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노려보던 로라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문소남이 아주머니를 보며 말했다.“사모님에게 물을 먹여줘요.”“네.” 도우미 아주머니는 얼른 물을 따라 빨대를 꽂아 ‘원아’의 입에 갖다 댔다. “사모님, 물 드세요.”로라는 아주머니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소남이 시킨 일이라 할 수 없이 물 한 잔을 전부 다 마셨다.2시간 뒤, 주희진은 달인 한약을 가지고 왔다.로라는 절대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 ‘염초설’이 처방한 것이라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고열이 났다가는 머리가 이상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로라는 갑자기 위기감이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것을 ‘염초설’에게 빼앗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안 돼! 원아에게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 수는 없어!’“원아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주희진은 ‘딸’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로라는 정신을 차리고 주희진을 바라봤다. “근데 염초설 씨가 어떻게 병원에 온 거죠?”“내가 부탁했어.” 주희진은 웃으며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랐다.그때, 임문정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말했다.“내가 아는 사람이 여기 입원하고 있어
주희진은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염초설과 몇 번 만나면서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원아’가 괜히 불안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걱정하지 마. 엄마가 소남을 잘 살필게.” 주희진은 불안해하는 ‘딸’을 달랬다. 문소남이 여자를 좋아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최근 뻔뻔할 정도로 소남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많긴 했다. 로라는 주희진의 손을 잡고 일부러 감격한 척했다.“엄마, 엄마가 있어서 정말 좋아요.”“바보야, 난 네 엄마니까 언제든지 네 편이야. 걱정하지 마. 초설 씨는 내 병을 치료해
헨리의 고민하는 모습을 보던 동준은 고개를 저으며 일을 계속했다.5분쯤 후, 동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내 대표님, 염 교수님이 그리워도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다른 누나에게 데려다 줄 수는 있는데, 어때, 갈래?”“티나 이모 말이에요?” 헨리가 물었다.동준은 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염 교수님은 티나와 나이가 비슷한데, 헨리는 왜 염 교수님은 누나라고 부르고 티나는 이모라고 부르지?’‘티나가 알면 가분 나쁘겠어.’“난 조금 있다가 회의를 하러 가야 해. 우리 막내 대표님은 티나 이모한테 가 있어.”동준은
‘소남 씨는 또 하루 종일 밥을 먹지 않은 거야?’원아는 오늘 병원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소남 씨는 이미 병원에서 하룻밤을 샜다고 들었어. 그러고 보니 그제 저녁에 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로는 먹은 게 없나 봐.’헨리는 ‘초설 누나’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손을 잡고 흔들었다.“누나, 우리 아빠는 위가 좋지 않아요.”‘맞아, 소남 씨는 위가 좋지 않지…….’원아는 아들의 작은 손을 가볍게 주무르며 말했다.“집에 채소와 달걀뿐인데. 그래도 아빠가 괜찮으시다면 와도 좋아.”원아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속으로 한숨을 쉬
“누나, 고맙습니다!” 헨리는 인사한 후 다시 고개를 숙이고 먹기 시작했다. 소남은 ‘염초설’이 헨리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녀처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헨리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소남은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원아는 곁눈질로 소남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오늘로써 식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벌써 세 번째였다. 매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조재하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정시예의 말을 소리 없이 인정하는 셈이었다. 정시예는 조재하가 이번 연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녀는 조재하의 안색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어 다시 물었다. “그럼 누가 가게 된 거예요?”“염초설과 서두인!”음침한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개발팀의 책임자인 그가 이번 연수에 가지 못하게 됐으니 분명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조재하는 심각한 얼굴로 시예를 바라봤다. “정시예 씨, 확실하게 조사하라고 했죠! 그런 일 하나
원아는 통화를 마친 후 황급히 휴가계를 써서 조재하의 사무실로 찾아갔다.문을 두드린 후, 휴가계를 조재하의 책상 위에 놓았다.“교수님, 제가 잠시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조재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염초설’이 내민 서류를 바라봤다. 전 같았으면 말없이 보내줬지만 이젠 달랐다. 전에는 그녀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좋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많이 쉬었지만 ‘염초설’의 연구 진도는 다른 사람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래서 그는 더욱 화가 났다. 조재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염 교수, 이번 달에만 벌써 몇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