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후.운전기사는 박 씨 별장에서 박시준의 모든 일용품 세트를 가져왔다. 물론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포함해서 말이다.이모님은 도시락과 보온 상자에 최소 3인분의 저녁 식사를 포장하여 보내왔다."진 아가씨, 이것은 사장님의 약입니다. 오늘 밤 수고 많으시겠어요!"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진아연에게 약을 건네주고 퇴근했다.진아연은 소파에 앉아 박시준의 물건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건가?!점심에 그를 쫓아냈어야 했어! 그렇게 했다면 이렇게 번거롭지 않았을 테니까!갑자기 침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약을 가지고 침실 문을 열었다.이제 집에는 두 사람뿐이기 때문에 그녀는 방의 환기를 하기 위해 문을 열어 두었다.그는 샤워를 끝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하지만 침대는 엉망이었다."뜨거운 물 있어?" 그는 약간 목이 말랐다.그녀는 약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따뜻한 물을 가지러 갔다.그는 부엌까지 그녀를 따라갔다."네 어머니는?" 그가 물었다."당신 덕분에 엄마가 호텔로 가셨어요." 진아연은 그에게 물잔을 건네며 물었다. "배 고프세요? 기사님이 저녁을 가져다주셨어요. 좀 드세요!"그는 점심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잠만 자서 배가 많이 고팠다."죽만 좀 먹을게." 그는 식욕이 없었다.그녀는 거실 테이블위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그 안에는 죽 한 그릇이 있었다.그는 죽을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침대가 나때문에 더러워졌네. 침대커버는 어디에 있어? 내가 바꿀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방금 샤워를 하고 나서 그런지 훨씬 더 가뿐해 보였다."가서 머리나 말리세요. 제가 바꿀게요." 그의 아픈 얼굴을 보며 그녀는 너무 화가 나도 참을수 밖에 없었다."헤어 드라이기는 어디에 있어? 못 찾겠어."그녀는 욕실에 드라이기를 가지러 갔다.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 그녀에게서 헤어 드라이기를 건네받았다.그녀는 방으로 가서 시트와 이불 커버를 바꿨다.두 사람은 마치 오랜 세월 동거
하지만 침대는 하나뿐이었다.박시준이 환자인 것을 감안해 그녀는 침대를 그에게 내줄 계획이었다.샤워를 마친 후 그녀는 소파로 와서 앉았다.오늘 밤은 소파에서 잘 예정이었다.하지만 30분 전 그는 진아연의 옆에 와서 앉았다. 오후 내내 잤던지라 지금은 졸리지 않은 것 같았다.그렇다고 억지로 재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네가 계속 결정을 못 내리니까 나도 일주일 동안 잠을 제대로 잠을 못 잔 거 아니겠어! 아연아, 우리 얘기 좀 하자!" 화면 반대쪽의 기술부 부장이 말했다."나도 매일 잠이 안 와! 잠은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고!" 개발부 부장도 입을 열었다."난 최근에 머리도 점점 더 빠지고 있어! 원래 얼마 없던 숱인데!" 인사부 부장도 한마디 했다.이 아저씨들은 불쌍한 척을 누구보다도 더 잘했다.그들의 목적은 진아연을 핍박하여 즉시 결정을 내리게 하는 것이었다.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덥석 가로챘다."…어! 영상 통화 중이라고! 폰 돌려줘요!"그녀는 그를 향해 움직이며 휴대폰을 빼앗아오려고 했다."이 남자는 누구야?! 어디서 본 듯한데!""아연이 남자친구인가? 이 시간에 아연이와 함께 있는 걸 보니… 남자친구가 틀림없어!""음… 이 사람 누구랑 좀 닮았는데…"반대편의 아저씨 세 명이 토론을 벌였다...."진아연, 이거 어떻게 끊는 거야? 버튼을 못 찾겠어." 박시준은 그녀의 휴대폰을 들고 한참 살펴보았지만 버튼을 못 찾아 결국 휴대폰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돌려받은 후 즉시 영상 통화를 종료했다."누가 내 폰을 가로채래요?!" 진아연이 따졌다."그 사람들 목소리가 짜증 나서." 시준은 눈꺼풀을 올리며 나른하게 말했다. "지금은 아침 9시가 아니라 저녁 9시야.""짜증 나면 집으로 돌아가든가요! 여긴 내 집이라고요." 아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시준은 그녀를 따라갔다.한편 3명의 부장들은 영상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내가 방금 아연이의 남자친구가 누군가를 닮았
"박시준 씨, 난 당신의 돈 필요 없어요." 그녀는 정색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이런 말 하지 마요.""왜 내 돈이 필요없는데? 내 돈은 다른 사람의 돈과 달라?" 그의 목소리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아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난 누구의 돈도 필요하지 않아요. 누구의 눈치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이 한마디가 그가 하려 했던 말을 모두 차단했다."나 잘 거예요. 방해하지 마요." 아연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그녀의 가녀린 등을 보며 시준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줬다.그녀는 바로 이불을 걷어냈다. "따로 덮어요. 그리고 날 건드리지 말아요."침대에는 두 개의 이불이 있었다.박시준이 덮은 건 두꺼운 이불이었고,그녀는 얇은 여름 이불을 덮고 있었다.다만 히터를 틀고 있어 방은 따뜻했다."두꺼운 이불은 네가 덮어. 난 얇은 거 덮을게." 박시준이 좋은 마음으로 말했다.아직 몸이 허약한 탓에 그는 항상 추웠다. 그래서 그녀도 추울 거라 생각했다."날 더워 죽게 만들 작정이에요?" 아연은 사정없이 말했다. "빨리 자요. 그리고 내일 아침 엄마가 돌아오기 전에 나가요. 당신이 우리 생활에 엄청 영향 주는 거 알아요?"시준은 이불을 덮으며 답했다. "알았어."10분 후, 아연은 폰을 들고 돌아누웠다.핸드폰 화면의 빛으로 그녀는 그의 떠진 눈을 보았다.어두웠지만 그의 눈은 차가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왜 안 자요? 추워요?" 그녀가 물었다."조금. 넌 더워?"그녀는 반팔 티를 입고 있었고,이불은 상체만 덮고 있었다.두 사람은 같은 계절에 있는 게 아닌 듯했다."내 걱정은 말아요… 담요 갖다 줄게요…" 아연은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는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네 이불의 절반을 덮으면 돼.""아..." 그녀는 그에게 이불의 절반을 내어주었다.하지만 이런 식으로 이불을 함께 덮는다면 시준 쪽으로 몸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이 점을 깨달은 그녀는 다시 일어나 담요를 꺼내려 했다."움직이지 마… 자고 싶어." 그는 긴 팔을
"아이고 우리 아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가혹한 환경에서 지내본 적이 없는데… 단 하루도 없었는데! 이게 다 뭐 하는 짓이냐고! 다 나 때문인 거 맞아! 내가 왜 진아연 그년을 시준이와 결혼시켰을까! 그 많은 여자 중에 하필 불여시같은 년을 골랐다니!"...방안에서는 박시준의 호흡이 점차 고르게 들렸다.아연은 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만졌다.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지만 체온은 정상이었다.그가 밤에 목이 말라 깰까 봐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물 한 컵을 부어 그의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았다.다음 날 아침, 진아연이 깨어났을 때, 옆에 박시준은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아침 8시가 넘었다.박시준이 아침 6시에 메시지를 보냈었다. "어제밤엔 잘 잤어. 먼저 갈게.그녀는 볼이 뜨거워졌다. 그의 문자를 읽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더운 거지?그녀는 리모컨을 찾아 히터를 껐다.얼굴을 씻고 방에서 나오자 장희원이 아침을 먹으라고 불렀다."너 시준이랑은 지금 무슨 상황이니?" 장희원이 수저를 건네며 물었다."무슨 상황이라니?" 진아연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시치미 떼지 마. 이혼할 거라며? 너희들 이혼하기는 글렀어." 희원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도 너와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던데. 널 진짜 좋아하는 것 같던데 말이야."아연은 한숨을 쉬었다. "엄마,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내 가치는 어느 남자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하지만 그가 계속 이혼하지 않으면 어떡할래?""정 안 되면 유학 갈 거야.""음, 좋지!""엄마, 빨리 밥 먹어! 국 다 식는다." 진아연은 숨을 쉬는 순간마다 그의 냄새가 감도는것 같았다.식사하고 나서 샤워해야겠네.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은 타월을 두른 채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옷장으로 걸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그가 옷을 얇게 입은 것을 보고 이모는 약간 걱정되었다. "회장님, 춥지 않으세요?""안 춥습니다. 오늘 많이 좋아진
강진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오빠 눈에는 내가 죽어도 안 보이지?""네가 보이는 사람을 찾아."강진은 뒤돌아서 떠났다.우울한 강진은 저녁에 강주승을 불러 술을 마셨다.강주승은 그녀의 퇴폐한 모습을 보며 쌀쌀하게 말했다. "너 지금 이런 모습을 좋아할 남자는 아무도 없어."강진의 눈은 분노로 빨개졌다. "밖에서 이미 스트레스로 충분히 피곤해! 집에 와서도 강한 척하라는 거야?!"주승은 그녀에게 술을 따라줬다. "진아, 우리 남매는 아직 마음이 잘 안 맞는 거 같구나. 내 말만 들으면 넌 뭐든지 얻을 수 있어.""박시준도 얻을 수 있어?" 강진은 한 모금에 잔을 비우고는 붉어진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주승은 긴 팔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살아있을 때 얻을 수 없다면, 죽고 난 뒤 유골이라도 네게 주마. 간접적으로 그 자식을 얻는 거지. 어때?" 강진은 얼굴색이 확 바뀌며 그를 힘껏 밀어냈다!"강주승! 너 미쳤어?! 박시준 건드리면 오빠고 자시고 다 내 적이 되는 거야!" 쾅!강주승은 뒤에 있던 탁자에 부딪혔고, 허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는 허리를 굽힌 채 펴지 못했다."오빠!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강진은 그를 부축하며 자책했다. "오빠랑 싸우고 싶은 거 아니야… 하지만 박시준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내 선이야. 그와 적이 되지 마!" "…이미 적이야." 강주승은 고통스러워하며 숨을 들이쉬었다. "그 자식이 진명그룹에 4,000억을 투자하겠대. 진아, 네 생각엔 진명그룹이 4,000억의 가치가 있을 거 같냐? 이건 나에게 도발하는 거라고!"강진은 놀라서 몸이 굳었다."지금 그 말 사실이야? 난 왜 들은 적 없지?" "그 자식은 널 믿지 않아. 게다가 일부러 내 귀에 들어오도록 정보를 흘렸어. 아마 진아연과 사적으로 얘기가 끝난 것 같아." 주승은 괴로운 얼굴로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약 좀 가져와." 강진은 약 상자를 찾으러 갔다.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다른 곳에 있었다.어쩌면
강진은 할말을 잃었다. "!!!" 그녀는 오전 내내 마음속으로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박시준을 만났을 때 진아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지 말자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참아왔던 모든게 와르르 무너져내렸다.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연회장을 떠났다.멀지 않은 곳에서 강주승은 여동생이 또다시 박시준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도 자기 집에서.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것은 거짓말이다.창피하지 않다는 것도 거짓말이다.강주승은 강진이 지난 10년 박시준에게 낭비했던 시간과 받은 수모를 오늘 밤 그에게 모조리 갚고 말겠다고 다짐했다!점심을 먹은 후 박시준은 휴식하러 객실로 갔다.그는 진아연이 아직 도착하지 않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강주승과 함께하는 것이 매우 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그에게 거짓말한 건가?객실에 들어간 후 그는 침대에 눕지 않았다.그는 별로 졸리지 않았고, 객실에 온 건 단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싶지 않아서였다.그는 동행한 경호원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아연이 도착하면 알려줘."문자를 보낸 후 그는 휴대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오후 4시쯤, 문밖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진아연이라고 알아? "알지, 주승 도련님이 좋아하시는 여자잖아! "맞아. 방금 도련님이 나보고 여자의 생필품을 준비하여 자기 방으로 가져오라고 하셨어. 진아연이 하룻밤 묵을 건가 봐." "도련님이 여자 꼬시는 건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잖아! 그 성공의 비법이 뭔지 알아?" " 뭔데?" "도련님에게는 여자가 고분고분 말을 듣게 하는 방법이 하나 있거든. 그 방법은 말이야…"문밖의 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그러면서 발걸음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박시준은 돌아와 전화를 받았다."회장님, 진아연 씨가 왔습니다. 강주승이 직접 문 앞에서 그녀를 맞이했습니다. 지금은 그녀를 남쪽으로
"박 회장님, 여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별장의 경호원들이 박시준을 막았다.시준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해! 내 아내가 안에 있어.""진아연 씨 말씀이십니까? 진아연 씨는 강 회장님과 함께 등산하러 가셨습니다."박시준은 얇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경호원은 멀지 않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방향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지금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등산길도 비교적 가파른 데다 익숙하지 않으시니 연회장으로 돌아가셔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그분들 곧 돌아올 겁니다."박시준은 주먹을 움켜쥐고 긴 다리로 등산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남쪽 구역 응접실.진아연은 강주승의 아버지가 자신의 창업 역사와 진명그룹에 대한 견해를 2시간 동안이나 들어주었다. 더 이상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강 회장님,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회장님의 생신이신데, 생신 축하드립니다. 업무상의 일에 관해서는 주승 씨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오늘 그의 생일만 아니었다면 진아연은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아버지, 쉬세요. 전 아연 씨를 데리고 식사하러 갈게요." 강주승은 시계를 보고는 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응접실에서 나온 뒤 진아연은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 어딘가가 서글퍼졌다.아마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낯선 불안감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나 보다."주승 씨, 당신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어요." 아연은 용기를 내 그에게 답변을 주었다.강주승은 발걸음을 멈췄고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왜죠? 확실한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진아연은 직언했다. "당신이 강진의 오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 당신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박시준이 당신에게 뭐라고 한 거죠? 박시준의 투자를 받을 계획입니까?" 강주승은 그녀의 대답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서글퍼지긴 했다."전 그의 투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아연의 눈은 맑고 차분했으
강주승은 잡혀서 주름진 소매를 떨쳐내며 차갑게 말했다. "강진! 난 걔 보디가드가 아니야. 걔가 어디서 뭘 하는지 감시할 여유 따윈 없어! 찾고 싶으면 직접 찾아보든가!"강진은 주먹을 들어 강주승의 가슴을 내치렸다. "연락이 안 된단 말이야!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의 경호원조차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시치미 떼지마! 집에 있는 신호차단기, 오빠가 일부러 설치한 거잖아! 모든 게 다 오빠가 꾸민 거잖아!"강주승은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그녀를 들어 어깨에 멨다."강진! 미안하지만 널 잠깐 방에 가둬야겠어! 오빠를 원망하지 마. 오늘 밤이 지나면 너도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거야!"연회장.진아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낯선 얼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마음속의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핸드폰을 보니 오후에 박시준이 걸어온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보였다.그가 그녀에게 보낸 문자는 이랬다. "문자 보는 대로 즉시 나에게 와! 연회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그녀는 지금 연회장에 있지만 박시준은?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끊어지고 신호가 약하다는 알림이 떴다.신호가 없는 건 남쪽 구역만 아니었던가?그녀는 점점 더 의심스러워졌다.연회장을 나서자 곧 키가 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진아연! 회장님 봤어요?!" 박시준의 경호원이 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니요! 둘이 같이 있지 않았어요?" 아연의 심장이 쪼그라들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되지 않아요. 여기 신호가 안잡혀요!""강주승이 신호를 차단한 게 틀림없어요! 회장님이 어디 계신지 몰라서 맞은편 연회장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강진이 갑자기 달려와서 회장님이 어디 있냐고 묻더라구요. 그제서야 회장님이 없어진걸 발견했어요!"진아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머릿속에는 강주승을 바라보던 강진의 어둡고 차가운 얼굴이 생각났다."강주승… 강주승을 찾으러 갈게요!" 아연이 중얼거렸다."저도 같이 갈게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