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입안 가득 소고기덮밥 맛을 느끼며 씹지도 않고 삼켰다. 그리고는 맨밥과 채소 등을 연속으로 먹어 그 맛을 희석시켰다. ‘휴, 겨우 그 맛이 사라졌어.’원아는 가지고 온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고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녀는 반찬만 몇 번 집어먹은 후 도시락을 닫았다.소남은 ‘초설’이 소고기덮밥을 한 입 먹고는 그 후로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그 음식을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다.소남은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원아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외모
원아는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A시에 있을 때는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혹시라도 안드레이가 쳐 놓은 덫에 걸릴까 봐 꼼꼼히 살피고 검사했다.그러나 지금은 B시에 왔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안드레이에게 어떤 일정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먼 곳까지 안드레이가 신경 쓰지는 않을 것 같아서였다. 원아는 방문을 닫고 캐리어에서 노트북을 꺼냈다.여행 겸 워크숍으로 오긴 했지만, 알렉세이를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따라서 원아는 특수한 프로그램이 장착된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원아는
티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임현임의 말을 반박했다.“기름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나쁠 정도는 아니에요. 저흰 젊으니까 소화도 잘 되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운동을 하면 살도 찌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조심해야겠지요.”임현임은 그들이 음식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가 반박을 당했다. 순간, 그녀는 화가 났다. 사실 그녀는 ‘염초설’을 겨냥해 한 말이었다. 자신과 별로 상관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아무 일도 없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나가 그녀를 두둔할 줄은 몰랐다.티나는
원아는 방으로 돌아왔지만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원래 한밤중에 나갈 계획이라 미리 잠을 자 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차에서 잠을 너무 많이 잤던 까닭에 잠이 오지 않았다.원아는 일어나 앉아 시간을 확인했다. 12시가 되려면 두 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지금 나가면 너무 일렀다. 하지만 약을 먹고 잠이 들면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알렉세이를 찾으려면 너무 늦으면 안 된다.원아는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열어 뉴스 영상을 시청했다. T그룹이 전체 직원과 함께 여행을 떠난 것이 화제였다. 그녀는 기사
‘마취약이 없다고……?’원아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을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일반 상처보다 여러 번 봉합해야 하기에 통증도 더 심할 것이다. 원아는 알렉세이가 과연 그 통증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알렉세이는 원아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원아를 바라보았다.“전 괜찮으니 수술해 주세요.”원아는 알렉세이를 잠시 쳐다봤다. ‘지금 이렇게 고민할 시간이 없어. 빨리 해야겠어. 어차피 봉합해야 할 상처야. 시간을 끌수록 좋지 않아.’“도구들은 어디 있어요?”원아는 마침내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아는 이를 악물고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옆에서 그녀와 알렉세이의 대화를 감시하고 있었다. 알렉세이는 원아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임무에 참여한다면 오히려 불안할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알렉세이는 단지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지한 얼굴로 알렉세이를 바라보았다. “뭐가 괜찮아? 넌 지금 상처까지 입었어. 더 조심해야 해. 알았어?”“네, 조심할게요.” 알렉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그가 부상을 입은 것은 계획된 것이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
다음날.원아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그녀는 그 소리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한참 후에야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문구멍으로 밖을 확인했다. 티나였다.문을 열자 티나가 웃으며 인사했다.“염 교수님, 안녕히 주무셨어요?”“안녕하세요.” 원아의 눈을 문지르며 인사했다. 그녀는 잠이 덜 깬 원아를 보고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교수님, 깨워서 죄송해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제가 늦게까지 잔 거예요. 그런데 무슨
알렉세이는 원아의 당부를 들으며 기분이 좋았다. ‘평생 이렇게 아가씨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자신이 가장 약할 때, 원아는 자신이 용감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다. 알렉세이 역시 원아가 힘들어할 때 말없이 원아 옆에 있어 주었다. 알렉세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는데도 왜 원아 아가씨는 자신에게 설레지 않는 걸까?원아 아가씨에게 난 아직 너무 부족한가?원아의 마음속에 있는 문소남 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확실히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원아는 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