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은 조수석에 앉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무진은 성연이 그렇게 피곤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하지만 결혼식이 곧 다가오고 있어서, 무슨 일이든지 진행 속도를 올려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결혼식에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다.“피곤하면 잠깐 자. 도착하면 깨울게.”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뒤, 무진은 뒷좌석의 담요로 성연의 몸을 덮어주었다.성연은 무진에 대해서 몸과 마음을 다해서 믿고 있었다.무진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바로 눈을 감았다.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온통 애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성연은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귓가에 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연아, 자기야, 일어나.”천천히 눈을 뜬 성연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장식이 아주 고풍스러운 한 가게 앞이었다.‘골동품 가게 같기도 한데.’성연은 의문이 들었지만 묻지 않고서 무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가게에 들어서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나이가 들었지만 아주 활기찬 모습이었다.“양 사장님.” 무진이 크게 외쳤다.“어, 왔어?” 무진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양 사장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성연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만, 무진이 한 대로 ‘양 사장님’이라고 말했다.“너희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양 사장은 두 사람을 보면서 무척 좋아했다.뒷짐을 지고 안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네가 부탁한 건 내가 이미 다 만들어 놨어. 네 덕분에 이 늙은이도 이렇게 좋은 일에 끼게 됐으니까, 나도 만족이야.”성연은 옆의 장식을 차분하게 살폈다.‘이 작은 골동품 가게는 정말 숨은 보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어.’‘안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값진 골동품이야.’‘심지어 어떤 건 단 하나밖에 없어.’성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본 무진이 웃으며 설명했다.“양 사장님은 이런 물건들을 만지는 걸 좋아하셔.
반지는 특별한 조각 기법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아주 특수한 빈티지 무늬도 들어 있었다.‘복잡하고 다양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보기 싫다는 건 전혀 아니야.’‘오히려 고급스럽고 정교해 보여.’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무진이 물었다.“마음에 들어?”“맘에 들어요.” 성연은 반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이 반지는 정말 나를 놀라게 만들었어.’“이 반지는 양 사장님이 만드신 거야.” 무진이 이어서 말했다.성연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충격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양 사장님이 하신 거예요?”‘이렇게 전위적이고 예쁜 반지를 반백이 넘은 노인이 만들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거야.’“양 사장님을 가볍게 봐선 안 돼. 양 사장님의 공예 솜씨와 미적 감각은 예전에 북성에서 유명했어. 양 사장님이 할아버지 친구가 아니었다면, 우리 반지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무진은 양 사장님에게 관직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양 사장님은 승낙하지 않으셨지.’무진도 한번 말이나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양 사장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서 갔다.양 사장은 뜻밖에도 흔쾌하게 승낙하면서 자신이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말했다.성연은 정말 진심으로 탄복하게 되었다.“양 사장님 솜씨는 정말 대단하세요.”“집에 돌아가면 이 반지는 잘 넣어 둬. 결혼식 날 쓸 거니까.” 성연이 잊어버릴까 봐 무진이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 성연은 반지를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었다.성연이 이 반지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지와 웨딩드레스도 모두 준비되었다.이어서 성연은 결혼식에 쓸 디저트와 음식 메뉴를 정하기 위해서, 안금여와 강운경과 함께 나갔다.성연도 열심히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골랐다.‘우리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거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아.’그러나 나갔다 돌아온 뒤에 성연은 더욱 피곤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은 여전히 흥이 넘쳤다.‘두 분은 도대체 어디서 힘이 나는지 정말 모르겠어.’집에 도착하자 하인이 바로 차
임박한 결혼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되었고 약간의 세부적인 사항만 검토하면 된다.오히려 모두 한가해졌다.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연락을 받았다.두 사람도 여행에서 돌아온다는 것이다.성연은 바로 두 사람을 마중하러 나갔다.‘바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방을 마련해 주면 돼.’‘마침 결혼식도 곧 다가오니까, 두 사람과 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성연아.” 유채연이 먼저 성연에게 손을 흔들었다.가까이 다가간 성연은 유채연이 이전에 시골에서 봤을 때보다 피부도 많이 하얗게 변했고 섬세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아.’‘게다가 언니는 더 예뻐졌어.’‘이제 채연 언니는 예전의 낙심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서 화사한 모습으로 변했어.’‘한 사람의 생활 환경이 이렇게 많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두 사람에게 다가간 성연이 말했다.“채연 언니, 정말 예뻐요. 사형은 정말 횡재한 거예요.”“넌 신부잖아. 너야말로 가장 아름답지.” 예전이라면 유채연은 입도 열지 못한 채 감히 대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은 먼저 성연을 칭찬하기까지 했다.유채연의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성연이 유채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언니, 그래함 사형이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으면, 내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줄까요?”성연은 놀리면서 그래함의 표정을 바라보았다.역시나 그 말을 들은 그래함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얼른 성연의 곁에서 유채연을 빼앗더니, 유채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성연아, 채연이한테 이상한 걸 가르치면 안 돼.”‘저 모습은 진짜로 내가 그렇게 할까 봐 정말 화가 난 모습인데?’성연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래함이 진짜 화를 내는 걸 본 유채연이 오히려 그래함에게 푸념을 했다.“성연이는 농담한 건데, 왜 그래?”그래함은 바로 사과했다.“미안해. 그저 네 생각만 하다가 성연이가 이런 농담을 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어.”유채연이 점점 예뻐지는 걸 본 그래함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곧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이 다가왔다.분장실에 앉은 성연은 이미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무진은 관례대로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하지만 수트의 어두운 무늬 때문에 더욱 질감이 두드러져서 고급스럽게 보였다.성연의 흰색 웨딩드레스와 어우러져서 아주 클래식한 조합을 이루었다.거울 속의 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빛에는 미모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놀라고 매혹됐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뻐.”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빤히 쳐다보자 좀 불편했다.“그만 좀 보면 안 돼요?”“내 마누라를 내가 안 보고 누굴 보겠어?” 무진은 성연의 손을 꼭 잡았다.성연의 화장을 도와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두 사람을 보면서 웃었다.그들의 은근한 눈빛 때문에 성연은 더욱 난처했다.“빨리 손을 놔요.” 원래 성연은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왜 그런지 갈수록 성연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싫어.” 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성연의 앞에서 억지를 부렸다.이 정도는 그래도 가벼운 편이다.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무진은 성연을 품에 꼭 안았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무진에게는 방법이 없으니 그저 모른 척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삐걱'.분장실 문이 다시 열렸다.강운경의 부축을 받으면서 안금여가 들어왔다.성연을 본 안금여도 감탄하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쁘구나.”평소에 성연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을 거의 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아주 편하게 있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꾸미니 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이다.“할머니...”성연은 원망하듯이 대답했다.만약에 얼굴에 그렇게 두껍게 화장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얼굴이 벌써 빨갛게 달아올랐을 거라고 생각했다.“무진이가 또 여기서 방해하는 거 아니야?” 안금여는 무진을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 마누라를 보는 게 어떻게 방해가 될 수 있겠어요?”“낯가죽도 두껍구나!” 안금여가 웃으면서 놀렸다.그리고 손목의 시계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윽, 아파!”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아니, 이게 다 뭐람?’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상처가 드러났다!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
반쯤 눈을 뜬 채 생각하던 강무진은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기억나기 시작했다.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적의 흉계에 걸려 이 작은 마을까지 오게 되었다.당시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만나 구조를 요청했었다.결국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고!“목숨은 건졌나 보군!”고요한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임무 중 상대의 계략에 빠졌던 것은 팀 내의 스파이가 적에게 정보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기억을 떠올리던 강무진의 얼굴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의 버튼을 눌러 구조 신호를 보냈다.약 20분 뒤, 창고 밖에서 일사불란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검은 옷의 한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강무진을 본 수석비서 손건호는 다소 감정이 격해지면서 바짝 긴장했다.“보스, 괜찮으십니까? 제가 애들을 데리고 보스를 한참 찾고 있었습니다! 보스 상처는 어떻습니까?”“괜찮아, 이미 처치했어!”잔뜩 잠긴 음성은 무심한 듯 냉담함이 배어 있는 어조였다. 미간에는 타고난 위압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자, 상태를 살표보고 있던 손건호가 얼른 부축했다.강무진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도 약간 돌아와 있었다.“보스, 보스 상처는…… 누가 처치했습니까?”손건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강씨 집안 후계자 강무진은 오랫동안 수면장애를 앓아 왔다. 집안에서는 세계 명의들은 모두 찾아 모셔왔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부상을 당한 강무진이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처로 인해 반 송장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차였다.그런데 이렇게 기운이 생생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질문을 받은 무진도 잠시 멍하다가 곧바로 기억을 되살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희미한 약 냄새를 맡았던 같았다. 그러다가 바로 의식을 잃었고.막 대답하려던 그는 ‘어'하는 손건호의 음성을 들었다.“이건 뭐지?”그리고 허리를 굽힌 손건호가 건초 더미에서 향낭을 하나 집어 올렸다.은은한 약향이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서 쫓겨나도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다 자란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들은 송종철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너…… 너는 정말 싹수가 없구나!”성연은 그 말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돌려 자신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트렁크를 끌고 집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제 방은 어디예요? 피곤해서 좀 쉬고 싶네요!”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송종철은 이 큰딸이 더 싫어졌다.그런데도 데려왔다. 그리고…… 지금 송씨 집안은 성연을 이용해 위기를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마스크 팩을 쓴 채 피부관리를 하고 있는 계모 임수정과 피아노를 치고 있는 의붓 여동생 송아연이 눈에 들어왔다.이 두 모녀는 예쁘장한 외모가 무척 닮았다.특히 송아연은 상큼한 얼굴에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덕택에 고상한 분위기를 지녔다.작은딸을 보는 송종철의 눈에 자랑스러운 빛이 가득했다.성연을 돌아보니, 낡아빠진 교복을 입고 온몸에 말로 표현 안되는 거친 기운이 넘실거렸다. 건들건들 책가방을 들고 저쪽에 서 있는 폼이 아주 비딱해 보였다.둘을 비교해 보려던 송종철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앞에 걸어가던 성연의 뒤에서 송종철이 소리쳤다.“나 왔어.” “아빠, 오셨어요?”건반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춘 송아연이 먼저 반가운 기색으로 고개를 들었다.임수정 역시 돌아보며 말했다.“어떻게 이제 왔어요? 나는 당신이 또 진미선 그 여자를 못 잊어서 못 오나 했는데…….”말을 막 끝내며 돌아보던 그녀의 눈에 뒤편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성연이 보였다. 순간 표정이 돌변한 임수정이 손으로 마스크 팩을 뜯어내며 노발대발했다.“송종철, 당신 무슨 짓이야? 내가 말했지? 데려오면 안 된다고. 당신 뭐 때문에 얠 데려온 거야? 우리집에 얘가 들어와도 된다고 생각해?”눈살을 찌푸린 송아연도 일어서며 불만스럽게 말했다.“그래요, 아빠.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곧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이 다가왔다.분장실에 앉은 성연은 이미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무진은 관례대로 검은색의 양복을 입고 있었다.하지만 수트의 어두운 무늬 때문에 더욱 질감이 두드러져서 고급스럽게 보였다.성연의 흰색 웨딩드레스와 어우러져서 아주 클래식한 조합을 이루었다.거울 속의 성연을 보는 무진의 눈빛에는 미모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놀라고 매혹됐다는 게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뻐.”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빤히 쳐다보자 좀 불편했다.“그만 좀 보면 안 돼요?”“내 마누라를 내가 안 보고 누굴 보겠어?” 무진은 성연의 손을 꼭 잡았다.성연의 화장을 도와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두 사람을 보면서 웃었다.그들의 은근한 눈빛 때문에 성연은 더욱 난처했다.“빨리 손을 놔요.” 원래 성연은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왜 그런지 갈수록 성연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싫어.” 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성연의 앞에서 억지를 부렸다.이 정도는 그래도 가벼운 편이다.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면, 무진은 성연을 품에 꼭 안았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무진에게는 방법이 없으니 그저 모른 척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삐걱'.분장실 문이 다시 열렸다.강운경의 부축을 받으면서 안금여가 들어왔다.성연을 본 안금여도 감탄하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오늘 정말 예쁘구나.”평소에 성연은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을 거의 하지 않아서, 집에서도 아주 편하게 있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꾸미니 효과가 더 두드러진 것이다.“할머니...”성연은 원망하듯이 대답했다.만약에 얼굴에 그렇게 두껍게 화장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얼굴이 벌써 빨갛게 달아올랐을 거라고 생각했다.“무진이가 또 여기서 방해하는 거 아니야?” 안금여는 무진을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제 마누라를 보는 게 어떻게 방해가 될 수 있겠어요?”“낯가죽도 두껍구나!” 안금여가 웃으면서 놀렸다.그리고 손목의 시계
임박한 결혼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이제 준비는 거의 다 되었고 약간의 세부적인 사항만 검토하면 된다.오히려 모두 한가해졌다.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연락을 받았다.두 사람도 여행에서 돌아온다는 것이다.성연은 바로 두 사람을 마중하러 나갔다.‘바로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방을 마련해 주면 돼.’‘마침 결혼식도 곧 다가오니까, 두 사람과 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성연아.” 유채연이 먼저 성연에게 손을 흔들었다.가까이 다가간 성연은 유채연이 이전에 시골에서 봤을 때보다 피부도 많이 하얗게 변했고 섬세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마치 사람이 바뀐 것 같아.’‘게다가 언니는 더 예뻐졌어.’‘이제 채연 언니는 예전의 낙심했던 모습에서 벗어나서 화사한 모습으로 변했어.’‘한 사람의 생활 환경이 이렇게 많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두 사람에게 다가간 성연이 말했다.“채연 언니, 정말 예뻐요. 사형은 정말 횡재한 거예요.”“넌 신부잖아. 너야말로 가장 아름답지.” 예전이라면 유채연은 입도 열지 못한 채 감히 대답하지도 못했을 것이다.지금은 먼저 성연을 칭찬하기까지 했다.유채연의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성연이 유채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언니, 그래함 사형이 언니한테 어울리지 않으면, 내가 다른 사람을 소개해줄까요?”성연은 놀리면서 그래함의 표정을 바라보았다.역시나 그 말을 들은 그래함의 표정이 바로 어두워졌다. 얼른 성연의 곁에서 유채연을 빼앗더니, 유채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성연아, 채연이한테 이상한 걸 가르치면 안 돼.”‘저 모습은 진짜로 내가 그렇게 할까 봐 정말 화가 난 모습인데?’성연은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래함이 진짜 화를 내는 걸 본 유채연이 오히려 그래함에게 푸념을 했다.“성연이는 농담한 건데, 왜 그래?”그래함은 바로 사과했다.“미안해. 그저 네 생각만 하다가 성연이가 이런 농담을 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어.”유채연이 점점 예뻐지는 걸 본 그래함은
반지는 특별한 조각 기법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아주 특수한 빈티지 무늬도 들어 있었다.‘복잡하고 다양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보기 싫다는 건 전혀 아니야.’‘오히려 고급스럽고 정교해 보여.’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무진이 물었다.“마음에 들어?”“맘에 들어요.” 성연은 반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이 반지는 정말 나를 놀라게 만들었어.’“이 반지는 양 사장님이 만드신 거야.” 무진이 이어서 말했다.성연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충격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양 사장님이 하신 거예요?”‘이렇게 전위적이고 예쁜 반지를 반백이 넘은 노인이 만들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거야.’“양 사장님을 가볍게 봐선 안 돼. 양 사장님의 공예 솜씨와 미적 감각은 예전에 북성에서 유명했어. 양 사장님이 할아버지 친구가 아니었다면, 우리 반지를 만들어 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무진은 양 사장님에게 관직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양 사장님은 승낙하지 않으셨지.’무진도 한번 말이나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양 사장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서 갔다.양 사장은 뜻밖에도 흔쾌하게 승낙하면서 자신이 주는 결혼 선물이라고 말했다.성연은 정말 진심으로 탄복하게 되었다.“양 사장님 솜씨는 정말 대단하세요.”“집에 돌아가면 이 반지는 잘 넣어 둬. 결혼식 날 쓸 거니까.” 성연이 잊어버릴까 봐 무진이 신신당부했다.“알았어요.” 성연은 반지를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었다.성연이 이 반지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반지와 웨딩드레스도 모두 준비되었다.이어서 성연은 결혼식에 쓸 디저트와 음식 메뉴를 정하기 위해서, 안금여와 강운경과 함께 나갔다.성연도 열심히 어른들을 따라다니면서 골랐다.‘우리 결혼식에 오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거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아.’그러나 나갔다 돌아온 뒤에 성연은 더욱 피곤했다.안금여와 강운경은 여전히 흥이 넘쳤다.‘두 분은 도대체 어디서 힘이 나는지 정말 모르겠어.’집에 도착하자 하인이 바로 차
무진은 조수석에 앉은 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무진은 성연이 그렇게 피곤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하지만 결혼식이 곧 다가오고 있어서, 무슨 일이든지 진행 속도를 올려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번거로운 일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결혼식에 맞출 수 없게 될 것이다.“피곤하면 잠깐 자. 도착하면 깨울게.”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뒤, 무진은 뒷좌석의 담요로 성연의 몸을 덮어주었다.성연은 무진에 대해서 몸과 마음을 다해서 믿고 있었다.무진이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바로 눈을 감았다.무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온통 애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성연은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귓가에 무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성연아, 자기야, 일어나.”천천히 눈을 뜬 성연이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장식이 아주 고풍스러운 한 가게 앞이었다.‘골동품 가게 같기도 한데.’성연은 의문이 들었지만 묻지 않고서 무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가게에 들어서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나이가 들었지만 아주 활기찬 모습이었다.“양 사장님.” 무진이 크게 외쳤다.“어, 왔어?” 무진이 부르는 소리를 들은 양 사장이 의자에서 일어났다.성연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만, 무진이 한 대로 ‘양 사장님’이라고 말했다.“너희 두 사람은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구나.” 양 사장은 두 사람을 보면서 무척 좋아했다.뒷짐을 지고 안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네가 부탁한 건 내가 이미 다 만들어 놨어. 네 덕분에 이 늙은이도 이렇게 좋은 일에 끼게 됐으니까, 나도 만족이야.”성연은 옆의 장식을 차분하게 살폈다.‘이 작은 골동품 가게는 정말 숨은 보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어.’‘안에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값진 골동품이야.’‘심지어 어떤 건 단 하나밖에 없어.’성연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본 무진이 웃으며 설명했다.“양 사장님은 이런 물건들을 만지는 걸 좋아하셔.
결혼식을 앞두고 강씨 가문의 저택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안금여, 강운경, 조승호 등은 매일 숨 돌릴 새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그들 세 사람은 전체 과정을 주시하면서 모든 걸 준비했다.미스 샤넬의 제안 때문에 세 사람의 부담이 더 가중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세 사람은 바빠도 마음은 정말 즐거웠다.결혼식은 정말 경사스러운 큰일이다.원래는 결혼식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당연히 나이 어린 성연이 내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지금 성연은 자신의 의견은 제시하지 않은 채 여전히 친구와 함께 있었다.원래는 본인들이 잘 처리해야 했지만, 젊은 자신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안금여에게 전권을 맡긴 것이다.성연도 무척 바빴다.요 며칠 동안 청첩장을 고르는 걸 도왔고, 호텔 결혼식장도 골라야 했다.또한 직접 식장을 둘러봐야 해서 하루 종일 바깥을 돌아다녀야 했다.모처럼 하루를 쉬게 되자 성연은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거실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거기에는 무진도 있었다.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던 성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는 영역 본능이 아주 강해서 보통은 쉽사리 사람들을 여기 오게 하지 않아.’‘하물며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낯선 사람들인데.’“이분들은...” 성연에게 다가온 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이쪽은 해외의 유명 브랜드 J의 디자인 팀이야. 이분들에게 여기 오셔서 당신의 사이즈를 재고,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달라고 부탁드렸어.”“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성연은 북성에도 웨딩드레스 숍이 그렇게나 많다고 생각했다.‘입어보고 맞으면 되는 건데.’‘무진 씨는 매일 일하느라 바쁜데, 나 대신에 이런 것까지도 신경을 썼어.’“평생 단 한 번의 일인데 당연히 당신에게 가장 좋은 걸 해 줘야지. 이분들이 디자인하는 웨딩드레스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거야. 어서 가 봐.” 무진은 성연을 디자인 팀에게 맡겼다.사람들이 성연
세 사람이 탄 비행기가 도착했을 때 성연은 이미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계속 왔다갔다했다.무사히 나타난 무진의 모습을 보고서야 성연은 비로소 완전히 긴장을 풀 수 있었다.성연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자, 무진은 바로 두 팔을 벌려서 달려오는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두 사람의 체온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주위를 달콤하게 가득 채웠다.뒤에서 걸어오는 목현수와 미스 샤넬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공항에서 출할하자, 미스 미스 샤넬과 목현수는 먼저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성연과 무진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상황에서 헤어졌으니 두 사람은 지금 할 말이 많을 거야.’무진도 굳이 계속 붙잡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차를 마련해 주고서 성연과 함께 차에 올랐다.차 안에서 성연과 무진은 계속 손깍지를 끼고 있었다.“이번엔 어땠어요? 다친 데는 없어요?”무진이 MS 가문을 상대하러 갔을 때부터 성연은 줄곧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계속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이다.“다친 데는 없어. 샤넬 가문에서 정보를 제공해 준 덕분이었어. 그 장로들은 회의를 하느라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아서 수월했어. MS 가문의 여러 거점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은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었어. 우리 쪽 사람들이 MS 가문 사람들을 깨끗이 처리할 수 있었어.” 무진은 성연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성연은 그제서야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MS 가문이 상대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떠돌았지.’‘게다가 그들의 수단도 극단적이라고 했어.’ 성연은 무진이 정말 위험에 부딪치게 될까 봐 걱정했다.‘다행히도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어.’‘그런데...’“샤넬 가문의 사람들이 왜 우리를 도운 거예요?” 성연은 자신들과 미스 샤넬과의 관계도 사실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보를 제공하면 MS 가문과 적이 되는 셈이야.’‘이건 가문이 걸린 일이야.’‘일반적이라면 쉽게 돕지 못해.’무진은 미스 샤넬의 오빠
유럽을 떠날 때는 무진 혼자가 아니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이 함께 무진의 전용기에 앉아 있었다.미스 샤넬은 목현수와 나란히 앉았고, 무진은 두 사람의 앞에 앉았다.전용기는 상당히 넓었고 각종 주스와 뷔페식으로 먹을 거리도 있다.목현수의 팔을 꼭 껴안은 채, 미스 샤넬은 목현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현수 씨, 우리도 A국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려요. 강 대표님과 성연 씨하고 함께요.”“그래, 하지만 강 대표에게 괜찮은지 물어봐야지.” 목현수는 고개를 기울인 채 미스 샤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스 샤넬은 자신이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은 결국 인생의 대사인데, 무진 씨가 다른 사람이 자신들과 함께 결혼식을 올리는 걸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무진은 두 사람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미스 샤넬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강 대표님, 저와 현수 씨 결혼식을 강 대표님 결혼식과 함께 진행해도 괜찮을까요?”“그럼요. 두 분이 저희와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면 성연이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좀 시끌벅적하겠네요.” 무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인생에 단 한 번인 결혼이기에 무진은 성연에게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강 대표님은 성연 씨한테 정말 잘해 주시네요.” 미스 샤넬은 좀 부러웠다.‘무슨 일이 발생하든 무슨 일을 제기하든, 강무진은 항상 송성연을 제일 먼저 생각해.’‘이런 사랑은 정말 아름다워.’“성연이는 오직 한 명이니까요. 제가 성연이에게 잘해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잘해 주겠어요.”말을 하는 무진의 눈빛에는 한없는 부드러움이 떠올랐다.미스 샤넬은 팔을 문질렀다. ‘강무진 같은 사람은 겉으로는 쌀쌀맞아 보이지만.’‘일단 흥분하면 정말 사람 잡을 거야.’미스 샤넬이 또 뭔가 말을 하려는데 어깨 위에 갑자기 팔이 놓였다.“이런 유형의 남자에게 특히 설레는 거야?”“응, 그래요.” 미스 샤넬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무의식적으로 이렇게 대답한 미스 샤넬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목현수의 눈빛과
“이번 일은 잘 됐나요?” 미스 샤넬의 오빠가 물었다.“가주께서 제공해 주신 정보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번 일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앞으로 유럽에서 MS가문의 존재는 없어지게 될 겁니다.”무진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기에 모든 후환을 근절해야 했다.‘MS 가문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깨끗하게 처리할 거야.’“잘 하셨습니다. 강 대표, 대단하십니다.” 미스 샤넬의 오빠는 진심으로 탄복했다.‘MS 가문은 유럽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어.’‘샤넬 가문에서 전에도 흔들고 싶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지.’‘그래서 MS 가문과는 줄곧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룬 상태에 처해 있었어.’‘때때로 MS 가문과 부딪치게 되더라도 우리 샤넬 가문은 화를 참아야 했어.’‘이제 MS 가문이 하루아침에 멸망하자 비로소 그들이 너무 약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그들을 강무진과 비교할 수는 없지.’“이제 MS 가문이 없어졌으니 샤넬 가문이 유럽에서 제일 큰 가문이 됐습니다. 가주님, 축하드립니다.” 무진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MS 가문을 제거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었어.’‘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면 바로 샤넬 가문일 거야.’‘하지만 부수적인 일에 불과해.’‘샤넬 가문에서 자발적으로 돕는다면 의미는 달라지게 돼.’미스 샤넬의 오빠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이 모든 건 강 대표에게 감사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지금 가문을 관리하는 내 능력으로는 평생 할 수 없을 겁니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이 부분이 취약하다는 걸 인정했다.“가주께서는 너무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주님의 능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습니다.” 무진이 겸손하게 말했다.“됐어요. 저를 위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현수에게 강 대표를 모시고 오라고 한 건 강 대표와 함께 유럽 시장을 뚫기 위해서입니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진의 도움이 있다면, 앞으로 샤넬 가문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목현수는 무진을 데리고 샤넬 가문의 저택으로 갔다.그리고 현재 샤넬 가문의 가주인 미스 샤넬의 오빠도 만났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이었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주 핸섬한 남자였다.샤넬의 오빠는 무진과 목현수를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두 사람이 밖에서 들어오는 걸 보자, 미스 샤넬의 오빠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강 대표, 현수, 마침내 왔군요.”목현수가 다가가자, 미스 샤넬의 오빠가 가볍게 포옹한 뒤 무진에게 손을 내밀었다.무진도 손을 내밀어 미스 샤넬의 오빠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얼른 와서 앉으세요.” 미스 샤넬의 오빠는 아주 열정적이었다.하인에게 음료수와 신선한 과일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주님의 친구인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무진은 목현수와 나란히 앉았다.샤넬 가문은 아주 격식을 잘 갖췄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모두 제 친구분들이지만, 친구들끼리 처음 만났으니까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미스 샤넬의 오빠가 웃으면서 말했다.“샤넬 가문은 친구를 대할 때는 줄곧 이렇습니다. 습관이 되면 괜찮아요.” 목현수는 무진이 긴장할까 봐 분위기를 풀어주는 말을 했다.처음에 자신이 미스 샤넬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샤넬 가문에서는 기본적으로 나를 예비 사위로 점찍고 키웠지.’‘처음 만났을 때의 예절은 지금보다도 더 과했어.’무진은 일찌감치 알 수 있었다.미스 샤넬의 오빠가 A국어를 잘 할 줄 모르는데도 여전히 A국어로 말했기 때문이다.이는 무진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존중을 보여준 것이다.“무진 씨는 모를 겁니다. 미스 샤넬의 오빠가 무진 씨를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며칠 동안 A국어를 배웠어요. 나는 그 끈기에 탄복했어요.” 그 생각을 떠올린 목현수가 웃으면서 말했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머리를 긁적거렸고 표정도 좀 안 좋아 보였다.“나는 너무 멍청해요. A국의 문화는 심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