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의 눈물에 한 번 또 한 번 입을 맞추며 눈물을 닦아 주었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그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마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보는 뜨거운 눈빛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 담겨 있었고 그녀의 몸 위에서 땀을 뻘뻘 흘렸다."진희... 진희..."그러다가 그녀의 위로 쓰러지며 그녀의 귓가에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소담이는 줄곧 이 남자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겉으로는 방탕하고 거칠고 사악해 보이지만 아무도 없을 때는 모든 방자함과 가시를 거두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늘 혼자서 묵묵히 서 있거나 담배를 피웠다. 그때 그의 모습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을 품고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았다.그날 밤 그는 마치 모든 가면을 벗어 던진 듯 그녀에게 유난히 부드럽게 매혹적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현혹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이 모든 것을 직접 망가뜨리려 하고 있고 그녀로 하여금 그 모습들은 환상이었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고 있었다.이 순간 그녀는 정말 살의를 일으켜 그의 목숨을 가져갈 뻔했다.하지만...소성은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목숨은 그녀의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심장을 겨누던 청구는 천천히 내려갔고 소담이는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비는 점점 세게 퍼붓기 시작했고 장대비가 두 사람의 옷을 적셨다. 소성이 눈을 뜨자 총을 겨누던 소담이의 손은 이미 힘없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얼굴에선 빗물인지 아니면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소담이는 그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말을 했다."소성 씨, 두번 다시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말을 마친 그녀는 비가 내리고 있는 어둠 속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의 시선에서도 사라졌고 그의 삶에서도 사라지고 말았다.그날 밤 소성은 오랫동안 그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정말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앞으로 이 세상에 소담이는 없다
고석근은 여미령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 산실까지 여미령을 안고 들어갔다.오는 길에 여미령은 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으니 방금까지의 모든 긴장과 불안한 마음이 그의 품에서 무마되는 것 같았다. 그가 있으니 겁내지 말라고, 항상 곁에 있어 주겠다고 말했다. 여미령은 갑자기 그녀가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지금까지 그가 한시도 떠나지 않고 그녀 곁에 있어줬다는 것을 깨달았다.여미령은 작은 손을 들어 그의 목을 천처히 안았다. 오직 그만이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었다.'이생... 이생...'꽃이 만발하여 비단 같은 곳에서 조용함을 찾아,구름과 물을 벗삼아 이 생을 보내 겠노라. 이생이라는 이름 뜻이 그 뜻인가?여미령은 하얗고 가느다란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왜 그가 이렇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이생 씨, 대체 정체가 뭐죠?"병원 복도에서 고석근은 큰 소리로 소리쳤다."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흰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왔다."큰일 났습니다. 임산부의 양수가 이미 터진 것 같은데 어서 산실로 들어가 아이를 받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고석근은 여미령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는 초조한 마음을 억제하며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를 불안하게 할까 봐 그는 허리를 숙이고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앞머리를 쓸어올려 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령 씨, 내가 함께 들어갈 테니까 겁내지 마요. 아이는 분명 무사하게 태어날 거예요."미령은 현재 조산인데 하서관도 곁에 없으니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어렵게 얻은 아이고 그들과 함께 힘든 시간들을 보냈으니 두 사람 모두 뜻밖의 사고는 허용할 수 없었다.고석근도 마찬가지로 그녀와 아이 모두 무사하길 바랐다. 그녀와 아이는 그의 목숨과도 같았다.여미령은 밀려오는 고통에 두 귀가 먹먹했지만 그래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반드시 아기를 무사
여미령은 출혈이 심했다.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고석근은 줄곧 아기가 세상에 나오길 고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또 아기가 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방금까지 참아왔던 불안한 마음이 순간 폭발하고 만 것이다. 그는 의사의 멱살을 쥐면서 소리를 질렀다."어서 지혈부터 해! 어서! 만약 산모한테 무슨 일 생긴다면 이 병원에 있는 모두가 죽을 줄 알아!"의사는 놀라서 벌벌 떨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고석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보기만 해도 음산하고 무서웠다. 그때 귓가에 미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석근..."고석근은 온 몸이 굳어져 지금 이 순간 마치 환청이 들려 온 것 같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여미령의 얼굴을 보았다. 눈물범벅이 된 여미령은 반짝반짝 빛나는 은하수마냥 그를 바라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고...석근, 고석근..."그녀의 기억이 돌아왔다! 그를 기억했다!그자리에 굳어 버린 고석근의 충혈된 눈가에는 놀라움과 망연자실함, 그리고 기쁨, 불안함, 두려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이런 감정이 한데 뒤섞여 그로 하여금 한동안 반응을 못하게 했다. 그의 귓가에는 그녀가 부른 고석근이란 이름 석자만 메아리처럼 들려 오기 시작했다.이때 산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 교수님이 오셨습니다!"드디어 하서관이 도착했다.고석근이 몸을 돌리자 흰 가운을 입은 하서관이 보였다. 비록 급히 달려왔지만 한결같이 침작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하서관의 등장에 모두가 기쁨을 금치 못했다. 구세주가 왔기 때문이다."하 교수님, 산모의 출혈이 심합니다."의사가 서둘러 상황을 보고했다.하서관은 흰색 마스크를 쓰고 여미령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여미령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령아, 이제 순산은 안 될 것 같으니 반드시 절개 수술을 해야 돼. 내가 직접 수술을 집도할 거니까 안심해도 돼. 너와 아기를 나한테 맡겨. 반
고석근은 고개를 저었다. 비록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그녀를 깨우지는 않았다.차마 깨울 수 없었던 것이다."고 대표님, 지금 미령이는 휴식이 필요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아내분을 빼앗지 않을 거예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석근은 여전히 여미령을 지켜봐야 했다. 혹시라도 눈 깜짝할 새에 여미령이 또 사라질까 봐 겁이났다."미령이 기억을 찾은 것을 알고 있었어?"고석근이 하서관을 향해 묻자 하서관은 고개를 끄덕였다."미령이가 고 대표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어요.""미령이가 기억을 되찾은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어. 그녀가 여전히 마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까 봐 두려워. 또 악몽이 되살아나면 그 무서운 마음의 병이 또 도질지도 몰라."미간을 찌푸린 고석근의 얼굴에는 우려하는 마음이 엿보였다.하서관이 생각에 잠기더니 입가에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고 대표님, 미령이가 이번에 갑자기 기억을 되찾게 된 것은... 그녀가 이미 자신을 치유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고석근은 순간 멍해졌다.정말 그녀가 자신을 치유한 것일까? 그때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침대에 있던 여미령이 움직이며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굳어져 있던 고석근의 눈빛이 반짝이며 발을 들어 앞으로 다가가려 했는데 자신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아까까지 그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해줬던 사람이 단번에 침대로 뛰어가 미령에게 다가갔다."..."그 모습에 고석근은 어이가 없었다.하서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여미령의 작은 손을 꼬옥 잡았다."미령아, 어때? 지금 마취가 풀렸을 텐데 아프지 않아?"여미령은 힘없이 눈을 깜빡이며 입을 열었다."좀 아프기는 한데..."이때 고석근은 눈을 움직이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여미령을 보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려 할 때 하서관이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아기를 데려오세요."집안 사정으로 인해 고석근과 여미령은 아기를 돌봐줄 어른이 없어 최고의 산후 도우미를 청했다."..."산후 도우미가 유모차를 밀고
고석근은 두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넓은 등을 문에 기대서서 조용한 복도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시선은 자꾸만 바스락거리는 옷 소리에 곁눈질하게 된다.별로 볼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예뻤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여미령은 옷을 위로 올리고 달콤이에게 젖을 물렸다. 하지만 '스읍'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아픔을 느꼈는지 두 다리가 꼿꼿해졌다."사모님, 조금만 참으세요. 이제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예요."산후 도우미가 위로했지만 오분이 지나자 산후 도우미는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안 되겠어요. 달콤이가 젖을 먹지 못한 것 같은데 좀 더 마음 편하게 먹으세요."여미령은 산후 도우미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파, 너무 아파요..."산후 도우미는 그녀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재빨리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주었다."사모님, 아이고 산후조리 중엔 눈물을 흘리시면 안 돼요. 눈에 안 좋으니까 얼른 그쳐요."고석근은 여미령의 울음 소리에 재빨리 곁눈질을 했다. 침대 위에 작은 몸집이 떨고 있었다.그의 가슴이 아파와 서둘러 앞으로 다가갔다."됐어 그럼. 꼭 모유를 먹여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차라리 분유를 먹여.""네 사장님, 그럼 달콤이를 데리고 분유를 좀 먹일게요."고석근은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준 뒤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프면 그만해. 요즘 아기들은 대부분 모유가 아니라 분유를 먹는 아기들도 많아."그의 말에 여미령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안 돼요. 방금은 너무 아파서 그랬지만 이제 익숙해지면 다시 시도해 볼 거예요."고석근은 그녀의 용감한 눈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버렸다."그래 너는 세상에서 제일 용감하니까 할 수 있을 거야."여미령은 이불을 끌어올려 어깨 아래까지 덮었다. 작은 손은 이불 속에서 아픈 곳을 조용히 감쌌다. 그녀는 왠지 눈이 떠지지 않으며 또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한 숨 푹 자고 일
고석근은 잠든 달콤이를 여미령 곁에 눕히고 이불을 당겨 두 모녀를 잘 덮어준 뒤 여미령 곁에 살며시 누웠다.그리고 손을 뻗어 달콤이의 작은 얼굴을 매만지다가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든 여미령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한쪽 팔을 여미령의 허리에 걸치고 눈을 감았다.산후 도우미는 세 식구가 좁은 병실에서 비집고 자는 모습에 눈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병실의 불을 끄고 어슴푸레한 전등 하나만 밝혔다.이튿날 아침.여미령은 품에서 뭔가 작은 것이 꼼지락거리는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다.내려다 보니 달콤이가 눈을 뜨고 있었다. 머루알같이 크고 반짝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두 손은 담요에서 빠져나와 허공에서 움직이고 있었다.여미령의 눈이 휘어지며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달콤이의 소매를 말아올리고 아기의 작은 손을 빼내주었다."하이 달콤아, 깨어났어? "여미령은 아기의 작은 손을 잡고 입가에 가져와 뽀뽀를 했다. 갓난아기의 몸에서 풍겨오는 우유향이 너무 좋았다.달콤이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커다란 눈으로 엄마를 발견하자 옹알옹알 즐거워했다.여미령의 눈은 온통 부드러움으로 꽉 찼다.이때 허리와 배가 조여오는 것을 느껴지며 뒤에 있던 남자가 깨어났다.여미령은 그제서야 남자가 그녀의 등뒤에서 자고 있었던 것을 눈치챘다. 그는 그녀가 겪은 고통이 안타까운지 커다란 손바닥으로 지켜주듯이 그녀의 배를 감싸고 있었다.병실 침대는 크지 않았지만 온 가족이 모두 그녀에게 딱 붙어 있었다. 그의 품은 정말 따뜻했다.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남자에게 안겨있으니 정말 든든했다.그때 그가 그녀의 작은 얼굴에 뽀뽀를 했다."깼어?"금방 잠에서 깬 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고, 여미령은 그 목소리가 너무 섹시했다."네."여미령의 얼굴에 홍조가 띠기 시작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그에게서 조금 떨어졌다.고석근은 한 팔로 머리를 받치고 윗몸을 살짝 일으켰다. 아침 햇살이 조금씩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니 그녀가 평소와 조
복도에서 마주친 하서관과 산후 도우미는 웃고 떠들며 병실 문을 열었다.그러자 곧 그녀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해 지고 말았다. 고석근과 여미령이..."사장님."산후 도우미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지금 뭐하세요?"그 소리에 고석근은 눈을 뜨고 빠르게 여미령을 놓아준 뒤 몸을 일으켰다."사장님, 사모님은 지금 산후조리 중이시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괴롭히시는 건 아니죠."산후 도우미가 진지하게 정색하며 말했다.하서관도 다가와 여미령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미령아, 두 사람 다 아주머니 말씀을 새겨 들어. 자기 몸을 잘 챙겨야지, 조금만 참으면 한 달은 훌쩍 지나갈 거야.""서관아..."여미령은 부끄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서관의 이름만 불렀다. 고석근은 한 손을 바지주머니에 꽂아 넣고 침을 꿀꺽 삼켰다.그도 지금 몹시 난감했다. 여미령은 지금 산후 조리 중인데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고석근은 지금까지 이렇게 난처한 적은 없었다."맞아요, 사장님. 이건 사장님 잘못이에요."산후 도우미가 화를 냈고 두 사람은 각자 한 사람은 침대에 있고 한 사람은 병실에 서서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마냥 하서관과 산후 도우미에게 한참을 야단을 맞았다.고석근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 같았다.하서관은 이 화제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당부했다."이제 됐어, 고 대표님도 자각성이 없어 보이니 한 달 동안은 각방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럼 미령이 너도 산후조리에 전념할 수 있을 거야."고석근은 여미령과 달콤이를 데리고 가옥으로 돌아왔다. 산후 도우미의 정성어린 보살핌 속에서 빠르게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달콤이도 무럭무럭 커가기 시작했다.고석근은 매일 모녀와 함께 매일을 보냈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달콤이를 품에 안고 있으면 하루가 매우 보람찼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미령도 산후조리를 끝내고 이날 고석근은 차를 몰고 여미려과 달콤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건강 검진이
'대체 왜 그런 거야?'여기는 그녀의 방이고 모든 은밀하고 사적인 활동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딸에게 젖을 물리는 일까지...이런 것들을 낱낱이 고석근에게 보여줬을 것이라 생각하니 뜨거운 피가 머리로 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그동안 이생의 신분으로 그녀의 곁을 지켜주면서 모든 것을 숨겼다. 그녀는 이제 그가 좋은 사람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뼛속까지 저질일 줄은 몰랐다.여미령은 몰래카메라를 뽑은 뒤 곧장 고석근의 방으로 달려갔다.고석근은 한참동안 찬물 샤워를 하다가 욕실에서 나와 화면을 확인했을 때 영상은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젠장!'혹시 여미령이 눈치챈 것은 아닌지 고석근은 즉기 경계심이 생겼다. 이때 '똑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오면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여기에는 그와 여미령을 제외하고 제삼자가 없으니 고석근은 자신의 계략이 들통났다는 것을 알았다.고석근이 방 문을 열자 문 밖에는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진 여미령이 서 있었고 시퍼런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무슨 일이야?"고석근은 뻔히 알면서 되묻자 여미령은 그의 침착하고 뻔뻔스러운 모습에 더욱 파렴치하다고 느꼈다."이게 무슨 짓이죠?"여미령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몰래카메라를 고석근을 향해 던졌다.고석근은 피하지 않았고, 몰래카메라는 그의 몸에 부딪친 뒤 카펫에 떨어졌다. 고석근은 자신이 한걸음 먼저 알아차린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러니 미리 변명할 말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정색하며 물었다."알고 있었어?""뻔뻔하네요. 이 카메라 당신이 설치했어요?""그래, 내가 설치한 거야. 미령아 내 말 좀 들어봐. 딱히 다른 뜻이 있어서 카메라를 설치한 건 아니야. 네가 임신 중이고 나도 네 곁에 붙어 돌볼 수 없어서 너랑 달콤이 안전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 거야."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또 약간의 억울함과 무고함이 담겨 있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따지는 것이 철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여미령은 하마터면 그의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