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모욕당하니, 부모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부모님이 소중한 보물로 여기고 애지중지하는 소아연이 이 광경을 보고는 다급하게 나섰다. 그녀는 여린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오해예요, 오해하셨어요! 사언 오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사언 오빠는 제가 다리를 다쳐서 부축해 준 것뿐이에요!” 옆에서 심사언은 굳은 얼굴로 덧붙였다. “맞아요, 할머니. 오해하신 겁니다. 저는 아연이랑 같이 온 게 아니라,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
소아연이 우리 집에 온 뒤로, 이렇게 반박할 수도 없고, 반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 너무나 많았다. 나는 할머니의 지금 감정을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 소아연은 정말이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을 갖췄다. “할머니, 이건 제가 정성껏 기도해서 받아온 평안부(평안 기도 부적)예요. 할머니께서 남산보다 더 오래 굳건하시고, 동해에 흐르는 물보다 복이 넘쳐나시길 바랍니다.” 소아연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부적을 받쳐 들며, 진심을 담아 축원을 올렸다. 그녀는 원래부터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였다. 그저 보기만 해도, 사람
나는 그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심사언을 너무도 사랑했다. 너무 사랑해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아무리 심사언과 소아연 두 사람의 사이가 수상해 보여도, 심사언이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었다. 그래서 더 심사언을 붙잡고, 그 남자를 더 애타게 쫓아다니고, 그 남자를 기쁘게 하려고, 그 남자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하지만 심사언과 소아연 사이에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나는 쫓기는 새처럼 불안에 떨었다. 이번
“나도 들었어. 심 대표님이랑 소아연 씨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꿉친구라며? 그런데 고이설이 심 대표님이 힘든 틈을 타서 돈을 빌미로 억지로 결혼을 강요했다던데?”나는 세 사람이 방금까지 했던 말을 완벽하게 요약해 주었다. 그 순간, 셋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나는 이제야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들었다. ‘심사언을 사랑하게 된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참을성 많은 사람이 됐던 거지?” 원래의 나도, 지금의 나도, 결코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었다. 난 기억력도 좋고, 원한도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
“그런 주제에,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말하지 마. 나는 당신한테 아무 빚도 없어. 그러니까, 더는 날 짓밟지 말라고.”심사언이 이혼을 피하기 위해 나를 미치게 한다면, 나도 그 사람의 체면 따윈 생각해 줄 필요가 없었다. ‘그래, 그럼 내가 진짜 미쳐버리면 되잖아. 이제 모든 걸 까발려야지.’ ‘이런 더러운 관계는 숨길 필요가 없어. 저 둘이 편하게 지내도록 둘 순 없다고.’ ‘분명 불륜을 저지른 건 저쪽인데, 왜 내가 더럽게 집착하는 미친 여자가 되어야 해?’연회장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믿어버릴 뻔했다. ‘정말 한 대 때리고 나서 사탕 하나 쥐여주는 데는 고수라니까. 그러니 예전의 내가 그렇게 쉽게 놓지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난 이제 심사언을 잊었어. 다시는 이 사람에게 길들지 않을 거야.’ 심사언의 말이 끝나자, 현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모두의 심경이 복잡했다. 분명 심사언 스스로가 아내를 가볍게 여기고 학대하며, 연인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떠받든 건데, 그저 돕고자 했던 그 사람들이 이제 와서 이런 취급을 받을 줄 몰랐다.결국, 심사언에게 이렇
이렇게 통쾌한 기분을 느낀 게 몇 년 만인가!아빠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더니, 참지 못하고 터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아연이는 할머니께 정말 효도하는 아이인데! 아연이도 할머니 손녀잖아요! 이렇게까지 차별하시면 안 되죠!”할머니는 냉소를 흘리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왜 못 해? 내 친손녀는 이설이 하나뿐인데, 내가 이설이 편을 안 들면 누구 편을 들라는 거냐? 너희처럼 머리까지 고장 나서 친딸보다 남의 딸을 더 챙기는 부모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그 말에 아빠와 엄마의 얼굴빛이 복잡하
하지만 결국, 심사언의 다급한 발걸음도, 물에 뛰어드는 그 순간도, 모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곧바로 소아연을 안고는 재빨리 물가로 향했다. 나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고, 단 1초의 머뭇거림조차 없었다.정말 모르겠다. 분명 나는 심사언을 잊었고, 그에 대한 사랑도 완전히 지웠는데, 왜 이 순간 가슴이 이토록 아픈 걸까?...우리 오빠는 깊은 수영을 좋아해서, 우리 집 수영장은 처음 공사할 때부터 꽤 깊게 설계되었다. 덕분에 물속에 빠진 나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심사언은 원래 미안함과 부드러움이 섞인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당신, 또 일부러 묻는 거잖아.”‘내가 뭘 일부러 묻는 건데? 알았으면 묻지도 않았겠지?’‘내가 ‘남편’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얼마나 말을 섞고 싶지 않은지 정말 모르는 거야?’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분히 말했다.“심사언,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난 정말로 절벽에서 떨어진 후 일부 기억을 잃었어.”심사언은 비웃듯이 헛웃음을 지었다.“이젠 기억상실 설정까지?”“다른 건 다 기억하면서 딱 한 가지만 잊었다
“심사언이 나를 악독하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면, 네 몸을 희생하도록 해.”“하지만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짓, 예를 들어 나를 밀어 물에 빠뜨리는 일 따위는 두 번 다시 하지 마.”“만약 그런 일이 또 발생하면, 참고만 있진 않을 거야. 이 영상을 바로 공개해서 네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 테니까 두고 보라고.” 나는 소아연이 이혼을 빠르게 성사시키도록 돕게 하고 싶지만, 내 몸을 다쳐가면서까지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내 몸은 지금 너무나도 소중했다. 무엇을 위해서든, 더 이상 상처받아선 안 됐다.이 말을
왕여정은 화가 나서 나를 향해 거칠게 욕을 퍼부었다.“고이설, 이 천박한 것! 넌 머리가 다친 게 아니라 심보가 시커멓게 썩은 거야!”“너는 우리 오빠가 아연 언니랑 절대 사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는 거라고!”“세상에 너처럼 악독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안 죽다니!”‘뭐? 내가 뭐가 악독하다는 거야? 난 분명 비운의 연인을 도와주려는 마음이었는데?’‘그리고 심사언이랑 소아연이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아니, 그럼 그날 VIP 룸에서 거의 입 맞추려던 건
뭔가 더 말하려던 심사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그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어리광 부리는 아이를 대하는 듯한, 무력하면서도 묵인하는 시선으로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자리를 떴다.그 눈빛이 나는 극도로 역겨웠다.사람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자, 소아연이 제일 먼저 손을 뻗으며 말했다.“보자.”그녀는 내가 정말 녹화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나는 아주 대범하게 어젯밤의 영상을 틀어 보여주었다.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연회장에서 소아연을 그토록 난처하게 만들었으니, 그녀가
병실의 분위기가 미묘해질 즈음, 왕여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아연이 눈을 들어 왕여정을 바라봤다.단 한 번의 눈맞춤으로 왕여정은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아연 언니, 걱정하지 마! 내가 경찰에 신고했어!! 곧 경찰이 와서 고이설을 잡아갈 거야!”심사언이 얼굴을 찌푸리며 한층 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정아, 또 무슨 짓이야? 누가 너한테 신고하라고 했어? 그리고 다시는 새언니 모욕하는 말 하지 마.”‘심사언도 참 이상하지. 나한테 그렇게 행동하면서, 때로는 나를 걱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잖아.’
아빠가 가장 먼저 그 일을 떠올리고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 소아연을 위한 지분을 요구했다.‘그 10%의 지분이 수천억 원이 아니라 단돈 만 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가려 하네.’‘도대체 언제부터 내가 가진 돈을 쉽게 빼앗을 수 있다고 착각한 거지?’소아연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녀의 손이 이불을 꽉 움켜쥐는 걸 놓치지 않았다.‘소아연이 단순히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나를 물에 밀어 빠뜨린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었어.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소아연은 처음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저 동생 얼굴이 좋아 보여서 칭찬한 건데요?”“칭찬도 못 해요?”부모님은 내 태도에 더욱 격분했다.“양설아,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거야!”“아연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하는데! 방금도 우리한테 신고하지 말라고, 너를 용서해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런데 너는 그런 동생을 이런 식으로 비꼬아야겠어?”“양심이라는 게 있긴 하니? 왜 그렇게 아연이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엄마는 화가 나서 그릇을 내려놓고 당장이라도 나를 때릴 기세였다.“너는 아연이를 위험에 빠뜨리고도 사
나는 심사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가 너무 손에 힘을 주고 있어서 함부로 뿌리칠 수 없었다. 그래서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놔. 난 사과 안 해.”심사언이 눈썹을 찌푸렸다.“사과하지 않겠다니? 감옥 갈 각오라도 한 거야?” 그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여정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떠들어대는 걸 듣고는 내가 소아연을 물에 빠뜨렸다고 믿게 되었다.“당신이 이번에도 아연이를 거의 죽게 할 뻔한 거 알고 있어?”“내가 그렇게까지 당신한테 아연이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약속했는데, 왜
“고이설, 이 천박한 X! 감히 네가 여기 나타나다니!”여자가 소리치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젠장!’나는 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한 커다란 몸이 나와 그녀 사이를 가로막으며 그녀의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나를 구해준 사람은 구은호였다.그는 강한 충격에 눈살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본 내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감히 내 앞에서 사람을 때리다니?’나를 때리지 못한 여자, 왕여정은 더욱 화가 난 듯 구은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넌 누구야? 왜 고이설처럼 천박한 X을 감싸? 혹시 내연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