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고 여미령이 병실로 들어와 부드럽게 허진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진희야, 우리 오빠 만나고 싶어?"허진희의 가느다란 속눈썹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벌써 오랫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지금 그녀의 병세로 앞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그녀의 생명은 이 차가운 병실에서 점차 시들어 가고 있었다. 밤마다 새벽이 오길 기다리며 외로움과 그리움이 파도처럼 그녀를 삼켰다. 가끔 눈을 뜨면 그가 곁에 있는 상상을 하며 그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임무 수행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엇다. 그러니 아무리 보고싶어도 참을 수 있었고 제멋대로 할 수도 없었고 억울해 할 수도 없었다."미령 언니, 그래도... 돼요?"허진희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듯 물어왔다."물론이지. 진희야, 지금 당장 오빠 보러 가자."차 안. 허진희는 손에 든 작은 거울을 내려놓았다."미령 언니, 볼터치를 좀 해봤는데 어때요?"그녀의 안색이 너무 창백했기 때문에 그녀는 여명에게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볼터치를 조금 했다.그녀는 곧 여명을 만날 수 있었다.여미령은 허진희의 부드럽고 차가운 손을 잡아 주었다."진희야, 너무 예뻐."허진희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고 아주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곧 감옥에 도착해 허진희는 기다리고 있엇다. 이때 귓가에 강하고 힘찬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며 여명이 도착했다.허진희의 가슴의 두근거리기 시작하며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여명은 검은 색 나시와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의 몸은 더욱 건장해진 것 같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가늘게 뻗은 허리는 남자의 수컷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그는 딱히 변하지 않았고 그저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그의 두 눈은 유리를 통해 그녀의 작은 얼굴을 향했다.눈이 마주치자 허진희의 하얀 눈시울은 빠르게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그를 보지
"형씨, 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방금 그 여자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는데 다른 남자한테 뺏기지 않도록 조심해."그 말을 들으니 여명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밖에 있는 장우식이 떠올랐다.장우식 뿐만 아니라 장우식 1호, 장우식 2호, 장우식 3호... 그녀를 마음에 둔 남자들이 너무 많았다.그녀는 겨우 21살의 꽃다운 나이니 밖에는 한 무리의 늑대들이 줄을 지어 그녀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여명의 마음은 답답하고 불쾌해지기 시작했다."형씨, 여자애한테 너무 무심한 거 아냐? 그건 형씨 잘못이지, 요즘 여자애들은 달콤한 말로 달래고 돈으로 환심을 사야 한다니까. 우리처럼 수감된 사람들은 밖에서 여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기다리는지 몰라. 사실 여자들의 마음은 무척 예민하다니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필요하고 비바람을 막아줄 사람이 필요하단 말이야. 아까 그 여자애가 보고싶지 않았냐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했어야지. 말을 하지 않으면 보고싶은지 아닌데 누가 아나?"옆방의 수감자는 지금도 떠들고 있었고 여명의 머리에은 온통 허진희의 모습으로 꽉 찼다. 방금 그녀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여명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입을 열었다."문 열어, 전화 좀 해야겠어!"여명은 전화기 앞에 서서 한 손은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그는 바로 전화를 걸지 않고 옆에 있는 직원을 바라보았다."이봐, 그래 너 말이야. 집에 마누라랑 뭐라고 얘기해?"갑자기 지목을 받은 직원은 지금 자신한테 말을 거는 것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남자는 한 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검은 나시를 입고 있어 그의 근육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어 그 모습은 무척 섹시하게 보였다.이때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직원의 멘탈이 나가는 것 같았다. 아니 무법천지도 아니고 지금 누가 이곳에 갇혔는지 순간 분간이 되지 않았다."당신... 다, 당신..."여명은 눈쌀을 찌푸리며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 같았다.
허진희는 택시를 잡아 타고 여명이 얘기한 별장에 도착하자 도우미가 문을 열어줬다."허진희 씨, 안녕하세요."허진희는 별장을 둘러봤지만 그녀가 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소성 씨가 돌아왔어요?""소성 도련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곧 오신다고 했으니 2층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네."허진희가 2층으로 올라가 침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제야 여명이 돌아온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것은 꿈이 아니고 진짜 현실이였다.그녀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샤워 좀 해도 될까요?""물론이죠. 지금 바로 장미 목욕물을 준비해 드릴게요."도우미가 공손하게 말했다.도우미는 빠르게 장미꽃을 띄운 목욕물을 준비했고 허진희는 한 시간 동안 몸을 담그고 있다가 수건으로 물기를 깨끗이 닦은 뒤 하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금방 목욕을 마친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 홍조가 피어 있었고 앳된 그녀의 얼굴엔 더없는 광택이 흘렀고 촉촉한 두 눈은 어떤 남자가 봐도 설레일 것 같았다.이때 문 밖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성 도련님, 오셨습니까?"'여명 씨가 도착했나?'여명이 돌아왔다. 그가 보낸 문자에 그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쨌든 감옥에 갇혀 있는 몸이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확신이 섰다.키가 훤칠한 그는 마치 문신 같았고 현관의 어슴푸레한 불빛이 그의 어깨를 비추며 매혹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허진희는 그를 한 번 보더니 재빨리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긴 니트 카디건을 몸에 걸친 뒤 황급히 아래층으로 향했다.발자국 소리를 들은 여명이 현관에서 고개를 들었다. 계단에서 가냘픈 실루엣이 뛰어 오고 있었다.여명은 두 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검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우윳빛 니트 안에는 하얀 치마를 입고 있었다. 펄럭이는 치마가 니트 위로 살짝 드러났고 그 안에는 가느다란 팔다리가 언뜻 언뜻 보였다. 21살의 꽃다운 그녀는 살짝
여명의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턱을 그녀의 머리에 문지르면서 그녀을 안은 팔에 힘이 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낮고 듣기좋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정말 아기 맞네, 울보인가?""나 아직 어리...읍."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바로 그녀의 작은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이 입술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허진희의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어찌나 힘이 넘치는 키스인지 현기증마저 일기 시작했다.그녀는 다리가 풀려오면서 몸이 나른해지며 바닥으로 주르륵 미끌어지기 시작했다.여명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고 그녀를 벽에 기대게 하고 커다란 몸집으로 그녀의 몸을 누르면서 거림낌 없이 그녀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귓가엔 키스의 야릇한 소리가 맴돌며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한참 키스를 했더니 허진희는 점점 숨이 막혀왔고 여명은 그제서야 그녀를 놓아주자 허진희는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그녀의 입술은 이미 빨갛게 부어 올랐고 여명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좀 성인 다운 생각은 없어?"'성인?'허진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촉촉한 눈동자로 남자를 보며 대꾸하지 않았다.여명은 그녀의 작은 콧날에 키스를 했다."나도... 정말 보고싶었어."그가 특유의 잠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할 때면 그녀는 완전히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허진희는 손을 뻗어 그를 힘껏 안았다.그러다 갑자기 몸이 붕뜨는 느낌이 들더니 여명이 그녀를 앉고 침착한 발걸음으로 위층으로 향하기 시작했다.안방.여명은 그녀를 커다란 침대 위로 던지자 그녀는 일어나지 않고 몸을 뒤집어 그의 이불을 안았다.침다 한켠은 움푹 패어 들어갔고 여명은 한쪽 무픞을 꿇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니트를 열어 젖히기 시작했다. 안에는 새하얀 잠옷을 입고 있었다.그가 눈을 드리워 그녀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씻었어?"그의 말이 야릇하게 들려왔다. 허진희는 머리를 이불에 파묻어 버렸다."여명 씨가 생각하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샤워 좀 했을 뿐이야.""내가 무슨
"뭐야?"여명이 눈을 드리워 보니 그녀의 손에는 콘돔이 놓여 있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며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임신하기 싫어?"퍽하는 소리와 함께 허진희가 그의 손을 쳐냈다."나 겨우 21살이야. 나도 애인데 어떻게 임신을 해?"여명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언제쯤 임신할 거야?"그녀에게는 아마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다."난..."허진희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여명 씨, 아이가 갖고 싶어?"지난전 마을에서도 그녀가 약을 먹는 것을 보고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여명이 그윽한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가 원한다면 낳아 줄거야?"허진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뭐라고?''정말 아이를 원하는 건가?'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몸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 허진희는 콧방귀를 뀌며 오만한 태도를 내비쳤다."아니, 여명 씨가 나랑 결혼하면 몰라도!"사실이 그랬다. 그녀는 아직 그의 아내가 아니기 때문에 임신을 한다고 해도 대의명분이 서지 않았다.사실 여명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먼저 결혼을 하고 낳아야 하는데 지금은 임무 때문에 그 어떤 약속도 그녀에게 해줄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하서관한테서 전화가 온 것이다.아마 빨리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전화일 것이다.허진희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이미 병원을 빠져 나온지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서관 언니한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니 병원으로 돌아가야 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몸 위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여명 씨, 오늘은 이만 가봐야 돼."여명은 그녀의 몸을 누르며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했다."허진희, 지금 장난해? 돌아갈 거면서 나한테 콘돔은 왜 줘? 풍선이나 불고 있으라고?""정말 돌아가야 돼! 지금 늦었어!""안 돼. 못가."여명 카리스마 있게 말을 하고 몸을 숙여 그녀
여명은 몸을 돌려 쪼그리고 앉은 뒤 자신의 등을 그녀에게 내주며 툭툭 두드렸다."업혀."허진희는 재빨리 그의 등에 업혀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껴안았다.여명은 그녀를 업고 식탁으로 향했고 허진희는 작은 얼굴을 그의 목에 묻었다. 그의 튼튼한 어깨와 넓은 등에 업혀 있으면 영원히 넘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그의 어깨는 어느 여자한테나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한 에너지와 안정감을 준다.허진희는 아버지를 잃었기에 마음속으로 언제나 하늘을 찌르는 나무 같은 사랑을 언제나 갈망하고 있었다. 여명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줬고 그녀의 아쉬움을 채워주었다.여명은 그녀를 식탁의자에 앉혀놓은 다음 밥 한 그릇을 그녀 앞에 놓아주고 그녀의 작은 손에 젓가락까지 쥐여 주었다."음식들을 남기지 말고 반드시 다 먹어야 돼."'이 많은 음식들을?'허진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동안 병원 치료 때문에 입맛이 매우 좋지 않아 먹는 족족 거의 다 토하고 말았다.그녀는 이렇게 많은 밥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불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여명 씨...""두 번 말 시키지 마."안 본 사이에 그녀는 너무나 많이 야위어 품에 안고 있으면 조금의 무게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를 살이라도 찌워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날 것만 같았다.허진희는 젓가락을 쥐고 밥알을 깨작거리며 입에 넣었는데 머리 위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또 그렇게 먹으면 내가 직접 먹여줄 줄 알아.""그럼 먹여줘."그의 말에 허진희는 젓가락을 식탁에 내려놓았다.여명은 숨을 깊이 내쉬더니 바로 그녀를 자신의 튼튼한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다음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고 허진희에게 먹여 주었다.허진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무슨 밥을 이렇게 먹이는 법이 있어?'여명은 입으로 그녀에게 밥을 먹여준 다음 물러나더니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때, 또 먹여줄까?
"아파?"그가 잠긴 목소리로 묻자 허진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아파."여명은 몸을 일으켜 그녀의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어디 봐봐. 어제 바른 연고가 쓸모없는 거 아냐?"어제 샤워를 마치고 붓기와 통증을 없애는 약을 그녀에게 발라 주었다.허진희는 얼굴에 홍조를 띠며 재빨리 두 다리를 웅크렸다."난 괜찮으니까 보지 마.""허진희, 착하지? 다쳤는지만 확인해 볼게."부드럽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의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언제나 카리스마가 넘치던 남자가 이런 식으로 다정하게 대하자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하반신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나오는 느낌에 허진희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여명 씨, 미안해. 나 생리가 터졌나 봐.""나를 속이려고? "여명은 믿지 못한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치마를 들춰보더니 그제야 믿었다.그는 재빨리 그녀의 몸에서 내려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감쌌다."내가 뭘 하면 되지?""생리대 좀 가져다줘..."허진희는 옷을 갈아입고 생리대를 착용했다. 허진희는 온몸이 나른해나며 움직이고 싶지 않아 등나무 의자에 누워 햇볕 쪼임을 했다.여명은 오늘도 밖에 나가지 않았고 넓은 등나무 의자에 함께 누워있었다. 그는 긴 다리를 밖에 드리우고 반듯하게 누워 있었고 허진희는 편안하게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허진희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여명은 서류를 보고 있었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밖에서 가슴이 큰 도우미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성 도련님, 과일을 좀 깎아 왔어요.""들어와."여명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입을 열자 도우미는 과일 쟁반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눈부신 아침 햇살이 높고 긴 창문을 통해 등나무 의자를 비추고 있었다. 여명은 깔끔한 검은색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고급스러운 옷감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반듯하게 다림질되어 있었다. 긴 다리의 소유자인 그에게 바지는 9부 바지가 되어 깡마른 발목이 드러났다. 눈부신 햇살 아래에 있는
허진희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그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고 더욱이 장미꽃을 선물해 줄 거라고는 더욱 생각 못 했다.이것은 그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선물하는 장미꽃이었다.서툴고 어색한 그의 모습을 보고 허진희는 울음을 멈추고 웃음을 터뜨렸다."장미는 어디서? 잠깐 나갔다가 왔으니 샀을 리는 없을 테고.""뒤 정원에서 꺾어온 거야.""... 됐어.""그럼 뭐가 필요해? 나가서 사 올 테니까 어디 도망가지 마. 내가 나가면 네가 도망갈 것 같아."여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성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녀가 도망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허진희는 마음이 약해지며 손을 뻗어 그 장미꽃을 받았다.여명이 침대에 앉아 그녀를 등진 채 작게 욕을 내뱉었다."허진희, 내가 밖에 나갔는데 쫓아오지도 않고 정말 많이 컸네!"허진희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지만 방금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여명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그녀는 남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씩씩거리며 침대에 앉은 남자는 지금도 화를 내고 있는지 아니면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하는지 건장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 손에 담배가 쥐어지자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일 준비를 했다.그 모습에 허진희는 재빨리 발을 내밀어 그를 걷어찼다."담배 피우지 마!"몸에 손도 못 대게 하고 담배도 피우지 말라니 여명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져셔 입에 물었던 담배와 담뱃갑까지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초조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가 옆으로 몸을 돌려 곁눈질하니 그녀의 발이 보였다. 방금 그를 걷어찬 발은 아직도 그의 허벅지 옆에 있었고 신고 있었던 핑크색 양말은 벗겨졌는지 새하얀 발가락이 드러났다.여명은 마른침을 삼키고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발을 잡아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은 다음 그녀에게 양말을 신겨 주었다."아직도 화났어?"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허진희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에게 화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화가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