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선아 그럴 필요 없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진씨 가문이 돌아와서 WS그룹과 계속 협력할 수 있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을 거야!”이전에 할머니와 고모 모두 무진에게 진씨 가문이 왜 WS그룹을 배신했는지에 대해 투덜거렸다. 그때 무진은 너무 많이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진씨 가문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두 사람을 달래기만 했다.결국, 그렇게 오래 동맹을 맺었기에 역시 정이 든 것이다. 진양산은 평소에도 노부인과 자주 어울렸다.“대표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제 여동생이 직면한 상황을 아셔야 합니다. 진교철 그놈이 자금을 착복해서 많은 프로젝트는 이미 전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 먼저 자금을 잠시 빌릴 수 있겠습니까?”돈을 빌리는 일에 대해서 진상철은 반드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입을 연다는 것은, 미래에 실수가 생긴다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얼마를 원해?” 살짝 웃는 무진의 모습은 도대체 거절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언제든지 OK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진혜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오빠를 바라보면서 오빠가 WS그룹에서 이미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공헌했으니, 무진이 오빠의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했다.“2천억 원입니다! 너무 많은가요?” 진상철은 조심스럽게 액수를 말했다.다음 순간, 무진이 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2천억 원? 정말 충분하겠어? 아버님이 최소한의 액수를 말한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내 개인 명의로 진씨 가문에 4천억 원을 빌려줄게!”무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승낙하자, 놀라서 서로 마주보던 진상철과 진혜선의 눈빛에서는 곧 기쁜 기색이 드러났다.“그럼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무진아, 정말 고마워. 이렇게 내가 받은 자금이 충분하니까, 더 확실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진상철은 정말 하루 만에 두 가지 큰일을 이렇게 쉽게 마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혜선의 마음속은 오히려 다른
커피숍에서 나온 무진은 WS그룹 본사 건물로 돌아갔다.곧 손건호가 여러 서류들을 가지고 대표 집무실로 올라왔다.“보스, 이건 연운그룹이 쓰러진 후, 우리가 인수한 여러 회사들과 프로젝트입니다. 모두 보스의 확인과 서명이 필요합니다!”무진은 머릿속에서 아직도 진상철이 언급했던 일을 깊이 생각하면서, 손에 펜을 들고 서명하기 시작했다.“보스, 안 보셔도 됩니까? 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저가로 인수한 것이지만, 혹시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비록 자신이 하나씩 살펴봤지만, 손건호는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부족했다.“필요 없어, 잘못되면 네가 짊어져!” 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명했다. 서명하는 동작이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워서, 마치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보일 정도였다.무진의 생각은 전적으로 유럽 업무에 쏠려 있었다.‘진상철은 유럽 지역 책임자인 소태경이 어디에서 저가로 화물을 인수했는지 모르지만, 최근 다소 비정상적으로 이윤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언급했지.’‘돈을 버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야. 그러나 갑자기 많은 돈을 벌었다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을 거야.’반드시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무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목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수 씨, 당신 도움이 필요한 게 있는데요...”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자, 목현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고마워요! 만약 샤넬 씨가 외국에서 아이를 낳는 게 여전히 걱정된다면, 국내로 오세요. 우리 집 쪽에 고급 산후조리원이 있어요.”항상 목현수에게 도와달라는 말만 하는 게 좀 미안해서, 무진도 목현수에게 제의했다.[제가 고민을 좀 했는데... 무진 씨도 막내 사매에 관한 걸 눈치챘겠지요!]목현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라앉았다.“눈치챘습니다!”무진도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대답하면 목현수도 알 수 있을 것이기에.전화를 끊은 후, 무진은 서둘러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사매하고 함께 검사 받으러 병원에 왔어요. 지금 병원인데, 무슨 일이 있어요?]
“태아의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책자에 적힌 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 조심하지만 말고 적당한 활동을 유지해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 걸 제외하면, 다른 건 주의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의사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당부하자,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실제로 성연 자신도 의사지만, 처음 엄마가 되기에 자신도 모르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느낌으로 판단하지 말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배를 어루만지며 행복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선 성연은, 아기의 심장 박동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언니, 검사는 다 했어요?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성연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예민주의 마음은 정말 언짢았다.친절하게 묻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문제없어, 아기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사매, 비록 우리 모두 의술을 배웠기에 출산이라는 것도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임신을 해 보니 정말 기묘한 느낌이야!”성연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말했다. ‘이 아이가 바로 나와 무진 씨의 아이야!’“그래요. 그런데 지금은 언니처럼 그렇게 깊은 느낌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저도 임신하면 아마 이해할 수 있겠지요.” 예민주는 좀 귀찮아서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그럼 계속 국내에 머무르면, 분명히 자신에게 맞는 짝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만약 안 된다면, 내가 사매에게 소개를 시켜줄 수도 있어!”“그래요? 언니가 누구를 소개해 줄 건데요?”성연은 정말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했다. ‘사매 예민주의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우수한 남자도 없지는 않겠지.’‘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대가인 루카는 우아하고 신사적이야.’‘또 심우재도 분명히 그렇게 대단한 남자인데도, 하루 종일 돈만 벌면서 일생의 큰일인 결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이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또 그래함과 유채연을
“예민주라...”애써 기억을 더듬던 그래함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왜 그래요?”“성연이가 이번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자신의 사매라는 예민주를 데려왔어요. 그리고 7명의 임원들이 감쪽같이 실종됐던 일은 이 예민주와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쩌면 예민주가, 그 7명의 임원들이 말하는 그 신비한 조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무진이 시원스럽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무진도 정 이사 등이 말한 것처럼 실혼전의 캐서린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캐서린에게는 그럴 동기가 없었다. ‘설사 진교철이라면, 만약 이런 기회가 있다면 7명의 임원들을 더더욱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을 거야. 그들을 모두 가둬둬야 비로소 WS그룹에 진정한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유채연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최근에 발생했던 이런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래함은 WS그룹의 그 어떤 움직임도 국제 뉴스에서 보도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7명의 임원들이 무진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지금 예민주가 강 대표 집에 머무르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걸까요?” 그래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날 성연이가 전화를 하면서, 다른 일을 언급했는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시겠습니까?”무진은 그래함이 정신을 집중해서 기억을 완전히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래함의 눈빛에 집중했다.한참 뒤 그래함이 뭔가를 떠올렸다. “그때 어쩐지 성연이 심리 상태가 아주 당황스러웠고, 심지어 두려워한다는 느낌도 들었어요.”...무진의 마음은 더욱 어지러웠다.‘아내가 이번에 나가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지? 그런데 무슨 중대한 사건을 겪고도 왜 돌아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걸까?’‘예민주가 아내를 대하는 눈빛은 늘 좀 어딘가 이상해. 그러나 아내는 예민주에 대해서 오히려 아주 사실적이야. 선배와 후배 사이
그래함과 유채연이 떠난 뒤 무진은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성연과 예민주도 함께 돌아왔다. 성연은 신이 난 모습으로 진료 결과를 무진에게 알려주었다.“의사가 아무 문제도 없다고 했어요. 전에 일이 너무 많아서 할머님과 고모님에게 말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 밤, 본가로 돌아가서 말씀드려야겠어요!”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예민주를 보았다.예민주는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푸른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싸늘한 기운이 번뜩였다.“사매, 저녁에 나하고 무진 씨가 본가에 가야 해서 저녁은 같이 못 먹겠어. 혼자 괜찮겠지?” 성연이 예민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예민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숨겨야 했다.“괜찮아요. 언니, 무진 오빠,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제 익숙해졌어요. 게다가 빌라 사람들의 태도도 정말 좋아서 문제는 전혀 없어요!”말이 끝나자 예민주는 손목시계를 한번 보았다. 또 성연에게 약을 먹일 시간이 된 것이다.한 번만 더 약을 먹이면 프로방스 여행에 대한 성연의 이 기억은 완전히 굳어질 것이다. 거짓 기억을 영원히 갖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약을 세 번 먹으면 한 번의 고정된 기억을 변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민주의 기억 통제법이다.이런 방식으로 예민주는 심지어 자신을 받아줬던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의 친구는 예민주에 의해 기억이 수정되었다. 분명히 한 번 술에 취했을 뿐인데 예민주를 강X한 기억이 심어졌고, 아버지 친구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이렇게 한 것은 전적으로 예민주가 자신의 과거의 모든 흔적을 지워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친구를 제거한 뒤, 예민주가 방대한 재산과 신비한 팀을 물려 받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예민주는 마음이 좀 조급해졌다. ‘곧 송성연은 강무진과 함께 강씨 가문 본가로 가야 해. 제때에 약을 먹이지 않으면 기억이 느슨해지면서 진정한 기억과 거짓된 기억이 끊임없이 충돌하게 돼.’그
무진은 의심하는 마음을 숨긴 채 예민주의 방을 쳐다보았다. ‘아내가 마신 약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하지만 아내의 상태에 부적당한 부분이 없어서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가요! 빨리 본가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고모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야지요! 할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 지 모르겠어요!”성연은 앞서 할머니가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지금 내가 정말 임신한 데다가 쌍둥이야. 할머니는 너무 기뻐서 그저 입만 벌리실지도 몰라.’“그래, 내가 운전할게.”대답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무진이 서한기의 곁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잘 들어. 반드시 전력을 다해서 예민주를 주시하고, 모든 행적을 기록해야 해!”서한기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보스, 알겠습니다!”무진은 뒷좌석에 있는 아내가 편안하도록 벤틀리를 천천히 몰았다. 임신을 했기 때문에 큰 진동은 위험하기 때문이다.30분도 안 되어 벤틀리는 본가에 도착했다.건성으로 차에서 내린 성연이 쏜살같이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뛰지 마! 조심해야지!” 무진이 뒤에서 신신당부했다.저택 거실에서 강운경이 안금여에게 차를 우리고 있었다. 성연을 본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피었다.“성연이가 왔구나! 어쩐지 아주 즐거워 보이는데? 무슨 기쁜 일이 있니?” 강운경이 물었다.할머니가 손짓해서 성연을 옆에 앉게 했다.“정말 잘 왔어. 올해 막 출시된 철관음인데, 가장 빨리 나오는 여름차이기도 해. 앉아서 차 맛을 감상하자꾸나!”성연이 생긋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할머니, 저 이제 차는 못 마셔요.”“못 마실 게 뭐 있어? 어디 아프니? 위장이 안 좋아?” 할머니는 진심이 담긴 관심을 보였다.이때 걸어 들어온 무진의 온몸에 즐거운 기운이 가득 배어 있었다.“귀염둥이 우리 손자도 왔구나. 와서 차를 마셔. 그 일곱 임원들의 일을 네가 해결한 덕분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틀림없이 또 끊임없이 걱정했을 거야!” 할머니가 중얼거렸다.무진이 바로 자
“할머니, 거의 석 달이에요!”성연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할머니는 마치 몇 살이나 젊어진 것처럼 활짝 웃었다.“얼른, 얼른 똑바로 앉아야지! 어쩐지 차를 마실 수 없다더니. 그건 당연해. 확실히 차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말이 끝나자 무진을 힐끗 쳐다본 할머니는, 성연의 손을 잡고서 얼른 성연이가 앉게 일어나라고 무진에게 손짓했다.무진은 즐거운 표정으로 얌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침 내가 오늘 아침에 닭 한 마리를 샀어. 원래 할머니 드시게 하려고 샀는데, 정말 잘 됐구나. 내가 바로 성연이가 먹기에 적합하게 만들어 줄게.”강운경의 반응도 빨랐다. 차도 타지 않고서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다.“고모, 괜찮아요. 할머니가 드시면 돼요!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는 건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성연이 소리쳤다.그러나 할머니가 바로 반박했다.“내가 뭐가 중요해! 네가 몸을 보양하는 게 중요한 거지. 내 이 보배 증손주들이 바로 영양이 필요할 때야!”할머니는 기뻐서 온몸에 힘이 나는 것처럼 다시 말했다.“성연아, 네가 의술을 안다는 것도 알지만, 이 태아를 돌보는 경험이 나보다 많지는 않잖아. 예전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돌봤는데.” “무진이도 내가 이렇게 돌봤어. 태어났을 때는 거의 4kg이나 나갔어. 얼마나 건강하고 활발한지 건물이 다 울릴 정도로 울었단다!”“그래요? 무진 씨가 그렇게 잘 울었어요?” 성연은 눈썹을 치켜 뜨면서 무진을 보았다.할머니가 또 회상하기 시작하자 무진은 좀 난처했다. 회상할 때마다 매번 자신의 어린 시절 우울했던 일들을 꺼내기 때문이다.“애기니까 당연히 힘있게 우는 거지 뭐. 뭐 아무것도 아니야! 왜 날 그렇게 보는데?” 무진이 입을 삐죽거리며 성연에게 대답했다.“울 수 있지! 그리고 하루에 몇 끼나 먹고 게다가 바지에 자주 오줌을 싸서 정말 걱정이 됐어!”“할머니, 차를 좀 드시면서 목을 축이세요. 제 얘기 말고 증손자 얘기를 하셔야죠!”무진이 얼른 할머니
이씨 가문의 저택. 화가 난 이상효가 찻잔을 집어 던져서 박살이 나게 만들었다.티테이블 위에는 파산한 연운그룹의 회계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 티테이블과 연운그룹 빌딩의 임대 보증금을 제외하면, 연운그룹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자산은 은행의 대출금을 갚기도 부족했다. 이것들은 이상효가 필사적으로 확보한 것이다.‘그래도 수억 원 밖에 안 돼.’‘지금 연계진은 체포되어 정식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 경제적 갈등 외에 형사 책임도 지게 되겠지. 적어도 징역 15년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될 거야.’‘유럽으로 보낸 화물들은 모두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야.’‘화물의 원가만 해도 60억 원이 넘는데, 결국 이 수억 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어!’운성 전체에서 중간 정도에 불과한 이씨 가문이 이런 큰 손실을 보게 되자, 이상효는 그야말로 살을 베는 듯이 고통스러웠다.요 며칠 가문에서는 자신을 향해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에, 이상효도 이 화물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안 되겠어. 유럽에 가서 그 진교철을 찾아야겠어! 그놈이 감히 내 물건을 꿀꺽하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분노가 좀 진정이 되자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소지연은 바닥이 엉망진창인 걸 봤지만, 끽소리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청소만 계속했다.“당신이 그래도 예전에는 WS그룹 유럽 지역의 책임자였는데, 왜 이번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던 거야?”소지연의 배가 이미 불룩해졌지만, 이상효는 여전히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 조롱했다.며칠 전만 해도 진교철과의 협력이 잘 되게 하라고 소지연에게 지시했던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이상효를 바라보는 소지연의 눈빛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만약 뱃속의 아이만 아니라면, 투신이라도 해서 삶을 마감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왜? 내가 한마디 했다고 이런 반응을 보여? 우리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도 편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이상효는 코웃음을
집에 돌아온 성연은 무진과 함께 느긋하게 차를 마실 생각이었다!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무진은 시종 연락이 없었다.걱정이 된 성연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바빠서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오후 내내 연달아 전화를 걸고, 카톡을 보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다.‘무슨 위험한 일이라도 생긴 걸까?’ 갑자기 긴장한 성연은, 손건호와 서한기에게 연락해서 가능한 한 빨리 무진을 찾도록 했다.저녁이 되어서야 별장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된 서한기가 성연에게 소식을 알렸다.“괜찮아, 그 여자에게 알려도 돼!” 기가 막혀서 말도 못하는 서한기를 마주하고도, 예민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무진의 허벅지 위에 앉아 있었다.무진의 두 눈은 여전히 공허했지만, 예민주를 보면서 진지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민주야, 네가 함께 있으니 정말 좋아!”서한기는 이런 모습을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왜 보스가 예민주를 이렇게 다정하게 대하면서, 심지어 아내라고 부르는 거지?’성연과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서한기는 차마 이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서한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빨리 말해! 무진 씨는 괜찮아?] [급해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성연이 다급하게 재촉했다.그러나 서한기는 정말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때 또 무진이 예민주를 ‘여보’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서한기는 자기도 모르게 예민주를 향해 화를 냈다.[예민주 씨, 도대체 보스에게 무슨 짓을 했어?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강 대표님은 당신 선배의 남편이야!][서한기, 무슨 소리야? 너 제정신이야? 감히 민주에게 이렇게 고함을 치다니?]무진은 돌연 서한기를 노려보더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예민주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다고 나무랐다.그 말을 들은 서한기는 온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아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성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쓰러질 정도로 아팠다손건호가
종업원은 그 알약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변화시킬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예민주는 친구가 위가 좋지 않은데도 매번 커피를 마시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데, 이 약을 커피에 넣으면 위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종업원을 속였다.무진은 평소의 한가한 정취는 전혀 없이 단숨에 커피를 다 마셨다. 단지 빨리 해독제를 얻어서, 아내가 처음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5분도 안 돼 커피를 다 마신 무진이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제 해독제를 줘야겠지? 그리고 내 기억 상실은 도대체 또 어떻게 된 일이야?”“그래요, 해독제를 줄게요.”말을 마친 예민주는 가방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낸 뒤 알약 하나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사실, 이 알약은 전혀 상관이 없다. 예민주가 연구하다가 실패한 불량품일 뿐, 해독제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예민주가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커피 속의 약이 효과를 발휘해서 무진이 깊은 잠에 빠지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의 기억 상실 현상은 앞으로는 없을 거예요. 그건 단지 내가 예전에 가지고 있던 향기 중 하나로 만들었을 뿐이에요.”예민주는 완전히 사실을 왜곡해서, 자신의 몸에서 나는 고혹적인 향기를 무진의 기억 상실 원인이라고 말했다.알약을 받던 무진은 갑자기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테이블에 머리를 찧을 뻔했다.곧 마음속으로 크게 경계하면서 예민주를 바라보았다.예민주는 입가에 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더욱 득의양양해서 조롱하듯이 눈빛을 반짝였다.“무진 오빠, 이제 말해 줄게요. 방금 오빠는 더 심각한 독을 먹었어요! 이 독은 오빠로 하여금 평생 송성연을 완전히 잊게 해 줄 거예요!” “그리고 오빠는 단지 오늘부터 내가 오빠 아내고, 오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 예민주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요!”무진은 이미 천지가 빙빙 도는 상태인 데다가 속도도 빨라서, 반항할 기회도 전혀 없었다.무진의 눈앞에서 주변의 모든 것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점차 변화했고, 무지개 같은 흐름이 결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여전히 오랫동안 아버지를 따라다녔던 7명의 임원들을 전부 강씨 가문으로 보냈어요.” “당신들이 예씨 가문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면서요!”예민주는 차갑게 무진을 바라보았다. 지금 예민주는 무진에게 거대한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무진의 각진 얼굴과 그 그윽한 눈동자를 보면서, 예민주의 마음속 분노는 사라지고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그럼 우리 예씨 가문이 당신네 강씨 가문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때 당신의 할머니는 심지어 아버지에게 앞으로 당신과 나를 결혼하게 하겠다고 약속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당신의 할머니는 이 일을 잊어버린 것 같더군요!”‘예민주가 자신의 가장 큰 집념을 완전히 드러냈어.’‘원래 자신이 해야 할 아내의 역할을 선배인 성연에게 뺏겼다는 거지.’‘이 세상의 인연이 바로 이렇게 황당하고 웃기지도 않다니.’사건을 다 듣고 난 뒤에, 무진은 한참 동안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결국 무진은 예민주를 바라보면서 약간 누그러진 말로 물었다.“당신이 말한 걸 나는 확신할 수가 없어. 적어도 내 부모님이 가문을 그런 위기에 빠뜨리고, 결국 예씨 가문까지 연루되게 할 정도로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흥! 믿든 말든!”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예민주는 몹시 화가 난 눈빛으로 무진을 쓸어 보았다.그때 종업원이 커피를 가져오자, 커피 향이 사방으로 퍼졌다.예민주는 커피를 들고 냄새를 맡던 예민주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정말 좋은 향이야. 정통 블루마운틴 커피네.”“그래, 알겠어. 완전히 이해했어! 그럼, 성연이에게는 도대체 무슨 독약을 쓴 거야? 해독제는 있겠지.” “그리고 이렇게 내 기억이 깜빡하는 상황 역시 당신과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무진이 문제의 핵심을 꺼냈다.그러나 예민주는 한바탕 차갑게 웃었다.“하하하,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무진 오빠, 당신네 강씨 가문은 우리 예씨 가문에게 그렇게
얼이 빠진 무진이 예민주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말해! 네 아버지 예중천이 어떻게 우리 강씨 가문의 은인이 된 건지!”예민주는 마치 그때의 아버지가 전혀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처럼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그래요, 바로 당신네 강씨 가문의 은인이지요! 그 때, 당신의 부모님과 우리 아버지는 그야말로 막역한 친구였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우리 아버지가 당신의 아버지에게 소개한 거예요.” “일찍이 강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각각 남쪽과 북쪽에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 호응해서 동맹을 맺었지요. 사업에서는 줄곧 두각을 보이면서, 두 가문 모두 점차 유니콘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었어요.” “우리 아버지가 순조롭게 예씨 가문의 가주 지위를 계승한 뒤에는, 당신네 강씨 가문과 더욱 많이 협력했지요!”“당신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때는 북쪽의 도시들이 거대한 세력을 형성했고, 지금처럼 남쪽의 경제도 강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 아버지는 여러 방면에서 당신 부모님을 도왔어요.”“다만 너무 급하게 자신을 증명하려던 당신의 아버지가, 사사로이 유럽의 한 조직과 협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확실히 처음에 당신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면서 강씨 가문을 키웠어요. 그러나 나중에...”갑자기 말을 멈춘 예민주가 복잡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할머니도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무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중에, 당신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다년 간의 주문 계약을 체결했어요.” “원자재의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자, 당신의 아버지는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서 그 조직과의 협력 관계를 파기하려고 했다가 배신을 당한 거예요!” “당신네 강씨 가문은 그 조직에게 철저한 미움을 사게 됐어요! 이것이 바로 모든 사건의 시작이에요!”“그 조직에서는 당신 부모님께 손을 쓰기 위해서 여러 국적의 킬러들을 사들였어요! 당신의 부모님은 그야말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된 거예요. 알겠지요?” “우리 아버지는 그
병원에서 성연은 검사를 모두 마쳤다. 산부인과의 경험 많은 여의사가 미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성연의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태아의 위치는 여전히 정상이에요! 검사 결과를 보면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상황을 잘 유지하면, 두 녀석 모두 건강해서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의사의 미소는 아주 감화력이 강해서, 성연의 걱정을 단번에 깨끗하게 사라지게 했다.‘하긴 이상해. 나도 의사지만 이쪽에서는 다른 사람이 긍정적인 말을 해야 안심할 수 있어.’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성연은 병원을 나온 뒤 무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보, 나는 검사 다 마쳤어요. 모든 게 다 좋다고 해요. 너무 바쁘게 일하지 말고 점심 먹는 거 꼭 기억해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머리 검사하는 거 잊지 마세요!]커피숍 입구로 걸어가던 무진은 핸드폰을 보고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여보, 난 다 괜찮아.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 [검사가 끝나면 함께 차를 마시러 가자!]답장을 본 성연은 행복감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커피숍에 들어선 무진은 단번에 예민주를 발견했다.무진이 다가가자, 예민주가 종업원을 불러서 주문했다.“블루마운틴 두 잔요. 설탕하고 우유 넣지 말고요!”“네, 잠시만요!” 종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민주의 맞은편에 앉아서, 무진은 숙연한 표정으로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다. ‘커피는 무슨 커피야. 겉으로 전혀 무해해 보이는 이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지만 알고 싶을 뿐이야.’“간단하게 말해 봐. 넌 도대체 누구야? 정말 예중천의 딸이 맞아?”무진은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곧바로 물었다.“호호, 무진 오빠, 왜 나를 이렇게 사납게 대하는 거예요? 저는 좀 무서운 걸요!” 예민주는 여전히 가장하고 있지만, 무진의 눈빛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무진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세에 넋이 나간 듯이 자기도 모르게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그날 밤. 별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자, 예민주는 아예 일어나서 트렁크안의 병과 단지들을 꺼내서 또 주무르기 시작했다.이번에 예민주는 바로 15일치 분량을 전부 하나의 알약으로 만들었다.무진이 이 알약을 먹고 다시 깨어나게 되면 모든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그리고 예민주가 그때 무진의 곁에서 모든 기억을 재구성하는 것을 도와서, 성연의 자리에 자신을 집어넣어야 했다.불빛 아래서 옅은 갈색을 띤 알약은 독한 냄새를 풍겼다. 예민주의 눈에서는 음산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날이 밝자, 넓은 침대에 누워 있던 성연은 제멋대로 몸을 뒤척였다. 침대가 이렇게 부드럽고 편안해서 수면의 질이 특히 좋았다.무진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성연이 일어나자 하인들이 세면 도구를 가져왔고, 주방 아주머니가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아침식사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세수를 마치자, 갑자기 뱃속이 한바탕 뒤척이는 걸 느꼈다. 두 녀석도 잠에서 깬 듯 힘껏 몸부림치고 있었다.‘마치 세탁기처럼 구르면서 정말 한껏 몸부림치네.’성연은 아기가 너무 소란스럽게 움직이다가 자칫 탯줄이 목을 감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좀 긴장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곧 평정을 되찾았다.아침을 먹고 나자, 손건호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사모님, 보스께서 오늘은 사모님이 검사하는 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알았어! 지금 갈게.”손건호는 성연이 흔들리지 않고 차내의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게 아주 천천히 운전했다.이때 예민주는 이미 WS그룹빌딩의 아래층에 도착했다.그녀는 우뚝 솟은 빌딩을 쳐다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곧 내가 이 거대한 빌딩의 여주인이 될 거야! 지금 강무진에게 그 알약을 먹게 만들기만 하면 돼.’물론 무진이 반드시 자신을 만나러 나올 거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무진 오빠, 저 예민주인데요. WS그룹을 구경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전화를 건 예민
바닷가의 별장에 솔솔 부는 해풍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5층 베란다의 벤치에 앉은 성연은 온몸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거대한 발코니 바로 아래는 수영장이고 주위는 온통 풀밭이다. 입구에서 별장까지는 긴 길을 따라서 가야 했다. 이 부지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랐다.“고생했어요, 여보! 이제 매일 출퇴근하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네요!” 무진이 손에 칵테일 한 잔을 들고 다가왔다.고개를 저은 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나는 회장이니까 아무 때나 출근해도 돼. 게다가 차도 마이바흐로 바꿨으니까, 자면서 회사까지 갈 수도 있어.” “아무 영향도 없어. 당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해!”고개를 숙인 무진이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딥 키스를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랬다가 또 빠져들면, 분명히 곤란해질 것이기에.성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곳은 원래 살던 빌라보다 시설도 더 완비되었고 공간도 더 넓어서, 확실히 가슴이 탁 트이면서 기분이 좋았다.물론 주방 아주머니와 하인들도 다 따라왔다. 성연의 입맛을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임신기의 주의사항도 알고 있어서, 무진이 따로 조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었다.손건호도 당연히 같이 와서 지내면서, 진성의 대원 10여 명을 배치해서 주변의 경비를 책임지게 했다.전반적으로 말해서 이곳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다.“막내 사매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사매는 항상 좀 진실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애초에 프로방스에서 사매를 만났던 그 날, 내가 왜 그렇게 쉽게 믿었는지 모르겠어요!”예민주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성연에게 일어났다. 예민주가 성연에게 세 번의 약물을 먹였던 때가 마침 성연의 임신했을 때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람의 기억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지만, 성연의 몸에서는 배척당하면서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그래서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이에 고무된 무진이 아예 대놓고 물었다.“
무진은 좀 의아했다. ‘사실 예민주를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미 아내에게 여러 차례 에둘러서 이야기를 했었어.’‘하지만 아내는 늘 스승의 은혜가 하늘보다 큰 데다가, 지금 가까스로 돌아온 스승의 딸을 다시 내보내서 떠돌게 한다면 스승에게 부끄럽다고 말했지.’그래서 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예민주가 무슨 엉뚱한 일이라도 저지를까 봐 조심스럽게 경계만 하고 있었다. 무진은 그 7명의 고위 임원들 사건 때문에 예민주를 아주 불신했다. ‘지금 성연이 직접 말했지만, 이것도 괜찮아!’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마음껏 비웃었다.‘마침내 송성연을 격노하게 만들었어.’‘송성연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약을 이용해서 직접 일을 처리할 수도 있어. 그런 수단을 쓸 가치도 없지만 말이야.’그러나 예민주는 여전히 억울한 척 가장했다.“언니, 지금 저를 쫓아내시는 거예요?”“너를 쫓아내는 게 아니야. 네가 계속 머무르고 싶으면, 여기 계속 있으면 돼! 하지만 바닷가의 별장에는 네가 머무를 수 없어!”성연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왜요? 언니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있어요?” 예민주는 계속 능청스럽게 말했다.“아니야! 그냥 우리 부부가 좀 불편해서 그래!”말을 마친 성연이 곧바로 무진의 손을 잡고 말했다.“여보, 서한기에게 올라와서 고치라고 해요. 이 꼴이 이게 뭐에요. 옷이 다 젖었어요...”무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을 따라 예민주의 방에서 나왔다.2층 침실로 돌아온 성연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주자, 무진이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말없이 무진의 등을 닦아주던 성연이 갑자기 무진의 등을 꼭 껴안았다.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안색이 일그러진 무진이 얼른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다급하게 물었다.“왜? 내가 잘못한 거야? 앞으로는 예민주하고 접촉하지 않을게! 그럼 되겠어?”“아니에요! 그냥 나는 정말 좀 무서웠어요. 제가 방금 매너도 예의도 없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사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매는 도를 넘었
밥을 먹고 또 졸리자, 성연은 무진의 부축을 받고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성연은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성연은 어떤 방에 뛰어들었다가, 깊이 잠들어 있는 무진과 그 곁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 있는 막내 사매를 보았다. 깜짝 놀란 성연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막내 사매에게 ‘천한 X’이라고 화를 냈다. 막내 사매에게 자신이 그렇게 잘해 주었는데도,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막내 사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었다.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비웃더니, 갑자기 성연의 아랫배를 칼로 쿡 찔렀다.아파서 혼절한 성연은 자신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놀라서 깨어나자 성연의 온몸에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헐떡거리면서 거친 숨을 내쉬던 성연은 그제서야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침대 옆을 보자 무진이 보이지 않았다. 까닭 없이 불안해진 성연이 얼른 무진을 불렀다.“무진 씨, 무진 씨!”목소리가 커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문득 3층에서 무진의 대답이 들려왔다.“나는 위층에 있어. 당신 일어났어?”성연은 잠시 멍해졌다. ‘왜 남편이 위층에 올라갔지? 설마 막내 사매 방에 있는 거야?’영문도 모르게 불안해진 성연은 서둘러 일어났다. 비록 발걸음은 무겁지만 재빨리 계단을 올라서 3층으로 갔다.“무진 씨, 뭐 하고 있어요?”예민주의 방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주르륵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여기 있어. 민주 방의 욕실 샤워기가 고장난 것 같아서 보고 있어.”무진이 대답했다. 사실 무진도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욕실에서 예민주는 얇은 목욕가운만 입고 있었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떨어졌다.성연이 도착한 걸 눈치챈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비웃으면서 얼른 소리쳤다.“언니, 제가 무진 오빠에게 이 샤워기를 좀 봐 달라고 했어요. 반쯤 씻었는데 갑자기 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겠어요!”재빨리 욕실로 다가간 성연은, S라인 몸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