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염초설’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녀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할 방법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밤이 더욱 어두워졌다. 소남이 시간을 확인하니 밤 11시였다.꼬르륵- 꼬르륵- 그때, 배꼽 시계가 울렸다. 그가 돌아보자 원아가 당황한 얼굴로 배를 움켜 잡았다. 그동안 배불리 먹으며 지내다가 갑자기 굶으니 뱃속이 요동했다. “배고파요?” 소남이 일어나더니 근처에 먹을 것이 있는지 살펴봤다. 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우 많았다. “아니에요. 문 대표님, 어디 가세요?” 원아는 그가 정자 옆으로
원아는 소남에게 기댄 채 씁쓸함과 괴로움을 참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꿈꾸던 것들이 실현되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원아가 원했던 것은 차가운 그가 아니었다. 비록 소남의 체온이 전해지고는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렇질 않았다. 원아는 그가 전에 보인 관심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모두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차가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따뜻하게 대해 달라고 요구할 입장은 아니었다. “조금 더 자요. 곧 날이 밝을 거예요.”소남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그녀는 소남이 자신이 자고 있지 않다는 것
이번 일은 산을 관리하는 직원의 잘못 때문이었다. 자기 쪽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매니저가 웃으며 사과했다.“동 비서님, 저희 리조트에서는 관리를 잘 하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저희가 이미 문 대표님이 계신 곳에 사람을 보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먹을 것과 물을 가지고 갔으니 괜찮을 겁니다.”동준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리조트 책임자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일꾼들에게 일을 서두르라고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1시간 후, 산길 위의 돌은 깨끗이 치워졌다. 그때, 동준이 멀리서 누군가
문소남은 동준이 나간 것을 알고도 여전히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어젯밤과 예전의 일, 그리고 다른 일들이 뒤섞여 매우 혼란스러웠다.사람마다 노래를 부를 때 발성법이 다르고 소리도 달랐다. ‘염초설’이 어젯밤에 불렀던 노래를 떠올릴수록 원아와 너무 비슷했다. 소남은 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혼란스러워했다.누군가 다른 사람의 흉내를 낸다면 행동이나 목소리를 비슷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녀처럼 닮을 수는 없었다. “염초설, 당신 도대체 누구야…….” 소남이 혼자 중얼거렸다.다른 곳.원아는 택시를
원아는 티나의 말에 얼른 대답했다.“그러실 필요 없어요. 오늘 저녁은 내려가서 먹을게요.”티나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그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누워 계세요. 허리에 무리가 가면 안되니까요.”“네, 알겠어요.”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티나가 떠나고 나자 원아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노트북 화면을 바라봤다. 엘렉세이는 국경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아마도 안드레이가 준 임무가 국경 무역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전에도 안드레이는 알렉세이에게 M국 암시장에서 약을 빼앗아 가져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원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진희가 문소남을 사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마음 때문에 질투심이 생겨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할 말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아는 더 이상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스파게티를 먹기 시작했다.티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나도 장진희가 한 말 때문에 기분이 나쁜데 염 교수님은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하다니, 성격도 참 좋으셔!’원아는 주스를 마신 후 입을 닦았다.“티나 씨, 화내지 말아요. 장진희 씨는 앞으로 더
소남은 사윤의 하소연을 들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사윤은 소남의 차갑고 기복이 없는 말투에 정말 그가 장인숙의 친아들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 장인숙 여사는 성격이 매우 이상했고, 문소남은 아주 냉담했다.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원한이 많은 둣 마치 적을 대하듯 했다. 사윤은 문소남이 어릴 때 장인숙에게 학대를 받아 성격이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형님, 일단 빨리 돌아오세요. 전 더 이상은 못 참겠어요.]사윤은 순간 욱해서 말했다. 분명 장인숙에게
“대표님?” 원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허리가 아픈 거 아녜요? 내가 들게요.” 소남이 가방 끈을 잡아당겼다.원아는 난처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가 이렇게 가방 끈을 당기니 마치 괴롭힘을 당하는 초등학생 같았다.결국, 원아는 소남에게 가방을 주고 말았다. 소남이 가방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 그는 왼손에는 서류가방을 들고 오른손에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공항 안의 사람들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여자 가방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차라리 핸드백이었다면 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