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으로 사람을 찾는 것은 너무 느려 답답했다. 원아는 소파에 기대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원아는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한 후 방으로 들어가 쉴 생각이었다. 한잠 자고 체력이 회복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피곤했다.원아는 노트북을 바라보다가 하품을 하며 방으로 돌아왔다.그러다가 맞은편 방문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원아는 문을 닫고 휴대폰으로 알람을 맞추어 놓았다. 그리고 조재하에게 문자를 보내 휴가를 냈음을 알려주었다. 오늘 밤 알렉세이를 혼자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안드레이가 A시에 나타났다는 것은 이곳이 안전
가짜 원아인 로라는 쉴 새 없이 문소남을 위해 변명하는 아주머니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감히 도우미 주제에 날 가르치려고 해!’문소남도 없는 마당에 좋은 사람인 척할 필요는 없었다. “시끄러워!”그녀의 호통에 가정부는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모님.”가정부가 주인댁 일에 관여해서는 안됐다. 하지만 방금은 사모님이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위로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호의를 받아주지 않을 줄은 정말 몰랐다. 아주머니는 보온병을 바라보
“손님을 접대하려고 간식을 준비하라고 한 건데 이렇게 마음대로 사면 어떻게 해요?” 로라는 아주머니 때문에 자신의 체면이 부끄러워졌다며 그녀를 나무랐다.화가 잔뜩 난 ‘원아 사모님’의 말에 가정부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지금 당장 나가서 다시 사오겠습니다.”심가인은 눈앞의 두 사람이 마치 연극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사모님, 됐어요. 아주머니가 사모님을 걱정해서 그런 거니 괜찮아요. 병원 간식거리들이 좀 맛이 없긴 하지만, 이따가 배달을 시키면 돼요. 사
벌써 저녁이 되었다.알렉세이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장비를 챙기며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했다. 그는 방에서 나오다가 원아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나, 오늘 출근하지 않았어요?”“약 때문에 후유증이 있는 것 같아 오늘 휴가를 냈어.” 원아는 알렉세이가 검은 옷과 검은 바지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이제 출발하려는 거야?”검은색이 몸을 숨기기에 좋은 색이었다. 특히, 밤이나 어딘가를 다쳤을 때…….“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얇은 외투를 벗었다.그녀
수제비를 먹고 난 원아와 알렉세이는 임무수행을 위해 출발했다.그들은 바로 목적지로 가지 않고 주변을 몇 번씩 돌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내가 찾아봤는데, 여기에 구멍이 난 곳이 있어. 그곳으로 들어가면 돼. 들킬 염려 없어.”원아가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검은색의 타이트한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알렉세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아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다.두 사람은 CCTV를 피해 고급 단독 전원주택으로 향했다. 그들이 지금 서 있는 곳은 CCTV 사각지대였다.집 안에는 불이
마스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알렉세이는 반달처럼 변한 그녀의 눈을 보며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자.”알렉세이는 원아의 말에 옛 기억이 떠올랐다. 공포의 섬에서 처음 원아를 만났을 때, 원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드레이에게 대항했었다. 그가 다른 용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 원아는 차가운 얼굴로 그들과 맞서며 자신에게 ‘가자’라고 말했다.알렉세이는 손을 뻗어 원아의 옷을 잡아당겼다. 원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알렉세이를 바라봤다. 알렉세이가 말했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요.”원
원아는 온종일 회사 일로 바빴다. 야근을 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문소남과의 약속이 생각났다. 퇴근 시간이 되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주희진의 전화였다. 원아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주희진과의 첫 통화이니 누구인지 모르는 척해야 했다. 주희진은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운 듯 흥분된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염초설 씨예요?]“네, 맞습니다. 혹시, 주 선생님이세요?” 원아는 엄마 목소리에 눈가가 촉촉해졌다.전에 주희진과 처음으로 모녀관계로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목소리가 떨렸었다. [맞아요. 나를 기억하고 있어요
원아는 주희진을 따라 소파에 앉았다. “임 선생님, 주 선생님, 아가씨라는 호칭이 너무 낯설어서 그러는데 그냥 초설이라고 불러주세요.”주희진과 임문정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좋아요. 초설이라는 이름이 좋군요. 나도 초설 씨와 친해지고 싶어요. 하지만 싫어할까 봐 조심스럽군요.”“전혀 그렇지 않아요.”원아가 얼른 대답했다. 원아는 임씨 저택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임문정 부부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부모님이 자신을 계속‘아가씨’라고 부르면 왠지 자기 마음도 멀어질 것 같았다. “좋아요. 그럼 초설 씨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