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는 뚱뚱한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상희는 조우영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우영이 이렇게까지 자기를 싫어할 줄은 몰랐다. 내 몸에 있는 살만 보면 구역질이 난다니…상희는 여자였다. 자존심에 큰 타격을 받자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조우영! 당장 내 핸드폰 돌려줘요!” 상희는 몸을 일으키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조우영이 그녀를 너무 세게 밀어버린 탓에 무릎이 다 까져버렸다. 무릎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조우영은 차갑게 웃었다. 그의 눈에는 계략이 가득했다. “핸드폰은 내가 쓸데가 있어서 지금은 못 돌려줘. 내일이면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야!”말을 끝낸 후 조우영은 고급 승용차에 올라탔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더니 진짜로 상희를 고속도로에 버린 채 사라져버렸다.상희는 버둥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무릎에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무릎이 아파왔다.여기는 집이랑 너무 먼 곳이었다. 뛴다고 해도 꼬박 여덟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상희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상희는 빗속에서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에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너무 춥고 너무 아팠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꼭 끌어안았다. 그녀의 잇몸까지 떨리고 있었다.눈이 뜨거워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상희는 오늘이 그녀의 인생 중에서 제일 암울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이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모든 자존심과 자존감이 조우영에게 무참히 짓밟혀버렸다.상희는 하서관이 걱정됐다. 조우영이 하서관 때문에 자신의 핸드폰을 뺏어간 게 분명했다. 조우영이 내일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거라고 마지막에 그랬는데… 그게 무슨 뜻이지?…하씨 저택.하연연은 조우영이 보낸 캐톡을 받았다. 그 사
하진국은 유란원에 가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사위라는 사람을 만나볼 생각도 한 적이 없다. 유란원은 산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번화가에 있는 곳이 아니었다. 왠지 그곳에서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았다. 너무 불길했다.하진국은 난처한 표정으로 하연연에게 말했다. “연아, 난 안 가는 게 좋겠어. 그딴 사위 뭐 만날게 있다고… 다들 불치병에 걸렸다고 그러던데. 며칠 뒤면 이 세상 사람 아닐 수도 있잖아? 별로 가고 싶지 않아.”그게 바로 하연연이 바라던 상황이다. 그녀는 유란원에 있는 그 총각 귀신을 꼭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래야 여론이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그래야 하서관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아빠, 난 서관이가 어떻게 육대표를 알게 된 건지도, 걔가 육대표를 어떻게 홀린 건지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육대표 같은 남자를… 아빠 설마 서관이가 이혼하면 육대표가 서관이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당연히 아니지. 서관이 조건이 어떤데. 걔는 절대로 육대표 성에 차지 않을 거야. 그냥 갖고 노는 거겠지. 연아, 육대표가 결혼할 사람, 결국 네가 될 거야.” 하진국은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격동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그의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하진국은 육한정이 하서관을 마음에 둘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아빠, 걱정 하지 마. 내 손에 아직 남아있는 카드가 있어. 난 꼭 육씨 집안 사모님 자리를 가질 거야. 그래서 지금 아빠 도움이 필요해. 요 며칠 유란원에 그 사위 만나러 한번 가봐. 그리고 서관이랑 육대표 일 그 사람한테 알려줘. 그 사람 비록 권력도 기세도 없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제일 좋기는 그 사람이 소란스럽게 반응하는 거야. 아무 반응없이 조용하면, 그냥 그대로 화병 나 죽는 것도 나쁘지 않고.”하진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은 여생의 희망을 모두 하연연에게 걸었다. “알았어, 연아. 네가 말하는 거 다 들어줄게. 네가 육씨 집안 사모님이 되기만 한다면!”하
그 얘기를 듣자 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육한정을 만져주던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에게 침을 놓지 않았다. 육한정이 눈을 떴다. “왜 그래요?”하서관은 아름다운 얼굴을 부풀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한정씨의 것이여야 했던 어린 신부가 동생한테 뺏겼잖아요. 당신 신부가 제수씨가 되어버렸잖아요. 그냥 한정씨가 많이 속상할 것 같아서…”육한정은 빠르게 입술을 들썩였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탱탱한 얼굴을 꼬집었다. “질투쟁이, 또 질투하는 거예요? 제대로 눈도 못 뜬 갓난아기예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하서관은 그를 쳐다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많이 지났는데요. 옛날이나 갓난아기지, 지금은 벌써 다 컸겠네. 한정씨가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마음에 두고 살 정도면 지금쯤 엄청 예뻐져 있는 거 아니에요?”“그날 이후, 우리 엄마 친구분 그 딸이랑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걔가 다 자란 모습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그동안 한 번도 찾아본 적 없어요?”그녀의 말에 육한정이 눈썹을 들썩였다.그는 잠시동안 침묵했다. 육한정의 몇 초의 침묵, 그게 하서관에게 답이 됐다. 그는 그 여자애를 찾아본 적이 있다!하서관은 발을 들어 있는 힘껏 그를 걷어찼다.육한정은 그녀의 발을 피할 새가 없었다. 그는 계속 하서관의 품 안에 누워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렇게 자신을 걷어찰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서 바로 굴러떨어졌다. 그는 푹신한 양털 카펫 위에 떨어졌다.하서관이 날 침대에서 차 버리다니…육한정이 어떤 남자인가, 그의 침대에 올라오고 싶어 하는 여자가 아직도 차고 넘치는데. 감히 그를 침대에서 차버리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육한정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입술이 불쾌한 곡선을 그려냈다. 그는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하서관은 눈썹을 들썩이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 “육한정씨, 미리 말하는
오늘 밤, 육한정은 그리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서관은 그가 얼마나 기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하서관은 육한정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두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큰 증오가 된 건지 무척이나 궁금했다.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육한정은 두 사람의 피해자였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 생각을 하며 치유를 받지만, 누군가는 한평생 어린 시절을 치유하는 데에 쓴다.육한정은 후자였다.하서관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한정씨, 당신이 나 버리지 않는 한, 난 떠나지 않아요.”육한정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곧 잠들 무렵 하서관은 육한정이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서관아, 난 꼭 나아질 거야…”…다음 날 아침, 육한정은 직접 차를 몰아 하서관을 바른 연구소에 데려다주었다. 롤스로이스 팬덤이 시선 속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하서관은 연구소로 들어섰다.하지만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구는 뒤에서 수군거리기까지 했다.그녀는 또 주목을 받게 되었다.하서관은 약재 창고로 들어갔다. 그때 ‘띵’하는 소리와 함께 여미령에게서 캐톡이 왔다. -우리 서관이, 한시도 조용하게 살게 두지를 않네. 자꾸 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만들어.여미령은 바로 링크 하나 그녀에게 보냈다.하서관은 그 링크를 눌러보았다. 바른 연구소의 커뮤니티였다. 지금 커뮤니티는 터지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제목이 보였다. -하서관, 육씨 그룹 대표 육한정과 야밤의 밀회. 불륜일까, 사랑일까?제목 아래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육씨 그룹 빌딩에서 육한정이 그녀를 끌어안는 사진이었다.이 사진, 어디서 본 적 있는 사진이다. 어젯밤 상희가 보낸 그 사진이다.상희 핸드폰에 있는 사진이 왜 커
상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이 하서관의 아름다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하서관은 상희의 손을 살포시 잡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상희야, 나는 너 믿어.”상희는 그대로 멍해졌다. 그녀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치 따뜻한 샘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았다. “서관아, 진짜 내가 한 거 아니야. 조우영이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 쟤가 하는 말 다 거짓말이야.”“알아.” 하서관은 상희의 손을 잡더니 그녀를 조우영의 앞으로 끌고 갔다.하서관이 다가오자 구경꾼들은 자각적으로 자리를 피해주기 시작했다. 다들 하서관이 무슨 짓을 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하연연도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하연연은 그녀가 무슨 짓을 해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그때 복도에서 두 사람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엎드려 자기만 하는 그 남자와 그의 수하였다.수하가 입을 열었다. “도련님…”육선우가 손을 들었다. 입을 닫으라는 뜻이었다.수하는 빠르게 입을 닫았다.하서관은 조우영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소름 끼치는 차가운 한기가 돌고 있었다. “조팀장님, 뻔뻔한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당신처럼 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처음이네요. 지금 당장 상희한테 사과하세요!”“내가요?… 상희한테 사과를 하라고요?” 조우영이 웃었다. “하서관씨, 도대체 본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 당신 일이나 제대로 처리하세요.”하서관의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발을 들더니 그대로 조우영의 다리를 걷어찼다.조우영은 하서관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다니… 무릎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조우영은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스읍.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 다들 이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우영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하서관, 당신 감히…”조우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서관은 발을 들어 그의 반대편 무릎을 걷어찼다.퍽 하는
뭐라고? 주희경은 엄숙한 표정으로 조우영을 쳐다보았다. “조팀장, 하서관이 한 말 사실이에요?”당연하게도 조우영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에요. 주임님, 하서관이 하는 헛소리 믿지 마세요. 하서관씨, 당신 증거 있어요?”하서관은 조우영을 내려다보았다. “당연히 있죠, 증거. 상희는 육씨 그룹 빌딩 앞에서 당신의 차에 탔어요. 당신은 고속도로에서 상희의 핸드폰을 뺏고 상희를 버리고 떠났죠. 조팀장님, 육씨 그룹 빌딩밖에는 CCTV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나 봐요. 아니면 고속도로에 CCTV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CCTV만 확보한다면 당신의 그 추악한 모습과 지금의 가식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요!”조우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 “아니, 하서관씨, 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알아요? CCTV가 당신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거예요?”“그럼 한번 두고 보시든가요. 내가 그 CCTV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조우영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나이는 고작 19살 남짓했다. 하지만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무척이나 예리하고 무척이나 매서웠다. 이 세상의 모든 가식과 추잡함은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곧은 그녀의 등은 거대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경배하게 될 정도였다.조우영은 줄곧 하서관을 무시해왔다. 그는 하서관이 시골에서 올라온 고등학교밖에 졸업 못 한 촌뜨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마음은 무척이나 불안했다. 그는 하서관이 조금 무서워졌다.그녀는 분명히 CCTV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뒤에는 육한정이 있다!하서관은 조우영의 표정 변화를 조금도 놓치지 않았다. “왜 그래요? 무서워요? 나 건드릴 때는 왜 안 무서워했어요?”조우영은 주먹을 꼭 쥐었다. 그는 사건이 이렇게 발전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산삼은 캐지도 못하고 산에서 구르기만 했다. 오늘은 그의 인생 중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다.“하서관, 대체 뭘 어쩌고 싶은 건
뚱뚱해서 그런지 상희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뒤에서 자기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서관의 말이 상희의 눈시울을 빨갛게 만들었다. 눈이 뜨거워지더니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서관아…”상희는 입술을 떨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하서관은 그녀의 마음을 모두 알고 있었다. “상희야, 난 줄곧 조우영이 너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 네 앞에서 조우영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는데, 이렇게 안 하면 네가 쟤 실체를 보지 못할 것 같아서. 네가 쟤에 대한 마음을 버렸으면 했거든. 괜찮아. 누구든 쓰레기 같은 남자를 사랑한 경험 정도는 한 번쯤은 다 있으니까. 네 마음이 아팠다면 그건 네가 성장했다는 뜻이야.”“지금 조우영이 너한테 보내는 모든 경멸과 모욕은 네가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될 거야. 상희야,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몸조리부터 해. 환골탈태한 너의 모습 만나길 기대하고 있을게. 우리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상희는 무척이나 감동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녀는 단번에 하서관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펑펑 울고 있었다. “서관아, 고마워. 그럴게! 꼭 그렇게 할게!”하서관은 가볍게 상희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울어, 울면 다 나아질 거야.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망연함을 눈물에 흘려보내 버려. 소나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무지개가 서게 될 거야.그때, 이층에서 육선우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아래층에서 부둥켜안고 있는 여자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그의 앞머리가 흩날리고 있었다. 하얀 셔츠를 입을 남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기품과 차가움도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때 수하가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도련님, 하서관씨가 바로 얼마 전에 유란원으로 시집간 신부에요. 큰 도련님의 아내 즉, 도련님의 형수님입니다.”육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련님, 사모님이 계속 돌아오시라고 재촉하고 계세요. 도련
하서관이 말한다. 육한정이 자기의 합법적인 남편이라고. 놀란 주희경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하서관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핸드폰 너머에 있는 이문수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의학 연구자들은 이런 가십거리에 관심이 없었다. “허허, 잘됐네. 육씨 그룹 대표 육한정이 보는 눈이 있네. 근데 서관아, 너무 감정에 기력을 쏟아붓지 마. 우린 큰 사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잖아. 남자는 말이야, 그냥 대충 갖고 놀면 돼. 다 부질없는 거거든.”“…” 주희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하서관은 핸드폰을 주희경에게 넘겨주었다. 주희경은 아직도 이 상황을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원장님은 다시 평소의 엄숙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변하는 속도가 거의 우사인 볼트 급이었다. “주주임, 연구소에서 일어나는 소란스러운 일들은 다 주주임한테 맡길게. 그 누구도 서관이 방해하지 못하게 해줘. 알겠어?”“원장님, 잘… 알겠습니다.”주희경은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충격적인 뉴스가 연달아 일어났다. 그녀는 이 사건들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주희경은 하서관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눈앞에 있는 소녀가 무슨 마력으로 원장님의 사랑과 중시를 받고 있는 건지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서관과 육한정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하서관씨, 육한정이 합법적인 남편이라고 했잖아요. 그럼 유란원에 그 사람이랑은 어떻게 된 거에요?” 주희경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하서관은 맑은 눈동자로 주희경을 쳐다보았다. “주임님, 사실은 엄청 간단한 문제에요. 제가 유란원으로 시집갔다는 사실, 온 해성이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다들 모르고 있더라고요. 유란원의 주인이 바로 육한정이라는 것을!”어머나!주희경은 경악했다. 유란원에 살고 있다는 불치병에 걸린 그 총각 귀신이 바로… 육한정이라고?“하서관씨, 이게 너무 갑작스러운 일들이라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