몸을 일으키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조우영이 그녀를 너무 세게 밀어버린 탓에 무릎이 다 까져버렸다.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조우영은 차갑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계략이 가득했다. “핸드폰은 내가 쓸데가 있어서 지금은 못 돌려줘. 내일이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말을 끝낸 후 조우영은 고급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더니 진짜로 상희를 고속도로에 버린 채 사라져버렸다.상희는 버둥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무릎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무릎이 아파왔다.여기는 집이랑 너무 먼 곳이었다. 뛴다고 해도 꼬박 여덟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상희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상희는 빗속에서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너무 춥고 너무 아팠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잇몸까지 떨리고 있었다.눈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상희는 오늘이 그녀의 인생 중에서 제일 암울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모든 자존심과 자존감이 조우영에게 무참히 짓밟혀버렸다.상희는 하서관이 걱정됐다. 조우영이 하서관 때문에 자신의 핸드폰을 뺏어간 게 분명했다. 조우영이 내일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라고 마지막에 그랬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하씨 저택.하연연은 조우영이 보낸 캐톡을 받았다. 그 사
하진국은 유란원에 가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사위라는 사람을 만나볼 생각도 한 적이 없다. 유란원은 산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번화가에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왠지 그곳에서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 불길했다.하진국은 난처한 표정으로 하연연에게 말했다. “연아, 난 안 가는 게 좋겠어. 그딴 사위 뭐 만날게 있다고… 다들 불치병에 걸렸다고 그러던데. 며칠 뒤면 이 세상 사람 아닐 수도 있잖아? 별로 가고 싶지 않아.”그게 바로 하연연이 바라던 상황이다. 그녀는 유란원에 있는 그 총각 귀신을 꼭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래야 여론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그래야 하서관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아빠, 난 서관이가 어떻게 육대표를 알게 된 건지도, 걔가 육대표를 어떻게 홀린 건지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육대표 같은 남자를… 아빠 설마 서관이가 이혼하면 육대표가 서관이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당연히 아니지. 서관이 조건이 어떤데. 걔는 절대로 육대표 성에 차지 않을 거야. 그냥 갖고 노는 거겠지. 연아, 육대표가 결혼할 사람, 결국 네가 될 거야.” 하진국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격동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그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하진국은 육한정이 하서관을 마음에 둘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아빠, 걱정 하지 마. 내 손에 아직 남아있는 카드가 있어. 난 꼭 육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가질 거야. 그래서 지금 아빠 도움이 필요해. 요 며칠 유란원에 그 사위 만나러 한번 가봐. 그리고 서관이랑 육대표 일 그 사람한테 알려줘. 그 사람 비록 권력도 기세도 없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제일 좋기는 그 사람이 소란스럽게 반응하는 거야. 아무 반응없이 조용하면, 그냥 그대로 화병 나 죽는 것도 나쁘지 않고.”하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은 여생의 희망을 모두 하연연에게 걸었다. “알았어, 연아. 네가 말하는 거 다 들어줄게. 네가 육씨 집안 사모님이 되기만 한다면!”하
그 얘기를 듣자 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육한정을 만져주던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침을 놓지 않았다. 육한정이 눈을 떴다. “왜 그래요?”하서관은 아름다운 얼굴을 부풀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정씨의 것이여야 했던 어린 신부가 동생한테 뺏겼잖아요. 당신 신부가 제수씨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냥 한정씨가 많이 속상할 것 같아서…”육한정은 빠르게 입술을 들썩였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탱탱한 얼굴을 꼬집었다. “질투쟁이, 또 질투하는 거예요? 제대로 눈도 못 뜬 갓난아기예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하서관은 그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났는데요. 옛날이나 갓난아기지, 지금은 벌써 다 컸겠네. 한정씨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마음에 두고 살 정도면 지금쯤 엄청 예뻐져 있는 거 아니에요?”“그날 이후, 우리 엄마 친구분 그 딸이랑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걔가 다 자란 모습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그동안 한 번도 찾아본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육한정이 눈썹을 들썩였다.그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육한정의 몇 초의 침묵, 그게 하서관에게 답이 됐다. 그는 그 여자애를 찾아본 적이 있다!하서관은 발을 들어 있는 힘껏 그를 걷어찼다.육한정은 그녀의 발을 피할 새가 없었다. 그는 계속 하서관의 품 안에 누워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렇게 자신을 걷어찰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서 바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푹신한 양털 카펫 위에 떨어졌다.하서관이 날 침대에서 차 버리다니…육한정이 어떤 남자인가, 그의 침대에 올라오고 싶어 하는 여자가 아직도 차고 넘치는데. 감히 그를 침대에서 차버리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육한정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입술이 불쾌한 곡선을 그려냈다. 그는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하서관은 눈썹을 들썩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육한정씨, 미리 말하는
오늘 밤, 육한정은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서관은 그가 얼마나 기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하서관은 육한정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큰 증오가 된 건지 무척이나 궁금했다.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육한정은 두 사람의 피해자였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생각을 하며 치유를 받지만, 누군가는 한평생 어린 시절을 치유하는 데에 쓴다.육한정은 후자였다.하서관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한정씨, 당신이 나 버리지 않는 한, 난 떠나지 않아요.”육한정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곧 잠들 무렵 하서관은 육한정이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서관아, 난 꼭 나아질 거야…”…다음 날 아침, 육한정은 직접 차를 몰아 하서관을 바른 연구소에 데려다주었다. 롤스로이스 팬덤이 시선 속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하서관은 연구소로 들어섰다.하지만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는 뒤에서 수군거리기까지 했다.그녀는 또 주목을 받게 되었다.하서관은 약재 창고로 들어갔다. 그때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여미령에게서 캐톡이 왔다. -우리 서관이, 한시도 조용하게 살게 두지를 않네. 자꾸 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만들어.여미령은 바로 링크 하나 그녀에게 보냈다.하서관은 그 링크를 눌러보았다. 바른 연구소의 커뮤니티였다. 지금 커뮤니티는 터지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제목이 보였다. -하서관, 육씨 그룹 대표 육한정과 야밤의 밀회. 불륜일까, 사랑일까?제목 아래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육씨 그룹 빌딩에서 육한정이 그녀를 끌어안는 사진이었다.이 사진, 어디서 본 적 있는 사진이다. 어젯밤 상희가 보낸 그 사진이다.상희 핸드폰에 있는 사진이 왜 커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