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욱이 자신의 계획을 너에게 알려주었나?”소남이 물었다.송재훈은 순간 멈칫했다. 그의 집안에서 자신은 지시대로 행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송씨 가문 일에 참견하는 것이 귀찮아 매번 빠졌다. 그래서 현욱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가 세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러나 겉보기에 모든 공을 세운 사람은 현욱이었다. 하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소남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침착한 걸로 보아 그는 이미 현욱의 계획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정말 현욱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 계획을 가지고
이강은 이연이 직접적으로 묻자 빙빙 돌리지 않고 말했다.“그럼 빨리 사천만 보내. 엄마 약값 내야 하니까.”“사천이라고?” 이연은 눈썹을 찌푸렸다.“신약이 비싸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 정도면 싼 거야. 간병인에게 줄 간병비랑 어머니의 병원 식비 다 내야 하잖아.”이강은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했다 이연은 이미 그가 말도 안돼는 돈을 요구할 것을 알고 있었다.“이따가 천만원을 보낼게.”이연이 말했다.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겨우? 그걸로 뭘 하라는 거야?”천만원이면 황신옥의 병원비로는 충분했
원아의 예상이 맞았다. 실험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문이 퍼졌다.연구원들은 그녀가 문 대표와 함께 차에서 내려 회사에 온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서자 미처 대화를 멈추지 못한 그들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로 걸어갔다. 그녀 팀은 모두 남자 연구원들이었다. 원래 여자 연구원들도 면접을 보러 왔지만 한 명도 뽑지 않았다.남자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여자들보다는 가십을 덜 좋아한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문소남처럼 그런 이야기에
‘전에 있었던 살인사건은 염초설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극대화시켰을 뿐이야. 분명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을 거야. 그래서 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거지.’‘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과거는 보통 매우 형편없어.’‘내가 염초설의 형편없는 과거를 파헤쳐 문소남에게 알려주면 염초설을 멀리할 거야.’티야는 주먹을 쥐더니 휴대전화를 들었다.그때, 에마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티야 선생님, 전에 예약한 환자분이 상담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티야가 짜증 섞인 투로 대답했다.“알았어요.”“지금 가실 거예요?”에마가 다시
원아의 신경은 순식간에 팽팽해졌고 문고리에 걸린 손도 약간 떨렸다.종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은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비록 이곳의 보안 시스템이 전에 살던 곳보다 수천 배, 수만 배 더 좋다고 해도 안드레이라면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이 세상에서 안드레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별로 없을 것이다.원아는 깊게 한번 심호흡을 하고 다시 생각을 했다. 만약 안에 있는 사람이 안드레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은 문소남의 아파트였다.그가 자신의 집에 CCTV를 설치했을지도 모른다. 안드레이가 들어왔다면 CCTV
“누나, 우리 같이 가요.”헨리는 ‘초설 누나’가 거절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누나랑 밥 먹은지 너무 오래되서 그동안 입맛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살도 많이 빠졌어요.”헨리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울상을 지었다. 원아는 아들을 보면서 정말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전에는 포동포동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헨리는 아직 아이라 체중 조절이 필요 없었다. 그녀는 엄마로서 마음이 아팠다. 눈치 빠른 헨리는 ‘초설 누나’의 마음이 기울었음을 느끼고 계속 애교를 부렸다.“누나, 저 불쌍하죠? 그러니까 저랑 같이 밥
원아는 직원이 소남에게 오렌지주스를 건네는 것을 바라봤다. 그녀는 소남이 주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신선한 주스라 해도 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소남은 오렌지 주스를 받아 ‘염초설’ 앞에 놓았다.직원이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렌지 주스는 비타민 C가 풍부해서 여성의 피부에 좋습니다. 사장님께서 사모님을 정말 생각하시는군요. 잠시 후, 다시 한 잔 가져오겠습니다.”그러자 그녀가 얼른 설명했다.“괜찮아요. 사장님은 주스를 좋아하지 않아요.”말이 끝나자마자 소남이 그녀를 바라
헨리는 아빠 문소남이 매력이 없다는 것을 직접 지적했다.소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누가 쓸데없이 그런 드라마를 보라고 했어?”“큰 할머니가 보고 계실 때 같이 봤어요. 아빠, 드라마가 쓸데없어요? 그렇게 쓸데없는 걸 큰할머니는 왜 봐요?” 헨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소남 친어머니 장인숙이 감옥에 들어간 이후로 소남 아버지인 문진호의 본처 채은서 여사는 자기가 문씨 고택의 유일한 안주인인 양 생활했다. 문씨 가문 제일 큰 어른 문현만이 거실에 없을 때면 그녀는 거실의 커다란 소파에 기대어 일일 드라마나 아침 드라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