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설도훈은 소남의 말 속에 뼈가 있음을 알고 설도엽을 한쪽으로 끌고 갔다.“도엽아, 문 대표님은 우리 회사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하러 오신 거야. 그런데, 너는 지금 뭘 하려는 거야?”설도엽은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뀌며 소매를 뿌리쳤다.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문소남의 곁에 서 있는 원아를 쳐다보며 자리를 떠났다. 그의 눈빛에는 음탕함과 악독함이 가득했다…….설도엽은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그리고는 한쪽 구석에서 전화를 걸었다.“네가 최근에 개발한 그 약을 나에게 보내줘……. 맞아,
2층.안수지는 거의 부러질 뻔한 척추뼈와 엉덩이를 주무르며 겁에 질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거인처럼 장대한 몸은 마치 움직이는 큰 산 같았다.그녀는 그의 튼튼한 근육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너, 방금 어디까지 들었어?” 설도엽은 안수지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긴장된 눈빛에서 그의 통화내용을 엿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안수지는 오른쪽 손바닥을 세워 보이며 맹세하는 포즈를 취했다.“저, 저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요…… 정말…… 저는 약속할 수…… 아니, 저는 맹세할 수 있
시선을 느낀 원아는 고개를 돌려 안수지를 바라보았다.원아는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오랫동안 안수지를 보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이곳 연회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안수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허리를 졸라맨 슬림 한 디자인과 큰 치맛자락 그리고 그 위에 수많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한눈에 봐도 특별히 주문한 명품 브랜드의 옷임을 알 수 있었다.지금 안수지의 능력으로는 이런 비싼 드레스를 살 수 없을 것이다.안수지는 자신을 훑어보는 원아의 눈길에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아무리 자신이 이런 화
연회장 2층, 사격실.설도훈은 두 손을 주머니에 꽂고 서서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설도엽에게 호통을 쳤다.“도엽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일단 외국에 나가서 잠시 피해 있는 게 좋겠다고.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그리고 오늘 왜 또 문소남을 건드려? 문소남이 모스크바에서의 일과 비행기 사고의 진상을 암암리에 조사하고 있다는 거 알아!? 네가 아무리 잘 계획했다고 생각해도 분명히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거야. 너는 문소남과 직접 맞붙어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전혀 몰라!”설도엽은 그의
설도엽은 크게 웃었고, 그 웃음소리는 풍자와 득의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작은 형을 바라보았다. “작은 형과 큰형은 늘 그렇게 소심하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전전긍긍하죠. 빨리 가다가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워하지만, 사람이 독하지 않으면 어떻게 권력의 정상에 설 수 있겠어요? 그런 배짱이 없으면 어떻게 우리 집안을 위해 그 수많은 재산을 가져올 수 있겠냐고요? 저는 항상 형들보다 배짱이 컸어요. 지금 우리 집안 재산의 절반 가까이는 제가 가져온 거예요. 형들은 정말 너무 몸을 사립니다!”설도엽은 과녁 뒤
고급스러운 어느 호텔.로열 스위트룸.원아가 먹은 약은 그녀의 생각까지 통제했다. 아니, 그녀는 심지어 생각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오늘이 며칠인지, 자신과 얽힌 남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몸 안에서 일어나는 뜨거움과 솟구치는 욕망은 거의 그녀를 미치게 했다.그녀는 그의 몸에 최대한 밀착해야만 그 불편함을 조금 완화할 수 있었다.밤이 깊어 지자 두 사람의 얽힘은 점점 더 깊어지고 점점 더 심해졌다.날이 밝기 전쯤, 원아의 몸 안에 있는 약효는 효력을 다했고, 그녀는 극심한 피로 속에 혼미한 상태로
원아는 슬픈 표정으로 목적지도 없이 거리를 걸었다.그녀의 맑고 때 묻지 않은 큰 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번화한 도시, 수많은 차가 오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신호등을 전혀 보지 않고 길을 건넜다.그녀는 마치 유령처럼 길을 가로질러 지나갔고, 질주하던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원아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급제동을 걸었다.뚱뚱한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는 원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런 미친 여자 같으니라고! 신호등은 안 보고 뭐 하는 거야? 눈이 멀었어? 정말 X발, 재수 없어. 미친 여자를 만나다니!”남자의
원아는 익숙한 스포츠카 엔진 소리를 듣고 소남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마치 활에 맞은 새처럼 고개를 번쩍 들었다.햇빛을 등진 기다란 소남의 그림자가 그녀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그는 여전히 눈부신 남자였다.원아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알아챈 소남의 섹시한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시선이 멈추었다. 그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건장한 팔을 내밀어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다.그 순간, 원아는 몸을 웅크렸다. 그가 너무 친밀하게 다가오자 강한 압박 같은 것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