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충하초? 그럼 여명 씨의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거야?'허진희는 그 서적을 건네받고 동충하초를 찾아보았다. '서관 언니는 이 약초로 여명 씨 해독제를 만들려는 건가?'"만약 제가 지금 장백의 산 깊숙한 곳에 들어가 찾는다면 찾을 수 있나요?"허진희의 반짝이는 두 눈에는 기대의 빛이 스쳤다."이 동충하초 약초는 운이 따라줘야 찾을 수 있어요. 지금 산 깊은 곳으로 간다고 해도 꼭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만약 제가 찾는다면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하지만 지금 계절엔 가시덤불도 많고 지금 날도 어두워졌으니 내일 다시 찾아보는 게 좋을 거예요.""지금 당장 찾으러 가야겠어요."의사의 권고에도 허진희는 몸을 돌려 당장 떠나려 하자 의사는 그녀를 막으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우리도 지금까지 동충하초를 본 적이 없어요. 기록에 따르면 동충하초 자체에 맹독이 있어서 그것을 따려면 목숨으로 맞바꾸어야 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고려해 보세요."허진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고하게 대답했다."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 하지만 반드시 가야 해요. 그리고 꼭 동충하초를 가져올 겁니다."허진희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지도를 보며 장백의 깊은 산속에 도착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기에 그녀는 손전등의 불빛을 빌려 동충하초를 찾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여린 피부는 가시덤불에 몇 번이나 긁혀서 피가 흘렀다.가시덤불의 높이는 그녀의 복부 정도까지 자라났기에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몸에 전해져 오는 통증은 참을 수 있었다. 허진희는 고개를 숙이고 동충하초만 찾고 싶을 뿐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약초를 찾아 그를 구할 것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기 시작했고 날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허진희는 이미 출구에서 점점 멀어진 곳까지 들어왔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고 약초를 찾지 못해 마음만 급해져 왔다.'이런 약초는 대체 어떤 곳에서 자라는 걸까?'허진희가 고개를 들었을 때 갑자기 한 돌틈에서
주호는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급해 죽겠네. 의사 선생님이 동충하초는 보기 드문 약초라 장백의 깊은 산 속에만 자란다고 하는데 어젯밤에 현상금을 걸어 사람들에게 찾아 보라고 했는데도 다들 그런 위험은 무릅쓰려 하지 않아.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산으로 갔는데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는 것을 보니 못 찾은 게 틀림없어."이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하 선생님!"주호는 하서관인 줄 알았는데 문가에 서 있는 실루엣은 허진희였다."진희 씨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 하 선생님은요?"주호가 다급한 마음으로 물었고 허진희는 어깨 너머로 안을 들여다 보니 여명은 자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 의자에 묶여 있었다."주 부관, 먼저 나가 계세요."하진희가 입을 열자 주호는 멈칫 했다. 이때 그녀가 자신을 내보내려 하다니 조금 의하했다."네, 그럼 진희 씨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요. 저는 잠시 밖에 나갔다 오겠습니다."주호는 장백의 산으로 가볼 생각이었다."주 부관, 동충하초는 제가 캐왔으니 갈 필요 없어요."허진희는 이미 주호의 생각을 꿰뚫어 봤는지 가방에서 동충하초를 꺼냈다.여명이 허진희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아 주호는 이 일을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는 굳어버린 몸으로 충격에 휩싸여 허진희 손에 들려 있는 동충하초를 바라보았다.주호는 숨을 들이켰다."진희 씨, 이 약초는 어디서 났어요? 설마... 장백의 숲 속에 들어갔어요?""네."허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주호는 잠시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여명은 진희 씨한테 맡길게요. 저는 바로 밖에서 지키고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주호는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닫았다.방 안에서 허진희는 발을 뻗어 여명의 곁으로 다가갔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축축한 앞머리가 그의 벌겋게 충혈된 눈을 가렸고 이마에선 구슬같은 땀이 턱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의 몸에 있는 셔츠와 양복바지를 흠뻑 적셨다.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천천히 그의 얼굴
"응.""난 나가 있을게."허진희가 다가오자 여명은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허진희가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자 여명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내 몸에 난 상처를 살펴본다고 하지 않았어? 안 볼 거야?"허진희는 두 눈을 깜빡이며 한없이 순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여명은 입술을 깨물었다."볼래."허진희는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단추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느릿하고 애교가 섞인듯한 말투로 그를 재촉했다."그럼 왜 멍하니 서 있어? 어서 단추를 풀어야지."여명은 그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다. 그는 지극히 성숙하고 정상적인 남자였다. 그녀는 마치 그에게 암시를 주는 것 같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여명의 손가락이 그녀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겉옷을 벗기니 안에는 검은색 나시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은 그녀의 살결을 더욱 하얗게 돋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뽀얀 살결엔 온통 상처투성이였다."어쩌다가 이렇게 많이 다쳤어?"여명은 눈쌀을 찌푸리며 눈가엔 온통 안타까움이 비쳤다. 자신 때문에 생긴 상처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이 아파왔다."연고는 발랐어?""응, 서관 언니가 발라줬어. 더 심한 상처도 있는데 볼 거야?""봐야지. 어딘데?""바로 여기야."허진희는 그의 커다란 손을 자신의 치마로 잡아끌었다.여명은 멈칫하더니 얼른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자 허진희는 그를 보며 반달 웃음을 짓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틀림없이 일부러 그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얌전히 얼른 씻기나 해!"여명은 자신의 손을 거두고 몸을 돌려 나갔다.여명은 긴 다리를 뻗어 방으로 들어간 뒤 유리로 된 미닫이 문을 닫았다.조용한 방안엔 그녀가 부스럭거리며 옷을 벗는 소리와 물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그녀가 나무 욕조에 들어가 반신욕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여명은 마른침을 삼키며 열이 나는 것처럼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십여 분 뒤에 안에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
허진희의 눈초리가 파르를 떨려왔다.여명은 품에 안긴 소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진희야, 나 이제 많이 좋아졌으니까 앞으로 우리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 이런 하룻밤의 즐거움으론 만족할 수 없어. 물론 이러는 건 너한테도 불공평한 일이고 너랑 결혼하고 합법적으로 너랑 자고 싶어. 최대한 빨리 돌아가 결혼 신청을 할 것이고, 네 어머니 쪽은 최대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아무튼 나랑 결혼하자. 평생 잘해줄게."허진희는 그에게서 이런 말은 처음 들었다. 알고 보니 그는 진작부터 결혼을 생각했던 것 같다.그는 그녀가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모든 것을 고려했던 것이다.오늘밤 그가 계속 거절한 이유는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를 한층 더 승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손해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그가 그녀를 무척 아낀다는 뜻이다.허진희는 그녀의 가슴을 베고 쿵쿵 울리는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의 심장박동 소리는 매우 강력하고 힘이 있어 그녀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그와 함께 돌아간 뒤 자신의 병세를 그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서관 언니와 여명만 있으면 모든 어려움도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여명 씨가 한 말이야. 그때가 되면 나한테 프로포즈 해야 돼."허진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는데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영낙없는 21살의 소녀였다.마치 프로포즈만 잘하면 결혼을 해주겠다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좋아."허진희는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여명은 그런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오늘밤 최대한 자신을 억제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제멋대로 불을 지핀다면 그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이때 허진희는 작은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으며 그에게 감겨왔다."여명 씨, 나 당신을 원해."여명은 잠시 멈칫하다가 몇 초 뒤 바로 몸을 돌려 그녀를 덮쳤다.나이가 많은 사람이 영계랑
허진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마치 어젯밤처럼 그녀는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까칠까칠한 수염을 더듬었다.그녀는 그의 얼굴이 너무 좋았다.그라는 사람도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어찌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허진희는 촉촉한 눈빛에 부드럽고 애교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거짓말이야, 바보!"여명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그 작은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꼬옥 가뒀다."허진희,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해야 돼. 변심하는 건 허락하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고 그 선배라는 놈부터 제일 먼저 죽여버릴 거야!"'선배?'그가 들어올 때부터 말끝마다 '선배'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있어 허진희는 웃음을 터뜨렸다."여 장관, 질투심이 장난이 아닌데요?"여명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스읍!"이떄 허진희는 눈쌀을 찌푸리며 짧은 신음을 흘렸다.그러자 여명의 안색이 변하며 그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가득차 있었다. 그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며 쉰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왜 그래?"'뻔뻔하게 뭘 묻고 그래?'허진희는 작은 주먹을 그에게 휘둘렀다."몰라서 물어요?"여명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알아차리고 허리를 굽혀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 침대로 향했다."네가 나를 유혹한 대가야."허진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명은 문밖에 서 있을 때까지만 해도 무척 화가 났는데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보니 모든 화가 가라앉고 단단한 가슴은 그녀로 채워졌다.나중에 그녀가 외도를 저지른다고 해도 두어번 애교만 부리면 그는 차마 그녀에게 손을 대기가 아까울 것이다.그는 그녀를 침대 옆에 내려 놓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발을 감쌌다.그녀는 신발도 신지 않고 내려왔다. 비록 양털 카펫이 깔려 있긴 했다. 그는 커다란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발바닥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었다.허진희는 그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돌아와 여명은 감옥에 갔고 허진희는 우선 양금희를 만나러 집으로 돌아왔다.별장 대문이 열리고 도우미는 허진희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아가씨? 아가씨 돌아오셨어요? 저... 정말 다행입니다. 어서 들어오세요!"허진희가 집에 들어서서 거실을 둘러 봤지만 양금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저희 엄마는요?""아가씨, 사모님은 집에 계세요. 사모님, 사모님, 어서 내려와 보세요. 아가씨가 돌아오셨어요!"도우미는 기쁜 듯 양금희를 부르자 허진희는 위층을 바라보며 물었다."엄마가 2층에 계세요?""네, 아가씨가 떠난 뒤로 사모님이 몸져 누워서 매일 링거를 맞아야 했어요.""네? 아프다뇨? 어디가 편찮으신데요?""아가씨가 그렇게 도망을 가시고 홍구시 전체가 떠들썩했어요. 사모님은 그자리에서 쓰러지셨고 그후 아가씨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자 화를 내면서도 무척 걱정을 하셨어요. 결혼식에서 도망쳐서 화가 나셨지만 또 아가씨 안위가 걱정되셔서 많은 사람을 보내 아가씨 행적을 찾으면서 매일밤 눈물로 지새우셨어요. 밖에서 혹시 위험한 일을 당할까 봐, 매일 밥도 제대로 못드시고 살도 엄청 많이 빠지셔서 수액으로 버티고 계세요."허진희의 마음이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금희가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3년 전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뒤로 모든 사랑을 그녀에게 주었다.사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양금희도 돌이킬 수 없는 결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자기가 사랑하는 딸이 자신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두려워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이다."아가씨, 혹시라도 사모님이 내려오시면 조금만 다정하게 대해줘요.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습니다. 아직은 젊으니까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엄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한 남자를 위해서 엄마를 버릴 수는 없잖아요."허진희는 눈을 떨구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때 위층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그녀는 당장 소성을 만나고 싶었다.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보며 허진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 소성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저대 올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임무에 관한 일은 양금희에게 얘기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양금희가 섬에 찾아와 하마터면 소성이 위험에 빠질 뻔했기 때문이다."엄마, 지금 소성 씨는 일 때문에 올 수 없어요."'뭐?'양금희의 안색은 당장에서 변해버렸다. 소성에게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올 수 없다니 '사위'는 대체 잘난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성의가 없는 것인가?"소성이 지금 무엇을 하든지 간에 당장 오라고 해. 아니면 너랑 소성의 일은 없던 일로 할 거야.""엄마..."이때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별장의 초인종 소리가 울리며 손님이 온 것 같았다.도우미가 문을 열자 장우식이 왔다.장우식이라는 불청객이 들이닥치자 허진희의 미간은 더욱 찌푸러졌다. 모든 일은 만약 장우식이 뒤에서 부추려 나쁜 짓을 꾸미지 않았다면 그녀의 엄마도 이렇게 편견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녀가 돌아오자 장우식이 바로 달려왔다. 분명 사람을 파견해 그녀의 소식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또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몰랐다."진희야, 드디어 돌아왔구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장우식은 허진희 앞에 다가와 매우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걱정하며 마치 허진희가 당시 결혼식에서 도망친 일은 조금도 탓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사랑에 빠진 순정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혼신의 힘으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허진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때 양금희가 몸을 일으켰다."장우식, 우리 진희가 잘못한 일이니 너도 진희한테 잘해줄 필요 없다."양금희는 소성과 장우식의 관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금희는 장우식의 엄마와 절친이니 어려서부터 장우식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장우식이 밝고 멋진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집안도 교양도 내노라하고 자신의 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소성은 나이도 많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으니 엄마로
허진희는 고개를 들고 창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차가워 보이는 얼굴은 몹시 창백해져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어찌나 하얀지 혈관마저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보고 있었는데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여미령의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양금희와의 일을 알게 되었다. 딸로서 그녀는 하진희가 중간에 처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때 그녀의 오빠인 여명은 그녀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감정을 추스르고 여미령은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진희야, 나야.""미령 언니, 어서 들어와요."안에서 곧 허진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여미령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진희야, 닭죽을 좀 끓여 왔으니 따뜻할 때 먹어."허진희는 침대로 돌아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미령 언니, 거기 놔두세요. 이따가 배고프면 먹을게요."요 며칠 동안 허진희는 고분고분 하서관의 말을 들었다. 순순히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밥을 먹었지만 많이 먹지는 못했다.이때 허진희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허진희가 전화를 받자 학교 교수님의 전화였다."허진희, 요 며칠 학교에 네 얘기로 아주 떠들썩하니까 어서 학교로 돌아와 그 홍콩 보스와의 일을 제대로 설명해야될 거야!""허진희, 지금 다들 뭐라고 얘기하는지 알아? 그 홍콩의 보스는 거의 40이 된다고 하는데 그런 남자와 뭘하는 거야? 게다가 유부남이라며? 어떻게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는 상간녀가 될 수 있어?""우리 학교은 이 일로 큰 영향을 받아 교육부에서도 우리한테 엄하게 다스리고 교내의 불량한 기풍을 제대로 처리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금은 졸업 시즌인데 이렇게 가다간 졸업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퇴학처리를 시켜야 할 거야."병실 안은 매우 조용했기 때문에 여미령은 교수님의 화난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허진희는 홍구시의 얼음 미인이고 학교에서도 뛰어났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이나 지도 교수님도 모두 그녀를 중시하며 그녀가 졸업하고도 학교에 남기를 바랐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