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준이 원아의 건강 상태를 궁금해했다. 원아는 침대에 누운 채 간단히 대답했다.잠시 후, 동준이 도움을 청하는 문자를 보내왔다.[교수님, 정말 죄송하지만 부탁하나 드릴게요. 지금 R국 언어로 된 긴급 서류가 하나 있는데 제가 번역을 할 줄 몰라서요. 혹시 교수님께서 번역 좀 해 주실 수 있을까요?]원아는 문자를 보면서 동준이 정말 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원아는 곧바로 동준에게 서류를 메일로 보내 달라고 답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번역을 마무리해 보내겠다고 약속했
30분 후에 병실 문이 열렸다.원아는 잠이 들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눈을 뜨자 침대 맡에 문소남이 서 있었다.“문 대표님...”원아가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소남 씨가 무슨 일이지?’소남은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노트북과 문서 파일을 바라봤다. 문서 파일에는 T그룹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이게 뭐죠?”“아, 문서를 번역 중이었어요.” 원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속으로는 그가 왜 여기에 왔는지 궁금했다. ‘잠 잘 시간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이면 고택에서 바쁘게 일
동준이 떠나고 나자 원아는 다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그때, 사윤이 병실로 들어왔다.“염 교수님, 제가 어제 교수님께서 받은 검사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다 정상이에요. 교수님이 원하시면 오늘이라도 퇴원할 수 있어요.”그러잖아도 원아는 퇴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녀는 그 말에 정말 기뻤다. “그럼, 퇴원하겠어요.”“네, 알았어요.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이 드레싱하고 약을 다시 한번 바르고나서 퇴원 수속하시고 바로 퇴원하시면 될 것 같아요.”사윤이 말했다. 원아의 이마의 상처에서 출혈이 많았던 것 외에는 다른 이상
“네. 배 선생님이 왜 상처를 소독하라고 한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 상처는 이틀이 지나면 딱지도 떨어질 것 같은데요.” 간호사는 여전히 놀란 얼굴이었다. 이렇게 상처가 빨리 아무는 건 처음이었다.“배 선생님이 제 상처를 보지 않아서 모르셔서 그랬을 거예요.”원아가 말했다. 입원 후 사윤은 그녀의 상처를 확인한 적이 없었다. 항상 공포의 섬에서 보낸 ‘간호사’가 원아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하긴, 배 선생님이 이런 것까지 신경 쓰긴 힘들거예요. 그런데 왜 그동안 약을 발라줬던 간호사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소남 씨가 날 책임진다고?’원아는 소남의 말에 놀랐다. 지금 물을 마시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놀라서 사레가 들렸을지도 모른다.“대표님, 지난 번 일이 대표님이 원해서 일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절 책임지실 필요도 없어요. 전 대표님을 탓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그녀는 얼른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말했다. 소남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원아야. 아직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왜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거지? 무엇 때문일까?’‘지금 원아는 마치 나를 뱀과
문소남은 원아의 짐을 차 트렁크에 싣고 나서 차에 탔다.원아를 보니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설마 내가 방금 한 말 때문에 놀란 건가?’‘하지만 원아는 그렇게 쉽게 놀라는 사람이 아닌데...’소남이 물었다. “염 교수, 혹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요?”원아는 고개를 저었다. 소남은 그녀가 무언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말하려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차는 원아가 사는 아파트로 향했다. 소남은 아파트 입구를 통과해 그대로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원아는 그런 그를 보며 아무 말
원아가 승낙했으니 이야기는 끝난 셈이다.잠시 정적이 흘렀다.원아는 살며시 눈을 들어 소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잘 삶아진 흐물흐물한 고기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전에 소남이 가장 싫어했던 음식이 삶아서 흐물흐물해진 음식이었다. 요리사가 그의 입맛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음식들은 모두 소남이 요리사에게 만들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원아가 먹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원아는 식탁에서 차려진 부드러운 음식들을 보면서 물었다.“대표님은 여기 있는 음식들이 입맛에 맞지 않으시죠?”그러자
“대부분 영양제예요. 아마 배 선생님께서 제 건강이 걱정돼서 이렇게 처방하신 것 같아요.”원아가 얼른 대답했다. 지금 먹을 약들은 확실히 몸에 좋은 것들이라 되도록이면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원아는 연약해 보이긴 했지만 건강했었다. ‘그런데 원아가 지금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길래.’‘고생을 많이 해서 몸이 나빠진 것 같아.’원아는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은 채 약을 삼켰다. 소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휴식을 취했더니 확실히 몸이 많이 나아진 듯 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