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의 얼굴은 물에 흠뻑 젖었다.물은 미지근했지만 그녀는 얼음처럼 차가움을 느꼈다."강진! 뭐 하는 짓이야!" 강주승은 일어나 강진의 팔목을 잡아 옆으로 끌어당겼다."오빠! 막지마! 오늘 밤은 가만두지 않을거야!" 강진은 눈시울을 붉힌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강주승은 엄하게 꾸짖었다. "미쳤어?!" 강진은 처음으로 밖에서 오빠에게 쓴소리를 들었다.그녀의 마음에는 뜨거운 분노가 치솟았다.그녀는 오빠의 손을 뿌리치고 계속 진아연에게 손찌검을 하고자 하였다-"팍" 소리와 함께!주스 한 잔이 그녀의 얼굴에 뿌려졌다.진아연은 빈 잔을 탁자 위에 세게 놓으면서 강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날 괴롭히려면 그만큼의 실력이 있어야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모두의 시선이 진아연과 강진의 얼굴에 쏠렸다.진아연의 얼굴은 물 한 컵에 의해 젖긴 했지만 여전히 깨끗했다.하지만 강진의 얼굴에 뿌려진 수박 주스는 그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빨갛게 적셨다...원래 아름답던 얼굴은 엉망으로 되었다."맛있게 드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진아연은 티슈로 얼굴의 물을 닦아내며 이 말을 남기고 문밖으로 나갔다.강진은 쫓아가고 싶었지만 강주승이 그녀를 끌고갔다."강진, 넌 남보기 부끄럽지도 않니?!" "왜, 내가 창피해? 이 손 놓으라고!" 강진은 손을 뿌리치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방금 박시준이 진아연 어머니 아파트 앞에서 밤새 비를 맞아 열이 심하게 났지만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남자가 진아연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는 마음이 너무 아파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리하여 진아연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강진, 진정해. 방금전의 그 행동 내가 아는 그 강진이 맞니?" 강주승의 물음에 강진은 눈물을 그쳤다.박시준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제는 오빠까지 자신을 무시한다.그녀는 세상에 버림을 받은것 같았다."니가 창피해서가 아니야. 네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래. 적을 상대하려면 먼저 냉정하고 현명
박시준이 서있던 이 추운 겨울밤, 많이 추웠겠지?레스토랑 앞에 차가 멈췄다.문이 벌컥 열리며 하준기와 여소정이 차에서 내렸다.뒤이어 다른 차도 멈추고 누군가가 내렸다.성빈이었다."빈이형." 하준기가 그를 불렀다.성빈은 이곳에 있는 하준기를 보며 물었다. "여기서 뭐해?" 하준기가 말했다. "제 여자친구를 데리고 진아연을 찾으러 왔어..."두 사람이 말을 하고있는 와중에 여소정이 진아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나도 그녀를 찾으러 왔어." 성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진아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희에게 맡겨도 될까? 그녀를 박 씨 별장에 보내줄수 있으면 제일 좋고." 하준기는 말했다. "알았어요. 제 여자 친구가 나섰으니까 문제 없을 거예요." 성빈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을 했다. "네 여자 친구만 아니었어도 저 둘은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하준기는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제 여자 친구는 거짓말을 조금 일찍 공개했을 뿐이 에요..."성빈은 채 듣지 않고 말을 했다. "아무튼, 지금 이런 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요. 전 이만 가볼게요." 하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성빈이 떠난후 여소정은 진아연의 손을 잡고 하준기의 차로 데려갔다."하준기씨, 우리 집으로 가요." 하준기는 고개를 끄덕였다.백미러에서 그는 진아연의 젖은 머리와 차가운 얼굴을 보았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기분은 아주 안좋아 보였다.어젯밤 그렇게 떠난 후 그들 은 모두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게 분명 했다. 차가 여 씨 별장에 멈추고 여소정과 진아연이 차에서 내렸다.여소정은 하준기에게 먼저 자리를 비켜달라는 눈치를 주었다.하준기는 아무말 없이 차를 타고 떠났다.집에 도착한후, 여소정은 진아연이 불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아빠는 매일 늦게 집에 돌아와. 내 방으로 가자! 침대가 커서 우리 둘이 자기에 충분해!" 진아연은 거실을 한번 보고 여소정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진아연은 박씨 별장에 돌아가지 않았다.아픈 박시준을 만나러 오지도 않았다.이번에는 그녀의 냉정함이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그녀 외에도 박시준에게 무자비한 사람이 있었다.바로 성빈이다.진아연이 별장으로 돌아오지도 않고 아픈 박시준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때문에 성빈은 매일 박시준의 침대옆에 와서 진아연의 하루 일정을 알려주었다.진아연은 오늘 신화 투자에 가서 강주승과 즐거운 아침을 보냈다던가.오늘 강주승은 진아연과 같이 미술 전시회를 보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던가.둘이 미술전에 갔던 안 갔던, 밥을 같이 먹던 안 먹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것은 박시준을 화나게 해야 한다는 것이였다.그를 화나게 해야 그가 치료에 협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몸이 낫지 않으면 복수를 할 수 없었다.박시준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 성빈은 이 점을 이용하여 매일 그를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살게 했다.드디어, 약물치료로 인해 그의 상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기침도 멈추질 않았다. 몸은 여전히 허약했지만 병원을 나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그 이유는 성빈이 전해준 소식때문이였다. 오늘 강주승은 진아연과 함께 AI 기술에 관한 전시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지난 며칠 동안 박시준은 침대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다.강주승에 대한 그의 기억은 그렇게 확실하지 않았다.병으로 누워있으면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강주승은 강한 이기주의자이다.그는 친구를 사귀거나 어떤 일을 할때 세심한 계산을 통해 어떻게 하는것이 자신에게 최적화한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 생각하는 사람이다.게다가 얼굴에는 항상 가면을 쓴다.적을 마주하고 있을 때도 미소를 지을수 있으며, 마치 패배를 인정한다는 자세로 다가가 상대방이 경계를 늦출 때 기회를 노려 치명상을 입히는게 바로 강주승이다.박시준이 그를 멀리한 것은 성격이 안 맞는것 이외에도 투자 신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강주승은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권력자들과 관계를 맺어
강주승은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고 그녀에게 더 많은 시간을 줄 수도 있었다.주문 후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잠깐 대화를 나누다 진아연이 먼저 핸드폰을 꺼내 바탕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아연씨, 우리의 협력 관계에 아직 어떤 문제가 있는 거 같나요?" 강주승은 와인을 마시며 무심코 물었다.뉴스를 보고있던 진아연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기획안은 문제가 없는데 저희 내부에서 아직 의견차이가 있어요." 그녀는 생각나는 대로 대충 둘러댔다.강주승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무슨 의견차이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지 알아봐도 될가요?" 진아연은 대답했다.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그 의견 차이는 바로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신화 투자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싶어 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최근 강주승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은 것도 만나면서 조금 더 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강주승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는 분명 강진의 오빠였다.따라서 진아연은 그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돈도 벌고 싶었지만 실패에 대한 뒷감당도 고려해야 했었다.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승낙할 수 있을 것 같았다.시간이 어느새 흘러 오후 2시가 되었다.강주승과 진아연은 전시장에 들어와 첫 번째 줄에 앉았다.잠시 후, 진행자가 무대로 올라와 현장의 참가자들을 환영하는 연설을 했다."오늘 현장에는 신비한 손님이 찾아와 계십니다. 신비한 손님은 우리의 로봇 소미에게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로봇 소미가 등장했다.로봇 소미는 마치 진짜 같았다.여성 캐릭터인 소미는 키가 150 센티미터로 긴 갈색 머리에 파란색과 흰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진행자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소미가 신비한 손님의 요청을 수행할 수 있는지 우리 함께 주목해 봅시다!" 무대 아래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소미는 무대 아래를 훑어본 후 무대에서 걸어 내려왔다.모든 시선이 소미에게 쏠렸다
박시준은 살이 많이 빠졌다.원래부터 입체적이었던 이목구비가 더욱 깊어 보였다.그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신비한 손님이 바로 이 사람이었단 말이야?소미는 미션을 완성 후 무대 뒤를 떠났다.소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녀는 신비한 손님이 박시준이라는 것을 눈치챘다.병실에 누워 있어야 하잖아?다 나은 건가?그녀는 입을 열지도, 그에게 다가가지도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박 대표님, 찾고 있는 사람이 이 분이신가요?" 주최 담당자가 박시준에게 물었다.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감사합니다.""천만에요." 담당자가 황송해 하며 말했다.박시준은 진아연의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우리 얘기 좀 하자.""어떤 얘기요?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있나요?" 그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박시준은 화를 내지 않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무대 뒤를 떠났다.무대 뒤에는 보는 눈이 많으니 어떻게 둘에 대해 의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무대 뒤에서 나온 후 박시준은 그녀를 데리고 로비를 지나 VIP 룸으로 데려갔다.그리곤 방에 들어가 바로 문을 닫았다.박시준의 낮은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진아연, 강주승을 멀리해. 그가 어떤 목적으로 너에게 접근하든 간에 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진아연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을 했다. "그와 협력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회사를 당신에게 팔라고 하기 위해서죠?"박시준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였다.그의 말을 듣기도 전에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 제의한 액수가 너무 적은것 같다는 생각 안들어요? 당신이 직접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것 때문이겠죠. 내가 당신이었어도 이 2000억이 내가 제의한 금액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그녀의 말을 듣고 그의 창백한 얼굴에 희미한 홍조가 올라왔다.그녀는 어떻게 하면 그를 자극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얼마면 돼?!" 그의 호흡은 조금 더 무거워졌고 약간 쉰 목소리를 냈다."이렇게 찾아온 것은 협력하자고 말하러
같이 있을 때는 불구덩이에 있는 것 같이 뜨거웠다.그의 곁을 떠나니 몸이 바로 차가워졌다.진아연은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전시장으로 돌아갔다.1시간이 넘는 전시회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많은 내용을 본 것 같았지만 기억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전시가 끝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주승은 그녀에게 물었다. "차 마시러 갈까요? 새로운 가게를 알게 되였는데 맛이 좋더라고요."진아연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 "졸리네요.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강주승은 힘들어 하는 그녀를 보고 말을 했다. "데려다 줄게요.""고마워요."두 사람은 첫번째 줄에서 나왔다.출구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나게 되었다.진아연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그 사람을 보고는 강주승에게 말을 했다. "강 회장님, 먼저 가세요. 볼일이 좀 있어서요."강주승도 조 부회장을 보았다.진명그룹의 전 둘째 책임자."알았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세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강주승은 말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강주승이 떠난 후 조 부회장은 진아연에게 걸어갔다."신화 그룹의 투자를 받을 계획하고 있나요?" 조 부회장은 미소를 지었고 말투는 그래도 공손했다."골든 테크로 가셨다고 들었어요. 잘 됐네요." 진아연은 대답했다.조 부회장은 거짓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고 안 좋고가 없어요. 여전히 부회장...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하네요..."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창업하셔서 회장님 하시지 그래요."조 부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부회장도 좋죠. 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고."진아연은 말했다. "그렇군요. 부회장님의 능력이 거기까지란걸 설명하죠."순간 두 사람이 표면적으로 유지하던 평화가 자취를 감추고, 적대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였다.카지노에서 박우진을 함정에 빠뜨린 것은 조 부회장이었다.그래서 진아연은 항상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진아연, 네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지금 니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숨기고 싶어서인 거지? 슈퍼 브레
오후.진아연은 꽃 시장에서 두 개의 수선화 화분을 샀다.그녀는 수선화를 들고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왔다.아직 오후 5시가 안 되었기 때문에 장희원은 아직 퇴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장희원은 부엌에서 바빴다."엄마, 오늘 일찍 퇴근했네?" 진아연은 슬리퍼로 갈아 신고 꽃 화분 두 개를 거실 탁자에 내려놓았다.장희원은 민망한 표정으로 부엌에서 나왔다."아연아, 그 일 그만하게 됐어." 장희원은 설명하였다. "더 괜찮은 가정부를 찾았다고 하더라." 진아연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어머니를 안았다."엄마, 너무 실망하지 마." 장희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 꽃들은 뭐야?" 진아연은 눈앞의 간소한 집의 상태를 보고 말을 했다. "꽃 시장을 지나가다가 보여서 샀어." 일 자리를 잃었으면 다시 찾으면 되니까." "엄마, 그냥 찾지 말고 집에서 쉬어!" 진아연은 이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어 어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 "카드에 돈 있으니까. 이 카드 가져다 써." 장희원은 카드를 밀어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연아, 인생의 반이 지나고 나니 알겠더구나. 남을 의지하는 것보다 자신을 의지해야 된다는 것을. 내일 길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하더라도 너에게 기댈 수는 없어." 어머니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진아연은 웃으며 농담을 하였다. "엄마, 그 일은 못할 거 같은데. 길거리를 청소하려면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들었어. 지금은 너무 추워. 쉬운 일을 찾아보는게 좋아!" 장희원도 웃으며 대답을 했다. "돈을 많이 준다면 새벽 4~5시에 일어나는게 뭐 대수라고. 요리 마저 하러 갈 테니 너는 앉아서 좀 쉬어." 진아연은 소파로 걸어가 휴대폰을 꺼내 여소정의 메시지를 보았다.여소정은 긴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연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박시준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병이 완치되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너를 찾으러 간 거야? 불쌍하게 구애하는 척 하는건가? 정말 너를 사랑한다면 그냥 바로 너한테 돈
진아연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장희원과 진준은 진아연이 어렸을 때 이혼하였다.평소에 너무 바쁜 나머지 엄마의 생활이 어떤지 신경 쓰지 못했다.엄마가 어떻게 돈을 모아두었는지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해외가 싫어도 괜찮아... 아니면 작은 집을 하나 사두는게 어때? 우리 둘은 아무렇게 살아도 괜찮지만 아이는 그렇게 키울 수 없잖아!" 장희원은 말을 이어갔다.진아연은 물었다. "엄마, 우리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어?" 장희원은 웃으며 말했다. "계약금으로 쓸 돈은 있어." 진아연은 대답하였다. "응... 급할 것 없어. 아직 몇 개월이나 남았어!" "시간 빠르더라.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나 이따 나가야 돼. 친구 아빠 생신이 다음주인데 선물 사러 가야 해." 장희원은 걱정되어 말했다. "낮에 가면 안 돼? 날이 어두워서 혼자 나가는게 걱정 되는데." 진아연은이안심시키며 말을 했다. "밖에는 가로등도 많이 있고 괜찮아." 장희원은 대답했다. "그럼 빨리 갔다와." 진아연은 소파위에 있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그녀는 길가에서 택시를 잡고 박 씨 별장의 주소를 말했다.머리속에는 박시준의 초췌한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돌아갈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다.차는 박 씨 별장 입구에서 멈췄다.진아연은 차에서 내렸다.앞마당에는 여러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러 온 것 같았다.경비는 진아연을 알아보고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그녀는 안으로 들어갔다.조지운이 먼저 그녀를 발견하였다.그녀를 본 조지운은 바로 거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렸다.이모님은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빠르게 걸어나왔다.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진아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 컴퓨터를 가지러 왔어요." 이모님은 실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그래요... 사장님도 한번 보러 가시죠? 돌아오시고 다시 아프기 시작하셨어요. 의사 말로는 전에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