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님, 여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별장의 경호원들이 박시준을 막았다.시준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해! 내 아내가 안에 있어.""진아연 씨 말씀이십니까? 진아연 씨는 강 회장님과 함께 등산하러 가셨습니다."박시준은 얇은 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경호원은 멀지 않은 산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 방향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지금 날이 이미 어두워졌고 등산길도 비교적 가파른 데다 익숙하지 않으시니 연회장으로 돌아가셔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듯 합니다. 그분들 곧 돌아올 겁니다."박시준은 주먹을 움켜쥐고 긴 다리로 등산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남쪽 구역 응접실.진아연은 강주승의 아버지가 자신의 창업 역사와 진명그룹에 대한 견해를 2시간 동안이나 들어주었다. 더 이상 듣고 있기가 힘들었다."강 회장님,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회장님의 생신이신데, 생신 축하드립니다. 업무상의 일에 관해서는 주승 씨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오늘 그의 생일만 아니었다면 진아연은 그렇게 오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아버지, 쉬세요. 전 아연 씨를 데리고 식사하러 갈게요." 강주승은 시계를 보고는 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응접실에서 나온 뒤 진아연은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속 어딘가가 서글퍼졌다.아마도 처음 와보는 곳이라 낯선 불안감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나 보다."주승 씨, 당신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어요." 아연은 용기를 내 그에게 답변을 주었다.강주승은 발걸음을 멈췄고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왜죠? 확실한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진아연은 직언했다. "당신이 강진의 오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전 당신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박시준이 당신에게 뭐라고 한 거죠? 박시준의 투자를 받을 계획입니까?" 강주승은 그녀의 대답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서글퍼지긴 했다."전 그의 투자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 아연의 눈은 맑고 차분했으
강주승은 잡혀서 주름진 소매를 떨쳐내며 차갑게 말했다. "강진! 난 걔 보디가드가 아니야. 걔가 어디서 뭘 하는지 감시할 여유 따윈 없어! 찾고 싶으면 직접 찾아보든가!"강진은 주먹을 들어 강주승의 가슴을 내치렸다. "연락이 안 된단 말이야!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의 경호원조차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시치미 떼지마! 집에 있는 신호차단기, 오빠가 일부러 설치한 거잖아! 모든 게 다 오빠가 꾸민 거잖아!"강주승은 한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그녀를 들어 어깨에 멨다."강진! 미안하지만 널 잠깐 방에 가둬야겠어! 오빠를 원망하지 마. 오늘 밤이 지나면 너도 더 이상 고통받지 않을 거야!"연회장.진아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낯선 얼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마음속의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핸드폰을 보니 오후에 박시준이 걸어온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보였다.그가 그녀에게 보낸 문자는 이랬다. "문자 보는 대로 즉시 나에게 와! 연회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그녀는 지금 연회장에 있지만 박시준은?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끊어지고 신호가 약하다는 알림이 떴다.신호가 없는 건 남쪽 구역만 아니었던가?그녀는 점점 더 의심스러워졌다.연회장을 나서자 곧 키가 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진아연! 회장님 봤어요?!" 박시준의 경호원이 급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니요! 둘이 같이 있지 않았어요?" 아연의 심장이 쪼그라들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되지 않아요. 여기 신호가 안잡혀요!""강주승이 신호를 차단한 게 틀림없어요! 회장님이 어디 계신지 몰라서 맞은편 연회장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강진이 갑자기 달려와서 회장님이 어디 있냐고 묻더라구요. 그제서야 회장님이 없어진걸 발견했어요!"진아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머릿속에는 강주승을 바라보던 강진의 어둡고 차가운 얼굴이 생각났다."강주승… 강주승을 찾으러 갈게요!" 아연이 중얼거렸다."저도 같이 갈게
별장은 산비탈에 있었다.산기슭에서 산비탈까지는 구불구불한 도로가 있어 별장까지 차를 타고 올 수 있었다.그러나 별장에서 산으로 더 올라가는 길은 없었다.박시준이 산에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운 때였고, 그는 휴대폰의 손전등 기능을 켜고 걸음을 재촉하여 산으로 올라갔다.그는 진아연의 안전이 걱정되었다.강주승이 그녀에게 좋은 마음을 품은 게 아니기에, 늦었다가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비열한 수단을 쓸 것을 예상했더라면 그녀를 혼자 오게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약 30분 후, 박시준의 호흡은 매우 가빠졌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의 다리였다.의사는 그에게 앞으로 6개월 동안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지금 그의 다리로는 그냥 걸을 수밖에 없었고, 오래 걸어서도 안 되었다.등산과 같이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운동은 더욱 금지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다리 회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차가운 바람이 어둠을 가르며 불어왔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으로 심한 고통이 신호처럼 몰려오자 박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는 주소록을 열어 경호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핸드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지금 멈춘다면 그는 산에서 내려갈 수 있었다. 남은 체력으로는 별장까지 버틸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단 한순간도 돌아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아픔을 참으며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진아연을 찾아 그녀를 데리고 안전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그러다 그가 발을 헛딛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다리가 너무 아파 한 발짝도 떼기 어려웠던 그는 발을 헛딛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넘어지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두려움이나 죽음이 아니라 진아연의 얼굴이었다.웃고 있는 그녀, 울고 있는 그녀, 화내며 얼굴을 찡그린 그녀, 조용하게 앉아있는 그녀…각양각색의 진아연의 모습이었다.두려움은 그다음이었다.그는 강주승이 그녀를 괴롭힐까 두려웠다!어둠!그는 끝
문득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한 줄기 빛이 비추고 있는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휴대폰의 손전등으로 그쪽을 향해 비춰보았다.그 거친 산골짜기에는 분명히 한 사람의 큰 체구가 보였다!"박시준! 그녀의 목소리는 완전히 무너졌고, 두 손으로 땅에 짚으며 가파른 산골짜기를 향해 올라갔다. "시준 씨, 저 왔어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이제 괜찮아 질거예요!"경호원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향해 외쳤다. "진아연 씨! 회장님을 찾았습니까!""…찾았어요! 여기 쓰러져 있어요! 얼굴이 피투성이에요!" 진아연은 터지기 일보 직전인 감정을 억누르며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빨리 내려와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박시준이 있는 방향을 향해 뛰어내렸다.착지하는 순간 발이 삐었다.그녀는 몰리는 아픔에 가쁘게 숨을 들이쉬고는 바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그녀는 재빨리 박시준의 옆으로 가 그를 꼭 껴안았다!"박시준! 눈 떠봐요! 잠들면 안 돼요! 잠들면 안 돼요! 그녀는 두 손으로 그의 차가운 얼굴을 잡고 고개를 숙여 그의 얼굴에 입김을 불어주었다.산에는 신호가 없었다.그래서 그들은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었다.경호원은 박시준을 업고 먼저 산에서 내려갔다.진아연은 나뭇가지를 짚으며 울면서 내려갔다.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누가 박시준에게 그녀가 산에 있다고 말한 거지?이건 살인이다!만약 박시준이 더 깊은 골짜기에 떨어졌다면, 만약 아무도 그를 찾지 못했다면, 지금의 날씨로는 24시간 이내에 그는 얼어 죽었을 것이다!그가 죽을 뻔했다고 생각을 하니 그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때문에, 그녀를 찾으려고 산에 올라갔기 때문이다....산 중턱 별장.박시준이 구출된 후 두 명의 강씨네 경호원이 강주승의 방으로 들어왔다."정상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 박시준은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경호원이 보고했다.강주승은 꽉 잡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쓸모없는 새끼! 정상도 못
A대 도서관.진아연은 학교에서 저녁을 먹은 후 계속 도서관에서 책을 봤다.한창 책에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눈 온다! 올해 첫눈이야! 진짜 크게 오네! 나가서 눈싸움하자!""알겠어! 난 사진 찍어야지!"...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밖으로 나갔다.진아연도 창가로 걸어가 창밖의 흩날리는 눈을 내다보았다.엄청 크게 오네. 너무 예쁘다!인터넷에서 첫눈이 올때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게 괜히 한 소리가 아니었다.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이봐요, 전화 왔어요!" 누군가 아연의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그녀는 절뚝거리며 창가에서 자리로 돌아왔다.지난번에 산에서 발을 삔 후 너무 늦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너무 심하게 부어서 아직까지도 낫지 않았다.다행히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전화 반대편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눈꼬리가 올라갔다.그녀의 눈에서 빛이 났다.전화를 끊은 후에도 그녀 얼굴의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사람에게 항상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행운의 신이 지금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그녀는 물건을 챙겨 가방을 메고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그녀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진아연! 눈 오고 있어! 아직 도서관에 있는 거 아니지!" 전화에서는 여소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정아, 나 대학원 가기로 했어!""어어? 너 어떻게 된 거야? 대학원 안 간다고 하지 않았어? 왜 갑자기 생각을 바꾼 거야?!" 놀란 여소정의 목소리는 순간 커졌다.진아연은 휴대폰을 귀에서 멀리 가져갔다. 아니면 고막이 견딜 수 없었다."너 노경민 교수님을 알아?!""글쎄! 여소정은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엄청 유명한 교수야?""당연하지! 그분은 나의 우상이셔! 방금 교수님 조수분이 내게 전
"내 생각엔 시준 형은 화나서 아연이를 만나지 않는 게 아닌거 같아… 경호원에게 물어봤는데 나뭇가지에 얼굴이 많이 긁혔대. 워낙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얼굴의 상처가 낫기 전까지는 누구도 만나지 않을 거 같애.""그런 거구나! 아연이에게 알려줘야지! 아니면 걘 별의별 생각을 다 할 거야!" 여소정은 아연에게 하준기가 한 말을 문자로 보냈다.진아연은 답장으로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소정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2주 후면 박시준의 생일이라는데, 무슨 선물 줄지 생각했어?""아니, 나도 뭘 줄지 모르겠어.""날씨도 추운데, 스웨터를 떠 주는 게 어때?""진심이야? 지금도 직접 뜬 스웨터를 입는 사람이 있어??" ..."내가 뜨라면 떠. 남자는 그런 거 좋아한다니까.""문제는 나 뜨개질 할 줄 몰라!""털실 파는 사람이 가르쳐 줄 거야! 정 안 되면, 동영상 보며 배우든가 해! 넌 똑똑하니까 금방 배울 거야!""다른 건 없어? 왜 굳이 스웨터를 뜨라는 거야?""남자들이 좋아하니까! 준기 오빠는 첫사랑 여자친구가 떠준 스웨터 때문에 그 여자를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대… 질투 나지만, 나는 떠주지 않을 거야!"진아연은 눈 내리는 거리에 서서 소정이 보낸 문자를 보며 잠시 고민했다.그녀 앞에 차가 멈춘 차가 경적을 울리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그녀가 부른 택시였다.한 시간 후, 그녀는 털실 한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장희원은 그녀에게 다가가 봉투 속 털실을 보고는 물었다. "목도리 뜨려고?"아연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답했다. "스웨터를 뜨려고."희원의 눈빛은 순간 의미심장해졌다. "누굴 주려고? 나 주려고 뜨려는 건 아닐 테고. 시준이 주려는 거지?""엄마도 떠줄 건데… 곧 박시준의 생일이라 먼저 박시준 주려고. 내가 좀 더 익숙해지면 더 좋은 걸로 떠줄게."장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근데 스웨터를 떠주는 거 요즘도 유행이니? 나 때는 꽤 유행했는데…""소정이가 지
"아침에 항우울제를 드렸는데 안 드셨어요." 의사의 얼굴에는 수심에 가득 차 있었다. "약을 안 드시면 안 되는데!""내일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요.""제가 듣기로는 회장님께서 진아연의 말이라면 잘 듣는 편이라고 하던데요. 아니면…""안 돼요! 내 아들이 이렇게 된 게 누구 탓인데. 그 여자는 내 아들에게 불행만 가져다 줄 뿐 입니다!" 박 부인이 흥분해 하며 말했다.의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박시준의 건강 상태만 책임질 뿐이다."일부러 진아연 얘기를 꺼낸 게 아니란 걸 알아요… 내일 다시 봅시다! 시준이가 내 말을 들을지 한번 보죠." 박 부인은 누그러든 어투로 말했다.그녀는 아들이 빨리 나을 수 있기를 바랐고, 그럴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용납할 수 있었다....진아연은 샤워를 한 후 창가로 걸어가 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다.지면은 새하얀 이불을 덮었고, 어두운 밤도 조금 밝아져 있었다.마음속에는 말못할 충동이 솟구쳤다.전화기를 들고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이리저리 생각한 후 혹시나 그가 전화를 받지 않을까 봐 그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그녀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좋을 것 같았다. 계속 그를 그리워하고 있는 이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메시지를 보낸 후 그녀는 거실로 가서 털실을 꺼내 뜨개질을 시작했다.주위는 고요했고, 마음도 잠잠해졌다. 새벽 2시, 박시준은 악몽에서 깨어났다.이마에는 땀이 질벅하였고, 눈에는 보기 드문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요즘 그는 매일 밤 자신이 죽는 꿈을 꾸고 있었다.그보다도 더 무서운 게 있었다.꿈속에서 그의 시체는 완전하지 않았고 온몸이 피범벅이 되어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그렇게 그는 썩어가고 있었다!주위에는 파리와 구더기가 가득했다.깨어날 때마다 그는 자신에게서 혐오감을 느꼈다!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실수로 카톡을 터치하였더니, 진아연의 프로필
"알겠습니다."잠시 후 박시준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였다.조지운이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마침 이쪽으로 오고있는 강진을 만났다.강진은 화장을 하지 않았고, 얼굴은 유난히 초췌해 보였다.조지운은 그녀 앞에 다가가 입을 열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진이 사무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시준 오빠…미안해."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다 주승 오빠의 음모였어. 오빠 다리가 안 좋은 걸 알고 의도적으로 오빠를 속여 산에 오르게 한 거야. 그 산은 너무 가팔라 평소에 등산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오빠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박시준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미안해! 주승 오빠는 사과하러 오지 않을 거야. 해외로 도피했어." 강진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시준 오빠, 제발 우리 가족에게는 손 대지 말아줘. 아빠는 연세가 많으셔서 집안에 변고가 생기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실 거야. 복수하고 싶다면 나한테 해. 달게 받을게."박시준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처음인 것 같았다.과거에는 항상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곤 했던 그녀였다."강진아,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내 곁에 있어준 건 고마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고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 "여기서 떠나고,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네가 해낼 수 있다면 나도 너의 가족들에게는 손대지 않을게."그의 말이 끝나자, 강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끝났다!그녀는 이제 완전히 그와 끝난 것이다!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참아 보려 했지만 이내 눈물이 터졌다.그녀는 마지막으로 그를 바라보고는 돌아서서 뛰쳐나갔다.강진이 ST그룹을 떠난 후 성빈이 박시준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그는 박시준이 강진과 관련된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강진은 언급하지 않았다."시준아, 일주일 뒤면 네 생일인데, 호텔에서 파티하는 게 싫으면 그냥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