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텔 서비스가 얼마나 좋은데요. 괜히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원아는 안드레이의 계획에 천천히 발을 들여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사윤 역시 그 계획에 포함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윤은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사윤은 그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것과 소남이 말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뭐 귀찮을 일인가요? 괜찮아요. 그렇죠, 형님?”소남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퇴원할 수 있나?”사윤은 소남이 자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원아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혹시라도 작은 호텔에 가면 문소남의 이름으로 대신 체크인 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작은 곳이라면 그리 엄격하지 않아 자신의 신분증이 아니더라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창 밖을 보며 작은 호텔이 있나 찾아보려다 갑자기 현기증을 느꼈다.아직 뇌진탕 증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소남이 그 모습을 보더니 말했다.“함부로 움직이지 말아요.”하지만 어지러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조수석의 의자에 기대어 앞을 바라보았다. 또 다시 현기증이 날까 봐 고개를 돌리지도 못
명순이 보기에 문소남 대표는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염초설’ 교수가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돈 계산을 분명히 하려는 것을 보면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네, 교수님, 더 사야 할 게 있을까요?”“아니요. 충분해요.” 원아는 명순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다.가사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명순은 그녀와의 대화가 편했다. 그리곤 명순은 웬만하면 한번에 필요한 것들을 다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 말했다. “교수님, 저랑 같이 가실래요?”“아니요. 좀 쉬고 싶어요.” 원아가 고개를 저었다
에런의 발견은 대단히 중요했다. 식탁 위에 놓여있는 식재료가 담긴 장바구니만으로도 ‘염초설’의 진술의 진실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에런은 어떻게든 보스를 보호해야 했다.“보스, 제가 가서 계속 조사할까요?”사실, 요즘 티아 쪽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느라 ‘염초설’에 대해 방심했다. 소남은 다시 중심을 이쪽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했다.그 역시‘염초설’이 너무 의심스러웠다. “조사를 계속해. 데릭은 티야 쪽을 맡게 하고.”그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미 ‘염초설’이 무언가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자기에게 접
원아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명순이 한탄하며 말했다. “지금 세상은 너무 위험해요. 그 사람도 생각이나 했겠어요?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남의 집에서 죽다니. 그 집 주인도 재수 없어서 그 곳에서 계속 살수나 있겠어요?”원아는 이모님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자기 집에서 그런 일이 생겨서가 아니라 경비원 때문이었다. 원아는 계속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었다. 경비원이 자기 손에 죽은 건 아니지만 자기 때문에 죽었다.원아는 소파 손잡이를 짚고 일어섰다.명순이 얼른 일어나 그
원아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기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답답한 마음이 커졌다. 다음날.잠에서 깨어난 원아는 고개를 돌려도 어지럽지가 않았다. 안드레이가 그녀를 때려서 기절하긴 했지만 다행히 다른 곳은 다치지 않아 회복이 빨랐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이마의 거즈를 교체했다. 거즈를 머리에 한 바퀴 감는 것이 보기 싫어 이번에는 상처 부위만 살짝 붙였다. “교수님, 일어나셨어요?” 명순은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그녀를 깨우려다가 문이 열린 것을 보고 그녀에게 인사했다. 원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즈를
“왜 호텔에 가려고 하세요? 아파트에서 지내도 되잖아요. 대표님이 배려해 주신 건데 좋지 않으세요? 다치기까지 하셨는데 이 기회에 잘 쉬고 몸도 몸보신도 하셔야 해요. 제가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만들어 드릴게요.”어제 문소남이 그녀에게 ‘염 교수’의 상태가 안정되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 보양식을 만들어주라고 당부했었다.원아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이제는 다 나아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하지만 명순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염 교수’를 붙잡는다고 해도 하던 일에서 조금 많아질 뿐이고, 붙잡지 못한다
헨리는 고개를 흔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누나, 여기에서 살면 안 돼요? 아빠가 그랬는데 여기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된대요.”소남은 집이 여러 개라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아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헨리를 달래기 시작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배고프지 않아? 우리 이제 밥 먹을까?”먹을 것 이야기가 나오자 헨리의 눈이 커졌다. 헨리는 ‘초설 누나’를 설득하려던 것도 잊고 쏙 들어간 배를 문질렀다. “배고파요. 오늘은 어떤 맛있는 음식이 있어요?”소남은 어이가 없는 듯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