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이연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 것을 보고 자신이 괜한 것을 물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미안해, 이연, 내가 괜한 것을 물었나 봐. 혹시 송현욱이 너를 괴롭히진 않았어?”원아는 전에 이연이 힘든 일을 겪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송재훈 때문에 그녀의 인생이 망가져 버렸다.송현욱이 하필 그 짐승 같은 놈의 형이라니.그들 사이의 갈등은 너무 복잡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이연은 창가에 서서 조용히 밖을 바라보았다. 금빛 햇살이 그녀의 눈동자를 비추자 그녀는 눈에 심한 통증을 느
원아가 보기에는 역시 배경이 깨끗한 사윤이 이연에게 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일 뿐만 아니라 심리학 박사였다. 그의 조언과 위로가 있으면 이연이 더욱 쉽게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몰랐다.그러나 송현욱은 절대 만만한 남자가 아니었다. 이연이 순순히 집을 나선 것을 보면 지금 송현욱과 편안한 관계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원아는 소남에게 도움을 청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나 혹시라도 소남이 나서서 송현욱과 불쾌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 손을 잡고 ‘블랙 70
원아는 문소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애가 탄 그녀는 다시 송현욱에게 연락했지만, 그의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그녀는 마지막으로 레이에게 연락했다.겨우 전화는 연결되었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고 커다란 폭발음과 사람들의 부르짖는 소리만이 들려왔다.잠시 후, 레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지금은 통화가 어렵습니다. 일이 끝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원아는 당황스러움에 조금 화도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임서연은 원아의 표정을 살피더니 그녀를
소남은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는데, 심한 결벽증과 강박증이 있어 옷매무새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이라도 그는 반드시 깔끔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야 했다.“목표물이 나타났으니 추격해!”소남은 운전기사를 재촉했다.“속도를 내!”캐딜락은 바람과 함께 굉음을 내며 달렸고, 도망가던 중년의 남자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그는 자신을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차를 보더니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르고 있던 검은 옷의 무리가 소남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마트베이
문소남은 운전 기사에게 손을 내밀었다.“핸드폰 좀 빌려줘.”그의 손등은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곳곳에 살갗이 벗겨져 있어 차마 보기 힘들 정도였다.운전기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네주며 눈살을 찌푸렸다.“문 대표님, 손에 상처가 많습니다. 치료를 잘하셔야 해요.”소남은 그에게 손을 저어 보이며 전화를 걸었다.차가웠던 그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원아, 나야…….”그는 원아의 울음소리와 할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당황하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돌아갈게.”
문소남도 물론 마트베이가 얼마나 교활하고 잔인한 놈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사람으로 결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러시아 정부도 오랜 세월 동안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레이와 송현욱이 힘을 합쳐 그를 포위하고 추격했음에도 결국 놓친 것만 봐도 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아무런 준비 없이 그를 잡으려 들었다가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컸다. 또, 지금은 원아의 할아버지가 위중한 상태이니, 당장 A시로 돌아가야 했다.만약,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카시안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아르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내 진심을 당신에게 주었어.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땅에 던져 짓밟아버렸지. 당신은 내 자존심 따위는 전혀 신경 쓰기 않았어! 심지어 다른 여자를 위해 조직을 배신하고, 내가 의부의 엄청난 분노를 받게 했어!’‘난 더 이상 참지 않아!’‘당신이 그렇게 함부로 군 이상, 나도 의리 같은 거 신경 안 써! 다음에 다시 당신을 만난다면, 그때는 사정 같은 거 봐주지 않을 거야!’……그들이 밀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마트베이는 쓰러진 부하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은 모두 심장에 총을 맞고 단번에 죽임을 당했다.그는 마치 요정처럼 생긴 아시아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사악한 표정을 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궁지에 몰린 사냥감을 보는 것 같았다.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곧바로 이성을 찾았다.그는 각국의 비밀 정보망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그가 아시아의 대부 송현욱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그들의 각자의 조직은 하나는 아시아에, 또 다른 하나는 동유럽에 있으면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았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