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아예 설거지를 맡고 ‘초설’에게는 일하러 가라고 했다.원아는 주방으로 걸어가는 이연의 뒷모습을 보고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가 남은 서류를 계속 번역했다.나머지 서류의 페이지 수는 전에 번역한 페이지 수만큼 많지 않았다. 원아는 3시간 만에 나머지 서류의 번역을 완성했다. 완성한 후 또 한 번 검사하여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을 확신하고 바로 서류를 문소남에게 메일로 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아는 소남에서 온 답장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한 주소가 었었다.그 주소를 보니, 바로 근처에 있는 백화점의 주소였다.
“염 교수님, 어서 오세요.” 직원 몇 명이 원아를 에워싸고 열정적으로 인사했다.원아는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얼른 자신이 온 이유를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문 대표님에서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 혹시 문 대표님께서 여기에서 뭘 구매하셨나요?”매장 매니저도 ‘염초설’이 왔다는 것을 알고 얼른 앞으로 나아갔다.“염 교수님, 안녕하세요, 문 대표님께서는 저희 매장에서 아직 아무것도 사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표님께서는 지시하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원아가 이연을 바라보면서 무슨 일인지 전혀 몰랐다.‘소남 씨는 도대
치수 측정이 끝나자, 이연은 두 벌의 드레스를 원아 앞에 보여주었다.“이건 내가 초설 씨를 위해 고른 것이에요.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봐요.”원아는 두 벌의 우아한 드레스를 보고 있었다. 만약 이전의 자신이라면 적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신의 이 얼굴은 성형했기 때문에 아름답긴 하지만, 다소 요염한 인상이라 이렇게 우아한 드레스는 자신에게 안 맞을까 봐 걱정됐다.“초설 씨의 얼굴은 아름답지만, 비교적 요염한 편이라서. 이번에는 자선만찬에 가는 게 아니라 생신잔치에 갈 거니까, 이 많은 드레스 중에서 저는 그래도
이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었다.VIP실의 텔레비전이 켜져 있고, 텔레비전에서는 박씨 가문 산하 가족기업인 MJ그룹 투자 실패를 보도하고 있었다.박씨 가문을 언급하면 자연스럽게 송씨 가문이 언급된다. 이연은 박씨 가문과 송씨 가문이 혼인했다는 뉴스를 보고 안색이 변하면서 뉴스에서 보도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바로 채널을 바꿨다.원아는 이연의 행동을 주시하며 앞에 놓인 경제잡지를 들었다. 잡지는 오늘의 신간으로 박씨 가문의 일도 보도하고 있으며 심지어 송씨 가문의 현재 상황까지 분석하기도 했다.원아는 잡지를 이연에게 건네주었
매니저는 이것이 매장에서 가장 비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약간 경악했다. ‘방금 염 교수님 아무것도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는데, 막상 고른 액세서리 세트는 오히려 우리 매장에서 가장 비싼 것이라니. 이 염 교수도 보통 여자가 아니시네! 미처 당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해요.’모든 것을 다 포장한 후에 매니저는 공손하게 원아 앞으로 가지고 왔다.원아가 일어서서 물었다.“모두 얼마입니까?”순간 매니저가 좀 당황했다.‘뭐야? 자기가 돈을 내려는 건가?’원아가 핸드백에서 은행카드를 꺼내는 것을 보고
윤 여사가 보기에는 A시의 명문가 집안 딸이 아닌데도 이렇게 비싼 명품 브랜드를 살 수 있다는 것은 허영스러운 화이트칼라나 재벌가의 애인일 것이다.또한 원아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게다가 이연과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윤 여사는 이미 스스로 원아를 어떤 재벌가의 애인으로 여겼다.“이연 씨, 우리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윤 여사는 시선을 돌려 이연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네, 사모님, 정말 공교롭네요.” 이연은 긴장과 어쩔 수 없음을 숨기고 담담한 척하며 윤 여사를 대하려고 애를
송현욱 어머니는 아마도 장인숙처럼 이연을 난처하게 했을 것이다.이연은 원래 천덕꾸러기가 아니었지만 요 몇 년간 송현욱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그렇게 많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을 텐데 확실히 괴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다.만약 송현욱이 이연에게 정말 잘해 줬다면, 원아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다.음식이 나오자 이연은 고급스럽게 세팅된 음식을 보고는 갑자기 식욕을 잃었다.“조금이라도 먹어요. 먹고 나면 바로 돌아가서 쉬죠.”원아가 권했다.“그래요.” 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움직였다.밥을 먹은
송현욱의 결혼에 대해 윤수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만 이 일은 집안 남자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연은 설령 지금 공개하지 않더라도 송씨 가문은 이미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즉, 박인서는 영원히 송씨 가문의 손자며느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송현욱이 애초에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애초에 이 두 사람은 두 집안의 이익을 위한 정략결혼이었는데, 지금은 박씨 가문에 일이 생기자마자 박인서는 바로 버려지는 꼴이니, 이연은 송씨 가문의 사람들이 역시 무정하다고 생각했다.이연은 비록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