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이 떠났다.소주희는 큰 낭패를 보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녀는 원망에 찬 눈빛으로 소성이 떠나는 뒷모습을 노려보보면서 반드시 저 남자를 갖고야 말겠다고 맹세했다.술을 많이 마신 소성은 운전을 할 수 없어 운전 기사가 그를 작은 양옥으로 데려다 주었다."소성 도련님, 잠시만 참으십시오. 이미 사람을 보내 해독제를 구하러 갔으니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소성의 커다란 몸집은 어두컴컴한 뒷좌석에 있었다. 그는 말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손을 들어 미간을 꾸욱 눌렀다.운전 기사는 지금까지 소성을 따라다녔으니 소성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그의 마음을 알아보기로 했다."소성 도련님, 아니면... 제가 사람을 시켜 여자를 데려오라고 할까요? 예쁜 여자로요. 남자들은 한 번씩은 해소를 줘야죠.""필요없어."소성은 차에서 내려 양옥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열자 집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소성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소담이는 이미 떠났다. 만약 그녀가 있었다면 아무리 늦어도 등불을 밝혀주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키우던 새끼 고양이도 뻔뻔스럽게 다가와 그를 향해 짖어댔을 것이다.소성은 손을 뻗어 스탠드를 켜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하기 시작했다.소주희는 간이 부어도 너무 부었다. 감히 이런 저속한 수단을 쓰다니 어르신조차도 감히 그와 말다툼을 하지 못했다.소성은 자신의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보니 소주희가 가장 좋은 약을 사용한 것 같았다. 찬물 샤워도 이 열기를 식히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뜨거운 것과 찬물이 만나 감각기관이 더욱 민감해졌을 뿐이다.소성이 눈을 드리우자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소담이의 아담한 얼굴이 떠올랐다...'그녀를 그리워하면 안 돼!'소성은 재빨리 눈을 감고 그 얼굴을 머릿속에서 뿌리치려 했다. 그녀를 생각하면 할 수록 온몸이 더욱 달아올랐기 때문이다.샤워기에서 찬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소성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손을 뻗어 샤워기를 껐다.그는 재빨리 옷을 걸치고 밖으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확 낚아챈 소성의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딱히 화를 내지 않아도 풍겨오는 카리스마가 있었다."소담이,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줬지? 다시 한번 때려봐."소담이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동그랗게 뜬 그녀의 눈가는 이미 촉촉히 젖어있었다."소성, 난 당신이 정말 싫어!"자신이 정말 싫다는 그녀의 말에 소성은 더욱 화가나서 허둥댔다."내가 싫다고? 그럼 누굴 좋아하는데? 그런 피도 덜마른 어린놈이 좋아? 오늘 누가 더 대단한지 똑똑히 보여줄게!"소성은 긴 다리로 성큼 다가가더니 훤칠한 몸으로 문틈을 비집고 들어가 뒷발로 문을 걷어차 닫아버린 뒤 그녀의 팔목을 풀고 두 손으로 그녀의 갸름한 얼굴을 감싸더니 그대로 고개를 숙여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소담이의 까만 눈동자가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소성은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키스를 퍼붓자 그녀의 머리는 '펑'하고 터져버린 것 같았다.'지금 뭐하는 짓이야? 당신한텐 소주희가 있잖아. 소주희랑 결혼하는거 아니었어?'"읍, 이거 놔!"소담이는 있는 힘껏 발버둥치기 시작했다.소담이가 그의 품속에서 버둥거릴 수록 두 사람의 몸은 더욱 밀착되기 시작했고 소성의 두 눈은 벌써 벌겋게 충혈되어 몸안의 피가 끓어오르면서 당장 그녀를 가져야 한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예전에는 그녀가 나이도 어리고 좋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랐다는 이유로 꺼려했지만 지금은 그의 모든 이성은 타오르는 불길과 그 몇 장의 사진으로 인해 전부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그녀를 마음에 새기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그의 꿈틀거리던 욕망이 피어난 것이다.두 사람은 뜻밖의 사고로 만나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명하지 않은 감정들은 시종 두 사람 사이에 벽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렸으니 남자를 모를 것이라고 괜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하지만 오늘 밤 이 모든 것이 깨져 버렸고, 소성은 굶주린 늑대마냥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소담이는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소섭은 그나마 상대할 수
소성은 미간을 움찔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모습에 양금희는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나도 대충 알 것 같으니 대답할 필요는 없네. 방금 진희와 결혼하겠다고 했나? 좋아. 그럼 이름과 사는 곳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겠는가? 내 딸이 결혼할 사람이고 내 사위가 될 사람에게 가정 배경을 묻는다고 지나친 것은 아니겠지?"소성은 입술을 꾸욱 꺠물었다. 모든 말이 목에 걸린 듯 나오지 못했다."그것 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면서 우리 진희한테 무엇을 줄 수 있고 결혼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나도 허진무와 결혼 생활을 한 적이 있네. 나한테 정말이지 너무 잘해줬지. 남편이 집에 있으면 빨래와 요리를 도맡아 했고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주면서 제멋대로인 내 성질까지 받아주고 나를 아주 아껴주었네. 그런데 내가 과연 행복했을까? 아니,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네.""1년 365동안 그를 볼 수 있는 날은 고작 며칠 뿐이고, 그가 보고싶은 날엔 내 곁에 없었다네.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도 없었고, 진희를 낳았을 때도 곁에 없었지.""아직도 눈이 크게 내리던 그 해를 기억하네. 그날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진희가 고열을 앓았다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코트를 하나 걸치고 진희를 안고 병원에 가려 했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그대로 안고 갈 수밖에 없었지."길에서 넘어져서 그 고통에 일어날 수도 없었고 길에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지. 아무도 부축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 추운 눈밭에 누워 진희를 안아 들어 내 곁에 앉히고 그 아이를 향해 웃었지만 온통 눈물투성이였지. 아무도 내가 그 순간에 얼마나 외롭고 절망스러웠는지 몰랐을 거야.""그 후 그이가 돌아오고 나와 함께 백화점에 갔었다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날 백화점에 불이 나서 난장판이 되었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두렵지 않더군.""그런데 유독 진희만은 겁이 나더군. 아직 그렇게 작은 아이니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그는 나와 진희를 버려두고 여기는 안전하니 다른 곳으로 대피하라
#"똑똑똑."이때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양금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희야, 자니?"소담이는 재빨리 총을 베개 밑에 쑤셔 넣었다."아뇨, 아직 안 자요."문을 열고 들어온 양금희의 손에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이 들려있었다."진희야, 자기 전에 우유라도 좀 마셔. 요즘 보니까 입맛이 별로 안 좋고 살도 많이 빠졌구나."소담이는 손을 뻗어 우유를 받았다."고마워요.""진희야."양금희가 소담이 곁에 앉았다."엄마랑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소성이 때문이야?"소담이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진희야, 이건 소성이 너에게 전해달라고 한 물건이야."양금희는 개인 비서가 보낸 물건을 소담이에게 건네주었다.그것은 편지였다. 소담이가 우유를 내려놓고 봉투를 뜯어보니 안에는 비행기 티켓 두 장이 들어있었는데 날짜는 바로 내일이였다.그날 이후 소성은 사라졌고, 한 번도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그의 뜻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더러 이곳을 떠나라는 말이다.소담이의 갸름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진희야, 소씨 집안에서 소성과 소주희의 혼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곧 홍콩 전역에 공개될 거야."소담이는 창백한 얼굴로 비행기 티켓을 꽉 웅켜쥐더니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혔다."소성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 만나고 싶어요.""진희야, 아직도 소성을 만날 생각을 하고 있니? 너를 보고 싶었다면 진작에 만나러 왔을 거다. 요 며칠 소주희 곁에 딱 붙어서 사이가 아주 좋아보이더구나."그 얘기를 듣고도 소담이는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고 단도하게 입을 열었다."그를 만나고 싶어요.""진희야! 소성이란 자와 알고 지낸지 이제 며칠이나 됐다고 이러는 거야? 그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네게 얘기해 준 적은 있고? 그자는 어둠의 세계를 누비고 있는 자이니 분명 곁에 여자들도 끊이질 않았을 거다.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소담이의 마디 하나하나가 하얗게 질리는 느
하지만 그는 지금 돌아가고 싶었다.그는 손바닥의 핏줄이 터질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지금 온힘을 다해 돌아보면 안 된다고 자신을 자제하는 중이었다."소성 씨, 우리 청첩장도 지금 제작에 들어갔어요. 소성 씨는 어떤 스타일이 좋아요? 저희 아버지는 전통 혼례식을 생각하고 계시는데 저는 서양식이 좋아요. 차라리 결혼식을 전통 혼례식과 서양식 둘 다 하는 건 어때요? 그리고 아빠한테서 휴가를 달라고 하고 신혼여행 가요."소주희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이때 귀를 찌르는 듯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오면서 소성은 급브레이크를 밟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소주희는 조수석에 앉았는데 안전벨트를 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갑작스러운 브레이크에 분명 머리를 부딪쳤을 것이다."소성 씨, 갑자기 차는 왜 세워요? 무슨 일 생겼어요?"소성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두 글자만 내뱉었다."내려!"내려. 참 간결하고 폭력적인 말이었다.'뭐?'소주희의 안색이 변했다. 여기는 고속 도로여서 차에서 내리면 택시를 잡기도 힘든데 그녀를 이런 곳에 내버려 두다니 말문이 막혔다."소성 씨, 미쳤어?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나를 버려둘 생각을 해?""내려. 여러번 말하는 거 싫어하니까 무슨 뜻인지 알지?"소주희가 소성을 바라보자 그의 까만 눈동자에는 짙은 어두움이 깔려 있었고 마치 숲 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는 맹수마냥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소주희는 머리털이 곤두서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소성 씨, 정말 너무해요. 아버지한테 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이를 수도 있어요!"하지만 '부웅'소리와 함께 소성이 액셀을 밟고 질주하기 시작했다.뿜어져 나온 배기가스가 소주희 얼굴을 덮쳐 낭패와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소담이는 여전히 떠나지 않고 그자리에 서 있었다.그때 하늘에서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진희야, 이제 소성도 봤으니 엄마랑 집으로 돌아 가자."양금희는 검은 우산을 펼쳐 소담이 머리 위에 씌워주었다.파르르 떨리고 있던
그는 그녀의 눈물에 한 번 또 한 번 입을 맞추며 눈물을 닦아 주었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마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보는 뜨거운 눈빛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 담겨 있었고 그녀의 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진희... 진희..."그러다가 그녀의 위로 쓰러지며 그녀의 귓가에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소담이는 줄곧 이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겉으로는 방탕하고 거칠고 사악해 보이지만 아무도 없을 때는 모든 방자함과 가시를 거두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늘 혼자서 묵묵히 서 있거나 담배를 피웠다. 그때 그의 모습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품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았다.그날 밤 그는 마치 모든 가면을 벗어 던진 듯 그녀에게 유난히 부드럽게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현혹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 모든 것을 직접 망가뜨리려 하고 있고 그녀로 하여금 그 모습들은 환상이었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이 순간 그녀는 정말 살의를 일으켜 그의 목숨을 가져갈 뻔했다.하지만...소성은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목숨은 그녀의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심장을 겨누던 청구는 천천히 내려갔고 소담이는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비는 점점 세게 퍼붓기 시작했고 장대비가 두 사람의 옷을 적셨다. 소성이 눈을 뜨자 총을 겨누던 소담이의 손은 이미 힘없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얼굴에선 빗물인지 아니면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소담이는 그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말을 했다."소성 씨, 두번 다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말을 마친 그녀는 비가 내리고 있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의 시선에서도 사라졌고 그의 삶에서도 사라지고 말았다.그날 밤 소성은 오랫동안 그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정말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앞으로 이 세상에 소담이는 없다
고석근은 여미령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 산실까지 여미령을 안고 들어갔다.오는 길에 여미령은 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으니 방금까지의 모든 긴장과 불안한 마음이 그의 품에서 무마되는 것 같았다. 그가 있으니 겁내지 말라고, 항상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했다. 여미령은 갑자기 그녀가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지금까지 그가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그녀 곁에 있어줬다는 것을 깨달았다.여미령은 작은 손을 들어 그의 목을 천처히 안았다. 오직 그만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이생... 이생...'꽃이 만발하여 비단 같은 곳에서 조용함을 찾아,구름과 물을 벗삼아 이 생을 보내 겠노라. 이생이라는 이름 뜻이 그 뜻인가?여미령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왜 그가 이렇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이생 씨, 대체 정체가 뭐죠?"병원 복도에서 고석근은 큰 소리로 소리쳤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흰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왔다."큰일 났습니다. 임산부의 양수가 이미 터진 것 같은데 어서 산실로 들어가 아이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고석근은 여미령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는 초조한 마음을 억제하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를 불안하게 할까 봐 그는 허리를 숙이고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올려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령 씨, 내가 함께 들어갈 테니까 겁내지 마요. 아이는 분명 무사하게 태어날 거예요."미령은 현재 조산인데 하서관도 곁에 없으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어렵게 얻은 아이고 그들과 함께 힘든 시간들을 보냈으니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사고는 허용할 수 없었다.고석근도 마찬가지로 그녀와 아이 모두 무사하길 바랐다. 그녀와 아이는 그의 목숨과도 같았다.여미령은 밀려오는 고통에 두 귀가 먹먹했지만 그래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반드시 아기를 무사
여미령은 출혈이 심했다.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고석근은 줄곧 아기가 세상에 나오길 고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또 아기가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방금까지 참아왔던 불안한 마음이 순간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는 의사의 멱살을 쥐면서 소리를 질렀다."어서 지혈부터 해! 어서! 만약 산모한테 무슨 일 생긴다면 이 병원에 있는 모두가 죽을 줄 알아!"의사는 놀라서 벌벌 떨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고석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보기만 해도 음산하고 무서웠다. 그때 귓가에 미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석근..."고석근은 온 몸이 굳어져 지금 이 순간 마치 환청이 들려 온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여미령의 얼굴을 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여미령은 반짝반짝 빛나는 은하수마냥 그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고...석근, 고석근..."그녀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를 기억했다!그자리에 굳어 버린 고석근의 충혈된 눈가에는 놀라움과 망연자실함, 그리고 기쁨, 불안함, 두려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이런 감정이 한데 뒤섞여 그로 하여금 한동안 반응을 못하게 했다. 그의 귓가에는 그녀가 부른 고석근이란 이름 석자만 메아리처럼 들려 오기 시작했다.이때 산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교수님이 오셨습니다!"드디어 하서관이 도착했다.고석근이 몸을 돌리자 흰 가운을 입은 하서관이 보였다. 비록 급히 달려왔지만 한결같이 침작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서관의 등장에 모두가 기쁨을 금치 못했다. 구세주가 왔기 때문이다."하 교수님, 산모의 출혈이 심합니다."의사가 서둘러 상황을 보고했다.하서관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여미령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여미령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령아, 이제 순산은 안 될 것 같으니 반드시 절개 수술을 해야 돼. 내가 직접 수술을 집도할 거니까 안심해도 돼. 너와 아기를 나한테 맡겨. 반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