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한정이 소리를 지르자 하서관이 놀랐는지 모서리로 숨어들었다. 검은색 눈동자가 촉촉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육한정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니까.”하서관은 가녀린 손으로 벽을 긁어댔다. "미안해요. 일부러 전화 안 받은 거 인정할게요. 일부러 문자에 답장 안 한 것도요. 앞으로… 저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어떻게 이 신세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당신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육한정이 입술을 오므렸다. "그렇게 정확하게 나눌 거예요?"하서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죠. 당신은 당신 갈 길 가요. 난 내 길을 갈 테니까."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가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자립심이 또 한 번 박살이 났다.그녀가 실수로 잘못 보낸 사진 한장이 욱한정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더니 그녀가 차갑게 굴며 자신한테 거리를 둔다. 그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너무 짜증이 났다. 통제가 안될 만큼.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까지 영향을 주었지?육한정의 입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매정하게 그녀를 비웃었다. "겁쟁이."하서관이 벽을 세게 밀었다. 맞다. 그녀는 겁쟁이다. 두려워서 그에게 진심도 주지 못하는 겁쟁이다.육한정의 말투가 바뀌더니 그가 눈썹을 들썩였다. "좋아요. 당신이 계산을 그렇게나 정확하게 한다는데… 내가 오늘 당신 살려준 거에 대해서도 보답을 해야하지 않겠어요?"하서관이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이미 고맙다고 했잖아요?""지금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예요? 여자가 남자한테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 당신,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내 눈에 차는 거라곤…"하서관이 빠르게 그의 입을 막았다. 그가 헛소리하게 놔둘 수는 없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눈동자 가득. 육한정이 그녀
다음 날 아침. 하서관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 어젯밤 숙면을 취했는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이불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하지만 옆에 아무도 없었다.육한정은 이미 일어나고 없었다.하서관의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그녀는 잠에서 깨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옆에서 잠을 잔 것 같은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육한정이 아니면 누구지?내 착각인가?하서관은 자신의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빠르게 청량한 남자의 향기가 그녀의 코끝에 맴돌았다. 그의 온기가 아직도 이불에 남아있었다.어젯밤, 그는 그녀와 함께 잠이 들었다. 두 사람이 껴안은 채로 잠이 들었다.하서관은 가볍게 눈을 감았다. 선을 긋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는데… 키스에 같이 잠까지 자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하서관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임이모는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녀는 임이모에게 침을 놓은 후 주치의한테 임이모의 상태를 알아보고는 유란원으로 돌아왔다.…유란원.육노인은 하서관의 손을 잡아당겼다. "서관아, 임이모님은 어떠셔? 좀 괜찮아지셨어? 병원에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어 보이던데. 눈에 다크서클 생긴 것 좀 봐. 임이모님을 유란원으로 데리고 오는 게 어때? 전문적인 의료진들 불러서 돌보는 거지. 그럼 일석이조잖아."육노인의 말이 하서관을 감동시켰다. 육노인은 그녀에게 무척이나 잘해줬다. 육노인은 다정했고 또 그녀를 아껴주었다.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육노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할머니,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서 며칠 지켜봐야한데요. 깨어나는 거 보고 판단하신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못 모시고 와요. 감사합니다, 할머니."육노인은 하서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관아, 뭘 그렇게 예의를 차려. 우린 한 가족인데.""알겠어요, 할머니." 하서관이 예쁘게 웃었다.야옹. 야옹.그때 귓가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언가가 그녀의 발을 비비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쳐다보
육한정이 하서관의 꼬리를 잡았다. 하서관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예요. 빨리 그 손 놓아요.”육한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꼬리를 여러 번 잡아당겼다. “새로운 취미야?”하서관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했다.하서관이 손을 뻗어 그를 밀쳐버렸다. “당신, 정말 무례하네요!”육한정은 그녀의 꼬리를 손에 잡고 있었다. 놓아주지 않았다. 아름다운 그의 눈썹이 들썩였다. "내가 왜 무례한데요?""이 잠옷 그리고 드레스 룸에 있는 잠옷들 다 당신이 준비했잖아요.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육한정은 드레스룸을 쳐다보았다. "거기에 있는 옷들, 내가 준비한 게 아니에요. 할머니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할머니?"…"하서관의 입이 떡 벌어졌다. 할머니… 아는 게 많으셨구나.역시나 경험은 무시할 수가 없다.육한정은 다운이를 쳐다보았다. "말 잘 들어요?"하서관은 열심히 자신의 꼬리를 끌어당겼다. "다운이 말 엄청 잘 들어요.""근데 당신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무슨 뜻이지? 내가 고양이라는 말인가?그녀의 꼬리는 아직도 그의 손에 잡혀있었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가 사람을 괴롭혔다. 진짜 그의 손에 놀아나는 고양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그때 '똑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오씨 아줌마의 말소리가 들렸다. "도련님, 어르신이 보신탕을 끓이시라고 하셔서. 따뜻할 때 얼른 드세요."누가 왔다!하서관은 육한정을 밀쳐버렸다. 누가 이 모습을 보는 게 싫었다.그러자 육한정도 손을 놓았다. 수줍음을 감추고 담담한 척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육한정이 문 쪽으로 걸어가 오씨 아줌마 손에 들려있던 보신탕을 쳐다보았다. 육노인은 평소에 자주 그에게 여러 가지 이상한 보신탕을 끓여준다. 그는 항상 할머니의 말에 따라 고분고분 마셔주었다.이번에도 육한정은 거절하지 않고 보신탕을 마셔버렸다.…육한정은
하서관은 육한정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빠르게 침대에서 내려와 커다란 방안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갔나?“육한정… 육한정… 육…”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마디마디 선명한 손이 빠져나왔다. 그 손이 그녀의 가녀린 팔을 잡아당겼다.가녀린 몸이 문에 기대졌다. 하서관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육한정이었다.육한정은 찬물로 샤워로 몇 번이나 했다. 몸에는 검은색의 셔츠와 검은색의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서 아직도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물에 젖은 모습이 그를 더 섹시하게 만들었다."나 찾았어요?" 육한정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허스키했다.하서관은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아까보다 더 뜨거웠다. 육노인이 마음을 굳게 먹었나 보다. 어디서 구한 물건인지…"침이라도 놓아줄게요." 하서관의 손에 침이 생겨났다. 그녀는 그의 혈자리를 찌르려 손을 들었다.육한정이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더니 얼굴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서관아."하서관의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기세등등하던 남자가 이렇게 애교를 부리다니."서관씨, 나 혼자 여기서 있으려고 그랬는데. 왜 찾으러 나왔어요?"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심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나…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방해됐다면 그냥 나갈게요."육한정이 그녀를 막아섰다. "당신은 항상 그래요. 꼬셔놓고 나 몰라라 해요. 이번에도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요?"그가 손을 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잠옷에 떨어졌다.하서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빠르게 그의 손을 잡았다. 갑자기 출장 나갔을 때 그의 전화를 받던 목소리가 생각났다. 어떤 여자 목소리였는데. 그의 애인이다.이 사람은 난 뭐로 생각할까?수많은 애인 중의 한 명일까?찬물을 뒤집어쓴 듯 하서관의 정신이 멀쩡해졌다. 그녀는 빠르게 이성을 찾았다.
공진아의 가정환경은 불우했다. 하지만 그녀는 허영심이 강하고 욕심이 많았다. 하소정과 함께 다니면 그녀에게도 이득이 떨어졌다. 예를 들면 하소정이 쓰다 버린 낡은 명품 가방과 드레스. 그리고 가끔씩 하소정이 1949 같은 고급스러운 바도 데려와 준다. 그래서 이렇게 비싼 술도 마시고. 이렇게 사치스럽게 사는 것, 바로 그녀가 바라는 생활이다. 하서관은 그녀를 하소정이 키우는 삽살개라고 불렀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공진아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그렇게 부르는 걸 싫어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소정이 단순하고 바보 같다는 거. 그녀는 마음속으로 하소정을 질투했다. 하소정의 운과 하소정의 미모를 질투했다. 그녀는 하소정을 싫어했다.그리고 하서관, 그녀는 하서관도 싫어했다. 그녀는 시골에서 온 촌뜨기인 하서관이 자기보다 비천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서관은 항상 고귀하고 청순하게 자신의 삶을 산다. 공진아는 비싼 술 두 잔을 훔쳐 마셨다. 그녀가 술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소희가 방안으로 걸어들어왔다.소희를 보자 공진아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소… 소희 도련님, 여긴 어떻게?”소희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자신을 여기로 부른 하서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공진아의 얼굴에 멈추었다. “하서관은요?”공진아는 감히 소희의 얼굴을 직시할 수가 없었다. 모든 신데렐라는 자신만의 백마 탄 왕자가 자기를 찾아와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왕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어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공주가 되는 그런 꿈을 꾼다. 사대가문 중 하나인 소희, 소희는 무척이나 잘생겼다. 그가 바로 그녀가 꿈꾸던 백마 탄 왕자다.공진아는 소희를 좋아한다. 이렇게 단둘이 있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공진아의 심장이 두근댔다. 당장이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는 촉촉하게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 도련님, 하서관 방금 소정이랑 나갔어요.”소희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소파에 앉아버렸다.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죠.”소희는 더 이상 공진아를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물러갔다. 하진국이 공진아를 부축했다. “괜찮아?” 공진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이렇게 하자. 내가 여기에 방을 예약했거든, 일단 먼저 거기로 가서 좀 씻을래? 내가 옷 한 벌 사서 보낼게. 대충 준비하고 병원으로 가봐. 많이 다친 것 같은데.”공진아는 놀란 얼굴로 하진국을 쳐다보았다. 그동안 하소정의 옆에 오래 있긴 했지만 하진국이랑 자주 접촉해본 건 아니었다. 지금 와서 보니 하진국은 무척이나 다정하고 교양이 넘쳤다.공진아가 밝은 얼굴로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네.”…하진국은 방키를 공진아에게 맡겨두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는 접대를 하러 갔다. 공진아는 방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이었다.공진아는 스위트룸에 와본 적이 없었다. 사치스러운 방이 그녀에게 상류층의 삶을 느끼게 해주었다. 빠르게 하진국의 비서가 옷을 가져왔다.공진아는 브랜드를 확인해보았다. 명품이었다.공진아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녀는 하소정이 자신의 몸에 남긴 더러운 흔적을 말끔하게 씻어내고는 세면대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하소정에게 맞은 빨갛게 부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청춘과 아름다움은 여전했다.그녀는 오늘 느꼈던 모욕감을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출신이 비천했기에 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손가락질할 수가 있었다.다시는 이런 생활을 살고 싶지 않았다. 마침 지금 아주 좋은 기회가 그녀의 눈앞에 놓여있었다. 손을 뻗으면 바로 닿을 정도로 가까이.그녀는 하진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다.하씨 집안 사모님이 되어 하소정과 하서관의 새엄마가 될 생각을 하자 공진아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하진국은 접대를 끝내고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그는 바로 침대에 엎어졌다. 온몸에서 술 냄새가 났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옥란에게서 전화가 왔다.하진국은 전화를
고개를 들자 하서관의 눈이 육한정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육한정은 테이블의 메인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의 몸에는 정교한 검은색 정장이 걸쳐져 있었다. 기다란 그의 손가락에는 담배가 꽂혀있었고 입에서는 담배 연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곽서택이 입을 열 때 육한정은 막 담배 한 모금을 빨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하서관을 쳐다보았다. 담배 연기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하서관의 눈에 들어왔다. 몇 초 뒤, 그는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강제로 룸안으로 들어오게 된 하소관은 지금 이 상황이 껄끄러웠다. 육한정을 마주치자 그녀는 더 껄끄러워졌다. “곽사장, 이 아가씨는 어디서 데리고 왔어? 1949에서 제일 이쁜 아가씨가 이 룸에 있는 거 아니었어? 너무한 거 아니야? 이렇게 숨기는 게 어딨어.” 늙은 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남자들이 하서관을 술 따르는 아가씨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곽서택은 육한정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육한정은 이미 그녀를 향한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손에 들려있던 카드를 바닥으로 던졌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무슨 뜻이지? 싸웠나? 냉전 중인가? 이제 모른 척하기로 한 건가?곽서택은 조용히 웃었다. 잘됐다. 구경거리가 또 생겼네. 그는 가십거리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바로 하서관을 불러들였다. “거기, 여기 와서 술 좀 따라봐요. 어떻게 규칙도 모르지?”느끼한 대표 한 명이 하서관의 면사포를 벗기려 손을 뻗었다.하서관은 다가오는 손을 민첩하게 피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전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가 아니에요. 이거 놓으세요!”“아가씨, 여기 있는 사람들 누군지 알지? 당신이 여기서 일하는 아가씨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지!”매니저가 그녀에게 신신당부하던 말이 떠올랐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해성에서 이름있는 사람들이다. 그녀가 건드릴 수
육한정은 손에 있던 카드를 전부 테이블로 던져버렸다. 그의 행동은 무척이나 무심했다. 하지만 카드가 테이블로 떨어지며 퍽 하고 큰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느끼한 대표가 깜짝 놀라며 손을 내려놓았다.육한정은 내내 도도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가 카드를 던지자 시끌벅적하던 VIP룸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느끼한 대표가 눈썹을 찡그리며 육한정을 쳐다보았다. “육대표…”육한정은 담배를 재떨이에 던져버리고는 옆에 앉아있던 아가씨들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저기 가서 놀아.”아가씨들은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감히 육한정의 심기를 건드리지 못했다. 빠르게 아가씨들이 자리를 떠났다.육한정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느끼한 대표를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한기가 가득했다. 얼음처럼 차가웠다.느끼한 대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 모임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었다. 대표는 육한정이 이 여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아챘다. 그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 “아가씨, 아까 카드 게임에서 졌으니까 이제 우리랑 같이 놀아줘야지. 게다가 당신 빚까지 졌잖아. 그 빚 갚기 전까지 이 방에서 나갈 생각하지 마. 육대표가 여기서 돈이 제일 많아. 먼저 육대표한테 술 한 잔 따라줘. 혹시 알아? 육대표가 너 대신 그 돈 갚아줄지?”하서관은 손톱을 뜯어대더니 몸을 일으켜 술 한 병을 손에 잡았다. 그녀는 육한정을 쳐다보았다. “육대표님, 한 잔 따라 드릴게요.” 육한정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따라주면, 내가 마셔야 하는 건가?”그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녀의 상황이 난처하게 됐다.술잔을 든 하서관의 손이 허공에 얼어버렸다.-아가씨, 육대표한테 술 한 잔 따르고 싶어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성의를 좀 보여야지.-그러니까 말이야, 아가씨. 이렇게 성의가 없는데 당연히 안 마시지.느끼한 대표뿐만 아니라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