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그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지만, 심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시대로 약을 조제했다. “약?” 로라는 속으로‘나스쨔’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아침저녁으로 상처에 발라야 해요. 만약에 내가 약에 독을 넣었을까 봐 걱정되면 안 발라도 되고요. 하지만 당신이 자꾸 상처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면 문 대표님이 알아챌 지도 몰라요.” 원아는 문 손잡이를 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 참! 당신은 나에게 시비를 걸려고 온 건 아니겠지요? 어차피 당신이 나에게 사과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우린 각자 자기 일만 열
“네, 사모님.” 주지혜는 ‘원아’의 명함을 들고 속으로 무척 기뻐했다. 그녀는 ‘원아’을 배웅하고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때, 조재하가 사무실로 들어왔다.“지혜 씨, 아침 내내 뭘 한 거예요? 지원자들 개인자료를 내 책상에 놓으라고 했는데 아직 인가요?”주지혜가 얼른 일어나 설명했다. “방금 사모님을 모시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었어요. 지금 바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사모님? 어떤 사모님?” 조재하는 주지혜가 핑계를 대고 있다고 생각했다.원래 개발팀에는 연구 보조가 두 명이었지만, 이수혁이 ‘염초설’의 개인
대표실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았던 동준은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또 무슨 일로 대표님이 기분이 상했는지 궁금했다. ‘설마 점심이 맛이 없나?’동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아직 보고하지 않은 일이 생각나 되돌아갔다. “대표님!” 그가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소남이 소리쳤다.“무슨 일이야?”동준은 소남이 조금 전 친 것이 유리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창문을 살폈다. 다행히 금이 가거나 깨진 곳은 없었다.“오늘 오후 2시 30분에 BA제약 대표님과 약속이 있습니다.”소남은 기억이 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며
동준은 문소남 곁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그때 그때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응.” 소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앉아 초청장을 서랍 안에 넣었다.동준이 다시 물었다.“대표님, 조재하 교수에게 이번 연회에 참석하라고 할까요?”안드레이는 일부러 연회에 연구원들을 데리고 오라고 한 듯했다. “그렇게 해.” 소남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염초설도.”동준은 의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염 교수님? 일반적으로 이런 연회에는 한 명만 데리고 가면 되는데 왜 염 교수까지 데리고 가시려는 거
조재하는 내선전화를 들고 이 좋은 소식을 다른 연구원에게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정시예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가는 도중 동준에게 전화를 걸어 ‘염초설 교수’대신 다른 연구원이 연회에 갈 것임을 알렸다. 한편, 원아는 조재하의 사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문 앞에서 그녀는 이수혁을 만났다. “정리 다 됐어요?” 원아는 수혁이 정리한 자료를 받아 들었다.“다 정리했습니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교수님, 제
정시예는 ‘염초설’이 문소남 차에 오르는 모습을 떠올리자 갑자기 마음이 좋질 않았다.‘난 예쁘게 생겼고 젊은데 염초설은 문소남 같이 멋있는 남자와 만나고 난 왜 조재하 같은 남자와 어울릴 수밖에 없는 거지?’정시예는 운전하고 있는 조재하를 힐끗 보고는 일부러 말을 꺼냈다.“그 기사와 루머가 모두 사실일 줄은 몰랐어요. ‘원아 사모님’이 너무 불쌍해요.”조재하는 그녀의 말이 가식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문 대표님과 염초설의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마.”“아, 저는 그냥 놀라워서 그런 거예요.” 정시
“좋아요.”원아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어차피 그녀가 사내 연애를 할 일은 없었다. 문소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었다. 원아의 대답에 소남은 엑셀을 더 세게 밟았다.원아는 차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마치 익숙한 듯 침착했다.러시아워를 지나자 도로는 한산했다. 혹시라도 그가 사고를 낼까 봐 하는 두려움은 없었다. 원아는 소남이 운전 실력이 좋다는 것을 기억하고 침착할 수 있었다. 그는 원아가 사는 아파트단지 입구에 차를 세웠다.차가 멈추자 원아는 안전띠를 풀고, 소남을 향해 한마디 했다.“문 대표님
다른 쪽.문소남은 차를 몰고 가면서 알렉세이를 떠올리자 왠지 기분이 찜찜해지자 바로 동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초설에 관한 모든 자료를 보내.”그가 말했다.동준은 멍 해졌다. [대표님, 전에 보셨잖아요?]“다시 봐야겠어.”소남이 말했다.[네.] 동준은 보스가 갑자기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명령은 반드시 따라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노트북을 켜고 ‘염초설’에 대한 자료들을 모두 뽑았다. 자료는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염초설’의 파일을 찾아 소남의 메일로 보냈다.큰딸 일수가 옆에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