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심 대표가?”어르신이 웃기 시작했다.“심 대표는 고작 자식을 위해 가문의 이익을 돌보지 않았어. 게다가 경솔하게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제 자식의 도둑질마저 방임했지!”“대체 어느 부분이 심씨 가문을 위했다는 거지?” “이대로라면, 심씨 가문은 파국을 맞이하고 말 거야!”어르신이 말했다.“그래요?”이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심씨 가문이 왜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멈추었는지는 알고 계신가요?” “심소희가 심씨 가문으로 돌아온 게 못마땅했겠지!”어르신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허, 당당한 줄 알았던 윤 대표가 고작 이 정도라니.” “아...”이서가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 내 배후의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드려.” 소희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서 언니...” “괜찮아, 비밀도 아닌데, 뭐.” “네...”소희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말했다.“애초에 심씨 가문과 윤씨 그룹이 계속 맞서지 못한 건, 이서 언니의 남편 때문이었어요.” 이 말이 나오자, 곳곳에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하하, 윤 대표의 남편? 하하, 심소희, 우리를 바보로 아는 모양인데, 윤 대표의 남편은 별 볼 것 없는 사람이야. 우리 심씨 가문이 왜 그런 남자를 두려워해야 하지?”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도 똑똑해야 가능한 일이야. 그런 말을 내뱉는다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저렇게 터무니없는 말을 하다니, 우리 수준을 바닥으로 본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 아니에요!”소희가 눈살을 찌푸렸다.“다 사실이라고요. 이서 언니의 남편은 YS그룹의 대표예요. 그분의 미움을 사고 싶은 거예요?” 이 말이 나오자 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더욱 과장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하하하! 웃겨 죽겠네요. 모두 심소희가 뭐라고 하는지 들으셨어요?” “YS그룹의 대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 H국의 어떤 바보가 YS그룹이라는 똑같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모양이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사람이 나서서 큰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윤 대표, 심소희가 심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걸 막으려고 허튼소리를 하는 거죠?” “처음에는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과 맞서지 못한 게 윤 대표의 남편 때문이라고 하질 않나, 지금은 또 하은철이 죽었다고 하지를 않나, 그렇죠?” “모두 윤 대표의 이야기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무슨 말을 하든, 심소희가 계속 심씨 가문에 머물도록 하기 위함일 테니까요.”“윤 대표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말을 할지라도, 우리는 속으면 안 됩니다.”“맞아요!”곧바로 어떤 사람이 맞장구쳤다. “모두 속지 말아요! 하은철이 왜 갑자기 죽겠습니까?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고요!”“하은철이 죽었다면, 하씨 가문은 풍비박산 나는 거야! 하지만 하씨 가문은 아직 멀쩡하다고...”“그럼 여러분이 말씀해 보시죠, 하은철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이서의 질문에 사당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항렬이 낮은 사람들은 당연히 하은철을 만날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심씨 가문의 고위층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늘 하씨 가문과 교류해 왔는데, 최근 들어 하씨 가문이 더 이상 심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심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향한 겨냥을 멈춘 후에 발생한 일이었다.그래서 사람들은 하씨 가문이 심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는 이유가 그 일 때문에 화가 났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래서 하씨 가문이 심씨 가문을 향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거라 생각한 것.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예상했던 보복은 일어나지 않았고, 하씨 가문은 늘 잔잔한 태도를 보였다.심씨 가문 사람들은 하씨 가문이 윤씨 그룹을 상대하는 데 전력을 쏟기 위해 심씨 가문에 손을 뻗치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동안 윤씨 그룹도 잔잔한 일상을 보내지 않았는가.‘설마...’ 사람들의 안색이 하나둘씩 어두워졌다.강경숙은 보다 못해 입을 열었다.“모두 속지 마세요! 늘 건강하던 사람이 죽다니, 말도 안 돼요! 설
“당신은...” 지환의 카리스마에 어르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보지 말아야 할 사람을 본 것처럼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지환 씨.”이서는 곧장 지환에게 시선을 고정했고, 그는 이서에게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심씨 가문의 어르신에게 시선을 옮겼다. “당신이 하지환 대표님...?”어떤 사람은 승복할 수 없는 듯했다.“당신이 하지환 대표님이라면, 나는 옥황상제일 겁니다!”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을 찢어 죽일 듯한 지환의 눈빛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환 대표님이 맞습니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심근영이었다.이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그 말을 믿을 줄 알고?”“제가 하 대표님을 만난 적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심근영이 지환을 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소씨 가문도 함께였습니다.” “제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씨 가문의 가주에게 물어보면 될 일이지요!” ‘하긴, 심 대표가 하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우리는 엄청나게 흥분했었지.’어떤 이는 지환의 외모에 호기심을 느끼고 약속 장소에 찾아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이서는 진작에 지환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있었을 터였다.옛일을 다시 꺼내니,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온갖 생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윤 대표의 남편이 YS그룹의 대표인 데다가, 하은철의 둘째 삼촌일 줄은 누가 알았겠어?’“그러면 하은철은... 정말로 세상을 떠난 겁니까?”어르신은 다른 사람이 묻고 싶은 말을 뱉어냈다. “못 믿겠다는 겁니까?”지환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어르신은 그 눈빛에 덜덜 떨며 말했다.“나는...”“애초에 심씨 가문이 하씨 가문과의 협력을 중단한 건, 제가 나서서 벌인 일입니다.”“불만이 있다면 제게 오시면 될 일이지, 어린 여자를 상대로 할 필요는 없는 일이죠.”“아, 그저 윤씨 그룹을 적대시하고, 제 아내를 적대시하고
“분명히 말씀드렸는데요.”“어르신들께서 제 딸을 쫓아내려고 한다면, 저는 심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포기하겠다고요!” 어르신은 그제야 소희의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재빨리 말했다.“심 대표, 방금 있었던 모든 일은... 다 농담이었어, 농담. 소희가 윤 대표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 하 대표님인 걸 알고 우리를 도왔으니, 우리 심씨 가문의 훌륭한 딸인 셈이야. 그런 아이를 어떻게 내쫓을 수 있겠나?”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강경숙과 심유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맞아요, 맞아요, 다 오해였어요!” 소희는 그 와중에도 군중 속에 숨어 있는 강경숙과 심유인을 노려보았다.두 사람은 이를 갈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소희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강경숙은 곧장 안색을 바꾸고 웃음을 띠었다. 게다가 곁에 있는 심유인의 팔을 꼬집으며 표정 관리에 집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소희는 차갑게 웃으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어르신과 눈을 마주쳤다.“오해요? 이전의 일은 확실히 오해였지만, 제가 게임 회사의 기밀을 훔친 일은요? 그건 증거가 확실한 일이었어요. 경찰조차도 제가 벌인 짓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실 거죠?” 어르신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그... 그것도 오해야...”“무슨 오해요?”“그... 그건...” “증거가 경찰서에 떡하니 있는데, 저와 이서 언니의 관계 때문에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시려는 건 아니겠죠? 제 생각엔, 제가 스스로 심씨 가문을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 말이 끝나자, 소희는 성큼성큼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지숙은 이 모습을 보자마자 소희를 붙잡으려 했지만,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심근영에게 가로막혔다. 그녀가 의아해하던 찰나, 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소희야, 이러지 마. 우리는 너를 믿어. 너는 절대 회사의 기밀을 훔치지 않
‘만약 그 일의 배후가, 조작된 증거를 만든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심씨 가문에서 쫓겨나는 사람은 우리 모녀가 될 거야!’강경숙의 남편은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그녀는 심씨 가문에서 의지할 데가 없었다.만약 모든 사실이 밝혀진다면, 아무도 그녀를 지켜주지 않을 터.소희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강경숙은 마음이 불안해졌다.“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입니다.”어르신이 지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모처럼 심씨 가문을 방문해 주셨지만, 지금 저희 상황이...” 어르신이 시계를 한 번 보았다.“10시 반이네요. 하 대표님, 남아서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환도 시계를 힐끗 보더니 표정을 굳혔다.“이천, 여기 남아서 상황을 수습해.”“대표님...”지환은 이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대체 왜...”어르신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천은 어르신의 말에 대답하기 귀찮아 빠른 걸음으로 지환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직 몇 걸음을 떼지도 않았을 때, 한 그림자가 그보다 빨리 지환에게 향하는 것이 보였다. 이천은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이서라는 것을 확인하고 멍해졌다.한편, 이미 입구에 도착한 지환도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쫓는 것을 느꼈다.발걸음을 멈춘 그는 이서를 보고 잠시 넋을 놓았다.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서는 지환에게 시선을 두지 않았고, 직접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지환은 그제야 시간을 한 번 보았다.‘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그도 이내 차 안으로 들어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도중에 두 사람은 모두 말을 하지 않았는데, 차는 곧 한 별장 앞에서 멈추었다.지환이 차에서 내리자, 이서도 따라 내렸다. 두 사람은 여전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별장으로 걸어갔다.이서는 별장 안에서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하하, 제가 그랬죠? 절대 돌아올 수 없을 거라고. 보세요, 12시까지 30초밖에 안 남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은 계속해서 땅에 발을 굴렸다.어엿한 어른이지만, 아직도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언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지환아, 네가 어서 방법 좀 생각해 봐. 나는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게.” 그는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거실에는 곧 지환과 이서만이 남았고, 어둠의 호리병의 시선이 이서에게 떨어졌다. “하하, 그쪽이 바로 윤이서 씨? 그쪽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는 덕분에 제가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 대표님을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었을 거예요. 당신은 제 은인입니다.” 이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계속해서 어둠의 호리병을 쳐다보았다.어둠의 호리병은 그녀의 눈빛에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이서는 어둠의 호리병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어둠의 호리병이 지환에게 물었다.“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닙니까? 저를 왜 이렇게 쳐다보는 거죠?” “설마, 저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죠?”어둠의 호리병은 점점 더 과장되게 말했다.지환이 눈썹을 찌푸리고 막 앞으로 나아가려던 찰나, 이서가 몸을 곧게 펴며 외쳤다.“이제 알겠네요!” 지환과 어둠의 호리병은 이해하지 못한 듯 이서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가 말했다.“왜 억지를 부리시는지 알겠다고요. 하도훈 쪽에 대단한 고수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해서, 하지환 씨와 협력하고 싶지 않으신 거죠?” “뭐라고요?!”어둠의 호리병은 화가 나서 몸에 묶인 그물을 풀어냈다.지환은 이 장면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이서의 앞을 막아섰다.“벗어날 수 있었군요?”어둠의 호리병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헛소리! 내가 누군데, 하도훈이 고용한 그 고수들을 두려워한다는 겁니까?” “저는 다크웹의 3위를 차지하는 킬러라고요!” “허세는 누구나 부릴 수 있어요. 저도 제가 다크웹의 1위를 차지하는 고수라고 말할 수 있다고요!”이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당신!”어둠의 호리병은 이서의 말에 분노하며 피를 토할 뻔했다.“됐습니다, 더
이서가 말했다.“저야 모르죠. 오빠가 가서 직접 물어보세요.”상언은 말문이 막히는 듯했다. “역시 훌륭한 여동생이라니까.”상언이 떠나자, 어둠의 호리병이 말했다.“저도 눈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네요. 이미 약속한 이상, 의사를 번복하진 않을게요.”의문을 표하는 두 사람의 눈동자를 마주한 어둠의 호리병은 조급해했다.“약속한 건 지킬 건데, 그 표정은 뭡니까? 과연 부부답네요. 표정까지 똑같으니까요.” 이서와 지환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어둠의 호리병이 비아냥대기 시작했다.“보세요, 얼굴색은 물론이고, 표정까지 똑같잖아요.” “됐어요, 됐어.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네요. 여기에 더 있다가는 눈칫밥만 먹을 것 같다고요.” “저희는...”이서가 막 입을 열었는데, 어둠의 호리병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참, 하 대표님, 보수는 두둑이 챙겨주실 거죠?” “걱정하지 마세요. 충분한 값을 드릴 테니까요.”지환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어둠의 호리병은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하며 떠났다.별장 안에는 이제 이서와 지환만 남았다. 이서는 도망치고 싶었지만, 무엇이든 말하지 않고 가버리면 지환에게 항복하는 것 같아서 계속 망설였다. “먼... 먼저 가볼게요.”이서가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이서야.”지환이 이서를 부르자, 그녀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날의 일은 내가 잘못했어.”지환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용서해 줘.”이서는 고개를 돌렸으나, 지환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언제를 이야기하는 거예요?”“네가 소지태를 만났던 날 말이야. 내 질투로 네가 상처받게 해서 미안해. 나는 몇 번이고 너한테 내 진짜 신분을 말할 기회가 있었어. 내가 올바른 판단을 했다면, 우리 사이도 오늘처럼 되진 않았을 거야.”“하지만...” “내 분노마저 너한테 풀었으니, 나는 용서받을 수 없겠지.” 그 순간, 이서가 고개를 들어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게다가 그 일에는 하지환 씨뿐만 아니라,
“하지만, 1위와 2위는 오랫동안 주문을 받지 못했어.”지환이 말했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에요?” 이서가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녀는 모처럼 지환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지환은 이 기회를 틈타 허튼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그건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사람들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 이서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요? 하지환 씨는 다른 사람의 소문을 전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지환이 어색하게 헛기침했다.“어쨌든 전설적인 인물들이잖아. 어때, 들어볼래?” 이서도 지환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환은 표정을 풀고 이야기를 엮기 시작했다.“다크웹의 1등과 2등은 부부 사이이고, 어린 시절부터 서로 알고 지냈대. 하지만 어렸을 때 집안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결국은 도둑질에 발을 들인 거야.” “하지만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 못했고, 남자는 반죽음이 되어 목숨까지 잃을 뻔했대.”“그 후에 강해져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더군.” “그래서 훈련을 시작한 거래.” “결국은 다크웹의 거물급 인물이 돼서 소문만으로 사람들을 벌벌 떨게 만들게 된 거지.”이서가 이 말을 듣고 잠이 밀려오는 듯했다.“아, 그래요? 진부한 무협 이야기 같은데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 지환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미안해.”“사실 내가 지어낸 이야기야. 이서야,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었어.” 그 순간, 옆에서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지환은 고개를 한쪽으로 치우친 채 두 눈을 꼭 감은 이서를 보자, 긴장된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뺨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럼에도 이서가 눈을 뜨지 않자, 그제야 안심한 지환은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익숙한 촉감에 지환은 심장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다음날.잠에서 깨어난 이서는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형, 안녕.”소민찬은 소지엽의 질문을 피하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소지엽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민찬을 바라보았다.“민찬아,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네가 왜 여기 있냐니까?” 소민찬은 이제 마냥 대답을 회피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분명히 실마리가 드러날 것이니 말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나만 보고 있어...’소희는 소민찬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의문을 제기했다.“모르셨어요? 소민찬 씨는 유인 언니의 남자 친구예요. 오늘 여기 온 이유도 사실상 저희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온 거죠.” “심유인 씨랑 사귄다고?”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며칠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잖아?” 소민찬과 심유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형, 아무래도 잘못 기억하는 것 같아. 그날 같이 밥을 먹은 사람도 유인이었어.” 소지엽은 지난번에 집에서 함께 식사한 여자가 심유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성이 뭔지는 기억 안 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어렴풋이 기억나.’‘그 여자는 절대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아니, 그 여자는 심유인 씨가 아니었어!” 소지엽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그 여자가 우리 집에 와서 밥을 먹은 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잖아. 지금은 왜 또 심유인 씨와 사귄다는 거지?” 소민찬은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며 말하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야 다소 역정을 내며 말했다.“형, 이건 내 사적인 일이라, 형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닌 것 같아. 부모님도 내가 여자 친구를 몇 명을 사귀는지 신경 쓰지 않으시는데, 형이 무슨 자격으로 이러는 거야?”“그래, 나는 네 사적인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어. 하지만 계속 본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본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절대 스캔들을 만들면 안 돼! 그런 일은 큰 파장을 일으킬 거라고!” 소민찬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나를 좋아하지
소민찬이 비웃으며 말했다.“허, 천재다운 모습이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심근영이 말했다.“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군요.” “천재답게 생긴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런 규칙은 누가 정한 거죠?” “어차피 임현태 씨는 허풍을 떠는 거지 않습니까? 시험에 합격에서 하버드에 들어갔을 리가 없다는 말입니다.”“두 사람, 문맹이거나 눈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현태 오빠의 소개란에 당시 오빠의 성적을 적어둔 게 있잖아요. 클릭해서 좀 보세요. 현태 오빠는 수석으로 하버드에 들어갔다고요.”“그리고 오빠에게 추천서를 써준 사람은 하버드에서 공정하기로 유명한 물리학 교수라고요.”“설마 그 교수님보다 두 사람이 더 대단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소민찬과 심유인은 그제야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가 또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은 확인도 하지 않고 성급하게 큰소리를 친 것을 후회했다.‘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했다면, 임현태를 다른 방식으로 비웃을 수 있었을 텐데.’“그게 뭐 어떻다고 그래?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잖아. 하지만 우리 민찬 씨는 달라. 단순히 해외 유학파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도 할 줄 안다니까?” “소희야, 네 남자 친구는 그렇게 고상한 취미는 즐길 줄 모르지?” 현태가 말했다.“하 대표님의 곁에 있는 경호원에겐 기본인 것들입니다. 만약 그것도 할 줄 모른다면, 하 대표님은 저를 곁에 두지 않으시겠죠.”‘기본’이라는 말은 소민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완전히 짓밟는 것이었다. 자동차 경주, 승마, 골프...이런 것들은 흔히 ‘재산을 낭비하며 점차 타락하는 부잣집 도련님들의 기본 패키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훌륭한 실력을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현태에게는 그저 기본일 뿐이었다.‘감히 날 모욕해?’소민찬이 일어서서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하려던 참에 고용인이 뛰어와 말했다.“윤 대표님
심유인과 소민찬의 얼굴이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가까스로 하버드에 합격했다고?’‘허풍 떠는 거 아니야?’ “정말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라고요? 하버드 학원 출신이 아니고요?” 현태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저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생이 맞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직접 조사해 보셔도 되고,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두 사람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핸드폰을 꺼내 하버드 대학교 홈페이지를 검색했다.두 사람은 약간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으나, 홈페이지 링크를 누르자마자 우수한 동문의 행렬에 있는 현태의 얼굴을 발견했다.이를 믿을 수 없는 것은 이지숙도 마찬가지였다.‘정말... 사진 속의 사람이 현태 씨라고?!’ ‘말도 안 돼!’‘소민찬이 어느 대학교에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Y국에 있는 대학교 출신일 거야. 학문도, 능력도 없는 재벌 2세들이 어디서 신분 세탁을 하는지는 불 보듯 뻔한 거니까.’ Y국의 학위는 이수하기가 가장 수월해서 누구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외부 사람은 분명히 알지 못해서 겁을 먹기 일쑤였다.심유인은 원래 소민찬의 학력을 빌미로 현태를 놀라게 하려 했다.하지만 놀래키기는커녕 본인이 놀라게 된 셈이었다. 심유인은 곧 문제점을 발견했다.“... 하버드 대학교에 체육생으로 입학한 게 아니네요? 전공은 물리학이랑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임현태 씨는 체육에 타고난 거 아니었나요? 왜 물리학을 전공한 거죠?”“아, 시험 봐서 들어간 게 아니라, 부정 입학이었나 보네요, 그렇죠?” 소민찬은 심유인의 말을 듣고, 혈색을 띠며 현태의 학력을 비웃었다.“하하, 유인아, 그런 건 부정 입학이나 비리가 아니라 기부라고 하는 거야.”“임현태 씨, 입학하는 데 얼마가 필요하던가요?”“하하, 하 대표님과 대체 무슨 사이길래 그렇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거죠?” “저는 학력을 산 적도, 학력을 위해서 돈을 쏟아부은 적도 없습니다. 정당하게 시험으로 합
심근영이 얼른 말했다.“그래, 내가 경솔했군. 하지만 현태는 내 말의 뜻을 알 거야.” “우리 소희는 어깨를 들지도, 손을 쓰지도 못해. 이 아이와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으니,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모두 화기애애한 웃음을 짓는 반면, 옆에 있던 심유인과 소민찬만이 웃지 못했다. 더욱이 소민찬은 창피해 죽을 것 같았다. 사실, 소민찬이 여기에 온 것은 심유인이 돈을 주면서 자신의 남자 친구 역할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즉, 소민찬은 여기에 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지금의 소민찬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니, 그가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소민찬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하지만 심유인은 곧장 가서 소민찬을 끌어당겼다.“어디 가요?” 소민찬은 이미 주방에 도착한 심근영 일가를 힐끗 보았는데, 그들은 소민찬과 심유인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 소민찬이 목소리를 낮추었다.“당연히 가야지! 왜, 계속 남아서 네 사촌 동생의 남자 친구한테 굴욕이라도 당하라는 거야?!” “저는... 저 사람이 그저 운전기사인 줄 알았다고요.”“일단 진정해 봐요. 어쨌든 민찬 씨는 소씨 가문의 사람이잖아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이 한낱 경호원보다 못하겠어요?” 소민찬은 분명 소씨 가문의 사람이지만, 소태성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더군다나 소지엽이야말로 소태성 같은 사람인데, 소민찬이 어떻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이것은 소민찬이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외국으로 내몰린 이유이기도 했다. 심지어 이번에는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소태성에게 즉시 떠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심유인이 시선과 체면이 하늘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소민찬은 난감해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봤자 나는 소씨 가문의 도련님일 뿐이야. 사람을 죽일 듯이 때리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고.” 심유인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가요, 저 사람들의 기세를 제대로 꺾어놓자고요.”
“엄마, 뭔가 오해하신 것 같아요. 현태 씨가 왜 그 돈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고 생각하세요? 현태 씨의 돈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소희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린 사람은 심유인이었다.“소희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운전기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겠어?” 소희도 심유인을 따라 웃기 시작했다.“언니, 현태 오빠가 누구의 운전기사인 줄 알고나 말하는 거예요?” “뭐?”심유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이서 언니예요.”“이제 이해가 좀 되세요?”소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유인의 표정을 보고 말을 덧붙였다.“현태 오빠가 운전기사인 건 명백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직업도 있어요. 그건 바로 이서 언니를 보호하는 거죠.” “운전기사일 뿐만 아니라, 경호원이란 말이에요.” 심유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시큰둥하게 말했다.“흥, 그게 뭐 어쨌다고 그래? 기껏해야 운전기사나 경호원을 하는 사람인 거잖아. 우리 집에도 경호원이 있어. 경호원이라 해봤자 한달에 몇백만원을 버는 게 전부일 텐데, 90억짜리 헤어샵을 사는 게 말이나 돼?” 소희는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현태의 진짜 과거를 털어놓기로 했다.“허, 몇 년 동안 UFC의 챔피언 자리를 지킨 사람한테, 몇십억이 무슨 대수라고 그러세요? 혹시 꿈이라도 꾸는 거예요?” “UFC?!”심유인은 격투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UFC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소희는 설명하기도 귀찮다는 듯 말했다.“모르면 인터넷에 찾아보시던가요.”“언니, 제가 언니의 속셈을 모를 줄 알아요? 현태 오빠가 평범한 운전기사라고 생각해서 일부로 언니의 남자 친구도 부른 거잖아요.” “저희 부모님께는 남자 친구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언니의 남자 친구와 제 남자 친구를 비교하고 싶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이런 말까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니가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말씀해 드릴게요. 제 남자 친구가 언니의 남자 친구보다 돈이 더 많을
현태는 설명하기 시작했다,“제가 그 헤어샵을 인수하긴 했지만, 사모님께 드릴 거거든요.” “앞으로는 사모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이십니다. 미용은 하고 싶을 때 하시면 됩니다.”심씨 가문에는 전속 미용사가 있었지만, 꽤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게다가 이지숙이 미용 기계를 사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시술을 두세 달이나 반년 정도 지나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용 기계에 먼지만 앉지 않겠는가?결국 이지숙은 헤어샵에 가서 시술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헤어샵에 가는 것에도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시간을 예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가끔 일이 생겨서 시간을 놓치면, 다시 예약을 잡아야만 했다.이지숙은 진작에 헤어샵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줄곧 자신에게 적합한 헤어샵을 찾지 못했다.이지숙은 현태가 선택한 헤어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그 샵의 사장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에서도 적지 않은 명성을 떨치던 터라 온 가족이 외국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이지숙은 이미 그 사람과의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는 않았고, 모든 일은 흐지부지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생각하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었다.심유인은 ‘말도 안 돼’ 라는 말만 연신 해댔다.“말도 안 돼요! 임현태 씨는 그냥 운전기사잖아요. 대통령을 위해 운전한다고 해도 헤어샵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요!”그 헤어샵은 심유인도 아는 곳이었다.‘거긴 적어도 100억은 있어야 인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지숙도 마음속에 품었던 호기심을 드러냈다.“이 샵의 사장이 계속 외국에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그 사람하고 연락한 거죠?” “아, 그 부분은 하 대표님께서 힘써주셨습니다. 마침 하 대표님께서 그 샵의 사장님과 구면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 대표님의 곁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장님께서 흔쾌히 샵을 양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지숙이 물었다.“하 대표가 이 일에 직접 나섰다고요?” “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순조롭
심유인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고작 한 세트가 다예요?”“그래도 이해는 해드릴게요. 이게 능력 범위 내에서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이었을 테니까요. 800만원, 900만원을 저축하려면 몇 개월은 걸려야 하잖아요, 그렇죠?” 이지숙이 곧장 입을 열었다.“유인아, 그게 무슨 말이니? 선물은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한 거란다.” “그래.”심근영도 현태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네 숙모를 위해 스킨케어 제품을 골랐다는 건, 충분히 마음을 썼다는 증거란다.”심유인이 입을 삐죽거리자, 현태가 웃으며 말했다.“아무리 값비싼 선물보다 마음이 중요하다지만, 조금 쑥스러워서 다른 선물도 준비해 왔습니다.”심유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 선물도 화장품은 아니겠죠? 또 몇백만원짜리인 건가요?”“유인아!”이지숙은 다소 불쾌해졌지만, 성격이 좋은 현태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아닙니다, 이번 선물은 스킨케어 제품보다 조금 비싼 거거든요.”현태는 이 말을 끝으로 작은 선물 상자를 꺼냈다.심유인이 목을 길게 빼며 재촉했다.“숙모, 어서 열어보세요. 목이 빠질 것 같은데, 대체 뭐예요?” 이지숙은 손에 쥔 작은 상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꽤 가벼워. 아무래도 큰 선물은 아닌 것 같아.’“밥부터 먹고 열어보자꾸나.” “지금 열어보시죠. 심유인 씨도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신 모양인데요.” 현태가 이지숙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심유인이 경멸스럽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방금 그 스킨 케어 제품보다 조금 더 비싼 선물을 꺼내면, 내가 감탄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허, 정말 웃겨.’‘저것도 고작 몇백 만원짜리 선물일 뿐일 거야.” “숙모, 선물한 사람도 저렇게 말하잖아요. 어서 열어보세요!”이지숙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선물 상자를 열자마자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스킨케어 제품이 아니라...’‘작은 증서?’상자를 또 한 번 확인한 이지숙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건.
“그래, 네 남자 친구도 같이 봐주마.”심근영이 대답했다.“같이 식사하자꾸나, 그럼 된 거지?” 심근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유인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감사합니다, 삼촌, 역시 제게 정말 잘해주시네요.”소희는 그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연기가 계속될 모양이군.’ “삼촌, 민찬 씨가 선물도 사 왔어요. 이것 좀 보세요!”심유인은 심근영을 끌고 선물 더미 앞에 다다랐고, 이지숙에게 보여줬던 선물 세 개를 집어 들었다.심유인은 현태가 가져온 선물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심근영은 심유인의 말을 듣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마음은 고맙지만, 우리는 네 친부모가 아니잖니. 네 남자 친구가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구나.”“우리 회사에 가서 돈을 받고, 같은 값어치의 답례품을 사주도록 하렴.” 심유인은 순간적으로 너무 기뻐서 눈꼬리를 치켜들었다.사실 그 선물들을 산 사람은 심유인이었는데, 그녀는 수중에 그렇게 큰돈이 없어서 모두 신용카드와 할부로 결제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심씨 가문의 회사에 가서 돈을 받으라니!심유인은 이 기회에 카드 빚을 메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챙길 수도 있었다. 나중에 누군가 물어본다면, 민찬에게 답례 선물을 산 것이라고 하면 그만일 테니 말이다.생각할수록 심유인은 점점 더 흥분했고, 심근영이 이미 허리를 숙여 선물 상자를 하나 집어 든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 안에는 뭐가 들었지?”심유인은 심근영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말했다.“삼촌!” 심근영이 동작을 멈추고 물었다.“왜?” “그게...”심유인은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안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는 다른 사람이 절대 알면 안 돼.’ ‘적어도 심소희의 남자 친구라는 사람은 절대 알면 안 된다고!’ “소희의 남자 친구분도 선물을 가져왔다고 들었어요. 아직 그 선물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것부터 열어 보는 게 어떨까요?” 심근영은 현태를 바라보았다
현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심유인은 즐거워했다.“와, 가난하긴 해도 염치는 있으신가 보네요. 하지만 그게 유일한 장점이겠죠?” 선물은 현태가 스스로 준비한 것이기에, 소희도 현태가 무슨 선물을 샀는지 몰랐다.그래서 현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소희는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오빠, 무슨 선물을 샀는데요?”‘소민찬보다 못한 선물이면 큰일인데.’ 소희는 선물로 심유인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어쨌든 현태가 부모님을 보러 오는 날이니, 선물의 품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현태가 심씨 가문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소희는 현태가 심씨 가문의 권세나 재물 탓에 손가락질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현태가 웃으며 말했다.“우선 들어가자. 곧 알게 될 거야.”이지숙도 계속 밖에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말했다.“그래요, 무슨 얘기든 들어가서 하자고요.”고개를 끄덕인 소희가 현태의 선물을 들어주려 하자, 현태가 말했다.“괜찮아, 내가 들게.”이 세심한 배려는 곧장 이지숙의 눈에 띄었는데, 여자는 본래 본능적인 행동을 가장 신경 쓰기 마련이지 않은가?현태의 행동을 본 이지숙은 소희가 거짓말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겉으로 보기에는 덩치도 크고 투박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세심한 면이 있네?’이렇게 생각한 이지숙은 현태를 다소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하지만 현태는 이지숙의 반응이 조금 변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들이 거실로 들어서자, 이지숙은 고용인에게 심근영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사실, 심근영은 일찍 깨어났기에,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근영이 시간을 질질 끌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2층에서 현태를 관찰했기 때문이었다.고용인의 동정을 들은 심근영이 매무새를 다듬으며 말했다.“곧 나가도록 하지.” 심근영은 고용인이 떠난 후에야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그제야 현태의 생김새를 똑똑히 보았다. 현태는 키가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