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진은 자기가 한 말이 영은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을 알지 못한 채 웃으며 ‘초설’을 바라보았다.“초설 씨, 빨리 영은의 맥을 짚어봐요. 요즘에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걱정이 되거든요.”“네.” 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임영은을 바라보았다. 맥을 짚기도 전에 그녀의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가씨 피부가 누르스름하고 눈이 부은 걸 보니 오랫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아요.”그녀는 임영은의 몸이 좋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 말에 영은이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이 여자가 내 생활을 엿보기라도 한 거야
미자가 영은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염 교수님 말씀이세요? 저는 교수님이 어떤 제약 회사의 신약연구원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다른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영은은 별 소득 없는 대답에 화를 내며 소파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쓸모없는 인간!”주희진은 ‘초설’을 배웅하고 돌아와 미자에게 지시했다. “이모님, 빨리 제 침실에 가서 가방을 가져오세요. 아, 맞다! 그리고 영은의 가방도 같이 가지고 오세요.”“엄마, 어디 가요?” 영은은 왠지 다급해 보이는 희진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다. “지금 당장 병원에 가자. 가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문소남은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주희진은 옆에 있는 영은에게 조용히 하라고 손짓하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소남아, 무슨 일이니?”영은은 문소남이라는 말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왜 하필 지금 전화를 했지?’‘설마 내가 몰래 돌아온 걸 알게 된 건 아니겠지…….’영은은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귀국에 성공하기 위해 특별히 사람을 고용했다 그들은 그녀가 M국에서 생활한 흔적을 위조하기도 했다.그러니 문소남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바쁜 사람이 어떻게 자기만 감시하고 있겠
원아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왠지 문소남이 자기 때문에 아이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 같아 민망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문소남과 둘만 가는 여행이 아니었다. “너희들이 방학하고 나면 가족들과 여행을 갈 수 있을 거야.”원아가 말했다.“그럼 누나도 그때 우리와 같이 가면 안 돼요?”헨리가 물었다.원아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멍한 얼굴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까?”“전 누나랑 같이 가고 싶어요. 누나랑 같이 가는 게 아빠랑 놀러가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요.”헨리가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소남은
주희진은 임영은이 침실 문을 잠갔다는 건 알았지만 혹시나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걱정이 됐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면 문소남에게 알릴 것이다.주희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불안함을 숨겼다.“오늘 아침에 장난감방을 소독했더니 지금 냄새가 많이 나. 그러니 올라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혹시 갖고 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줘. 그럼 외할머니가 가서 가져올게.”헨리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철 든 소리를 했다. “외할머니, 힘들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볼래요.”“그래, 애니메이션
원아는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30분이었다.주방에서 밥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저녁 준비가 거의 다 된 모양이었다.하지만 오늘은…….헨리는 ‘초설 누나’가 창밖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누나, 지금 무엇을 보고 있어요?”“비가 올 것 같아.” 하늘이 어두컴컴한 것이 비가 올 것 같았다.“정말 비가 올 것 같구나. 빨래를 걷었나 확인해야겠어.” 주희진은 창밖을 보고는 얼른 2층 베란다로 향했다.“이모, 제가 도와드릴게요.”원아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2
임미자는 보통 비가 많이 내려 집에 가기 힘들 때만 임씨 저택에서 잤다.주희진은 창밖을 내다보고는 허락했다.“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길이 위험하니 여기서 주무세요.”“감사합니다. 아까 일기 예보를 보니 오늘 밤에 폭우가 내린대요.” 임미자가 말했다.“더 많이 온다고요?” 주희진이 놀란 얼굴로 문소남을 바라보았다.“소남아, 너희들도 조금 더 있다가 가.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운전하는 건 위험해.”“네.” 소남이 대답했다. 그는 주희진이 자신을 잡을 줄은 몰랐다.‘금방 그칠 비가 아니야. 위에 있는 임영은이
밤 11시.원아는 장난감방의 소파 베드에 앉아 휘둥그레진 눈으로 장난감을 바라보았다. 그곳을 보니 임문정과 주희진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지는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이렇게 상냥하고 부드러운 부모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다. 두 분은 자신들이 가진 사랑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주었다. 그때, 주희진이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모.”“들어가도 될까요?” 주희진이 문 앞에 서서 물었다.“그럼요.” 원아가 말했다.주희진은 들고 있던 옷 한 벌을 소파 베드에 올려놓았다.“원아 방에서 찾아봤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