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장희원과 진준은 진아연이 어렸을 때 이혼하였다.평소에 너무 바쁜 나머지 엄마의 생활이 어떤지 신경 쓰지 못했다.엄마가 어떻게 돈을 모아두었는지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해외가 싫어도 괜찮아... 아니면 작은 집을 하나 사두는게 어때? 우리 둘은 아무렇게 살아도 괜찮지만 아이는 그렇게 키울 수 없잖아!" 장희원은 말을 이어갔다.진아연은 물었다. "엄마, 우리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어?" 장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계약금으로 쓸 돈은 있어." 진아연은 대답하였다. "응... 급할 것 없어. 아직 몇 개월이나 남았어!" "시간 빠르더라.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나 이따 나가야 돼. 친구 아빠 생신이 다음주인데 선물 사러 가야 해." 장희원은 걱정되어 말했다. "낮에 가면 안 돼? 날이 어두워서 혼자 나가는게 걱정 되는데." 진아연은이안심시키며 말을 했다. "밖에는 가로등도 많이 있고 괜찮아." 장희원은 대답했다. "그럼 빨리 갔다와." 진아연은 소파위에 있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그녀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박 씨 별장의 주소를 말했다.머리속에는 박시준의 초췌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돌아갈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다.차는 박 씨 별장 입구에서 멈췄다.진아연은 차에서 내렸다.앞마당에는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러 온 것 같았다.경비는 진아연을 알아보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조지운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였다.그녀를 본 조지운은 바로 거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이모님은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빠르게 걸어나왔다.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 컴퓨터를 가지러 왔어요." 이모님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래요... 사장님도 한번 보러 가시죠? 돌아오시고 다시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의사 말로는 전에
방에는 의사와 박 사모님도 있었다.그들은 창가에서 박시준의 몸 상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진아연은 그 자리에 멈춘 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강진은 대야를 들고 돌아서면서 문 밖의 진아연을 보게 되었다."진아연! 여기서 뭐하는거야?!" 강진은 박시준이 깨어날까봐 목소리를 낮췄다.그녀는 대야를 침대 모서리에 놓고 진아연을 향해 걸어갔다.소리를 듣고서는 박 사모님도 문 쪽으로 걸어갔다....진아연은 박시준이 일어날까 두려워 계단으로 물러났다.강진은 그녀가 도망가려는 줄 알고 그녀의 앞에 서서 길을 막았다."진아연! 시준이를 바보로 생각하는거야?! 좋아하지 않으면 그를 놓아주라고! 다시 그를 해치는 일을 한다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강진의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박 사모님은 날카롭게 말했다. "진아연. 전에 시준이가 너와 이혼하지 않겠다는 것도 너에게 홀렸기 때문이야. 네가 이렇게 은혜를 모르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 애초에 너를 며느리로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강진을 선택하는 게 나았을 텐데! 오직 강진만이 진심으로 시준이를 사랑하고 있으니 말이야!" 두 사람의 계속된 공격에 진아연은 반격할 마음이 없었다.그녀는 단지 박시준의 상황을 보기 위해 왔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방금 봤으니 충분했다."들어가셔서 계속 그이 좀 돌봐주세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진아연은 앞에 서 있는 강진을 밀어내고 아래로 내려갔다.거실에 있던 성빈과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위층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진아연이 ‘패배’를 한 것에 대하여 모두들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누군가는 그녀를 비웃었고 누군가는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다른 사람의 생각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제일 중요한 것은 박시준의 태도였다.하지만 박시준은 지금 혼수상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진 아가씨, 택시 타고 오셨죠? 집까지 데려다 드릴까요?" 조지운이 먼저 말했다.진아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혼자서 갈게
박 사모님은 그래도 조금은 불안했다.전에 아들이 이 여자때문에 자신과 큰 싸움을 할 뻔 했었기 때문이었다.저녁 12시쯤.박시준은 드디여 열이 내려 깨어났다.방안에는 따뜻한 느낌의 주황색 등이 켜져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강진이 침대 옆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다음날 아침, 강진이 일어나 보니 침대에는 아무도 없는다. 그녀의 마음도 같이 공허해졌다. 그래서 급하게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모님은 깜짝 놀라며 말을 했다. "저는 계속 아래층에 있었는데 대표님이 내려오는걸 본적이 없어요!"강진은 멍해졌다. "그가 방에 없어요! 그가 안보여서 내려온 거예요."이모님은 놀라며 말을 했다. "어머! 어떻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죠!"그렇게 말하고 이모님은 위층으로 달려갔다.그녀와 강진은 2층의 모든 방을 찾아 보았지만 박시준은 보이지 않았다.강진은 너무 급한 나머지 울먹이기까지 시작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어제 밤에 너무 깊이 잠들어서 그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이모님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경비에게 물어봐야 겠어요. 사장님이 나가셨다면 경비실에 기록이 있을거에요."잠시 후 이모님은 경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박시준은 나가지 않았다.이모님은 즉시 모든 사람을 불러 별장을 뒤지기 시작했다.30분 후, 모두가 거실에 모였다."앞마당에는 없어요.""뒤마당에도 없어요.""창고도 주차장에도 없습니다. ""사모님 방 빼고 1층에 있는 모든 방을 찾아봤는데...."사람들의 보고를 들은 후 이모님은 진아연의 방으로 걸어갔다.문을 열고 이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진아연의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이모님은 바로 방에서 나와 강진에게 말했다. "강진 아가씨,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요! 필요하면 대표님이 연락을 드릴 거예요."강진은 화를 내며 말을 했다. "왜 그가 진아연의 침대에 누워 있는거야? 둘이 싸운 거 아니였어
오전 10시.오래된 아파트 앞에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멈췄다.문이 열리고 다리가 긴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오늘 박시준은 남색 롱패딩을 입고 회색 목도리를 목에 둘렀으며 새 구두를 신고 있었다.옷은 따뜻하게 입었지만 그의 얼굴은 창백하고 수척했다.그의 차갑고 고귀한 분위기는 주변의 모든 것과 어울리지 않았다.운전기사와 경호원은 고급 선물을 들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임대주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장희원은 부엌에서 걸어 나와 문을 열었다.박시준을 본 순간 멍해졌다."... 여기에는 어떻게?" 장희원은 잠시 놀랐다가 문을 열며 말을 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아프다고 들었어요. 다 완쾌하지 않은 거 같은데?"비록 겨울이지만 아직 패딩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박시준은 깨끗한 바닥을 바라보며 물었다. "신발을 갈아 신어야 하나요?"장희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들어오세요!"그녀는 박시준을 안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운전기사와 경호원이 들고 있던 선물을 보게 되었다."왜 이렇게 많은 선물을 가져왔어요?" 장희원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어젯밤, 진아연은 모든 짐을 가지고 돌아왔다.장희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그녀는 딸이 박시준과 완전히 헤어져 모든 짐을 가지고 온 것이라고 추측했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박시준이 올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오늘 정식으로 인사드리려고 왔어요." 박시준은 소파에 앉았다.운전기사와 경호원은 선물을 거실에 두고 떠났다.장희원은 에어컨을 난방모드로 바꾸었다."음... 시준씨랑 아연이는 ... 어제 ..." 장희원은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몰랐다."어젯밤 저는 그녀를 보지 못했습니다." 박시준은 장희원에게 솔직히 얘기하였다. "저와 그녀 사이에는 오해가 있어요.""네...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는 저에게 말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장희원은 그에게 뜨거운 물 한 컵을 따라주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집에서 쉬고 있지 그래요.""저는 괜찮아
"아프면 집에서 가만히 쉬세요." 진아연은 말을 하고 물잔에 물을 따랐다."오늘은 많이 나았어." 그는 목도리를 벗었다."어제도 같은 말을 했었던 것 같은데요." 진아연은 물을 마시고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녀는 거실 바닥에 있는 선물들을 보았다."무슨 뜻이에요?" 진아연은 그에게 물었다."빈손으로 오기가 그래서." 그는 몇 초동안 생각하다가 다른 얘기로 돌렸다. "어젯밤 집에 왔었다고 오늘에서야 알았어.""이 얘기를 하려고 온거에요?" 진아연은 소파에 앉아 그의 야윈 얼굴을 바라보았다.둘 사이에는 큰 벽이 있는 듯했다."나와 강진은...""이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당신이 어떤 여자와 어떤 관계인지는 관심 없어요."박시준은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마음이 무기력했다."다음으로는 저와 강주승의 얘기를 하고 싶은거죠?"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박시준 씨, 강주승한테 속아도 제 일이에요. 당신을 끌어들이지도 도움을 구하지도 않을거에요. 그러니 다시는 저에게 이 일을 언급하지 마세요."그녀는 지금 마치 사춘기의 아이 같았다.이 일을 말할수록 그녀는 반대의 일을 진행할 것이다.그는 입술을 물고 있었으며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진아연은 조금 배가 고팠다.그녀는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전기밥솥에 남겨둔 아침을 보았다.그녀는 아침을 가지고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있었고 그는 이런 그녀를 계속 보고 있었다."아직 할 말이 남은거에요?" 다 먹은 뒤 그녀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할 말없으면 그만 돌아가세요!""남아서 점심을 먹고 싶어." 그는 자신의 요구를 말하였다.진아연은 순간 멍해졌다.어떻게 거절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냥 점심인데 쪼잔하게 보이기 싫었다."그래요. 먹고 가요! 그럼 저는 나가볼게요!" 진아연은 소파에서 일어나 방에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진아연, 너는 이제 집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는거야?" 박시준은 소파에서
"진아연! 누구의 아내인지 잊었어?!" 그는 그녀의 손을 꽉 쥐고 머리위로 움켜쥐었다. "강주승을 멀리하라고 했잖아! 내 인내심을 시험 하지마!"그녀는 한동안 그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그는 분명히 너무 허약해 보였지만 의외로 힘은 무척이나 강했다.그녀는 감히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그녀가 저항할수록 그는 더욱 거칠게 나올게 뻔했기 때문이다.뱃속의 아이를 위해 그녀는 조용히 누워 그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왜 아무말도 안 하는거야?" 그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의 손은 그녀의 얼굴에서 눈썹으로 그리고 다시 귀 뒤로 넘어갔다."무슨 말이요?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려주면 말할게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그의 마음속 분노가 순식간에 꺼졌다."진아연, 내가 그렇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을 한거니?"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부드러웠다. 그의 손은 그녀의 뒤통수를 감쌌다.그의 몸은 조금 뜨거웠다.그녀는 너무 뜨거웠다."용서를 할 수 없지는 않아요." 그녀는 힘들게 지키고 있던 위장은 버렸지만 여전히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박시준, 당신은 모든 것이 완벽해요. 하지만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저의 소원을 들어주세요!"그의 눈에 담긴 희망은 사라졌고 더 이상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정오 12시.경호원이 문을 두드렸다.장희원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저희 사장님은?" 거실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경호원은 즉시 경계를 했다.장희원은 침실을 가리키며 말을 했다. "방에 있어요."경호원은 대답했다. "네..."경호원은 그가 언제 나올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박시준 이외에는 그가 언제 나올지 아무도 몰랐다."점심 준비됐어요. 같이 드실래요? 당신과 같이 온 다른 한 분? 같이 먹자고 불러요!" 장희원은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경호원은 굳은 얼굴로 침실 어구로 걸어가 침실 문에 귀를 댔
그는 잠을 푹 잤고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체온은 정상이었다.그녀는 힘이 빠져 그의 옆에 드러 누웠고 얼마 안돼 그녀도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다.오후 3시.진아연이 일어났다.배고픔때문에.그녀는 일어나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경호원과 운전기사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장희원은 주방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분위기가 꽤 평화로워 보였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집을 빼앗긴 것 같았다."아연아, 배고프지?" 장희원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남겨둔 음식을 꺼냈다.진아연은 거실로 걸어가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박시준 씨 금방 일어날거에요. 깨끗한 옷을 가져다 주세요."운전기사는 바로 일어났다. "네, 알겠습니다."운전기사가 떠난 후 진아연은 TV를 끄고 경호원에게 말을 했다. "어머니가 편두통이 있으셔서 큰 소리를 내면 안돼요. 여기에 있으려면 조용히 있으세요."경호원은 반대하지 않았다.대표님이 여전히 그녀의 침대에 있기 때문에.언제 깨어날지 모른다.만약 밤까지 잔다면?...경호원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저녁 6시가 지나면서 밖은 순식간에 어두워졌지만 방 안의 박시준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장희원과 진아연은 논의하였다. "아연아, 오늘 밤 나는 호텔에서 잘게."당연히 진아연은 거절했다. "엄마, 지금 가서 그 사람을 깨우면 돼요."경호원이 말 했다. "대표님은 환자에요! 휴식이 필요하다고요! 깨우지 마세요!"진아연은 경호원을 노려보았다. "여기는 제 집이에요!"경호원은 장희원에게 말을 했다. "호텔비는 제가 드리겠습니다!"그러고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장희원에게 건넸다."받으세요!" 경호원의 거친 목소리는 마치 싸우자는 것 같았다.장희원은 그를 조금 무서워하였다.진아연은 엄마에게 말을 했다. "엄마, 그냥 받아!"돈을 거절할 필요는 없지.장희원은 돈을 받았지만 뭔가 불편하였다. "아연아, 그럼 엄마는 호텔로 갈게."진아연은 엄마를 붙잡았다. "엄마, 아직은 가지마. 아직 이른 시간이야. 조금
한 시간 후.운전기사는 박 씨 별장에서 박시준의 모든 일용품 세트를 가져왔다. 물론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포함해서 말이다.이모님은 도시락과 보온 상자에 최소 3인분의 저녁 식사를 포장하여 보내왔다."진 아가씨, 이것은 사장님의 약입니다. 오늘 밤 수고 많으시겠어요!"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진아연에게 약을 건네주고 퇴근했다.진아연은 소파에 앉아 박시준의 물건들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내가 너무 마음이 약한건가?!점심에 그를 쫓아냈어야 했어! 그렇게 했다면 이렇게 번거롭지 않았을 테니까!갑자기 침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약을 가지고 침실 문을 열었다.이제 집에는 두 사람뿐이기 때문에 그녀는 방의 환기를 하기 위해 문을 열어 두었다.그는 샤워를 끝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하지만 침대는 엉망이었다."뜨거운 물 있어?" 그는 약간 목이 말랐다.그녀는 약을 침대 옆 탁자에 놓고 따뜻한 물을 가지러 갔다.그는 부엌까지 그녀를 따라갔다."네 어머니는?" 그가 물었다."당신 덕분에 엄마가 호텔로 가셨어요." 진아연은 그에게 물잔을 건네며 물었다. "배 고프세요? 기사님이 저녁을 가져다주셨어요. 좀 드세요!"그는 점심도 안 먹고 지금까지 잠만 자서 배가 많이 고팠다."죽만 좀 먹을게." 그는 식욕이 없었다.그녀는 거실 테이블위로 저녁 식사를 가져왔다.그 안에는 죽 한 그릇이 있었다.그는 죽을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침대가 나때문에 더러워졌네. 침대커버는 어디에 있어? 내가 바꿀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방금 샤워를 하고 나서 그런지 훨씬 더 가뿐해 보였다."가서 머리나 말리세요. 제가 바꿀게요." 그의 아픈 얼굴을 보며 그녀는 너무 화가 나도 참을수 밖에 없었다."헤어 드라이기는 어디에 있어? 못 찾겠어."그녀는 욕실에 드라이기를 가지러 갔다.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가 그녀에게서 헤어 드라이기를 건네받았다.그녀는 방으로 가서 시트와 이불 커버를 바꿨다.두 사람은 마치 오랜 세월 동거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