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는 재빨리 영어책을 덮었다."임묵 학생, 열심히 공부하세요!"그녀는 '공부'라는 두 글자에 힘을 더했다.임묵은 웃으며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어, 어디 가?""남자 화장실, 같이 갈래?"“…….”임묵이 나가고 육화는 혼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임묵 이가 고의적이라 느끼고 함께 공부하기로 했는데 오늘 저녁 그는 책 한 장도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열 여개 외국어로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잔잔한 호수 위 파문처럼 말이다. 그는 정말 나쁜 사람.육화는 더운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두 여자가 창밖을 지나가는데 손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었다. "와, 이 아이스크림 맛있네."육화는 그녀들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맛있을 것 같았고, 그녀도 먹고 싶어했다.그냥 참자.육화는 다시 눈길을 책에 돌렸다.하지만 곧 귓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고, 임묵이 돌아왔다.육화는 미처 고개를 들지 못했는데 그는 이미 큰 손을 뻗어 물건 하나를 준다.어, 아이스크림이네!아까 먹고 싶었는데.임묵은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었다."나 사주는 거야?" 육화가 물었다.임묵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고마워." 육화는 아이스크림을 받으면서 대답한다.임묵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방금 돌아올 때 그녀가 창문에 엎드려 여자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육화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었는데 또 딸기 맛이었다.지난번에 그는 그녀에게 딸기 맛 사탕을 선물했고, 이번에는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선물했다.아이스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딸기 우유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봄날의 첫 아이스크림이라 그런지 유난히 달콤했다.육화는 임묵을 쳐다 면서 "너도 한 입 맛볼래?"임묵은 그녀의 초롱초롱한 두 눈을 보면서 아이스크림 하나로 그녀를 이렇게 만족시킬 수 있구나 생각 하고 있었다. "어때 달아?""응, 달지" 그녀는 입술에 아이스크림이 묻은 것을 느끼고 혀로 입술을 훑기도 했
내가 가르쳐 줄게.임묵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랐다. 육화는 영문을 모른 채 끌려가면서 다시 뒤돌아본다. 왜 나중에 가르쳐 준다고 하는거지…….두 사람이 함께 긴 복도를 지나는데 정면에서 한 쌍의 남녀가 걸어온다. 야한 옷을 입은 여자가 술 취한 남자에게 기대서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오빠, 나 봐 둔 목걸이가 있는데 엄청 예뻐. 근데 너무 비싸. 하나만좀 사주면 안 돼?”“사! 사야지! 오늘 밤 잘 해주면 내일 바로 사 줄게!”남자가 호탕하게 말했다.“오빠, 고마워.”마침 앞에서 걸어오는 육화에게 남자의 시선이 머문다. 그 작고 하얀 얼굴에.“아가씨, 이름이 뭐예요?”동네 양아치 보듯이 이내 눈을 찡그리는 육화에게 술에 취한 남자가 다시 희롱 섞인 말을 던지려 하자 싸늘한 눈빛이 그를 향한다. 고개를 든 남자의 앞에 임묵의 날카로운 눈빛이 있다. 담담하지만 차가운 눈빛. 살벌한 한기에 술 취한 남자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아 오빠, 어떻게 다른 여자를 봐? 이렇게 예쁜 나를 두고?”옆에서 지켜보던 여자가 질투했다.“어린애가 남자랑 방 잡으러 오니 신기해서 봤던 거야. 요즘 애들은 너무 빠르다니까.”가질 수 없는 여자라 생각되어 괜히 비꼬는 남자. 육화는 그런 말도 그냥 흘려 들었다. 이런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니까.하지만 임묵은 아니었다. 그의 입술이 떨리더니 발걸음을 멈췄다.육화는 그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있었다. 뼛속까지 독한 사람을 건드리다니. 하지만 그녀는 임묵이 싸우는 게 싫었다. 특히 그녀를 위해 싸우는 거라면.“임묵.”육화는 임묵의 팔을 잡았다.“방 찾았으니까 우리 이제 그만 들어가자.”임묵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남자와 육화를 번갈아 보고 있다.어쩔 수 없이 육화는 갑자기 배를 안고 급한 듯이 말했다.“임묵아, 나 배 아파. 우리 빨리 들어가자.”임묵은 그제야 카드를 꺼내 방 문을 연다.방안에 들어서자 움츠렸던 몸을 펴는 육화에게 임묵이 묻는다.“배
육화의 피부는 백옥처럼 희고 맑았고, 검고 촉촉한 머리카락이 어깨에 흩어져 있었다. 임묵이 사준 흰색 레이스 나시를 입고 있는 모습이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하지만 속옷이 좀 작아서 왠지 가슴이 조이는 것 같아서 교복셔츠로 자신의 윗몸을 가리려하는 순간 발견한 셔츠에 묻은 바퀴벌레. 어릴 때부터 벌레들을 제일 무서워한데다 결벽증까지 있는 그녀는 비명부터 지른다.“악!”샤워실의 비명소리를 들은 임묵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리고 바로 큰 손으로 문을 열었다. 동시에, 백옥처럼 부드럽고 하얀 몸이 그의 품에 안기고 임묵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바퀴벌레! 저기 바퀴벌레가 있어. 너무 무서워!”육화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바퀴벌레가 지나가는 곳을 가리킨다.육화의 몸이 바짝 붙어있는 것을 느낀 임묵의 마음은 이미 설레고 있었다. 싼 모텔 비누로 씻어도 그녀의 체취가 섞이면 이렇게 향기롭다.놀란 사슴처럼 바퀴벌레만 찾고 있는데도 어떤 남자라도 저항할 수 없는 유혹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는 항상 정력 테스트라도 하고 있는 기분이다. 정말이지 하늘이 그를 괴롭히기 위해 보낸 요물이 틀림없다.“바퀴벌레는 어디 있어?”임묵의 쉰 목소리가 물었다.“저기 저기!”대답한 육화가 임묵의 뒤로 숨었다.가리키는 곳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를 찾은 뒤 빠르게 바퀴벌레를 죽였다.“됐어, 바퀴벌레 죽였어.”“고마워.”바퀴벌레를 처리한 임묵은 다시 육화를 자세히 보았다. 윗몸에는 흰색 나시, 아래쪽에는 바지. 그러나 두 발은 슬리퍼를 신지 않은 채 바닥을 밟고 있다. 투명한 분홍색 빛을 띄는 발가락이 무서워서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뽀뽀해주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너무 후회스럽다. 그녀를 모텔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는데.부잣집 동네에서 자란 그녀는 분명히 여태껏 이렇게 저렴한 곳에 온 적이 없을 것이다. 그저 눈 앞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려고만 했지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육화는 임묵이 자신의 발가락을 쳐다보는
핑크색 공주 치마를 입은 인형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한 임묵은 주인 아주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이거 얼마예요? 이것도 주세요.”생리대와 인형 모두 공주풍으로 사는 걸 보고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총각이 여자 친구를 많이 사랑하나 봐. 아주 공주가 따로 없네.”임묵은 계산하면서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원래부터 공주였고, 지금은 자신만의 공주이다.육화는 창문에 엎드려 밖을 바라보고 있다. 밖에는 큰 비가 억수로 퍼붓고 있어 그 애도 틀림없이 흠뻑 젖었을 거다. 아까 나가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언제 오지?한편으로는 그가 걱정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혼자 여기에 남는 것이 좀 두려웠다. 아무튼 그가 없는 일분일초가 느리게 지난다. 아직 이게 어떤 느낌인지 분명히 모르겠지만, 그가 없는 지금이 견디기 힘들기만 하다.이때 초인종이 울렸다.“누구세요?”“나야”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육화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뛰어내려와 맨발로 달려가 재빨리 방 문을 열었다. 방문 밖의 임묵은 흠뻑 젖은 채 서 있었다.“너 옷이 다 젖었어.”“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임묵의 눈빛이 그녀의 작은 발에 떨어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너 왜 맨발로 다녀, 배가 아픈데! 몸을 따뜻하게 해야지.”“아…….”육화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빨리 문을 열어주고 싶어서 신발 신는 것도 잊었구나. 이때 임묵이 들어와서 몸을 쭈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한 손으로는 가녀린 발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슬리퍼를 꺼내 직접 신겨 준다.멍해진 육화에게 임묵이 일어서며 말했다.“뭐해? 얼른 침대에 누워 있어.”흠뻑 젖은 몸이 아니었다면 멍하게 서 있는 그녀를 분명히 끌어안았을 거다.“응.”육화는 순순히 그의 말대로 침대로 갔다.“너 얼른 따뜻한 물로 샤워해. 감기 걸리겠다.” 재촉을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설탕물을 따뜻하게 한 잔 타서 육화에게 건내주었다.“따뜻할 때 얼른 마셔.”“거기에 놔둬, 내가 알아서 할 게, 너 먼저 샤워 해…….”“먹여줄까?”“
그녀가 물었다.“춥지 않아?”어떻게 대답하지?사실 임묵은 춥지 않다. 혈기가 왕성한 나이에. 방 안에 그녀의 향기가 온 방에 가득 차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데 그 공기조차도 달다. 어떻게 추울 수 있겠는가. 이렇게 더운데.그러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좀 추워.”춥다고 하는데 어떡하지.육화는 이불을 보고 난처함에 빠졌다. 같이 자자고 할까?이때, 임묵이 가볍게 기침을 한다.“너 왜 그래?”“목이 좀 안 좋아."정색하는 임묵을 보고, 육화는 틀림없이 감기에 걸린 것이라 생각했다.오늘 그가 이렇게 큰 비를 맞은 것은 모두 그녀에게 물건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것 때문에 감기에 걸린다면 너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았다. 육화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올라와서 자.”육화는 몸을 침대 안으로 옮겨 바깥의 반쪽을 그에게 양보했다.하지만 임묵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뭐가 안 돼. 나 너한테 아무 짓도 안할 거야."진지하게 대답하는 육화를 보고 임묵은 그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래.”침대 끝 쪽에 기대어 누운 두 사람 사이가 어색해졌다. 육화는 그에게 이불의 절반을 주었고 또 그가 준 인형을 두 사람 사이에 놓았다.“이 비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 같아.”“응, 예보에서 내일 아침까지 온다고 했어. 늦었다. 먼저 자.”뜻밖에 폭우가 그들을 여기에 가두었다. 아마 오늘 밤 여기서 같이 잠을 잘 운명이 였나 보다. 하품을 한 육화가 눈꺼풀이 무거워짐을 느끼고 눈을 감은 채 작은 소리로 말했다.“잘 자.”“잘 자.”육화는 이내 잠들었지만 임묵은 잠들 수 없었다. 옅은 숨소리를 들으며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둘 사이에 놓여져 있던 인형을 치우고 그녀의 얼굴에 흐른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자 잠꼬대를 하며 그의 가까이에 온다.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따뜻한 품을 느낀 그녀는 그의 품에서 얼굴을 여러 번 문지르다 다시 얌전하게 잠들었다.임묵은 입
갈성은 모든 명예를 이번 시합에 걸었기에 질 수 없고 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임묵이라는 수상한 소년은 너무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 이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불안이 갈성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고 나쁜 마음을 품게 했다.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사람들을 뒤로하고 혼자 외진 구석에서 전화 한통을 걸었다.“여보세요, 아버지, 저 좀 도와주세요…….”임불염은 떠나려 한다. 장한이 그녀를 데리고 떠날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녀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동생 임묵. 하지만 전화 벨 소리가 계속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지금 뭘 하고 있는거야?임불염은 아버지 임부의 휴대폰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불염이니?”최근 임부는 호화롭게 지낸다. 장한이 사람을 보내 많은 돈을 주었기 때문에, 돈을 물 쓰듯이 썼고 자신의 딸을 돈줄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부귀영화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임불염은 더이상 아버지에 대해 조금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가 사라지면 그의 좋은 날도 이제는 끝이다.“지금 임묵이 연락이 안돼. 아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는 알아? 설마 또 임묵에게 돈 달라 하지는 않았지?”임부는 지금 딸을 화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얼른 변명했다.“염아, 아빠 억울해. 너하고 약속하지 않았니. 걔 건드리지 않겠다고. 그래서 지금 임묵이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염아, 동생 걱정하지 마라. 어차피 지금 잘 살고 있어.”임부의 말을 듣고 임불염은 다시 눈이 차가워진다.“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아빠하고 나 때문에 임묵이 얼마나 고생했는데…….”“그만, 그만해, 염아, 걔는 어차피 우리랑 한 가족이 아니야.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걱정하면 안 돼.”임부는 임불염의 말을 끊었다.임불염은 깜짝 놀라서 방금 그 말 속에 뭔가 숨겨져 있는 것을 알아 차렸다.“임묵이 우리랑 한 가족이 아니라는 게 무슨 뜻이야. 똑바로 말 안 해?”임부도 자기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 차리고 재빨리 입을 손으로
육화는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한다. 임묵은 틀림없이 늦게라도 올 거야.그도 오늘 시험인 걸 알고 있어. 분명히 올 거야. 두려워서 도망친 건 아닐 거야.하지만 다들 의견이 분분하다.“저기 봐 빨리, 임묵의 자리가 비어 있네, 아직 오지 않았어.”“뭔가 이상해. 분명히 비참해질까 봐 두려워서 도망쳤을 거야.”“교장쌤이 프로그래밍 대회 정원을 임묵에게 준 거에 대해서 다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분명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야 할 거야. 갈성 선배가 우리를 대표해서 출전해야지!”듣기 싫은 소리에 육화가 미간을 찌푸린다.이때‘따르릉’소리와 함께 시험종이 울리고. 첫 시험이 시작되었다.첫 과목은 수학.임묵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지금부터 시험지를 나누어 줄 테니 수험생 여러분은 열심히 문제를 풀어주십시오.”시험감독 선생님의 안내를 들으며 육화는 비어있는 자리를 지켜본다. 한시간 뒤 수학시험이 끝날 때까지 임묵은 오지 않았다.그는 수학 시험을 치지 못했다.“이번 수학시험 힘들다는 소문 들었어. 이번에 8개 명문 학교 연합시험이라 엄청 어려워. 만점 150점에서 100점도 못 받을 것 같아. 마지막 두 문제는 하나도 못 풀었어.”유린은 실망이 크다.이번 수학 시험은 확실히 난이도가 있었다. 육화는 수학과목을 잘 못하기에 이번 시험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임묵이 신경쓰인다.왜 아직도 안 와? 뭐 하러 간 거야? 정말 포기한 걸까?“육화야.”이때 갈성이 의기양양하게 다가온다.“임묵이 시험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정말 도망칠 줄은 생각 못했어.”육화는 갈성을 바라보며 임묵 편을 들었다.“도망친 거 아니야.”임묵 그 녀석은 도대체 육화를 어떻게 매혹시킨 거야.“육화, 너 아직 모르지? 우리 약속한 거 있어. 바로 너. 누가 이기면 너 가지는 거. 아마도 임묵이 시합을 포기하고 너도 포기한 것 같아.”웃는 갈성이 육화는 더더욱 싫었고 더이상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정말 웃겨. 내가 누구 꺼라고? 나
육화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든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이기면 내가 자기꺼라고?지금 그는 그녀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다. 깨끗하고 청량한 소년의 기운이 느껴졌고, 동시에 사람을 두근거리게 하는 공격성과 약간의 유혹스러운 분위기가 그녀를 매혹시킨다. 육화는 손가락을 벽에 밀착시켰다. 이렇게 몰아 세운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번에 병원 밖에서 자신에게 막대사탕을 먹였을 때도 그랬다.만화에서 자주 나오던 자세야, 벽 밀치기.육화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준수한 이목구비가 가까워져 오는데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었다.“무슨 허튼소리를 해, 나는…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우리 빨리 시험 보러 가자!”“육화야, 너 알아 들었잖아. 만약 알아듣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말할게. 만약 이 시합에서 내가 이긴다면, 너는 내 것이고, 나는 너랑 진지하게 사귈 거야.”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한다.쿵쿵.심장이 자기도 모르게 뛰고 있다. 지금 진지한 연애를 하자고 하는 건가?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가짜라고 약속했는데, 왜 말을 바꾸는거지? 아무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우리 이런 말 하지 말자. 너 그러지 마. 나 놀랬어…….”육화는 밀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낮은 목소리가 다시한번 유혹하면서 말했다.“나는 이미 수학 시험을 놓쳤어. 내가 최선을 다하더라도 갈성을 이길 수 없을 거야. 내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단지 네가 나를 격려해 주기를 바라는 거야. 내 주변에 가족도 친구도 별로 없고, 받아본 관심과 사랑도 적어서 그래.”임묵은 육화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이 여자애는 어릴 때부터 사랑과 축복속에서 자랐기에 마음이 단순하고 여리다. 이는 그녀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 점을 이용해 적당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역시나 육화의 그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다시 부드러워졌고 하얀 이로 붉은 입술을 깨물며 어려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이런 것까지는 생각 못해봤는데, 우리는 어리기도 하고. 내가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