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요.”로라는 실망했지만 소남이 아이들 편에 서는 것이 익숙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헨리는 기쁜 얼굴로 소남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빠, 숙제 가르쳐 주세요.”“알았어.”그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더니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로라는 그런 부자의 보습을 보더니 안색이 변했다. 자신이 사 온 장난감을 바라보던 그녀는 점점 더 화가 나기 시작했다.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다니!’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포장을 벗긴 장난감들을 다시 쇼핑백에 쑤셔 넣었다.그때, 문 노인이 다가와 가득 쌓인 장
로라는 기분이 나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난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리고 헨리.”헨리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전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로라는 아이의 말에 붉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소남은 아이처럼 행동하는 그녀에게 점점 더 차갑게 대했다. 그 때, 이 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그녀가 산 물건들을 들고 들어와 물었다.“사모님, 이것들을 사모님의 방에 가져다 놓을까요?”그제야 그녀는 아까 산 신상 옷들이 생각났다. 그녀는 일어나 소남과 헨리를 향해 말했다.“그럼 난 먼저 침실로 돌아 갈게요. 참, 그리
“원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원아가 기억을 잃은 후, 그는 ‘여보’라는 다정한 호칭 대신 이름을 불렀다. 로라는 거울 속에 갑자기 나타난 소남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정신을 차렸다. 두 사람은 겉보기엔 잘 어울리는 듯했지만, 실제로 둘 사이의 거리는 엄청났다.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갑자기 해독제를 전해준 용병 테오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로라, 보스가 신경 써서 원아와 똑같이 성형을 해주었는데, 지금 네 실적에 대해 불만이 많으셔. 대신 말을 전해 달라고 하셨는데, 만약
로라는 소남의 말에 그제야 안도했다. ‘나스쨔는 T그룹 건물로 출근하지 않는구나? 다행이야.’하지만, 마음 한 켠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녀는 소남의 손을 잡고 애교를 부렸다.“소남 씨, 나한테도 T그룹에 자리 하나 마련해 주면 안돼요?”소남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집에 있는 게 싫어?”‘원아는 기억을 잃은 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헨리의 숙제조차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회사 일을 한단 말이지?’“집에만 있으니 너무 심심해요. 할아버지한테 더는 무시당하지 않도
원아는 T그룹이 너무 익숙해 눈을 감고도 관련 부서를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인사팀에 도착한 그녀는 입사 수속을 밟은 후, 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T그룹의 직원이 되었다.그녀는 인사팀 직원이 건네는 사원증을 받으며 기분이 이상했다. 사원증에 나온 사진이 왠지 낯설었다. “저기, 혹시 이름 좀 바꿀 수 있을까요?”원아가 사원증을 직원에게 돌려주며 말했다.인사팀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름을요? 뭐라고 바꾸실 건데요?”“염초설. 제 부모님이 지어 주신 원래 제 이름이에
“네, 감사합니다.”원아는 동준이 떠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편한 자세로 앉았다. 동준이 계속 지켜보자 혹시라도 정체가 탄로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하지만, 이미 딴 사람의 얼굴이 되었으니 그가 어떻게 알아보겠는가?원아는 물을 마시면서 약 15분 정도 기다렸다. 그때, 응접실 문이 열리고 소남이 들어왔다. “문 대표님.”원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남에게 인사를 했다. 행동이 왠지 부자연스러웠다.소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보고 마음이 이상했다. ‘나스쨔는 요염한데 반해 화장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인
로라는 너무 일찍 유치원에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헨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평소에는 운전기사 아니면 문소남이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그녀가 헨리를 데리러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로라는 심심해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만약 소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이런 일을 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녀는 현명하고 이해심이 많은 척해야 했다.한 시간 후, 로라는 카페에서 나와 천천히 헨리의 유치원 앞으로 걸어갔다.입구에는 아이를 데리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로라는 그들을 보며 눈살
문소남은‘원아’와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냥 막연히 언젠가는 아이들이 변해버린 엄마를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아이들은 그녀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로라는 훌쩍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말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아이들은 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내가 떠나는 것이 나아요.”“원아…….”소남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그녀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치원에 가서 헨리와 무슨 일이 있었어?”그가 물었다.로라는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 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